【위클리포커스】 ‘이태원 참사’ 당일 경찰 지휘부 사실상 부재
【위클리포커스】 ‘이태원 참사’ 당일 경찰 지휘부 사실상 부재
  • 정한별 기자
  • 승인 2022.11.05 08: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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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사 발생 이전 통제 요청 수백 건 달했으나
용산서장, 1시간 20분만에 서울청장에 보고
상황관리관은 자리 비우고 청장은 잠들었다
참사 현장 2번 지나친 용산구청장도 무대응
윤희근 경찰청장이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이태원 사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윤희근 경찰청장이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이태원 사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국뉴스투데이] 이태원 참사 당일 경찰력 배치 요청이 수차례 이뤄졌지만, 용산경찰서·서울경찰청·경찰청 등 경찰 지휘부는 사실상 모두 부재했던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시민·경찰관의 통제 요청

지난 1일 경찰은 이태원 핼러윈 참사가 발생한 지난달 29일의 112 신고 접수 내역을 발표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날 참사가 발생한 10시 15분으로부터 약 4시간 전인 6시 30분경 처음으로 압사 위험을 호소하며 경찰의 통제를 요청하는 신고가 접수됐다. 이후로도 서울경찰청 112 치안종합상황실에는 압사 위험 관련 신고가 총 195건 접수됐다. 

이후 용산경찰서 소속 경찰관은 7시 30분경 용산경찰서 교통과에 교통기동대라도 보내달라는 요청을 보내기도 했다. 당초 용산서 교통기동대 20명은 인근 집회 대응을 마친 뒤 이태원에 투입될 예정이었지만, 상황이 심각하니 예정보다 빨리 지원해달라는 요청이었다. 그러나 교통과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결국 교통기동대 20명은 인근 집회 대응을 마무리한 뒤 9시 30분경 현장에 도착했다. 

경찰청 차원의 인력 충원은 훨씬 더 늦었다. 사고 현장의 인파가 심각한 수준에 다다라 용산경찰서 규모의 인력으로 역부족인 상황에서, 서울경찰청으로부터 대규모 기동대가 투입된 것은 사고 발생 1시간 15분 뒤인 오후 11시 30분이었다. 시민들과 일선 경찰관들로부터 여러 차례 이뤄진 경찰 인력 배치 요청에도 끝내 통제되지 않는 인파 속에서 참사는 발생했다. 

용산경찰서장-서울경찰청장-경찰청장, 사실상 모두부재

이에 경찰력 배치 등 대응이 빠르게 이뤄지지 않은 경위에 이목이 모이는 가운데, 당일 경찰 지휘부는 사실상 부재 상태였던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정상적으로 보고 체계가 작동했다면 용산경찰서→서울경찰청→경찰청 순으로 보고가 신속히 전달되고, 그에 따른 조치가 이뤄졌어야 한다. 그런데 윤희근 경찰청장이 사고를 인지한 것은 이미 사상자가 속출한 뒤인 익일 오전 0시 14분경이었다. 

먼저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은 참사 발생 약 1시간 전까지 용산 대통령실 인근 삼각지 파출소 일대에서 집회·시위를 관리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집회 상황이 마무리된 오후 8시 30분부터 9시경 이 전 서장은 용산경찰서 경비과장 등 간부들과 함께 인근 식당으로 향했고, 9시 30분에 용산경찰서 상황실로부터 관련 보고를 받았다.

이후 이 전 서장이 참사 현장 인근에 도착한 것은 참사 발생 약 5분 후인 오후 10시 20분경이었다. 이 전 서장은 이때 도로 교통 통제 등 현장 지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이 전 서장은 이태원에 도착한 뒤 1시간 20분가량 지난 11시 34분에 이르러서야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 전 서장이 상황을 인지하고도 김 서울청장에 즉시 알리지 않은 이유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퇴근한 상태로 자택에 머물고 있었던 김 서울청장은 11시 36분 참사 발생 사실을 인지했고, 김 서울청장이 현장에 도착한 것은 익일 0시 25분경이었다. 

이태원 파출소의 일선 경찰관부터 경찰청 지휘부까지 경찰은 고강도 감찰 조사를 받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태원 파출소의 일선 경찰관부터 경찰청 지휘부까지 경찰은 고강도 감찰 조사를 받고 있다. (사진/뉴시스)

또 경찰에 따르면 윤희근 경찰청장은 이날 충북 제천을 방문해 지인들과 월악산을 등산한 뒤 오후 11시경 캠핑장에서 잠들었다. 이에 윤 청장은 경찰청 상황담당관이 보낸 11시 32분 문자와 11시 50분 전화를 확인하지 못했고, 익일 오전 0시 14분에 이르러서야 사고를 인지했다. 윤 청장은 사고 발생 후 4시간이 지난 익일 새벽 2시 30분 상경해 지휘부 회의를 소집했다.

112상황실 상황관리관 당직이었던 류미진 서울청 인사교육과장(총경)은 아예 자리를 비운 상태였다. 서울시 전체 신고와 대응을 총괄하는 상황관리관은 일부 시간대를 제외하고는 상황실 자리를 지켜야 한다. 그러나 참사 발생 당시 류 총경은 자신의 사무실에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류 총경은 오후 11시 39분경 당직 중이던 상황실 팀장으로부터 보고를 받았다. 당시 상황실에는 약 40명의 당직자가 근무하고 있었으나 류 총경에게 뒤늦게 보고된 이유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뒤늦게서야 상황실로 복귀한 류 총경은 김 서울청장에게 사고를 보고했지만, 이미 김 서울청장은 약 3분 전 이 전 서장으로부터 전화상 보고를 받은 상태였다.

용산구청장, 현장 지나고도 무대응

박희영 용산구청장도 마찬가지로 부재했다. 박 구청장은 이날 오후 8시 20분과 9시 30분경 두 차례 현장 부근을 지나갔다. 용산구의회가 대규모 인파를 우려해 ‘긴급 대책 추진 기간’으로 정했던 이날, 박 구청장은 본인의 고향이자 용산구의 자매도시인 경남 의령군의 지역 축제에 참석했다. 

이후 박 구청장은 용산구로 복귀했다가 인근 자택으로 귀가하는 길에 이태원의 ‘퀴논길’ 일대를 지났다. 퀴논길은 참사가 발생한 해밀톤 호텔 골목과 직선거리로 100m가량 떨어져 있는 곳이다. 그러나 박 구청장은 조치를 취하는 대신 권영세 통일부 장관 등이 포함된 텔레그램 채팅에 “인파가 많이 모이는데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박 구청장이 상황을 인지한 것은 오후 10시 53분, 현장에 도착한 것은 10시 59분이었다.

앞서 박 구청장은 지난달 31일 언론에 “전략적인 준비를 다 해왔고, 구청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은 다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행사 주최가 없다는 점을 들며 “이건 축제가 아니다. 핼러윈 데이에 모이는 일종의 ‘현상’이라고 봐야 되겠다”고 말해 논란이 인 바 있다. 이에 책임 회피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자 지난 1일 “관내에서 발생한 참담한 사고에 매우 송구하다”고 사과했다.

한편, 현재 경찰청 특별감찰팀은 류 총경과 이 전 서장을 대기발령 및 수사의뢰한 상태다. 특별수사본부는서울경찰청·용산경찰서·용산구청·서울시소방재난본부·서울종합방재센터·용산소방서·서울교통공사·다산콜센터·이태원역 등을 압수수색하고, 사고 당시 정황 및 책임을 규명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정한별 기자 hanbyeol.oab@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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