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뉴스투데이] 자녀가 재직하는 회사에 특혜를 줬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김지완 BNK금융지주 회장이 임기 만료 5개월 전 자진 사임했다. 김 회장은 국회 국정감사에서 제기된 자녀 관련 특혜 의혹이 금융감독원의 조사로까지 이어지자 사임을 결정한 것으로 추측된다. 이에 BNK금융지주는 차기 회장 선임을 위한 절차에 들어갈 예정이다. 노조는 정부의 낙하산 인사를 더 이상 용납할 수 없다며 내부 승계를 요구하고 나섰지만 차기 회장 선임 작업은 녹록치 않을 전망이다. 지주 입장에서는 내부 승계로 이어질 경우 폐쇄적인 조직이라는 오명을 쓸 수 있다. 또, 김지완 회장 이전 전임 회장인 이장호 회장과 성세환 회장 등 연이은 회장들의 불명예 퇴진에 차기 회장 선임을 두고 고심이 깊어질 전망이다.
자녀 특혜 의혹 압박, 김지완 회장 사임
7일 김지완 BNK금융지주 회장이 사임했다. 이날 BNK금융그룹은 그룹 전 계열사가 참석하는 긴급회에서 김 회장의 사임을 공식 발표했다. 김 회장의 자진 사퇴로 BNK금융지주는 차기 회장을 선임하기 전까지 직무 대행 회장 체제로 운영된다.
BNK금융지주 관계자는 김 회장의 건강 악화를 사임 이유로 들었다. 또, 그룹의 경영과 조직 안정 역시 김 회장이 사임을 결정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금융권에서는 김 회장의 사임 배경으로 자녀가 재직하는 회사에 특혜를 줬다는 의혹 제기 직후 금융감독원의 조사가 이어진 점을 결정적 이유로 보고 있다.
지난 10월 11일 열린 금융감독원 국정감사에서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은 김 회장 취임 이후 그룹사 지배구조를 본인과 측근 중심으로 맞추기 위해 최고경영자 경영승계 계획 변경 및 인사 조처를 남발한 점을 문제삼았다. BNK금융지주는 김 회장 취임 이후 지주 최고경영자(CEO) 후보군을 지주 사내이사(상임감사위원 제외), 지주 업무 집행책임자, 자회사 CEO로 제한하도록 경영승계 계획을 변경했다.
여기에 김 회장이 자신의 아들이 근무 중인 회사에 계열사 발행 채권을 몰아주기 정황이 있는 등 각종 편법적 행위 의혹을 제기했다. 지난 2018년 4월 BNK자산운용은 테크 사모펀드를 만들어 김 회장의 아들이 영업이사로 근무하던 A업체에 80억원을 투자했다. 이후 해당 펀드에서 연체가 발생하자 BNK캐피탈이 특수목적법인(SPC)을 통해 50억원을 대출해 줬다.
이후에도 김 회장의 아들이 한양증권 대체투자 센터장으로 이직한 후 한양증권의 BNK그룹 금융 계열사 발행 채권 인수 금액은 2019년 1000억원에서 2020년 8월 1조1900억원으로 대폭 늘었다. 관련 사실이 모두 사실일 경우 BNK금융그룹 내부 계열사간의 부당 거래는 물론 채권 몰아주기 등 편법 행위가 연이어 발생한 것이 된다.
금감원, BNK지주 등 현장검사로 압박
특히, 강 의원은 BNK금융지주를 정치판이라 규정했다. BNK금융지주의 총 9개 계열사 중 사외이사가 있는 계열사는 5개다. 강 의원은 이 중 더불어민주당 관련 인사가 사외이사로 있는 계열사가 많다는 문제를 지적했다. BNK금융지주 사외이사 중 문재인 전 대통령이나 노무현 전 대통령과 관련된 사외이사는 3명이다. BNK캐피탈 사외이사 중 2명도 민주당 관련 인사로 분류됐다.
이같은 의혹에 강 의원은 금감원의 조사를 촉구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해당 의혹과 관련해 원론적으로 문제점이 있는지 검사한 이후에 법에서 허용한 절차를 거치겠다는 입장을 밝혔고 국감 이후 금감원은 일주일만에 BNK금융지주에 대한 현장검사에 착수했다.
지난달 18일 금감원은 BNK금융지주와 BNK캐피탈, BNK자산운용 등 3개 회사에 대해 현장검사에 착수했다. 금감원은 김 회장의 자녀와 관련한 부당 내부거래 의혹과 채권 몰아주기 의혹, 그룹 회장 후보군을 내부 인사로 제한한 지배구조 문제 등 제기된 의혹에 대한 조사를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국금융산업노조와 부산은행 노조도 BNK금융지주의 관련 의혹에 강력한 수사를 촉구했다. 책임경영을 추구해야 하는 금융지주 경영진이 계열사를 동원해 가족의 이익을 위한 부당한 거래를 한 점과 정권이 금융지주를 정치적으로 악용해 친정권 인사가 지주사 회장으로 선임돼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시도에 대한 원천봉쇄도 거론했다.
3연속 회장님들의 불명예 퇴진에 고심
김 회장의 사임으로 BNK금융지주의 회장님들의 불명예 퇴진 역사는 다시 반복됐다. 2017년 취임한 김 회장은 한 차례 연임에 성공해 내년 3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임기 만료 5개월 전 사임했다.
2011년 취임한 초대 회장인 이장호 전 회장은 2017년 엘시티 개발 사업 과정에서 특혜 대출에 연루돼 청탁과 금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여기에 금융위원회 승인도 없이 계열사 요직을 겸임한 사실이 발각돼 자진 사임했다.
2대 회장인 성세환 전 회장은 주식 시세를 조종하는 등 주가 조작 혐의는 물론 채용 비리로 구속돼 자진 사임했다. 재판에서 성 전 회장은 징역 2년형을 받았다. 여기에 김 회장까지 자진 사임하면서 2017년 BNK금융지주가 내세운 이미지 쇄신에 브레이크가 걸렸다.
대한민국 최초 지방은행 금융지주회사인 BNK금융지주은 특성상 지역 사정이 밝고 내부 경험이 풍부한 내부 인사 출신의 1대, 2대 회장을 내세웠으나 연이은 자진 사임에 2017년 외부 인사인 김 회장을 영입했다. 기대를 모았던 김 회장 마저 자진 사임하자 BNK금융지주의 고심은 커질 전망이다.
3연속 불명예 퇴진이라는 오너리스크 속에 BNK금융지주 이사회는 지난 4일 이사회 회의에서 ‘최고경영자(회장) 경영 승계 규정’에서 외부 추천을 제한하는 규정을 일부 수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간 BNK금융지주는 대표이사 회장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거나 그룹 평판 리스크를 악화시킨 경우에만 외부 인사와 퇴임 임원 등을 회장 후보군에 포함할 수 있었지만 규정 수정으로 외부 자문기관의 추천을 통해 외부 인사를 회장 후보에 올릴 수 있도록 변경한 셈이다.
이는 김 회장이 취임 이후 지주 인사 시스템을 다시 내부 승계로 방점을 둔 것을 변경한 것으로 국감에서 제기된 최고경영자 경영승계 계획 변경 및 인사 조처 문제를 즉각 반영한 결정이다. 이에 금융노조는 기업은행과 한국자산관리공사 등에서 벌어진 정치권 낙하산 인사가 다시 영입되는 것에 우려를 나타냈다.
한편 BNK금융지주는 김 회장 사임서 제출로 인해 그룹의 경영 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빠른 시일내 이사회를 열고 임원후보추천위원회 등 차기 회장 선출을 위한 절차를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추후 회장직 후보에는 지주 사내이사와 계열사 대표이사는 물론 최근 변경된 규정으로 외부 자문기관의 추천을 받은 외부인사까지 범위가 확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