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뉴스투데이] 대통령실이 이번 동남아 순방 전용기에 MBC의 탑승을 불허하면서, 정부가 언론 자유를 통제하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지난 9일 오후 대통령실은 MBC 측에 “최근 MBC의 외교 관련 왜곡·편파 보도가 반복돼온 점을 고려해 취재 편의를 제공하지 않기로 했다”며 이번 동남아 순방에 MBC 기자들의 대통령 전용기 탑승을 허용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이어 대통령실은 “MBC는 자막 조작, 우방국과의 갈등 조장 시도, 대역임을 고지하지 않은 왜곡, 편파 방송 등 일련의 사태에 대해 어떠한 시정조치도 하지 않은 상태”라며 “이번 탑승 불허 조치는 이와 같은 왜곡·편파 방송을 방지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덧붙였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에 오는 11일부터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정상회의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등 참석을 위해 캄보디아 프놈펜과 인도네시아 발리를 차례로 방문할 예정이다.

10일 윤 대통령은 용산 대통령실에서 “대통령이 국민의 세금을 써가면서 해외 순방을 하는 건 중요한 국익이 걸려있기 때문”이라며 “기자 여러분께도 외교안보 이슈에 관해 취재 편의를 제공하는 것이다. 그런 차원에서 받아들여 주시면 좋겠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MBC 측은 “특정 언론사의 대통령 전용기 탑승 거부는 군사독재 시대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던 전대미문의 일”이라며, “탑승 거부는 언론 자유를 심각히 제약하는 행위”라고 밝혔다.

언론계 단체들도 속속 반발하고 나섰다. 한국기자협회, 방송기자연합회, 한국영상기자협회, 한국PD연합회, 전국언론노동조합 등 5개 언론 단체 역시 긴급 공동성명을 통해 “헌법이 규정한 언론자유에 대한 명백한 도전”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대통령실이 권력 비판을 이유로 특정 언론사에 대해 취재 제한 및 전용기 탑승을 배제하는 것은 대한민국 헌정사에서 유례를 찾을 수 없는 언론탄압이자 폭력”이라며 “반헌법적이고 반역사적인 취재 제한 조치를 즉시 취소하고 국민 앞에 사죄하라”고 요구했다.

또 이들은 “대통령 전용기는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며, 취재 비용은 각 언론사가 자비로 부담한다. 대통령 전용기 탑승을 사유재산 이용에 혜택을 주는 것처럼 인식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라며 “윤석열 정부가 납득할 만한 조처를 하지 않는다면 이번 사태를 언론자유와 민주주의에 대한 중대한 위협으로 규정하고 윤석열 정부와의 전면전도 불사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대통령실 출입기자단은 공동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대통령실 대표 취재 기자단에 속한 매체들은 이날 오전 총회를 열고 공동 대응하기로 의결했다. 다만 취재를 보이콧하는 등 구체적인 대응 방식에 대해서는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야당에서도 성토가 이어지고 있다. 안호영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권력 감시는 언론의 사명이다. 언론이 순방에 동행하는 것도 대통령의 순방외교를 감시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한 언론의 자유를 인정하고 보호하는 것이 대통령의 역할”이라고 지적했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 역시 “누가 봐도 이번 대통령실의 조치는 MBC가 뉴욕 순방 시 대통령이 행한 비속어를 그대로 보도한 데 대한 치졸한 보복행정이자 언론탄압”이라며 “무엇이 그토록 불안한 것인가. 지난 일로 언론에 보복행정을 할 한가한 때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한편, MBC는 앞서 지난 9월 미국 뉴욕을 방문한 윤 대통령이 욕설을 한 듯한 영상을 최초 보도하며 대통령실과 갈등을 빚어온 바 있다.

정한별 기자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