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뚤어진 관광 욕구] ①“배변까지 두고 가” 캠핑, 차박 열풍이 낳은 환경 오염
[삐뚤어진 관광 욕구] ①“배변까지 두고 가” 캠핑, 차박 열풍이 낳은 환경 오염
  • 이지혜 기자
  • 승인 2022.11.13 17: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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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6년간 전국 캠핑장 환경오염 위반 적발률, 34.4%
5년간 불법 백패킹 적발 4배 이상 증가, 위반사항 230건
주민 갈등 심해져 화장실, 주차장 폐쇄 입도 금지 하기도
자율 근무제, 워케이션 등 다양한 업무 형태의 변화는 관광에 대한 욕구를 날이 갈수록 높이고 있다. 팬데믹이 완전히 끝날 것으로 보이는 2023년엔 더욱 커질 것도 자명한 일이다. 코로나로 사람이 없는 바닷가에 발길을 끊었던 보호종 생물들이 돌아왔던 것처럼, 잠자고 있던 관광시장의 폭발은 그대로 환경의 변화로 돌아온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훌쩍 떠나고 싶은 그 단순한 욕구가 기후변화와 환경오염으로 귀결된다는 당연한 사실을 다시 한번 짚고 넘어가야 할 필요가 있다. 삐뚤어진 관광 욕구가 우리 사회 전반에 퍼트려 놓은 끔찍한 동물 학대와 자연 훼손의 사례를 되짚고, 지속 가능한 관광지 선택이 왜 중요한지 톺아본다. <편집자주>
(사진/뉴시스)
환경부가 지자체와 함께 실시한 캠핑장 및 야영장 배출 오수처리실태 특별점검에서도 최근 3년간 809건의 위반사항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픽사베이)

늘어나는 캠핑장, 체계 없는 규제

환경 오염과 동물 학대 등 자연에 생채기를 내는 삐뚤어진 관광 욕구는 지속해서 증가 중이다. 코로나19가 가져온 사회적 거리두기는 여행의 발길을 꽁꽁 묶었고, 잠재된 여행 욕구는 안전하고 프라이빗한 여행으로 분출됐다. 그 대표적인 트렌드가 바로 캠핑과 차박이다.

많은 미디어를 통해 차박이 새롭게 조명됐고, 유명 연예인이 멋진 차를 타고 홀로 캠핑을 즐기는 모습은 멋지기까지 했다. 실제로 CJ대한통운이 발표한 트렌드 리포트 <일상생활 리포트 2020-2021>에 따르면 차량용 아웃도어 텐트 물량은 코로나 이전보다 440% 증가했으며, 에어매트리스 에어블럭, 자충매트는 316%, 캠핑과 차량용 테이블, 폴딩박스 168%, 등으로 증가했다. 이 외에도 많은 수치가 팬데믹 동안 캠핑과 차박이 증가했음을 말해준다.

그러나 캠핑과 차박이 늘어나며 환경 오염 문제도 심각하게 대두됐다. 지난 10월 12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의원이 환경부와 각 지방 환경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최근 6년간 전국 캠핑장의 환경오염 위반으로 인한 적발률이 34.4%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환경부가 지자체와 함께 실시한 캠핑장 및 야영장 배출 오수처리실태 특별점검에서도 최근 3년간 809건의 위반사항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개선명령이 398건, 과태료 부과가 411건인 것으로 확인되었으며 방류 수질 초과배출, 오수 무단방류, 개인 하수처리시설 미설치, 내부청소 이행 여부 등의 점검내용에서 위반사항이 있었다.

과부하 된 캠핑장에 대한 규제가 체계화되어 있지 않은 것도 큰 문제다. 자료에 따르면 현재 등록돼 관리 중인 전국 2493개 캠핑장 및 야영장에 대한 최근 6년간 연평균 점검률은 3.1%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위반업체가 가장 많았던 해는 2020년으로 50곳이위반행위로 적발됐다.

(사진/뉴시스)
캠핑카(튜닝카 제외) 판매량은 2012년 638대에서 지난해 8755대로 9년 만에 10배 이상 늘었다. (사진/뉴시스)

주차장, 화장실 폐쇄는 물론 입도 금지까지

캠핑과 차박으로 인한 환경오염이 심해지자 주민들의 반발로 금지된 곳도 있다. 풍도가그렇다. 풍도는 섬백패킹의 성지로 불릴 정도로 유명한 백패킹 포인트였지만, 차가 들어갈 수 없는 곳인 만큼 쓰레기 분리수거가 쉽지 않아 금새 오염됐다. 제주도의 백패킹 성지라고 불리는 우도 역시 쓰레기로 몸살을 앓았고, 인터넷 검색만으로 백패커들이 우도에 남기고 간 상처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현재 국립공원에서의 백패킹 등 야영행위는 자연환경보전법, 자연공원법 등에 의해 지정된 장소 외에서는 금지다. 그러나 이와 관련한 위반 건수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국립공원공단이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불법 백패킹 적발은 2018년 23건에서 2021년 90건으로 4배 넘게 증가했으며 총 230건의 위반사항이 적발됐다. 지역별로는 지리산이 76건으로 전체의 33%를 차지해 가장 많았고 설악산이 24건, 북한산 22건, 태백산이 21건으로 뒤를 이었다.

차박, 노지 캠핑족들의 쓰레기 투척에 대한 문제는 2020년 3월부터 전국의 지자체에서 꾸준히 나오고 있다. 경범죄로 최대 7만 원의 범칙금을 부과할 수 있지만, 단속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지정된 장소 이외에서 행해지는 모든 캠핑·차박 행위는 불법이지만, 주말·휴일마다 많은 시민이 차박·캠핑 여행을 떠나고 있어 사고 위험, 환경 파괴 등 여러 우려가 잇따르고 있다.

캠핑 시장은 급성장했지만 시민 의식과 문화는 성장과 발맞추지 못했다. 난개발로 인한 환경 훼손과 쓰레기, 안전 등의 문제를 야기했을 뿐만 아니라 무분별한 차박·캠핑족들로 인해 지역 민원이 다수 발생, 화장실과 일부 주차장이 폐쇄된 사례도 있다. 심지어 야영이나 취사가 금지된 장소마저도 차박, 텐트, 캠핑카를 이용한 캠핑족들이 모여 주변에 있는 논이나 밭에서 자라는 작물을 뽑아가는 경우도 있다. 삐뚤어진 관광 욕구가 만들어낸 환경 오염의 현실이다.

게다가 최근엔 미디어를 통한 인기로 캠핑카 시장까지 급속도로 성장하며 우려의 목소리가 더 커지는 추세다. 최근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캠핑카(튜닝카 제외) 판매량은 2012년 638대에서 지난해 8755대로 9년 만에 10배 이상 늘었다. 2019년 한 자리 수 증가율(8.6%)을 보이며 주춤했지만, 지난해 판매량이 29.6%나 늘어났다. 한국교통안전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캠핑카 튜닝 승인 건수는 7709건으로 전년(2195건) 대비 3배 이상 증가했다. 올해 1~8월(7012건) 튜닝 건수도 이미 지난해 전체 튜닝 건수에 근접했다. 한국의 자동차 튜닝 시장 규모는 2025년까지 5조5000억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하지만 정작 차박 명소로 불리는 도내 항구와 섬이 차박족 쓰레기와 불법 주정차 문제로 몸살을 겪고 있다. 주민들은 해당 구간에 시선 유도봉을 설치하거나 욕설을 담은 현수막을 거는 등 차박족 거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지자체는 차박족 쓰레기와 불법 주정차로 주민 불편과 환경 오염이 심해지자 차량 출입을 제한하기도 했다.

(사진/뉴시스)
공원사무소는 국립공원 내 흡연 및 차박 등 자연공원법 위반 무질서 행위를 근절하기 위해 과태료를 강화했다. (사진/뉴시스)

바닷가 캠핑·낚시 차박, 규제 풀린다

규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매번 새롭게 갱신되는 차박족, 캠핑족의 기행 덕분에 법은 점차 강화되는 추세다. 공원사무소는 국립공원 내 흡연 및 차박 등 자연공원법 위반 무질서 행위를 근절하기 위해 과태료를 강화하고 불합리한 규제를 개선한 ‘자연공원법 시행령’ 개정령(안)이 지난달 25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되고 지난 1일부터 시행됐다고 밝혔다.

종전보다 강화된 과태료 부과 금액은 법제처 등에서 정한 과태료 상한액의 30% 이상으로 설정됐고 이는 국립공원 자연생태계 보호 및 음주로 인한 안전사고 예방이 주된 목적이다.

특히 ‘출입금지 행위’는 1차 적발 시 종전과 비교해 2배에 달하는 과태료(20만 원), ‘지정된 장소 밖에서 흡연행위’는 1차 적발 시 종전과 비교해 6배에 달하는 과태료(60만 원)가 부과되며 이는 올해 울진 등 지역에서 발생한 산불 및 화재에 대한 환경 당국의 강력한 조치의 일환이다.

하지만 바닷가의 규제 정책은 또 다른 문제가 우려된다. 눈살 찌푸리게 하는 무개념 관광객으로 인한 환경문제가 심각해지는데도 여전히 관광 수익에 목말라 편의 시설 개선이라는 명목으로 개발을 허용하고 있다.

지난 11월 9일, 해수부는 바닷가 지역에 캠핑장 및 화장실·샤워장 설치를 허용할 방안을 마련했다. 캠핑객은 증가하고 있으나 관련 편의시설이 없어 캠핑객들이 샤워·취사를 위해 바닷가 인근 공용화장실을 점거하고, 쓰레기를 투기하는 등 눈살이 찌푸려지는 일이 잦았기 때문이다.

찾아오는 관광객을 막을 길이 없는 정부가 편의시설 설치를 확대한다는 방침은 환영할 만, 하지만 문제는 다른 데 있다. 섬 관광, 스쿠버다이빙 등 관광자원과 마리나 선박을 연계한 관광상품인 호핑투어 등이 가능해 새로운 환경 오염 및 동물 학대 논란을 낳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해양수산부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해양수산 규제혁신 방안’은 정부의 성과중심·현장체감형 규제혁신 방침에 따른 것으로, 해양수산분야의 규제도 민간투자를 늘리고 신산업을 육성하는 등의 방향으로 대폭 개선을 예고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실효성 있으면서도 몸살 앓는 자연을 보호할 수 있도록 해당 차지 단체나 인근의 환경 단체와 손을 잡을 필요도 있다”면서도 “차박이나 캠핑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는 것을 막을 순 없지만, 환경 보호의 인식도 함께 증가할 수 있도록 교육하거나 미디어를 활용하는 방법도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충고한다.

이지혜 기자 2jh062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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