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뚤어진 관광 욕구] ② ‘가장 긴 종신형’ 동물판 고려장에 자해하는 앵무새까지
[삐뚤어진 관광 욕구] ② ‘가장 긴 종신형’ 동물판 고려장에 자해하는 앵무새까지
  • 이지혜 기자
  • 승인 2022.11.17 13: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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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태어난 침팬치, 적응 못해 해외 체험 동물원 보내려
“반복적이고 인위적 패턴의 체험, 교육적 효과 다시 생각해야”
동물원 폐사 77%가 인위적 죽음, 질병이나 사고, 감염병까지
최대 수명 50세인 벨루가, 수족관 오면 5년만에 다수 폐사
자율 근무제, 워케이션 등 다양한 업무 형태의 변화는 관광에 대한 욕구를 날이 갈수록 높이고 있다. 팬데믹이 완전히 끝날 것으로 보이는 2023년엔 더욱 커질 것도 자명한 일이다. 코로나로 사람이 없는 바닷가에 발길을 끊었던 보호종 생물들이 돌아왔던 것처럼, 잠자고 있던 관광시장의 폭발은 그대로 환경의 변화로 돌아온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훌쩍 떠나고 싶은 그 단순한 욕구가 기후변화와 환경오염으로 귀결된다는 당연한 사실을 다시 한번 짚고 넘어가야 할 필요가 있다. 삐뚤어진 관광 욕구가 우리 사회 전반에 퍼트려 놓은 끔찍한 동물 학대와 자연 훼손의 사례를 되짚고, 지속 가능한 관광지 선택이 왜 중요한지 톺아본다. <편집자주>
최근엔 경기도 평택시 한 동물원에서 좁은 우리 안에 사자를 사육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사진 속 사자는 바닥에 힘없이 누워 있었다. 사진은 대구의 한 동물원에서 무더위에 지친 사자들. (사진/뉴시스)

스트레스로 날개를 물어 뜯는 앵무새

지난 호 캠핑과 차박 등이 낳은 환경오염 사례를 둘러봤다면, 이번 호에서는 삐뚤어진 관광 욕구가 뻗친 동물 학대사례를 알아본다. 동물원과 아쿠아리움 등 동물 전시 시설은 아이들의 교육을 명목으로 여전히 성행 중이지만 동물을 타고 다니거나 체험을 빌미로 거침없이 만지고, 학대를 자행하는 경우가 다반사고 이는 곧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지난 9월, 동물원에서 죽은 낙타를 맹수 먹이로 준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운영자에게 집행유예가 선고돼 많은 사람을 충격으로 몰아넣었다. 운영자는 지난 2020년 2월 종양이 생긴 낙타를 치료하지 않고 폐사시킨 뒤 임의로 해체해 자신이 운영하는 다른 동물원에 먹이로 제공했다. 그는 재판에서 2019년 7월 일본원숭이, 긴팔원숭이, 그물무늬왕뱀, 미얀마왕뱀 등 국제 멸종위기종 8종을 사육하며 환경부에 사육시설 등록을 하지 않은 혐의 등도 받았다.

지난 5월에는 서울대공원이 다른 침팬지 무리와의 합사에 적응하지 못한 침팬지 2마리를 인도네시아 동물원으로 반출하려 해 논란을 빚었다. 동물보호단체와 일부 시민들은 방출돼 가는 인도네시아 따만 사파리가 동물들을 약물에 취하게 해 사진찍기 체험에 동원하거나 학대를 한 것이 폭로돼 문제를 제기했다. 당시 서울서 나고 자란 침팬치가 동물원에 적응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체험 위주의 해외 동물원으로 방출한다는 것은 비 인류애적 행동이라는 지적과 ‘동물판 고려장’이라는 비난이 심해지자 여론에 따라 반출을 취소하는 대신 미국동물원수족관리협회(AZA)의 종 보전프로그램(SSP)에 따라 반출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에는 테마파크 내에 있던 앵무새가 날개 일부가 훼손된 채 날갯질을 하며 울고 있는 영상이 인터넷을 달궜다. 당시 SNS에서는 해당 앵무새의 날개 상태를 보고 ‘윙 컷’(날지 못하도록 날개의 일부를 자르는 것)인지, 앵무새의 자해인지 논란이 있었다. 관계자는 영상에 대해 “앵무새 두 마리 다 윙컷을 하지 않은 지 꽤 됐다”며 “스트레스로 저 친구들이 자학으로 물어뜯는 것 같다. 학대하는 게 아니다”고 해명했고, 당시 영상을 접한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열악한 사육환경에 따른 스트레스성 자해 행동으로 분석했다.

2012년엔 한 동물원이 동물에게 개사료를 주는 모습이 방송에 포착됐다. 해당 동물원은 전기요금까지 밀린 상태였다. 동물원 측에서는 경영난이라 어쩔 수 없다고 항변했다. 최근엔 경기도 평택시 한 동물원에서 좁은 우리 안에 사자를 사육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사진 속 사자는 바닥에 힘없이 누워 있었다. 사자는 결국 폐사했다.

아쿠아리움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벨루가의 평균 수명은 약 35세지만,
아쿠아리움에 전시되는 벨루가는 훨씬 빨리 폐사한다. (사진/픽사베이)

한국의 유일한 북극곰이던 통키가 이런 환경 속에서 사망했다. 통키는 2018년 사망 당시까지 1970년대에 지은 우리에 살고 있었다. 섭씨 34도의 폭염 속에서 우리에 물 한 방울 없이 방치됐다. 같은 장소를 빙빙 돌고, 머리를 계속해서 흔들었다. 동물이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을 때 보이는 행동이었다. 논란 끝에 통키는 그 해 11월 영국 동물원으로 떠나게 되었다. 그러나 통키는 한국을 떠나지 못하고 사망했다. 통키는 24살이었다. 사람으로 치면 70세를 넘은 고령이었다.

동물 학대 사례는 동물원 뿐만 아니라 아쿠아리움에서도 심각하게 제기된다. 실제로 2016년 4월, 서울의 한 아쿠아리움에서 벨루가 한 마리가 패혈증으로 숨졌고 그로부터 3년 뒤인 2019년 10월 17일에 벨루가 한 마리가 또 사망했다. 야행에서 평균 30~35년, 최대 50년까지 살지만 해당 아쿠아리움에서 숨진 벨루가들의 나이는 각각 5살과 12살이었다.

아쿠아리움의 수조는 자연광이 완전히 차단돼 햇빛을 전혀 볼 수 없다. 그로 인해 벨루가들은 관람객들이 내는 소음에 그대로 노출된 채, 제대로 몸을 숨기거나 쉴 수도 없이 지내야 한다. 뿐만 아니라 벨루가나 돌고래는 자신이 ‘잡혔다’는 걸 인지하는 고등동물인 만큼 시설 동물로서 우울증을 앓고 있을 가능성도 충분히 제기된다.

월간 환경 잡지 에코뷰의 보도에 따르면, 1990년부터 2017년 2월까지 국내 수족관에 전시된 98마리 중 폐사한 돌고래 수는 52마리며 폐사한 돌고래의 평균 수명은 4년이다. 또 돌고래는 하루 100km를 이동하는 동물이지만, 국내 수족관의 돌고래 수조 길이는 평균 30m라고 밝혔다.

최재천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석좌교수이자 생명다양성 재단 대표는 “벨루가는 시력이 좋지 않아 불룩한 이마 부분에서 초음파를 내보내 물체를 감지하는데, 수족관에선 초음파를 내보내면 곳곳에서 초음파가 벽에 부딪혀 계속해서 돌아오게 된다. 사람으로 따지면 이명을 앓는 것과 같은 고통에 시달리고 있을 것”이라고 꼬집기도 했다.

이처럼 국내의 동물원, 아쿠아리움의 동물 학대 사례와 그로 인한 폐사는 셀 수도 없이 많다. 환경부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등에 따르면 2016년부터 2021년 7월까지 국내 동물원이 사육하는 국제적멸종위기 야생동물(CITES) 1854마리가 폐사했다. 이 중 77.2%가 자연사가 아닌 다른 이유로 죽었다. 대다수의 사인은 질병이나 사고다. 인수공통감염병으로 사망한 경우까지 있다.

아쿠아리움은 벨루가의 방류를 약속했지만, 아직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사진은 아쿠아리움의 벨루가 방류를 촉구하는 환경단체 핫핑크돌핀스 회원의 1인 시위. (사진/핫핑크돌핀스)

동물원은 빅토리아 시대의 유물

영국에 기반을 둔 환경 자선 단체 캡스 (CAPS: The Captive Animals’ Protection Society)의 자료에 따르면 ‘동물원(Zoo)’이라는 용어는 1800년대 초, 런던동물학회(The Zoological Society of London)가 설립되면서 사용되기 시작했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나갈 무렵에는 영국에 동물원이 14개밖에 없었으나, 50년대 말과 60년대 초에 증가하면서 80년대에는 영국에 동물원이 무려 250곳에 이르게 되었다. 오늘날 동물원은 빅토리아 시대의 유물로, 동물계에 대한 지식이 늘어난 지금은 동물원의 존재 의미에 대해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동물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의 가장 큰 이유는 아이들의 교육이다. 부모는 아이들에게 특이한 것을 알려주고 싶고, 책에서만 보았던 동물을 직접 보여주고 싶은 마음에 동물원을 찾는다. 캡스에 따르면 미국 동물원을 대상으로 한 조사한 결과, 대부분의 관람객이 한 동물 우리를 보는데 3분이 채 걸리지 않으며, 적게는 8초밖에 안 되는 경우도 많다. 또 영국의 에딘버러 동물원 (Edinburgh Zoo)에서 6개월 동안 조사한 바에 따르면, 지나가는 방문객의 80%가 거논 원숭이 (Guenon Monkeys)에게 관심을 보였으나 평균 33초밖에는 지켜보지 않았다. 우리는 이 평균 시간이 아이들의 교육에 ‘도움’ 되는 이 시간이 수많은 생명을 창살 없는 감옥에 가둬야 할 가장 큰 명분이 될까를 생각해 봐야 한다.

전문가들은 "진정한 교육 목적이 되려면 인간이 아닌 다른 동물에 대해 이해할 수 있는 교육이 돼야 한다. 동물이 어떤 존재이고 어떻게 살아가는지가 교육의 목적이 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그런데 동물원 우리 안에 있는 동물을 보고 실제 그렇게 살아간다고 생각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청결과 위생, 그에 따른 감염 문제도 간과할 수 없다. 몇년 전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가 전국 체험동물원 20개 업체의 실태를 조사한 보고서에 따르면 사육장 없이 관람객이 있는 곳에 동물을 풀어놓고 전시하거나 사육장 밖으로 꺼내 전시하는 등, 관람객과 동물 사이에 경계가 없는 ‘무경계 ·근거리’ 전시형태가 성행하고 있었다. 상시로 동물과 접촉을 할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관리 인원은 충분히 배치되지 않고 있었다. 또한, 인수공통감염병 전파와 안전사고 발생 위험이 큰 방법으로 동물과 관람객이 접촉하고 있는 곳이 많았다.

지난 9월 서울대공원 동물원에서 인수공통전염병인 우결핵이 1년 넘게 창궐하며 멸종위기인 아메리카테이퍼, 개미핥기 등을 포함한 동물 50여 마리가 안락사 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진 것은 이런 의문에 힘을 더한다. 게다가 서울대공원 동물원은 해당 사실을 1년 넘게 은폐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동물권단체들에 따르면 최소한의 등록 기준만 충족하면 누구나 동물원을 설립할 수 있고 점검·관리의 의무는 없어 동물원이라는 이름으로 동물을 학대하는 시설만 우후죽순 늘어나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교육적 목적에서의 동물원?

아쿠아리움에 전시되는 동물 역시 이런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아쿠아리움을 운영하는 한 기업은 벨루가 두 마리의 연이은 죽음에 직면해 2019년 10월 마지막 남은 ‘벨라’를 바다로 방류하겠다고 발표했고, 2020년 7월 방류기술위원회를 발족하며 2021년 말까지 방류적응장으로 이송하겠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그런데 방류 약속 2년이 넘었지만 기업은 이를 시행하지 않고 있다.

정부 자료에 따르면 2016~2021년 전국 수족관에서 수명을 마감한 고래만 26마리였다. 현재 남아있는 전체 수족관 고래보다 6년간 죽어나간 고래들이 더 많다. 사망한 고래들의 수족관 평균 체류기간을 보니 5년(반입일 불분명한 5마리 제외)에 불과했다. 수족관에 들어온 지 평균 5년이면 폐사했다는 뜻이다.

아쿠아리움에서는 조련사의 안내에 따라 동물의 등에 올라타는 악습이 체험 이벤트라는 명목으로 이어지고 있다. 대전의 한 아쿠아리움에는 조련사가 악어에게 물을 뿌린 뒤 나무 막대로 눈과 입 주변을 여러차례 두드린 뒤 사람들을 악어에 태운다. 벨루가 타기를 여전히 체험으로 이어가고 있는 거제씨월드는 퍼시픽리솜 소유였던 큰돌고래를 무단 반입해 정부로부터 고발당하기도 했다.

동물단체는 동물들에게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이러한 행위를 금지하기 위한 법적 근거 마련을 오래전부터 주장해왔다. 동물권단체들은 현행 '동물원 및 수족관의 관리에 관한 법률(동물원수족관법)'과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야생생물법)'은 야생동물의 안전을 위해 전혀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1909년 우리나라 최초의 동물원인 창경원이 문을 연지 100년이 넘도록 우리나라에는 동물원의 운영과 관리를 규율하고 동물복지를 보장하기 위한 법률이 없었다”며 “2017년 ‘동물원 및 수족관의 관리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었지만 동물원 허가제나 종별 사육환경 요건 등 동물복지를 담보할 수 있는 조항은 모두 삭제된 채로 통과돼 동물원에 있는 동물들의 삶은 나아진 것이 없다”고 지적했다.

동물권단체들에 따르면 최소한의 등록 기준만 충족하면 누구나 동물원을 설립할 수 있고 점검·관리의 의무는 없어 동물원이라는 이름으로 동물을 학대하는 시설만 우후죽순 늘어나고 있다.

최근에는 이러한 내용을 포함한 개정법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를 통과했다. 이 법은 공중의 오락이나 흥행의 목적으로 보유동물에게 불필요한 고통을 가하는 행위 등을 금지한다. 또 수족관 등록제를 허가제로 전환하고, 정신·육체적 스트레스를 가해 동물복지를 저해하는 행위를 제한하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여전히 남아있다. 축제 기간이면 꽃마차를 끄는 말을 비롯해 라쿤, 개, 고양이 카페 그리고 고래류를 가까이서 보려는 선박 관광 등이 그것이다. 심지어 최근에는 제주도청 공식 유튜브 채널에 남방큰돌고래를 괴롭히는 듯한 영상이 입상작으로 올라와 있어 문제 되기도 했다. 선박관광 규정 위반 사례가 계속되자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해양수산부는 시민단체와 전문 돌고래 연구자들까지 참가시켜 선박관광업체들과의 간담회를 개최하고 ‘국민감시단’ 운영 등의 대책을 내놓았지만, 국민감시단 운영 계획은 아직 실행되지 않고 있다.

동물단체들은 “동물원 쇼는 훈련시키는 과정에서 동물들이 원치 않는 행위를 반복적으로 해야 하고, 자연환경에서 하지 않는 행동을 인위적으로 학습시키는 것으로 아이들의 교육은 물론 동물에게도 명백한 학대”라며 “그릇된 관광욕구로 동물을 이용하는 악습은 더이상 없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지혜 기자 2jh062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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