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취미는 무엇인가요? 생각만 하면 마음 설레는 것은 무엇인가요?
미팅에서 처음 만난 사람이 단골로 할 수 있는 뻔 한 질문이지만
사실, 나는 딱히 좋아하는 것도, 취미도 없다.
누가 그랬듯 독서는 취미는 아닐 것이고, 그렇다고 TV 시청이 취미는 될 수 없지 않을까?
가끔 달리기를 하고는 있지만 마음 설레는 것이라고 하기엔 부족하다. 만사를 제쳐두고 하는 것은 아니고 언제든 다른 일이 생기면 후순위로 밀려나는 것이기에…….
나이가 들면서 감정이 둔감해졌는지 가슴 설레며 뭔가를 해 본 적이 거의 없다.
중년의 삶은 다 그러지 않을까? 스스로를 위로하지만, 그러기엔 너무 변명 같기도 하다.
나랑 동갑인 친구는 뒤늦게 배운 도둑질이 무섭다더니 주말이면 무슨 일이든 다 제치고 배드민턴을 치러 간다. 너무 무리를 해서 무릎이 상해도 점프를 덜하면 된다며 지금껏 한 번도 빠지지 않고 나간다.
왜 그렇게 배드민턴을 열심히 하느냐고 물었더니 주중에 일에 더 집중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의료기기 영업을 하고 있는 친구는 이런 사람, 저런 사람, 별의별 사람들을 다 만나고 다닌다. 내 성질대로 할 수 없는 일이 영업이라 당연히 스트레스도 받고, 좌절하고, 힘든 상황에 많이 마주하게 된다.
하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배드민턴으로 땀을 흘리고, 마음 맞는 사람들과 신나게 웃고 떠들고 나면 주 5일의 영업일도 견딜 수 있게 되고, 계속 해나갈 수 있는 힘을 얻게 된다고 한다. 그 말을 들은 이후 나는 가능하면 주말엔 그 친구를 방해하지 않는다. 그 친구에겐 좋아하는 배드민턴이 일종의 탈출구이기 때문에…….
그러고 보니 자주 가는 카페 주인도 탈출구를 하나 마련해놓고 있다.
그 누구보다 독실한 기독교인 그는 카페 내부도 기독교적인 분위기로 꾸몄다.
하지만 손님이 그리 많지 않다. 직접 만든 빵이 팔리지 않아 유통기한이 지나 폐기를 해야 하는 심정은 어떨까? 손님이 너무 없어 늘 적자라며 차라리 가게를 접고, 다시 취직을 하는 것이 훨씬 마음이 편할 것 같다며 늘 하소연을 한다.
그런 그가 기독교 얘기나 교회사람 얘기를 하면 갑자기 표정이 밝아진다.
얼굴에 웃음이 가득하며 일요일 교회 가는 날만 기다리는 사람 같다. 손님이 없으니 일요일도 카페를 열어 손님을 받는 것이 어떠냐는 농담 섞인 제안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카페가 망하는 일이 있어도 절대 그럴 수는 없다며…….
그에게는 교회 가는 일이 일주일을 견딜 수 있는 힘인 것 같다.
골프에 푹 빠져있는 오빠는 시도 때도 없이 골프동영상을 본다.
젊은 애들 마냥 가족이 다 모인자리에서도 동영상을 보느라 여념이 없다.
주말에 골프를 더 오래, 잘 치기 위해 운동을 하며 몸도 만들고 있다.
운동으로 활력이 생기다보니 모든 일에 의욕적이다. 한번은 ‘수능 볼 나이에 누가 나에게 하버드 갈래? PGA를 갈래? 라고 묻는다면 두말할 것도 없이 PGA를 택했을 거’라고 했다.
이들의 일주일은 나의 일주일과 같지 않다.
기다려지는 주말이 있고, 그 주말은 즐겁고, 가슴 떨리는 날이다. 그 주말은 주중에 생길 수 있는 스트레스도 거뜬히 견딜 수 있는 힘이 된다.
기다려지는 주말이 있기에 인생은 무미건조하지 않고 활력을 가지게 된다.
미치도록 집중할 수 있는 뭔가가 있다는 것이 전체 삶을 이렇게도 행복하게 한다. 나에게도 가슴 떨리는 일이나 정말 좋아하는 취미가 있다면 지금보다는 좀 더 신나게 시간을 보낼 수 있지 않을까? 적어도 오늘이 어제 같고, 내일도 오늘 같은 그렇고 그런 날들이 아니라 뭔가를 기대하게 되고, 그 기대 때문에 일주일이, 하루하루가 더 행복해질 수 있겠지.
더 이상 중년 운운할 것이 아니라, 가슴 설레는 일을 찾아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