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뚤어진 관광 욕구] ③ “관광을 빙자해 멸종위기 동물을 학대” 우영우 경고는 어디로?
[삐뚤어진 관광 욕구] ③ “관광을 빙자해 멸종위기 동물을 학대” 우영우 경고는 어디로?
  • 이지혜 기자
  • 승인 2022.11.20 17: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삐뚤어진 드라마 후폭풍, 환경 파괴하는 선박 관광의 ‘진짜 문제’
지느러미 손상되고 사냥하던 무리가 해체… 남방큰돌고래의 ‘위기’
영국 “크루즈 산업이 환경에 영향”, 베네치아 운하 “큰 배 금지”
국내 첫 선박관광 처벌법 통과… “실효성 의문이지만 보완해 나가야”
자율 근무제, 워케이션 등 다양한 업무 형태의 변화는 관광에 대한 욕구를 날이 갈수록 높이고 있다. 팬데믹이 완전히 끝날 것으로 보이는 2023년엔 더욱 커질 것도 자명한 일이다. 코로나로 사람이 없는 바닷가에 발길을 끊었던 보호종 생물들이 돌아왔던 것처럼, 잠자고 있던 관광시장의 폭발은 그대로 환경의 변화로 돌아온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훌쩍 떠나고 싶은 그 단순한 욕구가 기후변화와 환경오염으로 귀결된다는 당연한 사실을 다시 한번 짚고 넘어가야 할 필요가 있다. 삐뚤어진 관광 욕구가 우리 사회 전반에 퍼트려 놓은 끔찍한 동물 학대와 자연 훼손의 사례를 되짚고, 지속 가능한 관광지 선택이 왜 중요한지 톺아본다. <편집자주>
(사진/핫핑크 돌핀스)
남방큰돌고래 무리로 다가오는 두 관광 선박들. (사진/핫핑크 돌핀스)

국제보호종 돌고래 생존 위협하는 선박 관광

"돌고래를 보겠다고 배를 탄 채 돌고래를 쫓아다니는 선박 관광은 결국 개체 수를 감소시킵니다. 지느러미가 다칠 수도 있고, 스트레스 때문에 출산율이 낮아지기도 하니까요. 즉 이 업체들은 관광을 빙자해 멸종위기 동물을 학대하고 있는 것입니다."

얼마 전 ‘우영우 신드롬’까지 일으키며 화려하게 종영한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고래를 보러 배를 타고 쫓아가는 선박 관광을 두고 이렇게 말했다. 환경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아니 드라마 속 맥락을 읽을 줄 아는 사람이라면 이 말의 의미가 무엇인지 모를 수 없다. 환경 단체 및 많은 사람이 “드라마로 인해 선박 관광의 위험성을 알려서 다행”이라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현실은 처참했다.

드라마 방영 이후, 드라마의 인기가 고래로의 관심을 만들었고 이는 아이러니하게도 선박 관광의 부흥을 가져왔다. 삐뚤어진 관광 욕구가 낳은 삐뚤어진 현실이다. 드라마 이후 제주에만 하루에 관광선 운항 횟수가 20회 이상으로 늘었다. 드라마 전에는 한 척에 20~30명이 탔다면 드라마 이후 40~50명을 꽉꽉 태운 배가 돌아다니고 있다. 사정은 울산도 마찬가지였다. 드라마가 끝난 8월 1~15일 사이에만 관광객 4924명(19회 운항)이 울산 앞바다 고래관광선을 탔다. 이는 지난해 전체(6472명, 65회 운항)의 76%에 달하는 수치다.

동물 보호 단체 핫핑크 돌핀스는 성명서를 통해 제주도에서 선박 관광의 실태를 고발하고 있는 대표적인 환경 단체이다. 핫핑크 돌핀스는 수시로 선박 관광이 선박 돌고래 특히 제주 남방큰돌고래에게 얼마나 큰 피해를 끼치는지 알리고 있다. 돌고래들의 주요 서식처에서 자행되는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선박 관광은 등지느러미 절단 등의 신체적 상해를 비롯해 어미와 새끼 돌고래들의 위협감을 유발하고 건강하고 안전하게 살아갈 권리를 침해한다.

또한 돌고래들의 공동사냥을 방해해 영양 결핍을 초개하고 사교 활동, 휴식시간을 방해해 극심한 스트레스를 유발할 수 있다. 결국 건강악화와 번식률 저하로 인한 멸종 가속화를 더하는 일이다. 실제로 등 지느러미가 잘린 돌고래가 발견되거나 몇 해 전 동물 전시 시설에서 방류된 제돌이 무리가 관광 선박이 나타나자마자 흩어지는 모습을 하루가 멀다 하고 발견하고 있다.

자료에 따르면 2017년부터 남방큰돌고래들의 최대 서식처인 제주 서남부 지역에서 돌고래 선박 관광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당시 해양수산부는 가이드라인을 통해 선박을 이용해 제주 남방큰돌고래를 관찰할 경우 돌고래 무리 300미터 이내에서는 속도를 줄이고, 50미터 이내로는 선박 접근을 금지하는 규정을 만들었다. 그러나 이는 업체들이 자율적으로 이행하도록 하는 규정에 불과해 위반하더라도 아무런 처벌이 이뤄지지 못해 문제로 지적되었다. 해양보호생물 남방큰돌고래를 대상으로 하는 선박 관광 업체들이 늘어나고 업체가 도입한 선박수도 늘어나면서 규정 위반 사례도 폭증했다.

현재 제주 서남부 지역에는 5개 선박 관광업체가 성업 중이며, 특히 돌고래 무리 한가운데로 달려드는 수상오토바이와 모터보트 등에 대한 처벌도 불가능하다보니 돌고래들의 지느러미 손상 등 심각한 신체 훼손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핫핑크 돌핀스가 현장에서 증거를 포착해 관련 사진과 영상을 공개한 돌고래 선박 관광 규정 위반 적발 건수도 2021년에는 최소 15건, 올해는 현재까지 9건에 이른다.

(사진/핫핑크 돌핀스)
선박 관광의 엔진에 손상을 입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남방큰 돌고래의 잘려나간 지느러미.
(사진/핫핑크 돌핀스)

크루즈 산업, 코로나19 확산한 원인이기도

관광 선박이 자연에 야기하는 문제는 국내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얼마 전 영국 일간지 인디펜던트가 보도에 따르면, ‘유럽 ​​환경 및 인간 센터(European Center for Environment and Human Center)’의 로라 플레밍 교수는 국제 해양 오염 저널(Marine Pollution Bulletin)에 “크루즈 산업이 환경과 인간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는 내용의 논문 평가를 게재했다.

플레밍 교수는 200개 이상의 과학 논문에서 크루즈 산업이 환경과 인간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는데 그 결과, 남극 유람선에 탑승한 승객은 단 7일 동안 유럽인이 1년 동안 배출하는 평균 이산화탄소량을 배출했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평균적으로 크루즈 선박에서 하루를 쓰는 에너지가 호텔에서 하룻밤을 보내는 것에 비해 12배나 더 많았다.

독일자연보호협회(NABU)에 따르면 6000명의 승객을 태우는 대형 크루즈선은 하루에 10만 갤런(380톤) 가량의 연료를 소비하며, 하루 동안 자동차 8만4000대의 자동차에 해당하는 이산화탄소와 자동차 100만 대 이상의 미세먼지, 이산화황을 배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선박은 바다거북과 해양 포유류와의 충돌이 잦아 해양 생물의 삶도 위협한다고 밝혔다. 크루즈 선박에서 발생하는 폐기물 역시 전 세계 해운 산업에서 발생하는 전체 폐기물의 1/4을 차지할 정도로 컸다.

실상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에 크루즈 산업은 관광 부문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한 산업으로 꼽혔다. 전 세계적으로는 2012년부터 2018년까지의 기간 동안 운항을 진행 중인 크루즈 선박 수가 이전에 비해 약 48%나 증가했다. 이는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의 원인으로 지목되기도 했다. 코로나19 대유행이 시작된 이후, 처음 몇 달간 약 40척 이상의 유람선에서 코로나19에 감염된 이들이 발견됐다. 그 첫 사례로 지난해 2월, 영국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에서 총 700명의 감염자가 발생했다. 이로 인해 탑승자 9명이 사망했다.

이와 관련, 과학자들은 이제 크루즈 산업에 대한 국제적인 규모의 규제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스페인 지로나 대학(University of Girona)의 연구원인 조셉 연구 주저자이자 연구원인 조셉 로렛 박사는 인디펜던트와의 인터뷰를 통해 “크루즈 운항으로 인한 바다와 인체 건강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국제적인 규제 법안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편 이탈리아 베네치아도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 이후 17개월 만에 대형 크루즈선이 운항을 제기했는데, 동시에 ‘크루즈선 반대운동’이 시작되기도 했다. 수년간 ‘오버투어리즘’으로 파괴된 자연환경이 코로나 봉쇄 조치 이후 관광객의 발길이 끊기자 일부 회복됐는데 최근 국경이 다시 개방되며 “모든 것이 과거로 돌아갈 것”이란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베네치아 주데카 운하에서 9만 2000t급 크루즈선 MSC 오케스트라호가 승객 650여 명을 태우고 운항을 시작하자 지상에 있는 주민들과 환경운동가 수백 명은 항의 시위를 벌였다. 소운하의 골목을 메운 작은 보트에 탄 시민들은 오케스트라호 주위를 맴돌며 “큰 배 금지”(No Big Boats)라고 쓰인 깃발을 흔들고 당장 운항을 중지하라고 외쳤다.

‘물의 도시’ 베네치아는 코로나19로 관광객이 급감하자 운하가 맑아지며 작은 물고기가 떼지어 다니는 모습이 관측된 곳이다. 대형 선박이 다시 운항을 시작하면 이런 모습을 다시 보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으로 현지 환경 운동가들은 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여기에 가수 믹 재거, 배우 틸다 스윈턴 등 문화계 인사들은 대형선박 관광을 중단하라고 촉구하는 공개서한을 발표하기도 했다.

(사진/핫핑크 돌핀스)
해양보호 동물에게 과도하게 접근하는 행위가 금지될 예정이지만, 실효성은 여전히 의문이다.
(사진/핫핑크 돌핀스)

선박 관광 업체, 규정 위반 시 과태료 부과

한국 역시 환경 운동가들의 지속적인 노력 끝에 작은 변화가 생기고 있다. 활동가들은 직접 카약을 타고 해상에 나가 선박 관광 중단을 촉구하는가 하면 동시에 해양수산부와 제주도 그리고 해경 등 관계기관에 지속적해서 강력한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구체적으로는 승선 관광객 대상 생태교육 의무화, 선박 내 규정 위반 신고 핫라인 설치, 정부기관의 단속 강화 및 감독관 또는 시민감시자 의무 승선, 운용 선박 하루 관광 횟수 제한, 해양보호생물 대상 관광시 허가제 도입, 규정 위반 시 벌점 또는 과태료 부과, 위반 누적 시 영업 정지 및 면허 취소, 해안선 1해리 내 선박 관광 금지구역 설치 등의 합리적이고 실질적인 대책을 제시해왔다. 시민들 역시 국민신문고를 통해 돌고래 위협 관광이 사라지도록 지속적인 민원을 제기했다.

노력 끝에 드디어 남방큰돌고래 무리에 과도하게 접근하거나 먹이를 주는 등 규정을 위반하는 선박 관광 행위에 대해 처벌이 이뤄질 예정이다. 국회는 지난 9월 제400회 제7차 본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위성곤 국회의원(서귀포시)이 대표 발의한 해양생태계 보전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가결했다.

이 개정안은 해양보호생물에 대한 관찰활동 제한 등을 위해 서식실태 조사 범위에 해양보호생물을 추가하고, 해양보호생물에 대한 방해 및 교란 행위 유형을 구체화하면서 세부사항은 해양수산부령으로 정하도록 하는 등 일부 미비점을 보완하는 것을 주 내용으로 하고 있다.

특히 △해양보호생물에 과도하게 접근하는 행위 △규정된 속도 이상으로 선박 등을 운항하는 행위 △해양보호생물에게 임의로 먹이를 제공하는 행위 △그 밖에 해양보호생물의 이동이나 먹이활동을 방해할 우려가 있는 행위로 해양수산부령으로 정하는 행위에 대해 2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도록 근거 조항을 신설했다.

핫핑크 돌핀스는 성명을 통해 법안을 환영하면서도 “이제 해양생태계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로 돌고래들을 괴롭히는 관광선박에 대한 처벌이 가능해졌으나, 겨우 과태료 200만 원 이하에 불과하기 때문에 업체들의 위반 방지 효과에 의문이 제기된다”고 우려를 드러냈다. 이어 “해양생태계법 체계 안에서는 기존 처벌조항과의 형평성이 있어서 규정 위반 업체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기대할 수 없다”며 “그렇다면 멸종위기에 처한 제주 남방큰돌고래에 대한 보다 강력한 보호를 위해 해양포유류보호법 등의 새로운 법 제정과 해양생물보호구역 지정, 선박 관광 금지, 생태법인 도입 등의 후속 조치들이 뒤따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지혜 기자 2jh0626@naver.com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