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뚤어진 관광 욕구] ④정권 교체로 너도나도 케이블카 재추진, 멸종위기 보호는?
[삐뚤어진 관광 욕구] ④정권 교체로 너도나도 케이블카 재추진, 멸종위기 보호는?
  • 이지혜 기자
  • 승인 2022.11.24 11: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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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산 오색 케이블카, 정권 교체로 규제 풀리자 재추진 ‘봇물’
정부 환경영향평가 완화에 대구, 울주, 부산, 제주 등 설치 의지
보호종 서식 파괴 비롯한 난개발 논란으로 환경단체와 갈등
자율 근무제, 워케이션 등 다양한 업무 형태의 변화는 관광에 대한 욕구를 날이 갈수록 높이고 있다. 팬데믹이 완전히 끝날 것으로 보이는 2023년엔 더욱 커질 것도 자명한 일이다. 코로나로 사람이 없는 바닷가에 발길을 끊었던 보호종 생물들이 돌아왔던 것처럼, 잠자고 있던 관광시장의 폭발은 그대로 환경의 변화로 돌아온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훌쩍 떠나고 싶은 그 단순한 욕구가 기후변화와 환경오염으로 귀결된다는 당연한 사실을 다시 한번 짚고 넘어가야 할 필요가 있다. 삐뚤어진 관광 욕구가 우리 사회 전반에 퍼트려 놓은 끔찍한 동물 학대와 자연 훼손의 사례를 되짚고, 지속 가능한 관광지 선택이 왜 중요한지 톺아본다. <편집자주>
(사진/ 픽사베이)
 지난 2월, 환경단체 회원들이 강원 양양군 군청 정문에서 설악산 오색 케이블카 설치 반대를 주장하며 공무원들과 충돌했다. (사진/ 뉴시스)

내설악, 울산바위 등 몸살 앓는 설악산

몇 해 전까지 수차례로 제기됐던 케이블카 환경파괴 논란이 최근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그동안 환경 훼손 등을 이유로 설치가 무산됐던 지자체들이 윤석열 정부의 환경영향평가 같은 환경 규제 완화 방침을 밝히며 접근성을 높여 관광객을 끌어들이기 위한 명목으로 재추진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곳이 몇 해 전 무산된 설악산 오색 케이블카 사업이다. 당시 문재인 정부는 산양 보호 문제로 사업을 무산시켰지만 김진태 강원도지사 취입 후 다시 속도를 내는 모양새다. 지난 7월 취임한 김진태 강원도지사가 이 사업을 최우선 추진 과제로 정할 만큼 의지가 강하다.

설악산 오색 케이블카 사업은 양양군 서면 오색리 466번지와 설악산 대청봉 왼쪽 봉우리인 끝청(해발 1480m) 사이 3.5km 구간에 케이블카를 설치해 시간당 825명을 태우는 것이 목표다. 사업 추진은 1982년부터 시작됐다. 강원도 차원에서 사업을 진행했으나 중앙정부가 환경 훼손에 대한 우려로 허가를 내주지 않았고 환경 단체 등의 반대 역시 심했다. 1995년부터는 ‘오색 케이블카’란 이름으로 사업이 추진지만 또다시 환경 문제와 맞물려 허가가 나지 않았고 2010년에는 환경부가 직접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지만 문화재청에서 반대해 무산됐다.

이후 2019년 환경부가 환경영향평가를 한 결과 오색케이블카 착공이 무리라는 입장을 내놨으나 국민권익위원회 중앙행정심판위원회가 환경부의 결정이 부당하다고 판결하면서 다시 불씨를 살렸다. 이후 2년 동안 환경영향평가 보완 요구를 두고 양양군과 강원도, 환경부가 공전을 거듭했고 결국 지난해 7월, 환경부가 환경영향평가 보완 요구 사항을 양양군에 전달했다.

(사진/ 픽사베이)
설악산 케이블카 설치 반대와 관련해 환경단체들은 멸종위기 1급 야생생물인
산양의 서식지 보호를 중요한이유로 내세웠다.(사진/ 픽사베이)

환경단체 “산양 멸종 불러올 것” 경고

당시 양양군은 크게 반발했다. 환경부는 산양 위치 추적기 부착, 케이블카 공사 구간 전 지역에 대한 박쥐 서식지 조사, 지형·지질 관련 시추 조사를 통한 안전성 검증 등 환경영향평가 보완 요구 했다. 산양에게 위치 추적기를 부착해 개체 수, 서식 현황을 상세히 조사하라는 것이다. 그러나 개체 수가 적은 산양은 발견하기 어렵고, 절벽에 서식하는 습성상 포획 과정에서 산양의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문제점이 있다. 그럼에도 환경부는 시행을 촉구했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반 안정성 분석을 위해 설악산에 구멍을 뚫는 시추 조사도 하라고 했다. 양양군은 이런 요구 조건과 관련해 "요구 조건이 황당하다 못해 괴기스럽다"고 공식 입장문까지 발표했다.

이처럼 답보 상태를 거듭하던 케이블카 사업이 정권 교체로 인해 탄력이 붙은 것이다. 강원도와 양양군은 내년 초까지 환경영향평가 재보완을 마치고 지방재정투자심사, 백두대간개발행위 사전 협의, 국유림 사용허가 등 케이블카 착공까지 남는 11개 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다.

설악산 케이블카 요구는 이 뿐만이 아니다. 설악산 서쪽에 있는 인제군도 2016년 ‘내설악백담사케이블카추진위원회’를 꾸리는 등 설악산에 케이블카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 주민들은 용대주차장에서 백담사까지 7㎞ 구간에 직선거리 3.8㎞의 케이블카를 설치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고성군 역시 울산바위 인근 성인면까지 편도 1.52km길이의 ‘울산바위 케이블카’를 설치하겠다고 나섰다. 고성군이 설치하려는 케이블카는 운행시간은 매일 오전 10시부터 밤 9시까지로 시간당 800명 정도 수용할 수 있다. 시설로는 상·하부 정류장과 매표소, 판매시설, 휴게 편의시설, 주차장 등이 조성되며, 상부 정류장에는 야간 경관조명도 설치해 체류형 관광객 유치에 도움이 되도록 한다는 것이 고성군 계획이다. 개장은 2024년 10월이 목표다.

환경단체는 여전히 케이블카에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지난 5월 설악산국립공원지키기강원행동 등 7개 단체는 강원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색케이블카 사업 백지화를 요구했다. 이들은 멸종위기 1급 야생생물인 산양의 서식지 보호를 중요한 이유로 내세웠다. 단체는 케이블카 예정지 주변에 감시카메라를 설치했더니 산양 38마리의 움직임이 확인됐다며 “사업 대상지에서 새끼산양의 배설물이 발견됐다. 이 지역은 산양의 주 서식지일 뿐만 아니라 산란처(번식지)라고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곳에서 케이블카를 운영하면 소음과 진동으로 산양의 서식환경이 파괴되고 심하면 산양의 멸종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게 환경단체의 주장이다.

또한 설악산뿐 아니라 전국 국립공원에 케이블카 사업이 남발될 수 있는 시발점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울산바위 케이블카는 국립공원 경계 지점에서 추진하는 것으로 환경영형평가와 경관적 측면에서 충분히 논란이 될 것”이라고 주장하는 환경단체의 입장은 논의를 수면 위로 올려두었다. 게다가 더 큰 문제는 “대통령 당선자가 선거운동 기간 오색케이블카 추진을 약속하면서 ‘국립공원이라도 케이블카를 무조건 설치하겠다’는 식의 메시지를 줬고, 이것이 지방선거와 연결돼 전국적인 케이블카 건설 붐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사진/ 픽사베이)
환경 규제가 풀리자 답보 상태였던 지방의 케이블카 사업이 줄줄이 재개되고 있다.(사진/ 픽사베이)

전국 지자체 강한 의지에 개발은 속도전

이처럼 정권 교체에 이은 환경 규제가 풀리자 답보 상태였던 지방의 케이블카 사업이 줄줄이 재개되고 있다. 홍준표 대구 시장은 갓바이 케이블카 설치를 재추진하고 나섰고, 20년째 답보 상태였던 울산 울주군 '영남알프스 케이블카' 사업도 재개될 예정이다. 새로 부임한 이순걸 울주군수는 영남알프스 케이블카 사업에 강한 추진 의사를 밝혔기 때문이다.

2000년부터 민간개발과 공영개발 사이를 오가던 신불산 케이블카 사업 역시 지난해 3월 사업자가 선정되며 민간개발이 추진 중이다. 울주군은 환경영향평가와 인허가 절차를 거쳐 내년 9월 착공, 2025년 8월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부산시에서도 도심에 있는 황령산에 케이블카를 설치하는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경북 문경시는 신현국 시장이 취임한 이후 자신의 공약인 주흘산 케이블카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 대전시는 민선 7기 당시 시민단체 반대로 무산된 보문산 케이블카를 재추진하고 나섰다.

전북 군산시와 새만금개발공사는 고군산군도 일대에 국내 최장인 4.8㎞ 길이의 케이블카를 추진하고 있다.

전주시는 현 우범기 시장의 공약인 한옥마을 케이블카를 추진키로 했다. 몇 해 간 반대에 부딪혀 공사 중단과 재개를 반복한 거제 케이블카 역시 환경 파괴 논란에도 불구하고 올해 운행을 시작했다.

현재 전국에서 운영 중인 관광 케이블카는 20곳에 이르고 전국 20여 개 지자체에서 케이블카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가장 우려되는 지역은 바로 제주도다. 제주도는 사실 우리 사회의 케이블카 설치 반대운동과 환경 문제 이슈가 발생한 가장 대표적인 지역이다. 지난 1999년부터 2002년 사이에 본격적으로 전개되었던제주도 한라산 케이블카 설치 계획은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제주지역 상공업자들은 한라산 케이블카가 중요한 관광 상품이 된다고 주장했지만, 반대 운동 단체들의 격렬한 반대에 부딪혀 번번이 무산됐다. 이후 2005년에 제주 도지사는 케이블카 포기 선언했으나, 2013년 제주 비양도 해상 케이블카 사업이 좌초되는 등 수많은 시도 끝에 올해또 다시 ‘제주 우도 해상케이블카 개발사업’이 기지개를 켰다. 그러나 몇 달 뒤인 지난 9월, 제주도는 (주)한백종합건설과 ㈜고현종합건설, ㈜유신 등 업체 3곳이 제출한 우도 해상케이블카 개발사업 시행예정자 지정 신청을 이날 반려했다.

이처럼 수많은 지역에서 지역 발전과 환경보호 그리고 케이블카 설치로 인한 관광객 유입은 끝없는 대립을 낳는다. 환경 보존과 개발은 양날의 검이다. 전문가들은 “더욱 꼼꼼하게 체크하고 안전하게 문제를 해결해 사업을 진행해야 인간과 자연이 같이 생존할 수 있다”며 입을 모은다.

이지혜 기자 2jh062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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