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덴버 죽이기’... 권력은 무섭다
‘존 덴버 죽이기’... 권력은 무섭다
  • 곽은주 기자
  • 승인 2022.11.26 17: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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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혹이 부른 죽음

<존 덴버 죽이기>는 필리핀 영화다. 15회 시네말라야독립영화제 작품상, 남우주연상, 주제가상, 편집상, 촬영상, NETPAC심사위원상까지 6관왕을 포함해 전 세계 영화제 15관왕을 수상했다. 24회 부산국제영화제 뉴커런츠 경쟁 부문 초청되어 주목받은 작품으로 필리핀 상업영화 중 공식적으로 첫 국내 극장 개봉작이다.

'존 덴버 죽이기' 스틸컷, 존의 어머니(메릴 소리아노), 존(쟌센 막프사오),   (주)트리플픽쳐스 제공
'존 덴버 죽이기' 스틸컷, 존의 어머니(메릴 소리아노), 존(쟌센 막프사오), (주)트리플픽쳐스 제공

<존 덴버 죽이기>는 어느 날 학교에서 일어난 일이다. 가난하지만 평범한 학생 존 덴버(쟌센 막프사오). 필리핀 한 가톨릭 고등학교에 다니는 존 덴버는 친구들과 축제 때 보여줄 댄스 준비에 한창이었다. 연습이 끝나고 하교하는 존을 붙잡고 미코이는 훔쳐 간 아이패드를 내놓으라며 시비를 건다. 실랑이 끝에 존과 미코이는 몸싸움을 하게 되고, 그 장면을 다른 친구가 스마트폰으로 찍어서 페이스북에 올린다. 공교롭게 이 동영상은 학부모, 교사, 경찰 등 어른들의 커뮤니티로까지 번진다. 동영상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크게 확산된다. 결국 존은 도둑 누명과 함께 질 나쁜 학생으로 낙인찍히고 범죄자로 경찰에 연행까지 된다. 혼자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막다른 골목에 선 존 덴버.

존 역을 한 쟌센 막프사오(2004)연기 경험이 없는 시골 출신으로 첫 스크린 데뷔작 <존 덴버 죽이기>로 시네말라야, FAP 어워즈 등에서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신인답지 않은 묵직한 연기로 스크린을 압도한다.

'존 덴버 죽이기' 스틸컷,  (주)트리플픽쳐스 제공
'존 덴버 죽이기' 스틸컷, 가운데 존(쟌센 막프사오), (주)트리플픽쳐스 제공

영화를 연출한 아덴 로즈 콘데즈 감독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불거진 다양한 사건들을 토대로 시나리오를 집필했다. 친구를 괴롭힌 영상이 온라인에 공개되자 도주한 소년, 전자기기를 훔쳤다는 혐의를 받은 시골 소년, 극단적인 선택의 순간을 페이스북을 통해 생중계한 소녀 등,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소셜미디어와 관련된 사건들을 수집했다. 이러한 충격적인 실화를 바탕으로 <존 덴버 죽이기>가 탄생됐다고 연출 의도를 밝혔다. <존 덴버 죽이기>는 감독의 첫 장편 데뷔작.

영화는 필리핀 내에서뿐만 아니라 한국의 학생들도 맞닥뜨릴 수 있는 이야기다. 사회적 폭력, 인터넷 폭력, SNS의 무분별한 오염을 다룬다. 영화는 학생과 교사, 가족을 넘어 사회에 경각심과 교훈을 준다. 필리핀 상업영화 중 공식적으로 첫 번째로 한국에 개봉하는 영화이기 때문에 더욱 뜻깊다고 주한 필리핀 대사 마리아 테레사 디존-데베가는 지난 23일 개봉 기념 특별 시사회에서 소감을 밝혔다.

'존 덴버 죽이기'스틸컷, (주)트리플픽쳐스 제공
'존 덴버 죽이기'스틸컷, (주)트리플픽쳐스 제공

영화의 우울한 주제와는 별개로 <존 덴버 죽이기>이국적인 필리핀의 시골 풍경이 아름답게 펼쳐진다. 감독은 필리핀의 현실을 마치 다큐멘터리처럼 생동감 있게 담으면서도 서정시 같은 아름다운 풍경을 화면 곳곳에 펼쳐 놓았다. 마치 잔혹 동화처럼. 빼어난 연출이다.

감독은 존이 겪는 부당함을 학교와 대치시켜 보여주며, 가톨릭 학교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학내 문제란 점을 의도적으로 부각시킨다. 학교뿐만 아니라 경찰, 사회복지사와 맞서는 미성년 존. 강압적인 권력에 속수무책인 존의 마지막 선택까지 과장 없는 리얼리티가 살아있다는 점이 이 영화의 큰 미덕이며 서늘한 울림이다.

곽은주 기자 cineeun60@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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