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뚤어진 관광 욕구] ⑤“미래 관광의 패러다임 바꾼다” 지속 가능한 관광지에 쏠리는 눈
[삐뚤어진 관광 욕구] ⑤“미래 관광의 패러다임 바꾼다” 지속 가능한 관광지에 쏠리는 눈
  • 이지혜 기자
  • 승인 2022.11.28 13: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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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방문 목적지가 장기적으로 유지돼 후대까지 이어질 ‘지속 가능한 여행’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 겪으며 지속 가능한 여행 더욱 부각돼, 세계 곳곳
항공사 지속가능한 기능성 연료 사용, 호텔은 일회용 플라스틱 없애기 동참
국내, 지속 가능한 여행 필요성 깨닫고 있지만, 실효성 ‘갸웃’… 제도 마련돼야
자율 근무제, 워케이션 등 다양한 업무 형태의 변화는 관광에 대한 욕구를 날이 갈수록 높이고 있다. 팬데믹이 완전히 끝날 것으로 보이는 2023년엔 더욱 커질 것도 자명한 일이다. 코로나로 사람이 없는 바닷가에 발길을 끊었던 보호종 생물들이 돌아왔던 것처럼, 잠자고 있던 관광시장의 폭발은 그대로 환경의 변화로 돌아온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훌쩍 떠나고 싶은 그 단순한 욕구가 기후변화와 환경오염으로 귀결된다는 당연한 사실을 다시 한번 짚고 넘어가야 할 필요가 있다. 삐뚤어진 관광 욕구가 우리 사회 전반에 퍼트려 놓은 끔찍한 동물 학대와 자연 훼손의 사례를 되짚고, 지속 가능한 관광지 선택이 왜 중요한지 톺아본다. <편집자주>
지속가능한 여행이 세계적 트렌드가 되고있다. (사진/픽사베이)

여행객 급감했지만, 자연보호 중요성 인식

지난 호까지 관광 산업의 개발에 훼손된 자연 그리고 동물들의 사례를 자세히 들여다봤다. 관광이 자연에 미치는 악영향은 한국뿐만 아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전 세계는 이제 ‘지속 가능한 관광’에 눈을 돌리고 있다. 인간의 삐뚤어진 관광욕구가 만든 오버 투어리즘(관광지의 수용 한계를 초과해 지나치게 많은 여행객이 들어오는 현상)도, 그 반대인 언더투어리즘도 아닌 지속 가능성을 생각하는 것이다.

스카이스캐너의 지속 가능성 리더 샘 에드워드(Sam Edwards)는 “일정 수준 또는 단계를 유지하는 ‘지속 가능성’이 핵심이자 답이다. 여행과 방문하는 목적지가 장기적으로 유지되어 후대에도 그곳을 방문하고 즐길 수 있는 가능성을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이동 제한이 장기화하면서 여행객이 급감하고 관광 산업은 큰 타격을 받았다. 유엔무역개발협의회(UNCTAD)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인해 전 세계 관광산업이 약 4800조원의 경제적 손실을 입었다.

반면, 여행객이 줄면서 새롭게 눈에 띄는 현상들도 있다. 이탈리아 베네치아가 대표적이다. 15만 명을 수용할 수 있는 소규모 도시에 매년 2400만 명의 관광객이 방문하며 환경 파괴가 심각했던 베네치아는 코로나19를 겪으며 다시 청정도시로 거듭났다. 팬데믹이 끝나고 다시 관광객의 유입이 시작되자 베네치아에선 큰 배를 금지하자는 환경 단체의 움직임이 활발하다.

태국, 필리핀 등 관광 의존도가 높은 국가 역시 마찬가지다. 이 국가에선 관광객 감소로 환경파괴가 줄자 거대거북, 코뿔새 등의 개체수가 늘어나며 생물다양성이 회복됐다. 대기오염이 줄면서 처음으로 인도에서 히말라야산맥을 볼 수도 있었다.

이런 사례들은 팬데믹이 끝나고 여행 산업이 활성화하는 지금 더욱더 화두다. 샘 에드워드의 말처럼 장기적으로 목적지가 유지돼 후대에도 방문할 수 있는 가능성을 만드는 데 사람들은 집중한다. 재생 여행은 더 나아가, 여행과 관광이 지역 사회에 영향을 최소화하는 것뿐만 아니라 유익하게 만드는 것이기 때문이다.

글로벌 여행 브랜드들이 지속가능한 여행을 위한 노력에 동참 중이다. (사진/픽사베이)

세계 유명 여행 브랜드, 지속 가능성 단체 가입

이에 해외에서는 지속 가능한 관광의 긍정적 영향에 따라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항공기다. 지속 가능한 여행을 위해 가장 먼저 논의된 것이 이동 수단의 탄소 배출량 감소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NGO 서스테이너블 트래블 인터내셔널의 조사에 따르면, 관광산업은 전 세계 탄소배출량 중 약 8%를 차지하며 그중 절반 이상은 항공을 비롯한 교통수단에 의한 것이다. 이에 단거리 비행이 많은 유럽의 경우 열차로 이동이 가능한 거리를 오가는 항공편을 축소·폐쇄하는 추세다.

또한 국제 항공편을 운영하는 항공업계는 지속 가능한 항공연료(SAF)를 사용해 화석연료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있다. EU 집행위원회가 최근 목적지와 관계없이 EU 역내 국가에서 출발하는 모든 항공기에 SAF 혼합 사용 의무화 방침을 발표한 것도 이런 움직임을 돕는다. 이에 따라 유나이티드항공은 한 해 동안 SAF 연료 340만 갤런을 사용하겠다는 목표를 세웠고, 델타항공 역시 SAF 연료 사용을 위한 계약을 체결했다. 구글 맵, 스카이스캐너 등의 서비스에서는 자체 산출 방식을 기반으로 동일 경로에서 탄소배출량이 평균보다 적은 항공권을 고객에게 추천하기도 한다.

항공과 가장 대표적인 여행 필수로 취급되는 호텔을 비롯한 숙박업체도 변화 중이다. 하얏트, IHG호텔앤리조트, 메리어트, 포시즌스 등 전 세계 유명 호텔들은 지속 가능한 운영을 위해 관광지를 보호하고 지원할 목적으로 설립된 비영리 단체인 ‘Sustainable Hospitality Alliance’에 가입했다. 이니셔티브는 인권, 청년 고용, 기후 행동, 물 관리 등을 주요 4개 목표로 삼고 적극적 대응을 약속했다. 탄소배출량 저감을 위해 일회용 플라스틱을 줄이고 생분해성 용기를 사용하거나 소형 어메니티 대신 대형 어메니티를 활용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위 호텔 체인 브랜드 중에는 칫솔 등의 일회용 어매니티가 제공되지 않고 있다.

여행 플랫폼도 이런 움직임에 적극 동참 중이다. 부킹닷컴, 스카이스캐너, 트립어드바이저, 구글 등은 지속 가능한 여행 연합체 ‘트래벌리스트(Travalyst)’에 합류했다. 트래벌리스트는 여행의 의미를 재정의하며 항공 이용부터 숙소, 여행지 관광까지 여행의 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배출량과 환경 부담을 줄이기 위한 프레임워크를 개발한다. 구글은 여행객들이 숙소의 지속가능성 정보를 투명하게 얻을 수 있도록 숙소 검색에 '친환경 인증'정보를 보여주는 기능을 추가했다. 검색자가 나뭇잎 마크를 클릭하면, 해당 업체가 받은 친환경 인증 종류와 자세한 지속가능성 정보를 열람할 수 있도록 했다. 부킹닷컴은 숙소가 시행하는 지속 가능 관련 이니셔티브를 여행객이 볼 수 있도록 공개한다. 이처럼 각 플랫폼은 그린 투어리즘, EU 에코라벨 등 공인 기관으로부터 인증받은 숙소에 별도로 인증마크를 제시하는 등 친환경 정보 제공에도 적극적이다.

한국의 지속 가능 관광지수는 비교적 낮지만,
늦게나마 지속 가능한 여행에 동참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지속 가능한 관광지수, 한국 99개국 중 78위

국내 상황은 어떨까? 얼마 전 유로미터 인터내셔널은 관광 목적지, 관광 기업 등이 지속 가능한 관광 모델을 형성할 수 있도록 각 국가별 지속 가능한 관광지수를 발표했다. 환경적 지속 가능성, 사회적 지속 가능성, 경제적 지속 가능성을 비롯한 7개 분야에서 전 세계 99개국의 지속 가능성을 평가한 결과 스웨덴이 전체 1위에 올랐다. 2위는 핀란드, 3위는 오스트리아가 뒤를 이었고, 한국은 78위였다.

구글은 환경경영인증(ISO14000), 친환경관광인증(어스체크·Earth Check), 친환경건축물인증(LEED)등 약 29개의 친환경인증 프로그램이 등록되어 있으며, 물ㆍ폐기물ㆍ에너지ㆍ자재 수급 분야의 지속가능성 정보를 명시하고 있다. 기업은 구글의 '비즈니스 프로필' 기능을 통해 자발적으로 지속가능성 정보를 명시할 수 있지만, 친환경 마크를 획득하기 위해선 제3자의 검증을 받아야 한다. 국내에서는 글로벌 호텔 브랜드 힐튼과 인터콘티넨탈 소유의 숙소가 친환경인증마크를 받지만 국내 기업은 아직 없다.

국내의 지속가능한 여행 트렌드는 세계적인 추세에 나란히 걷진 못하지만, 늦게나마 조금씩 생겨나는 분위기다. 지난해 12월 정부는 국내 관광 생태계의 새로운 10년을 끌어갈 최상위 계획을 발표했는데, 2022년부터 2031년까지 관광산업이 향해야 할 방향으로 ‘지속 가능성’을 꼽았다. 특히 지난해 10월 새로 시행된 관광진흥법 제48조 3항에 따르면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에너지·자원의 사용을 최소화하고 기후변화에 대응하며 환경 훼손을 줄이고, 지역주민의 삶과 균형을 이루며 지역경제와 상생발전 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관광자원의 개발을 장려하기 위하여 정보제공 및 재정지원 등 필요한 조치를 강구할 수 있다. 이는 소비 중심의 관광이 불러오는 환경 오염을 최소화하고, 젠트리피케이션처럼 기존 주민들에게 피해를 주는 현상을 줄일 수 있게 하자는 취지다.

그러나 구체적인 지속가능한 여행을 어떻게 국내에서 할 수 있을지, 국내 여행업체들이 지속가능한 여행을 실행할 수 있는 정부적 지원은 실질적으로 없는 상황이다. 이제서야 기지개를 켰지만, 아직 구체적인 실효성은 입증하지 못했다. 모든 면에서 100% 지속 가능한 목적지는 없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완전한 지속 가능성을 위해 시민, NGO, 기업, 지역 및 중앙 정부, 그리고 관광객이 모두 힘을 합쳐 노력해야 한다”면서도 “정부 차원의 지속 가능한 여행을 위한 개발을 게을리해서는 안된다”고 입을 모은다.

이지혜 기자 2jh062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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