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체크】 10·29 참사 후 한 달...책임 피하는 정부
【이슈체크】 10·29 참사 후 한 달...책임 피하는 정부
  • 정한별 기자
  • 승인 2022.11.29 17: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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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관할 실무자에 집중된 특수본 수사
이상민 행안부 장관 사퇴론, 침묵하는 정부
유족 모임 첫 구성...진상규명·정부책임 강조
이태원 참사 한 달을 맞은 29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 참사 현장에 한 시민이 추모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국뉴스투데이] 10·29 참사 이후 한 달이 지난 시점에서, 경찰청 특별수사본부(이하 특수본)의 수사를 포함해 윤석열 정부는 총체적인 책임을 쥔 윗선의 책임은 묻지 않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한 달 만에 유족들이 첫 공식 모임을 구성한 가운데 이후 이어질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에도 이목이 모인다. 

특수본 수사 한 달...실무진 책임만

지난달 29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에서 158명의 목숨을 앗아간 참사가 발생한 지 한 달이 지났다. 참사 3일 만인 지난 1일 출범한 특수본은 출범 직후부터 용산경찰서, 용산소방서, 용산구청, 이태원역, 서울경찰청, 경찰청 등에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벌였고, 주요 피의자들을 소환해 거듭 조사했다. 

현재까지 입건된 피의자는 총 17명이다. 먼저 지난 7일 ▲박희영 용산구청장 ▲최성범 용산소방서장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 ▲류미진 용산경찰서 총경 ▲용산경찰서 정보과장 ▲용산경찰서 정보계장 등 6명이 입건됐다. 

이어 지난 23일 ▲전 서울경찰청 상황3팀장 ▲전 용산경찰서 112상황실장 ▲용산경찰서 정보과 직원 ▲서울경찰청 정보부장 ▲유승재 용산구 부구청장 ▲용산구청 안전건설교통국장 ▲용산구청 재난안전과장 ▲용산소방서 현장지휘팀장 ▲이태원역장 등 9명이 추가 입건됐다. 이외 해밀톤 호텔 대표이사와 소방노조가 고발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까지 더해졌다. 

특히 특수본은 관련 책임자들이 참사 전 안전 관리 대책을 수립했는지, 참사 당일 현장에서의 대응이 적절했는지를 중점적으로 살폈다. 이외에도 용산경찰서 내 정보보고서 삭제 회유 의혹, 용산경찰서의 기동대 투입 요청 여부, 이태원역의 무정차 요청 여부, 희생자 명단 공개 논란, 희생자에 대한 2차 가해 처벌 등도 핵심이 됐다. 특수본은 이번 주 중으로 수사 초기 입건된 주요 피의자 중 구속 영장 신청 대상을 선별할 예정이다. 

28일 김동욱 특수본 대변인은 취재진이 지난 한 달간의 수사에 대한 평가를 묻자 “사안을 엄중하게 받아들이고 있고, 밤낮없이 열심히 수사했다. 국민들이 보기에 다소 지지부진하다고 느낄 수 있겠지만 형사책임을 묻기 위한 수사를 위해 차근차근 단계를 밟고 있다. 조금만 더 지켜봐 달라”고 말했다.

책임 피하는 정부

다만 현재까지 입건된 17명 가운데 구속되거나 재판에 넘겨진 사례는 없을뿐더러, 이태원을 관할하는 기관의 책임자나 실무자들에게만 수사력이 집중돼 있다는 지적이 이어져 온 바 있다.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에 대해 특별감찰팀이 한 차례 감찰을 진행하기도 했으나, 윤희근 경찰청장 등 이른바 ‘윗선’에 대한 소환 조사는 한 차례도 없었다. 소방노조에 의해 고발된 이상민 행안부 장관의 집무실은 압수수색에서도 제외됐으며, 오세훈 서울시장이나 대통령실 등은 거론조차 되지 않았다. 

참사 직후부터 이상민 행안부 장관에 대한 파면 요구 역시 빗발쳐왔지만 이에 대해서도 윤석열 대통령은 응답하지 않고 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은 해임결의안 발의에 나선 상태다. 28일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자진사퇴나 파면을 기다려왔지만 참사 한 달이 다 되도록 언제까지 책임을 회피하고 뭉개기로 갈 것인지 납득되지 않는다”며, 29일 민주당 의원총회를 소집해 당론을 모은 뒤 내달 2일 본회의 처리를 해임건의안을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장관 등 국무위원에 대한 해임건의안은 재적의원 3분의 1 발의와 2분의 1 찬성으로 의결할 수 있어, 국민의힘의 협조 없이 민주당 단독으로도 처리가 가능하다. 해임건의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더라도 대통령은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지만 그럴 경우 탄핵소추안 발의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은 국정조사 결과에 따라 책임을 묻자는 합의에 위배된다고 반발하고 있지만, 여론은 물론 앞서 유족들 역시 이 장관의 책임을 진실 규명의 선행 조건으로 꼽은 만큼 해임 요구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3일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은 국정조사 실시에 합의하고 예산안 처리 이후 본격적으로 실시하는 데 뜻을 모은 바 있다. 

지난 22일 서울 서초구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에서 이태원 참사 희생자 유가족들이 입장발표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 22일 서울 서초구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에서 이태원 참사 희생자 유가족들이 입장발표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유가족 첫 공식 모임 구성

한편 28일 유족들은 처음으로 공식적인 모임을 만들겠다는 뜻을 밝혔다. 희생자 65명의 가족은 이날 성명서를 내고 가칭 ‘10·29 이태원 참사 희생자 유가족 협의회’를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성명서에서 유족들은 “모든 희생자 유족들이 언제든지 합류할 수 있는 협의회다. 정부에 유족들의 목소리를 정확하게 전달하고, 희생자들의 억울한 죽음에 대한 진상을 규명하며 책임자들에게 합당한 책임을 묻고자 한다”고 말했다. 

특히 유족들은 “참사 한 달이 되어가지만 유족들이 서로의 안부를 묻고 함께 소통할 수 있도록 하는 정부의 조치가 없었기 때문에 유족들이 스스로 자발적으로 모였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제대로 된 사과와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다. 참사 초기부터 책임을 회피하고 거짓 해명을 하는 등 유가족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줬다”고 지적했다.

또 “희생자들이 언제 어떻게 사망했고, 어떻게 그 병원으로 가게 됐는지, 향후 어떤 조치가 취해질 것인지를 유가족들에게 설명해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며 “유족들의 의사를 전혀 묻지 않고 일방적으로 위패 없는 합동분향소를 운영하고 추모 기간을 설정했으며 선심 쓰는 양 장례비와 위로비를 지급한다”고 토로했다.

유족들은 “제대로 된, 빠짐없는 진상 및 책임 규명이 아니라 일부 책임자들에 대해서만 수사와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왜 국가 배상을 검토하겠다는 이야기부터 하는가. 국가 배상을 받아 봤자 우리가 사랑하는 158명의 희생자는 돌아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지난 22일 유족들은 처음으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사과와 철저한 책임 규명, 2차 가해 방지와 피해자 지원 대책 마련 등을 촉구한 바 있다.

한편, 서울시 공공데이터에 따르면 참사 직전 한 달 동안 52만여 명이 방문했던 이태원역은 지난 24일까지를 기준으로 참사 발생 후 방문자가 절반가량인 26만여 명으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참사가 발생한 이태원1동의 소상공인의 매출액은 지난달 같은 주 대비 61.7% 줄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영업결손액을 피해 금액으로 인정하는 등 이태원 상인들을 위한 특별지원 방안을 마련했지만, 한동안 방문객 감소가 계속될 전망인 만큼 상권 위기 회복을 위한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정한별 기자 hanbyeol.oab@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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