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서해 피격 사건’ 서훈 구속...정치 보복 논란으로 심화
【포커스】 ‘서해 피격 사건’ 서훈 구속...정치 보복 논란으로 심화
  • 정한별 기자
  • 승인 2022.12.06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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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욱·김홍희 이어 서훈 구속
‘자진 월북’ 판단 경위 쟁점

문재인 “신뢰 자산 꺾었다” 유감 표명
야당서 전 정부 정치 보복 비판 제기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이 지난 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이 지난 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국뉴스투데이]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에 관련해 서훈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구속되면서, 검찰과 현 정부가 정치 보복을 의도로 문재인 정부 당시 인사들을 겨냥한 수사를 본격화하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 구속

지난 3일 서훈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구속됐다. 서 전 실장은 해양수산부 공무원 고 이대준씨가 서해에서 북한군 총격으로 숨진 다음날인 지난 2020년 9월 23일 오전 1시경 열린 관계 장관회의에서 관련 기밀 정보를 무단 삭제하라고 지시한 혐의를 받는다. 아울러 피격 사실이 알려지자 이씨가 자진 월북한 것으로 속단하고 국방부·국가정보원·해양경찰청 등 관계기관의 보고서나 보도자료에 허위 내용을 쓰게 한 혐의도 받고 있다. 

지난 2020년 9월 21일 해양수산부 공무원이었던 이대준씨는 서해 최북단인 소연평도 해상에서 어업지도선을 타던 중 실종됐고, 서해상에서 북한군에 의해 피살됐다. 당시 해경은 이씨 실종 8일만에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하며 이씨가 자진 월북했다고 발표했지만, 지난 6월 2년 만에 발표한 최종 수사 결과 발표에서는 “월북 의도를 인정할 만한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다”며 당시의 발표 내용을 뒤집었다.

이에 이씨의 유족들은 당시 고위급 결정권자들을 잇달아 고발하며 자진 월북이었다는 발표가 나오게 된 경위를 밝히라고 촉구해왔다. 서 전 실장을 포함해 문재인 전 대통령, 강경화 전 외교부 장관, 박지원 전 국정원장, 서욱 전 국방부 장관, 김홍희 전 해양경찰청장, 김종호 전 민정수석, 이광철 전 민정비서관, 노영민 전 청와대 비서실장 등 16명이 고발된 상태다.

지난 8월 22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북한군에 피살된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대준 씨의 친형 이래진 씨와 유족의 법률대리인 김기윤 변호사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 8월 22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북한군에 피살된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대준 씨의 친형 이래진 씨와 유족의 법률대리인 김기윤 변호사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앞서 지난 2일 서 전 실장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검찰은 사고가 발생한 시기와 비슷한 때 같은 해역에서 진행한 현장 검증 결과를 제시하며, 사건 당시 해상이 어둡고 조류가 빠른 상황이었을 것임을 강조했다. 이에 이씨가 실족했을 가능성이 높은데도 서 전 실장이 대북 관계를 고려한 정치적 목적에 따라 섣부르게 자진 월북으로 왜곡했다는 취지다. 

반면 서 전 실장 측은 이씨가 수영을 잘 했던 점, 당시 배 옆에 줄사다리가 내려져 있었던 점, 동시간대 근무한 동료도 구조요청을 듣지 못했던 점을 들며 실족 가능성은 작다고 반박했다. 아울러 당시 정부의 수사 결과는 정보와 시간이 제한된 상황에서 각 분야 전문가의 논의를 거쳐 내린 최선의 판단이었으며 의도적인 사건 축소나 왜곡은 없었다고 강조했다. 

또 검찰은 이씨 사망 전후로 청와대 내에서 생산된 문서 중 대통령 서면보고 등 대통령기록관에 이관되지 않은 문서가 여럿 있다는 점을 들며, 당시 전부 관계자들이 문제가 될 수 있는 기록을 선별해 삭제했을 가능성을 주장하기도 했다. 서 전 실장 측 변호인은 본래 청와대에서 생산한 모든 문서가 기록관에 이관되는 것이 아니며 특정 문건을 의도적으로 삭제하거나 누락한 사실도 없다고 반박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에 대한 조사도 검토하고 있는 검찰은 서 전 실장의 남은 구속기간 동안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의 조사도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박 전 원장의 경우 서 전 장관과 혐의 내용이 거의 동일한 만큼 다른 피의자들과 마찬가지로 구속될 가능성이 작지 않은 상황이다. 검찰은 서 전 실장의 구속 기간 만료에 맞춰 지난달 구속됐다가 석방된 서욱 전 국방부 장관과 김홍희 전 해양경찰청장 등을 함께 재판에 넘길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자신이 직접 검토해 승인한 것임을 강조하며, 판단을 번복할 근거 없이 결론을 번복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진/뉴시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자신이 직접 검토해 승인한 것임을 강조하며, 판단을 번복할 근거 없이 결론을 번복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진/뉴시스)

문 전 대통령 유감 표명...정치 보복 논란

서 전 실장의 구속 이후 문재인 전 대통령은 서 전 실장이 남북·한미 관계의 전문가였음을 강조하며 “남북 간에도 한미 간에도 최고의 협상전략은 신뢰다. 신뢰는 하루아침에 구축되지 않으며 긴 세월 일관된 노력이 필요하다. 신뢰가 한번 무너지면 더욱 힘이 든다. 서훈처럼 오랜 연륜과 경험을 갖춘 신뢰의 자산은 다시 찾기 어렵다. 그런 자산을 꺾어버리다니 너무나 안타까운 일”이라고 유감을 드러냈다. 

문 전 대통령은 지난 1일에도 서 전 실장의 구속 관련 공식 입장문을 통해 “서해 사건은 당시 대통령이 국방부, 해경, 국정원 등의 보고를 직접 듣고 최종 승인한 것”이라며 “당시 안보부처들은 사실을 명확하게 규명하는 것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획득 가능한 모든 정보와 정황을 분석해 할 수 있는 범위에서 사실을 추정했고, 대통령은 이른바 특수정보까지 직접 살펴본 후 그 판단을 수용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문 전 대통령은 “그런데 정권이 바뀌자 대통령에게 보고되고 언론에 공포되었던 부처의 판단이 번복되었다”면서 “판단의 근거가 된 정보와 정황은 달라진 것이 전혀 없는데 결론만 정반대가 되었다”고 지적했다. 

또 “그러려면 피해자가 북한 해역으로 가게 된 다른 가능성이 설득력 있게 제시되어야 한다. 그러나 다른 가능성은 제시하지 못하면서 그저 당시의 발표가 조작되었다는 비난만 할 뿐이다. 이처럼 안보사안을 정쟁의 대상으로 삼고, 오랜 세월 국가안보에 헌신해온 공직자들의 자부심을 짓밟으며, 안보체계를 무력화하는 분별없는 처사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며 “부디 도를 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 당시 인사들 역시 잇따라 비판하고 있다.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CBS 라디오를 통해 “윤석열 정부가 자행하고 있는 정치 보복은 문재인 정부 주요 인사들을 욕보이고 모욕 주기 위함”이라며, 수사가 문 전 대통령을 향할 것으로 예상하냐는 질문에도 “당연히 그렇게 보고 있다”고 답했다.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 역시 KBS 라디오에서 일련의 검찰 수사를 두고 “정치 보복이라고 본다. 윤석열 정권의 칼날이 용공은 문재인, 비리는 이재명으로 향하고 있지 않냐”며 서해 공무원 피격 당시 국정원장이었던 자신은 “당시 서 전 실장으로부터 어떤 지시도 받지 않았고 삭제 지시도 없었다”고 밝혔다. 

한편, 자진 월북 발표 관련 정보 공개 여부를 둔 공방은 지속되고 있다. 앞서 이씨의 유족 측은 사건 당시 국가안보실 조치 내용과 정부 수사 과정 등 월북이라는 판단이 나오기까지의 구체적 정보를 공개하라고 요구하며, 청와대와 해경 등을 상대로 정보공개청구소송을 벌인 바 있다. 관련 기록물들은 문재인 정부 임기 만료와 함께 대통령지정기록물로 지정돼 15년간 봉인된 상태다.

지난해 11월 서울행정법원은 군사기밀을 제외한 고인의 사망 경위 등 일부 정보를 열람할 수 있도록 하라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 그러나 청와대와 해경 측이 국가 안보 등을 이유로 항소하면서 정보 공개는 미뤄져 왔다. 국가안보실과 해경은 지난 6월 항소를 취하했지만, 대통령기록관으로 이관된 정보는 공개되지 않고 있다. 

정한별 기자 hanbyeol.oab@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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