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 ‘동물권’] ③ “동물판 N번방을 아시나요?” 단어 무색한 혐오와 갈등
[특별기획 ‘동물권’] ③ “동물판 N번방을 아시나요?” 단어 무색한 혐오와 갈등
  • 이지혜 기자
  • 승인 2022.12.08 15:26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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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수록 심해지는 길고양이 혐오, 캣맘 무차별 폭행까지
애니멀 포비아가 낳는 사회 문제, 동물 화장장 논란은?
동물 학대자 70% 이상, 하나 이상 다른 범죄 저질러
“애니멀 포비아가 잠재적 동물 학대자는 아니다”우려
동물원에서 태어난 퓨마가 탈출해 추적 끝에 사살한 사건은 잊히지 않는 충격으로 남아있다. 화학품을 위해 동물 실험을 자행하고 캣맘과 원주민의 싸움은 폭력으로 번진다. 동물권을 위하는 일이 인권보다 더 중요하냐는 질문을 서슴없이 던지는 혐오의 세상이다. 하지만 이젠 어떤 식으로든 더 이상 낯설지 않은 단어 ‘동물권’. 인간과 같이 비인간동물 역시 인권에 비견되는 생명을 지니며 고통을 피하고 학대당하지 않을 권리를 주장하는 이 단어가 우리 사회에 던지는 무거운 주제를 탐구한다. <편집자주>
동물권행동 단체인 카라가 지난 8월 오전 대구지법 포항지원 앞에서 동물학대 범죄에 대한 사법부의 솜방망이 처벌을 규탄했다.(사진/뉴시스)
동물권행동 단체인 카라가 지난 8월 오전 대구지법 포항지원 앞에서 동물학대 범죄에 대한 사법부의 솜방망이 처벌을 규탄했다.(사진/뉴시스)

주인 없는 길고양이가 가장 쉬운 타깃

얼마 전 구독자 164만 명의 유튜브 ‘오킹TV’ 채널에서 유튜버 오킹이 고양이로 인한 피해를 호소했다가 혐오 논란에 휩싸였다. 오킹은 한 영상에서 치킨 브랜드 광고를 위해 치킨이 배달됐으나 이를 모르고 있다가 밤사이 길고양이들이 이를 헤집어 뜯어 먹어놓았다고 말했다. 이어 “자동차를 타려고 했는데 차 위에 양념치킨이 묻은 고양이 발자국이 묻어있었다”며 “죽여버리고 싶다”고 말했다. 해당 영상이 업로드되자 누리꾼들은 혐오 표현이라며 반발했다. 오킹은 이후 실제로 죽이고 싶다는 뜻이 아니었다는 취지의 해명 영상을 올리면서도 “고양이의 개체수 조절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동물에 대한 혐오가 동물 학대 범죄의 동기가 되기도 한다. 특히 가장 흔하고 쉽게 노출되는 것이 길고양이다. 길고양이는 야생동물과는 달리 먹이를 주는 사람에게 생존을 의지하다 보니 사람에 대한 경계가 비교적 크지 않고, 다른 동물에 비해 몸집이 작고 힘도 세지 않아 물리적으로 제압하기 쉽다. 주인이 있는 동물을 훔치는 것보다 마음만 먹으면 해칠 수 있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말 그대로 ‘누구의 동물도 아닌’ 동물을 붙잡아 학대를 통해 혐오를 표현하는 것이 쉽다.

얼마 전엔 ‘동물판 N번방’이라고 불린 채팅방의 존재가 사회에 드러나 충격을 주었다. 오픈채팅방에서 수십 명이 길고양이와 야생동물을 살해하고 학대한 사진과 영상을 공유한 ‘고어전문방’이다. 채팅방에 참가한 사람들은 동물을 포획하고 신체 부위를 자르는 방법을 올리고 동물을 잔인하게 학대하는 사진과 영상을 공유했다. 채팅방을 운영한 방장은 벌금 300만 원에 약식기소 되었고, 이에 불복하는 정식재판을 청구했다가 취하하면서 벌금형이 확정된 바 있다.

지난 7월에는 새끼 고양이 두 마리를 잡아 와 구타하고 물에 빠뜨리는 등 학대하고 살해하는 영상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오는 사건이 발생했다. 사건과 관련해 학대자를 찾아 엄벌해 달라는 국민청원에는 25만 명이 넘게 서명했다. 이에 대해 농림축산식품부 차관이 “수사 중이다”라는 형식적인 대답을 내놔 빈축을 샀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해당 수사는 이미 중단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여름에는 송파구 올림픽공원에서 길고양이들을 살해하고 사체를 훼손해 공원에 뿌려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경찰이 수사에 나섰으나, 이 역시 범죄 혐의점을 찾지 못하고 수사를 종결했다. 서울 종로구 동묘시장의 일부 상인들이 길고양이를 긴 쇠꼬챙이로 찌르고, 줄에 묶어 던지고 목을 조르는 등 가혹한 학대를 한 사건도 있다. 임신한 고양이는 피를 토하며 괴로워했다.

몇 해간 길고양이를 대상으로 한 잔혹한 범죄는 알려진 것만 해도 수백 건에 이른다. 동물보호법 위반으로 검거하더라도 기소되는 경우가 적고, 기소되어서 재판을 받는다 해도 벌금 수준의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는 경우가 대다수다.

(사진/ 픽사베이)
동물 혐오와 관련해 다양한 사회적 갈등이 야기되고 있다. (사진/ 픽사베이)

동물 혐오 넘어선 사람 간 범죄 발생

더 큰 문제는 애니멀포비아가 동물 학대를 넘어 사람 간 갈등의 원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는 점이다. 최근 몇 년 새 길고양이들을 보호해주는 캣맘 등 케어테이커들에 대한 애니멀포비아 사례자의 분노가 동물 학대 범죄로 이어진 사례가 끊이질 않는다.

얼마 전 대구 남구 대명동의 한 주택가 골목에서 30대 여성이 길고양이에게 사료를 주다가 인근 주민인 40대 남성에게 무차별적으로 폭행을 당한 사건이 발생해 충격을 안겼다. 피해자는 평소에 길고양이를 구조해 보살피는 쉼터의 자원봉사자로 알려졌는데, 사건 당시 중성화를 마친 길고양이를 돌보고 있었다. 40대 남성은 이 모습을 보고 “밥을 주니 고양이들이 자신의 오토바이에 오줌을 싸거나 골목을 더럽힌다”고 분노하며 30대 여성을 폭행했다. 폭행은 5분간 무차별적으로 이어졌고 경찰이 온 후에 멈췄다. 남성은 불구속 입건됐고, 피해자는 전치 2주의 상해를 입었다.

동물권 보호단체 카라는 ‘캣맘을 살해하겠다고 협박한 사람을 찾아 처벌해달라’고 경찰에 고발장을 제출하기도 했다. 카라에 따르면 신원미상의 가해자는 지난해부터 한 캣맘에게 협박 편지를 보낸 뒤 길고양이 학대 정황과 살해 협박 등이 담긴 편지를 여러 차례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카라는 “(가해자가) 길고양이를 ‘도둑고양이’라고 칭하며 유해 동물이라 없애도 된다고 주장했다”며 “편지에서 ‘도둑고양이 밥에 빙초산이랑 살충제 넣었다’, ‘3마리를 죽였다’는 발언도 했다”고 설명했다. 또 캣맘에게 ‘동물 학대로 민원을 넣으면 가만두지 않겠다’, ‘목부터 찌르겠다’, ‘이미 흉기 구매 완료’ 등 살해 협박도 해왔다.

카라는 또 새끼고양이가 있던 고양이 쉼터를 집어 던지고 고양이를 돌보던 20대 여성을 폭행한 혐의로 남성 A씨를 고발했다. A씨는 지난해 서울 중랑구 지하철역 인근 공동녹지대에 마련된 길고양이 급식소를 치우겠다며 고양이 쉼터를 집어 던진 뒤 지역 동물보호 시민단체 회원이던 피해자에게 플라스틱 용기를 집어 던진 혐의도 함께 받았다.

새로운 갈등, 동물 화장터 설립

최근에는 동물 혐오와 관련된 새로운 갈등이 생겼다. 바로 동물장묘시설(반려동물화장장) 건립과 관한 갈등 사례다. 광주 광산구에 지역 최초로 반려동물화장장 건립이 추진되고 있는 가운데 반려동물 시대의 필수시설이라는 주장과 발암물질을 배출하는 혐오시설이라는 찬반 여론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광산구에 따르면 광산구는 반려동물화장장을 만들겠다며 양동에 자리한 모 건물의 용도변경 허가를 신청한 A업체의 요청과 관련, 도시계획과 개발행위 분과위원회(이하 위원회)를 열었으나 최종결정을 내지 못하고 재심의하기로 결정했다. 해당 건물은 996㎡(60평) 넓이의 1층 건물이며, 도심과는 떨어져 함평군·나주시와 인접해있다. A업체는 이곳에 동물화장시설·동물납골시설·동물전용 장례식장을 조성하려는 것으로 알려졌다.

동물보호법에는 동물장묘시설(반려동물화장장)이 20가구 이상의 인가밀집지역·학교 등으로부터 300m 이상 떨어져 있어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해당 건물은 300m 이내에 여섯 가구만 거주하고 있어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다. 그러나 인근 주민들이 화장장 조성 시 발암물질과 오염물질이 배출돼 피해를 입힐 것이라고 거세게 반발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화성시 마도면 슬항리 주민들은 최근 수원지방법원에 동물장묘시설 건립을 막아달라는 탄원서를 제출했다. 이들은 탄원서를 통해 “동물장묘시설 신청지는 마도면 한 가운데 위치하고 있다”면서 “이 지역은 성장관리지역으로 300m 이내에 마을을 물론, 신청지 인근에는 근린생활시설과 대규모 중장비학원이 상시 운영되고 있다”고 밝혔다.

바로 인접해 있는 화성신진 중장비전문학원 관계자는 “고용노동부지원(국비) 훈련 과정이 연중무휴로 진행되고 있고 교육생들과 직원들이 장기간 방문 및 상주하고 있다”면서 “중장비 훈련 특성상 모든 실습 교육이 실외에서 진행돼 화장장에서 오염물질이 배출될 경우 직접 적인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고 호소했다. 특히 “화장장이 들어서면 학원을 기피하게 될 것이고 막대한 피해를 입게 된다”며 “학원의 생존권이 걸린 문제”라고 주장했다. 마도면 동물화장장 조성 문제는 지난해 5월 마도공단 내 해당 업체의 건축허가신청에 대해 화성시가 건축허가를 반려했으나 해당 업체가 행정소송을 제기하면서 다시 불거졌다.

동물 사체는 폐기물관리법에 따라 처리하거나 동물장묘시설에서 처리해야 한다. 키우던 반려동물이 사망할 경우 동물장묘시설에서 처리하지 않으면 생활 폐기물로 처리해 쓰레기봉투에 담아 버려야 한다는 것이다. 폐기물관리법을 보면 동물 사체는 ‘폐기물’, 실험동물 사체 등은 ‘의료폐기물’로 분류된다. 동물보호법은 ‘동물의 인도적인 처리’를 정하고 있다. 동물보호센터장이나 운영자는 보호 중인 동물에게 질병 등이 있을 때는 인도적 방법으로 수의사에 의해 처리해야 한다.

동물 혐오는 동물로 끝나지 않는다

동물 혐오는 단순히 동물을 넘어선 개인과 개인, 사회의 갈등으로 퍼지고 있다. 동물 혐오를 통한 범죄가 동물로 끝나지 않는 것은 무엇일까? 동물 학대의 상당수는 애니멀포비아(공포심 때문에 동물을 가까이 할 수 없는 현상)가 이유인 것으로 분석된다. 애니멀포비아는 정신과 치료로도 쉽게 나아질 수 없는 '생래적 공포' 범주에 속하는 것으로, 인구 10명당 1명꼴로 애니멀포비아를 겪고 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대상도 벌ㆍ거미ㆍ새ㆍ뱀ㆍ바퀴벌레 등 다양한 거으로 알려졌다.

지난 2018년 한국교정학회 학술지에 실린 ‘동물 학대의 재범 방지 및 처벌강화 인식에 대한 연구’에 의하면 동물 학대는 학교폭력·가정폭력 등 대인 범죄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미국 보스턴 노스이스턴대는 연구를 통해 동물 학대자의 70%가 적어도 하나 이상의 다른 범죄를 저질렀다고 발표했다. 이 연구에선 특히 40%는 사람에 대한 폭력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고 남성 범죄자의 30%, 아동성추행범의 30%, 가정폭력범의 36%, 살인범의 45%에서 동물 학대의 흔적이 발견됐다.

미국 연방수사국(FBI)은 2015년부터 동물 학대 범죄를 반사회적범죄로 다뤄왔다. FBI는 국가 사건 기반 보고시스템에 동물 학대 데이터를 △방치△의도적 상해△학대△투견△성적 학대 등으로 구분해 축적해 해당 범죄자 데이터를 관리하고 있다.

(사진/ 픽사베이)
장애인 안내견의 입장을 거부할 시 현행법상 처벌받게 돼 있다. (사진/ 픽사베이)

“내 편 아니면 네 편”아닌 이해

그렇다고 동물을 좋아하지 않는 모든 사람을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는 것은 또 다른 혐오를 낳는다. 동물을 순수하게 무서워하거나 불편해하는 사람들도 있고, 알레르기 같은 이유로 가까이 할 수 없는 사람들도 있다.

전문가들은 애니멀포비아가 동물 학대 행위로 이어지지 않기 위해선 양측의 인식 개선이 동시에 이루어져야 한다는 의견을 공통으로 제시한다. 애니멀 포비아를 겪고 있다고 동물 학대가 합리화되는 건 아닌 만큼, 동물 학대는 심각한 범죄라는 인식을 확산시키는 게 절실하다. 내 편이 아니면 무조건 네 편이라는 양극화가 혐오를 낳는다는 것이다.

위생상, 안전상 이유로 동물이 있을 수 있도록 허락된 공간과 그렇지 않은 공간을 구분하고, 반려동물과 함께 공공장소에서 지켜야 할 규칙을 정해야 한다. 현행 동물보호법에 의하면 목줄을 착용하지 않거나 배설물을 수거하지 않는 것은 과태료 부과 대상이다. 애니멀 포비아는 일부 무개념 견주를 이유로 모든 동물을 혐오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뉴스를 통해 장애인 안내견에게 혐오를 표현하거나 당연히 들어갈 수 있는 마트나 음식점 출입을 막는 사건들도 개가 비위생적이고 사람을 공격하는 존재라는 동물 혐오가 근본적인 원인이다. 장애인 안내견의 입장을 거부할 시 현행법상 처벌받게 돼 있다.

전문가들은 “동물을 옹호하는 이들과 혐오하는 이들 간 갈등으로 비화하는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무엇보다 지금까지는 실형이 선고될 수 있는 범죄인데도 사회적 이슈가 되지 않으면 가벼운 처벌에 그친 사례가 많았다. 수사기관과 사법부가 동물 학대 사건에 대해 더욱 적극적으로 수사하고, 엄벌에 처해야만 잘못된 행동이라는 인식이 사회 전반적으로 심어질 수 있다.

이지혜 기자 2jh062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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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tmomMoron 2022-12-08 17:26:33
동물권같은건 없어요
아직도 이런 등신같은 기사가 나오네요

Doroboneko 2022-12-08 16:32:51
대부분의 살인자가 토막살해된 닭을 먹은 경험이 있다는 것은 의심할 바 없는 사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