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 “합계출산율 0.79명”…수치로 보는 저출산의 지금
【특별기획】 “합계출산율 0.79명”…수치로 보는 저출산의 지금
  • 박상미 기자
  • 승인 2022.12.11 13: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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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연간 출산율은 사상 처음 0.7명대로 추락할 위기
대한민국은 국가 존속 위기가 감지된, 심각한 저출산 국가
전문가들 “2060년 되면 출생아 수 20만여 명 수준일 것” 예상

[한국뉴스투데이] 비혼, 딩크로 설명되는 저출산이 낳은 다양한 용어들. 우리 사회의 저출산 문제는 십수년 전부터 적신호를 켰지만, 현실은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의 근시안적 대응책뿐이다. 최근 ‘저출산’이라는 단어가 성차별적 용어로 취급되며 ‘저출생’으로 이름을 바꾸는 법안을 발의하는 등 실효성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늘고는 있지만, 인구 감소가 가져오는 위험성은 더 크게 다가오고 있다. 국내 저출생 문제의 현실과 근본적 원인을 짚고, 이를 타개하기 위한 방안과 국외의 모범 극복 사례를 둘러본다. <편집자주>

▲올해 통계청 인구동향 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출산 장려를 위한 국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의 출산율은 상승 움직임이 보이지 않는다. (지난 11월 29일 오전 대구 달서구 대천동 달서선사관에 단체 견학을 온 유치원생들이 선사체험관에서 움집 만들기 체험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올해 통계청 인구동향 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출산 장려를 위한 국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의 출산율은 상승 움직임이 보이지 않는다. (지난 11월 29일 오전 대구 달서구 대천동 달서선사관에 단체 견학을 온 유치원생들이 선사체험관에서 움집 만들기 체험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대한민국의 인구수에 적신호가 켜졌다. 통계청 ‘9월 인구동향’에 따르면, 대한민국의 3분기 합계출산율(가임기 여성 한 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자녀의 수)이 0.79명으로 집계됐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중 출산율이 1명 이하인 국가는 대한민국이 유일하다. 합계출산율은 2.1명 이하일 때는 해당 국가가 현재 인구를 유지할 수 없는 상태, 1.3명부터는 초저출산 국가로 분류된다. 이 기준에 빗대어 보면 대한민국은 국가의 존속에 위기가 감지된, 심각한 저출산 국가다. 

대한민국의 인구 감소 문제가 날로 심각하다. 우리나라는 전 세계 다른 국가에 비해서도 유례없이 빠른 속도로 저출생·고령화 사회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올해 통계청 인구동향 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출산 장려를 위한 국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의 출산율은 상승 움직임이 보이지 않는다. 2분기 합계출산율 0.75명, 3분기 합계출산율은 0.79명으로 집계됐다. 이 추세라면 2022년 연간 출산율은 사상 처음 0.7명대로 추락할 위기다.

 초저출산 시대, SINCE 2000

우리나라 초저출산시대의 시작은 2000년대다. 2000년대 이후 초저출산 시대가 본격화됐다. 출생아 수는 2017년 처음으로 30만 명대로 떨어졌고, 2020년 처음으로 30만 명 이하로 떨어졌다. 이후에도 출생아 수의 감소폭은 다소 차이가 있지만, 꾸준히 하향선을 그리고 있어 상황이 좋지 않다. 연초 통계청이 발표한 ‘2021년 출생·사망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출생아 수는 26만 500명으로, 전년도(27만 2,300명)보다 4.3% 감소했다. 20년 전인 2001년(55만 9,934명)과 비교하면 그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10년 전보다는 21만 명이 넘게 줄어든 수다.
 

전문가들은 2060년이 되면 출생아 수가 20만여 명 수준일 것으로 예상했다. 경희대학교 정성훈 교수팀은 지난달 ‘Journal of Korean Medical Science’에 게재한 논문 ‘대한민국의 출산율 추이: 동향 및 전망’에서 우리나라 인구수가 2030년 5119만 9019명을 유지하다가 2035년 5086만 8691명으로 감소하기 시작해 앞으로 40년 후인 2060년에는 4261만 7053명으로 감소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연구팀은 통계청의 인구 자료를 분석해 1925년부터 2060년까지 출생아 추이를 연구·예측했다. 연구에 따르면 국내 출생아 수와 출생률은 일제 강점기부터 해방 시기까지는 큰 변화가 없다가 해방 이후 한국전쟁 기간에 감소했다. 이후 1960년대 말부터 1970년대 초까지 급증하던 인구는 1960~1980년대 실시된 산아제한 정책으로 1980년대 다시 감소 추세로 전환됐다. 1990년대 산아제한 정책이 완화되면서 잠시 증가추세를 보이기도 했지만 1997년 IMF 외환위기로 급속히 감소했고 2000년대 들어서면서부터 심각한 초저출산 시대가 본격화됐다. 

2020년 총 출생아 수는 27만 2337명으로 처음으로 30만 명 이하가 되었다. 작년에는 그에 비해 4.5% 더 줄어든 26만 562명을 기록했다. 지난해 조출생률과 합계출산율도 각각 5.3명, 0.81명으로 지속해서 감소하고 있다. OECD 회원국 가운데 합계출산율 1명을 밑도는 국가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앞으로는 어떨까. 연구팀은 2035년 총 출생아 수가 32만 3000명으로 최대치로 증가했다가 점차 감소하기 시작해 2060년에는 18만 1000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정부는 저출산 극복을 위해 2021년부터 2025년까지 5년 동안 시행하는 ‘제4차 저출산 고령사회 기본 계획’을 발표하며 다각적인 노력을 하고 있다. 
 
연구 결과와 관련하여 정성훈 교수는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가장 낮은 출산율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하고 “인구감소 시대에 접어들고 있어 향후 인구감소에 따른 인구학적인 문제에서부터 사회·경제적 여러 문제가 야기될 심각한 상황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정부도 다각도의 방안을 마련해서 극복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CNN은 지난 4일 '한국이 2,000억 달러 이상을 썼지만 사람들이 자녀를 낳을 만큼 지불하지는 못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 11월 10일 오후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맘엔베이비엑스포를 찾은 시민들이 아기용품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CNN은 지난 4일 '한국이 2,000억 달러 이상을 썼지만 사람들이 자녀를 낳을 만큼 지불하지는 못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 11월 10일 오후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맘엔베이비엑스포를 찾은 시민들이 아기용품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위기의 대한민국, 국가 붕괴 경보
 
우리나라의 저출산 문제는 세계적으로도 주목받고 있는 문제다. 유엔 인구국(UNPD)은 올해 전 세계 인구가 80억 명을 돌파했다고 발표했다. 기대수명과 가임연령 인구 증가로 2030년엔 약 85억 명, 2050년엔 약 97억 명으로 인구가 증가할 것이라고도 예측했다. 반면 우리나라는 심각한 저출생 문제를 안고 다른 국가와는 정반대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저출산 문제에 대해서 산업계의 전망 역시 낙관적이지 않다. 지난 5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한국이 홍콩과 함께 세계에서 가장 빠른 ‘인구 붕괴’(population collapse)를 겪고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머스크는 자신의 트위터에 세계은행이 발표한 2020년 국가별 출산율 순위를 게시하며 대한민국의 저출산 문제를 꼬집었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2020년 출산율은 0.84로 세계 최하위(200위)다. 이외에 홍콩이 0.87명으로 199위, 일본이 186위(1.34명), 이탈리아가 191위(1.24명) 등으로 최하위권에 속했다.
 
머스크는 “출산율이 변하지 않는다면, 한국 인구는 3세대 안에 현재의 6% 미만으로 떨어질 것”이라며 “이 인구는 대부분 60대 이상이 차지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현재 대한민국 인구의 6%는 330만 명 수준이다. 머스크는 문명의 위기를 감지하고 이에 대한 사업적 해결전략을 모색하며 성과를 거둬온 만큼 그의 분석은 단순히 개인의 의견으로 보기 어렵다. 
 
우리 통계청의 예측도 긍정적이지 않다. 통계청은 외국인과 내국인을 합한 대한민국 총 인구가 2041년 5000만 명 아래로 떨어질 것이라고 발표했다. 올해 우리나라 인구는 5162만8000명이다. 통계청은 대한민국 인구가 2041년 4999만8000명, 2050년엔 4735만9000명으로까지 감소할 것으로 봤다. 출생아보다 사망자 수가 많은 인구 ‘자연 감소’도 2045년 모든 시·도에서 일어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머스크는 인구 감소 문제에 대해 지속적으로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는 25일 이탈리아 인구 감소세를 두고도 “지금의 추세가 계속된다면 이탈리아엔 사람이 없어질 것”이라고 했다. 지난 7일에는 일본 인구가 11년 연속으로 감소한 것을 두고 “일본은 출산율이 사망률을 넘는 변화가 발생하지 않는다면 결국 존재하지 못할 것(eventually cease to exist)”이라며 “이는 세계에 큰 손실”이라고 전했다.
 
우리나라 저출산 문제에 대해서 미국 CNN도 주목했다. CNN은 지난 4일 '한국이 2,000억 달러 이상을 썼지만 사람들이 자녀를 낳을 만큼 지불하지는 못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국의 출생률에 대해서 안정적인 인구 유지에 필요한 합계출산율 2.1명은 물론, 미국(1.6명)이나 일본(1.3명)보다도 크게 낮으며 이는 연금 시스템을 지원하는 노동 인력의 부족이라는 문제로 이어진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 역시 이 같은 문제를 인식하고는 있지만, 만 1세 이하 영유아의 부모에게 지급하는 월수당을 늘리는 데 그치고 있다”며 “'발상의 전환'에까지 이르지는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영유아 양육 상황에 대한 정부의 인식 수준에 대한 부정적 여론도 함께 전했다. CNN은 "윤석열 대통령이 영유아가 자택이 아닌 보육원에서 길러진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표했고, 생후 6개월이면 걸을 수 있지 않냐는 발언을 하면서 출생과 양육의 상황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고 보도했다.

최악의 저출생, 예고된 재앙

우리나라 저출산 문제는 해결책 마련에 상대적 장애요소가 사회 곳곳에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다. 한부모가정·동성부부·사실혼관계 등 다양한 가정의 형태가 존재하지만 사회적으로 소수의 특수 집단으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CNN 역시 우리나라는 '부모의 자격'에 대한 암묵적인 규칙이 존재한다고 분석하며, 이를 젊은 세대가 결혼과 출산, 육아에 나서지 못하는 이유로 주목했다.
 
한국에서 아기를 갖는 것은 젊은 이성 신혼부부에겐 기대되는 일이지만, 그 외의 가정은 자녀를 기를 자격이 없다. 미혼 여성에겐 체외수정(IVF)이 제공되지 않고, 동성결혼은 인정하지 않으며, 사실혼 관계의 부부는 입양을 할 수 없다. CNN은 이를 "(미혼모에 대한) 청교도적 접근"이라고 표현했다.
 
사회적으로 ‘육아’의 가치가 저평가 되는 분위기도 원인 중 하나로 분석된다. CNN은 가부장제하에서 여전히 여성에게 가사와 육아 전담의 의무가 주어지는 상황도 출생을 가로막는 요인으로 꼽았다. 우선 청년들은 기본적으로 경제적 불안정으로 인해 가정을 형성하기 어렵다. 가계를 지탱하기 위해 맞벌이가 사실상 필수가 된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서도 "아버지는 회사를 위해 희생하고 어머니는 가정을 지탱한다"는 인습적인 기대가 남아 여성에게 과도한 부담을 지운다는 것이다.
 
여성 대신 남성이 육아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잔업도 잦고, 업무가 끝나도 '회식'이라는 명칭의 "팀 빌딩" 문화가 남아 있다. 서류상으로 육아 휴직이 존재하기는 하지만 이를 이해하는 분위기가 아니다. 이런 분위기에서 사회적으로 육아의 가치는 저평가되고, 자연히 결혼 또는 출생에 대한 거부로 이어지는 것이다.
 
대한민국의 저출산 문제가 세계적으로 주목할 만큼 심각한 수준임은 반론의 여지가 없다. 저출산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다각도의 해석을 통한 해결책 모색과 적극적인 실행이 시급하다. 현재 우리나라의 자금 투입 접근방식은 ‘너무 일차원 적’이라는 지적이 주를 이루고 있다. 출산율의 장기적 회복을 위하여, 이미 태어난 아이의 일생에 걸친 지원책 마련 등 국가의 폭넓은 해석이 우선해야 할 것이다.


박상미 기자 mii_medi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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