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 딩크를 결심한 이유…“보호받지 못할 세상”
【특별기획】 딩크를 결심한 이유…“보호받지 못할 세상”
  • 박상미 기자
  • 승인 2022.12.25 14: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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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혼부부들 아이 낳지 않는 이유 무엇보다 경제적 부담이 우세
자녀 있는 부부의 경우에도 맞벌이 하는 가정 계속 늘어나는 추세
연간 출생아 수의 급락은 국가 붕괴 위기라는 경고 무시하면 안 돼

[한국뉴스투데이] 비혼, 딩크로 설명되는 저출산이 낳은 다양한 용어들. 우리 사회의 저출산 문제는 십수년 전부터 적신호를 켰지만, 현실은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의 근시안적 대응책뿐이다. 최근 ‘저출산’이라는 단어가 성차별적 용어로 취급되며 ‘저출생’으로 이름을 바꾸는 법안을 발의하는 등 실효성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늘고는 있지만, 인구 감소가 가져오는 위험성은 더 크게 다가오고 있다. 국내 저출생 문제의 현실과 근본적 원인을 짚고, 이를 타개하기 위한 방안과 국외의 모범 극복 사례를 둘러본다. <편집자주>

▲경제적 안정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신혼부부들의 자녀 출생은 가계경제에 긍정적 영향 요인이 될 수 없기 때문에 미루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사진/픽사베이)
▲경제적 안정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신혼부부들의 자녀 출생은 가계경제에 긍정적 영향 요인이 될 수 없기 때문에 미루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사진/픽사베이)

딩크(DINK, Double Income No Kids)족은 우리말로 맞벌이 무자녀 가정이다. 1980년대 후반 미국을 시작으로 나타난 새로운 가족 형태로, 부부가 결혼 후 맞벌이를 하면서 의도적으로 자녀를 갖지 않는 경우를 말한다. 최근 늘어난 만혼, 난임 등을 이유로 자녀 낳기를 ‘포기’하는 부부는 일반적으로 딩크족이라 부르지 않는다.

혼인하는 사람도, 아이를 낳는 부부도 줄고 있다. 아이를 낳는 사람이 줄었으니, 합계출산율도 자연스럽게 하락했다. OECD 가입국 중 최하위, 대한민국의 출생아 수는 요샛말로 ‘떡락’했다. 통계청이 지난 12월12일 공개한 ‘2021년 신혼부부 통계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신혼부부 수는 감소했고 무자녀 가구 비율은 증가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신혼부부는 총 110만쌍으로 2020년 대비 약 8만3000쌍(7%) 줄어들었다. 초혼부부의 비율은 79.1%로 지난해와 0.1%p 차이로 비슷한 수준이다. 반면 초혼부부 중 자녀를 갖지 않은 이들의 비율은 65.8%로 전년 대비 1.3%p 늘었다. 평균 자녀수 역시 0.66명으로 전년 대비 0.02명 줄었다. 반면 맞벌이 가구의 비율은 54.9%로 전년대비 2.9%p 늘었다. 자녀가 없고 맞벌이를 하는 ‘딩크(DINK)족’이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아이 키울 집도 없어
 

신혼부부들이 아이를 낳지 않는 이유는 무엇보다 경제적 부담이 우세하다. 경제적 안정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자녀의 출생은 가계경제에 긍정적 영향 요인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신혼부부의 경제적 곤란 문제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이들이 경제 곤란 요인 중심에는 거주 불안이 있다. 최근 부동산 시장의 불안정한 분위기와 별개로 신혼부부의 거주 공간 마련은 10년 전에도 핫이슈였다.
 
2013년 한 웨딩컨설팅 업체가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결혼준비 싸움원인으로 ‘신혼 집 마련’을 가장 많이 꼽은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조사에서 남녀의 결혼 준비 비용을 혼인하는 자녀를 둔 부모를 대상으로 조사했는데, 아들을 결혼시킬 때 드는 비용이 딸에 비해 3배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신혼 집 마련 비용 때문이다.
 
10년이 흘러 강산이 변한 지금 세대의 결혼에서는 남자 측이 집을 마련하는 분위기는 많이 퇴색했다. 결혼 비용을 남녀 동등하게 부담하고 신혼살림, 신혼집 등 마련으로 인한 경제적 부담도 동등하게 나누어지는 분위기다. 통계청에 따르면, 주택을 소유한 초혼부부 비율은 42%로 전년 대비 0.1%p 감소했다. 

절반 이상의 신혼부부들은 어떻게 거주 안정을 꾀하고 있을까. 일부 부부는 혼인신고를 하지 않은 채 정부의 청년 주택 지원책을 활용한다. 이런 신혼부부의 꼼수가 문제라는 보도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혼인신고를 한 부부는 정부의 신혼부부 주택 마련 지원책들에 기대 ‘내 집’을 마련하기 위해 애쓰고 또 애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아이를 낳아 기를 공간이 없다. 

“저희 부부는 14평 투룸에서 전세계약 만료일을 불안하게 기다리고 있어요. 아이를 어떻게 낳아요. 아이 침대 하나 가져다 둘 공간도 없는데…”

주택 소유 여부에 따른 평균 자녀수는 무주택자의 경우 0.6명, 유주택자의 경우 0.73명이었다. 둘 모두 각각 전년 대비 0.2명, 0.3명 감소했다. 결혼을 앞두고 있는 이들이 다수 활동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자녀계획’에 관한 질문을 검색해보면 대다수는 ‘꿈도 꾸지 못할 일’이라는 반응이다. 
 

▲2013년 한 웨딩컨설팅 업체가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결혼준비 싸움원인으로 ‘신혼 집 마련’을 가장 많이 꼽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픽사베이)
▲2013년 한 웨딩컨설팅 업체가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결혼준비 싸움원인으로 ‘신혼 집 마련’을 가장 많이 꼽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픽사베이)

경제적 이유만은 아냐

아이를 낳지 않는 이유가 경제적 곤란이라면 언젠가는 해결될 문제다. 맞벌이 부부가 꾸준히 경제활동을 한다면, 개인의 소득 수준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끝내는 경제적 안정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경제적 안정을 이루었지만, 자녀를 낳지 않는 부부도 상당수라는 것이다. 딩크족을 선언한 시인 김승일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나는 아이를 낳을 자신이 있고, 철이 들었다”고 말했다. 경제적 이유가 아닌 그 어떤 이유로 아이를 낳지 않기로 결정한 것이다.
 
신혼부부라기엔 애매한 혼인 7년 차 이상의 부부들이 아이를 낳지 않는 이유 중 하나는 안전하지 않는 사회 분위기다. 아이가 성장하고 처음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어린이집부터 사건사고가 끝없이 발생하고 있다. 온라인 포털사이트에 ‘어린이집 사건사고’라는 검색어를 입력하면, 과거부터 최근까지 온갖 끔찍한 아동학대, 안전사고가 줄이어 등장한다.
 
최근에는 자녀가 있는 부부의 경우에도 맞벌이를 하는 가정이 과거에 비해 늘었다. 외벌이 가구 역시 아이의 사회성 발달, 주양육자의 피로 등 다양한 이유로 일정 연령이 되면 대부분 어린이집에 아이를 보낸다. 사회를 경악케하는 사건이 아니더라도 어린이집에 다니면서 아이에게 발생하는 크고 작은 사고는 부모를 불안하게 한다. 
 
어린이집 등원 외에는 육아 대체 방안이 없는 맞벌이 부부에게 어린이집 사고는 더 큰 불안 요소다. 최근 동명대학교 윤기혁 교수와 사회복지법인 천혜복지재단 부곡어린이집 석진숙 원장이 한국영유아보육학 130권에 발표한 논문 ‘국내 어린이집 위험사고에 관한 사례 연구’에 따르면, 어린이집에서 가장 많이 사고가 발생하는 달은 2월(52건, 11.4%)이었다. 이어 6월과 9월이 49건(10.6%), 8월, 10월, 1월이 48건(10.5%), 11월 46건(10.1%) 순이었다.
 
2월은 어린이집 등 보육시설이 차년도 보육을 준비하는 방학기간이다. 외벌이 가구는 아이를 가정보육하는 것이 가능하지만 맞벌이 가정은 방학에도 아이의 돌봄 신청을 하고 어린이집에 보내야 한다. 여름 방학이 있는 8월도 마찬가지이다. 신혼부부들 중 맞벌이를 하지 않을 방법은 없고, 어린이집에서 아이가 위험에 빠질 염려로 불안에 떠느니 아이를 낳지 않는 딩크족을 택하겠다는 이들이 상당하다.

보호받지 못할 세상

위험한 사고는 아이만을 대상으로 하지 않는다. 1월 평택 냉동창고 화재사고, 광주 신축 아파트 외벽 구조물 붕괴, 천안 여자친구 살해 사건, 3월 가평 계곡 살인사건 피의자 공개수배, 6월 대구 법률사무소 방화 테라, 부산 파출소 방화 미수, 완도 일가족 실종·사망 사건 그리고 지난 10월 발생한 이태원 참사까지 올 한 해만도 국민 전체에게 충격을 안긴 사건이 다수 발생했다. 이태원 참사에 대해 전문가들은 전 국민이 트라우마 치료를 받아야 할 수 있다고 경고하며 무분별한 영상 공유 자제의 필요성을 언급한 바 있다. 
 
사회 곳곳에서 발생하는 예기치 못한 사고는 안전에 대한 불안을 증폭시킨다. 일부 사건 피의자들의 범행 동기가 ‘불특정 다수에 대한 분노 표출’이라는 것은 성인이 된 우리에게도 큰 불안을 안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나 하나 안전하게 살기도 어려운데 아이를?’이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 자연스럽다.

▲조사기관에 따르면 아들을 결혼시킬 때 드는 비용이 딸에 비해 3배 많은 것으로 조사되기도 했다.  (사진/픽사베이)
▲조사기관에 따르면 아들을 결혼시킬 때 드는 비용이 딸에 비해 3배 많은 것으로 조사되기도 했다. (사진/픽사베이)

‘치안 세계 1위’라는 대한민국의 수식어가 예전처럼 명료하지 않다. 지금 아이를 낳아 기를 3040세대는 학창시절 IMF 이후 빈부격차가 날이 갈수록 극심해지는 사회에서 성장했다. 행복과는 거리가 먼 교육환경에서 치열한 경쟁을 하며 자랐고, 취업난의 중심에서 사회인으로 자리잡기 위해 부단히 애썼다. 아이를 낳아 기르기에, 아이가 행복하게 자라기에 대한민국이 좋은 선택지라는 결론을 내리기가 쉽지 않다.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지만, 오염되는 환경도 자녀 계획에는 부정적 요소다. 오염된 환경에 기인한 기후위기는 인간에 대한 자연의 역습이다. 기후위기 대응책이 마련되고 시행 중이지만, 미세먼지는 여전히 우리를 괴롭게 하고 이상기온이 매년 최악의 날씨를 선사하고 있다. 인재로 괴로운 이 환경에서 아이를 키우기로 결정하지 않기로 결정하는 것이 오히려 자연스럽게 보일 지경이다.
  
대한민국은 지금 전 세계가 주목하는 초저출생 국가다. 전문가들은 해마다 태어나는 아이의 수가 줄어들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연간 출생아 수의 급락을 감안하면 국가 붕괴 위기라는 경고는 과잉대응이라 가벼이 무시할 수 없다. 아이를 ‘안’ 낳는 것과 ‘못’ 낳는 것은 다르다. 사회적 요인으로 인한 딩크족의 증가는 지금 우리가 시급히 해결해야 할 숙제다.


박상미 기자 mii_medi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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