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기획】 루나 사태가 촉발한 가상화폐 위기
【연말기획】 루나 사태가 촉발한 가상화폐 위기
  • 조수진 기자
  • 승인 2022.12.27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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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한국판 코인 루나 대폭락 사태
권도형, 폭락 사태 직전 의미심장한 발언

투자 피해자들 권 대표 등 특경범 고소
권 대표 도피 행각 "내 집에서 코딩 중"

【연말기획】 올해 경제를 뒤흔든 인물

① 금리인상, 파월의 말에 흔들린 경제
② 루나 사태가 촉발한 가상화폐 위기
③ 빈살만 광폭 행보에 주목하는 까닭

올 한해 연속적으로 인상된 기준금리는 우리 경제 전반에 큰 영향을 끼쳤다. 미 연준의 제롬 파월 의장의 한 마디에 금리는 물론 증시와 부동산 시장까지 흔들렸다. 여기에 루나 사태와 FTX의 파산으로 인한 가상화폐의 위기는 뜨거웠던 코인 열풍을 잠재웠고 가상화폐에 대한 회의론에 힘을 보탰다. 국제적으로는 석유에 절대적으로 의존도가 높은 사우디아라비아의 경제 구조를 개혁하기 위해 각국 지도자들을 만나고 있는 빈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의 광폭 행보가 눈길을 끌었다. 한국뉴스투데이는 2022년 경제를 뒤흔든 파월 의장과 권도형 루나 대표, 빈살만 국왕의 발언과 행보를 되짚으면서 올해를 마무리한다. <편집자주>

지난 5월 테라USD(UST)와 자매 코인 루나(LUNA)가 대폭락하는 일명 루나 사태가 벌어졌다. 일각에서는 루나 사태가 올해 경제 위기에 일부 책임이 있다는 지적은 물론 제2의 리먼 브라더스 사태라는 우려도 나왔다. (사진/픽사베이)
지난 5월 테라USD(UST)와 자매 코인 루나(LUNA)가 대폭락하는 일명 루나 사태가 벌어졌다. 일각에서는 루나 사태가 올해 경제 위기에 일부 책임이 있다는 지적은 물론 제2의 리먼 브라더스 사태라는 우려도 나왔다. (사진/픽사베이)

[한국뉴스투데이] 지난 5월 스테이블 코인인 테라USD(UST)와 자매 코인 루나(LUNA)가 대폭락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애플 엔지니어 출신인 권도형 CEO가 이끄는 블록체인 기업 테라 폼랩스가 개발한 루나는 시가총액 50조원으로 시총 4위까지 오른 안정적인 코인으로 평가받았지만 며칠만에 사라지자 가상자산 자체에 대한 회의론이 고개를 드는 등 가상화폐 시장의 불안감을 키웠다.

시총 4위, 테라 루나의 몰락

지난 5월 12일 국내 가상자산거래소 업비트의 BTC 기준, 루나코인의 가치가 –99.99999%까지 폭락했다. 이에 루나코인의 가격은 0.00001달러로 사실상 제로가 됐다. 루나코인은 처음부터 사기 의도로 만들어진 스캠코인이나 전형적 폰지사기의 얼랏코인보다 추락폭이 커 충격을 줬다. 특히 루나 폭락 사태 일주일 전 권 대표가 체스닷컴과의 화상 인터뷰에서 가상화폐 시장의 전망을 묻는 질문에 “코인의 95%가 소멸할 것”이라며 “이를 지켜보는 일은 재미있을 것”이라고 발언해 루나코인의 몰락을 이미 알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왔다.

테라는 법정 화폐인 달러의 가치에 연동되도록 설계된 스테이블 코인으로 코인 1개당 1달러에 페깅(고정)돼 있다. 루나는 테라의 가치를 유지하기 위한 자매코인이자 담보 토큰이다. 이에 1테라를 쓰기 위해서는 1달러 가치의 루나를 태워야 한다. 테라 가격이 달러 밑으로 떨어지면 루나를 발행해 테라를 사들이고 반면 테라 가격이 달러 가격을 넘어서면 루나는 소각되고 발행이 줄어 가격이 오른다. 즉, 테라와 루나는 서로 알고리즘으로 연동돼 1달러를 맞추는 셈이다. 

우리나라 거래소의 경우 원화로 코인을 거래하지만 해외 거래소에서는 달러나 국채 등을 담보로 가치가 보장되는 스테이블 코인으로 거래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루나는 스테이블 코인 중에서도 알고리즘 스테이블 코인이다. 알고리즘 스테이블 코인은 수요가 없으면 디페깅(1달러 아래로 가치 추락)되는 사례가 있어 투자자들 사이에서 위험 부담이 있다는 이유로 선호되지 않지만 루나는 그간 몇 차례의 디페깅에도 불구하고 건재했다.

루나의 성장 배경에는 탈중앙화 금융(DeFi·디파이) 서비스가 있다. 테라 폼랩스는 투자자들이 루나를 예치하면 최대 연 20%에 달하는 이자를 코인으로 지급하는 디파이 서비스로 폭락 사태 직전에는 글로벌 가상자산 시가총액 7위까지 올랐다. 하지만 지난 5월 1일 국내외서 테라의 대량 매도가 일어나 폭락 사태 일주일 전부터 하락세로 돌아섰다. 이에 테라 폼랩스는 비트코인으로 테라를 사들이는 방법으로 정상화를 추진했지만 역부족이었다. 폭락 사태 하루 전에 권 대표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정상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투자자들이 테라와 루나를 전부 팔기 시작하자 결국 폭락 사태를 막을 수 없었다.

루나 폭락 사태 일주일 전 권 대표는 체스닷컴과의 화상 인터뷰에서 가상화폐 시장의 전망을 묻는 질문에 “코인의 95%가 소멸할 것”이라며 “이를 지켜보는 일은 재미있을 것”이라 발언했다. (사진/인터넷 커뮤니티)
루나 폭락 사태 일주일 전 권 대표는 체스닷컴과의 화상 인터뷰에서 가상화폐 시장의 전망을 묻는 질문에 “코인의 95%가 소멸할 것”이라며 “이를 지켜보는 일은 재미있을 것”이라 발언했다. (사진/인터넷 커뮤니티)

폭락 후폭풍, 투자자들 사기 의혹까지 

폭락 사태 한달 전만 해도 바이낸스 기준 시총 9위, 업비트 기준 시총 4위였던 루나코인의 폭락은 해결되지 않은 채 피해자와 의문만 남아있다. 일각에서는 올해 경제 위기에 루나 사태가 일부 책임이 있다고 지적한다. 글로벌 가상자산 시장에서는 제2의 리먼 브라더스 사태(서브프라임 금융위기)라는 이야기도 나왔다.

권 대표는 폭락 사태 이틀 뒤인 지난 5월 14일 트위터를 통해 폭락과 관련해 "지난 며칠간 UST 디페깅으로 엄청난 충격을 받은 테라 커뮤니티 회원과 직원, 친구, 가족과 전화를 했다"며 "내 발명품(루나·UST)이 여러분 모두에게 고통을 줘 비통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탈중앙화 경제에선 탈중앙화 통화가 마땅하다고 생각하지만 현재 형태의 UST는 그런 돈이 아닐 것이라는 점이 확실하다"며 자신의 실패를 인정하면서도 "나를 비롯해 나와 연계된 어떤 기관도 (폭락 사태) 위기에 루나와 UST를 팔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이후 권 대표는 5월 17일에는 트위터에서 “Terra 2.0이라고 명명된 새로운 네트워크를 만들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권 대표는 “Terra 2.0의 경우 기존 블록체인과 새로운 블록체인은 분리된채 유지되며, 기존 네트워크 유저에게 새로운 네트워크의 토큰을 에어드랍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TFL은 이번 에어드랍에서 제외되기에 커뮤니티가 블록체인의 소유자가 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투자 피해자들은 권 대표가 현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기는커녕 새로운 네트워크를 만든다는 사실에 분노했다. 

현재 루나에 투자해 피해를 입은 투자자은 국내에서만 20만명으로 추산된다. 이 중 일부 투자자들은 단체 행동에 나섰다. 투자자들을 대리하는 법무법인 LKB파트너스는 권도형 대표와 공동창업자이자 티몬 설립자이기도 한 신현성 전 차이코퍼레이션 총괄대표와 테라 폼랩스 법인 등을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사기와 유사수신행위 규제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고소‧고발했다. LKB파트너스는 권도형 대표 등이 루나를 설계하고 발행해 투자자들을 유치하는 과정에서 알고리즘 설계 오류와 하자를 제대로 고지하지 않고 루나 발행량을 무제한으로 확대한 행위가 기만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다.

현재 검찰은 도피 중인 권 대표를 추척하는 동시에 신현성 공동창업자를 수사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2018년 '블록체인 서울(Blockchain Seoul) 2018'에 참석한 신현성 Terra 대표 모습. (사진/뉴시스)
현재 검찰은 도피 중인 권 대표를 추척하는 동시에 신현성 공동창업자를 수사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2018년 '블록체인 서울(Blockchain Seoul) 2018'에 참석한 신현성 Terra 대표 모습. (사진/뉴시스)

도피 중인 권 대표 소환 여부 주목

트위터로만 소통하고 있는 권 대표는 현재 도피 중이다. 루나 사태가 터지기 직전 싱가포르에서 거주 중이던 권 대표는 본격적인 수사가 시작되고 여권이 막히기 직전인 두바이를 거쳐 동유럽 세르비아에 체류 중인 것이 확인됐다. 권 대표의 도피 행각에 대한 비난이 거세자 권 대표는 지난 9월 트위터에서 “숨으려는 노력을 하고 있지 않다”면서 “산책도 가고 쇼핑몰에도 간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금은 내 집에서 코딩 중”이라고 설명했다.

권 대표는 한동훈 법무부장관이 부활시킨 '여의도 저승사자' 금융·증권범죄 합동수사단의 1호 수사로 지정돼 검찰이 국내 소환을 서두르고 있다. 외교부는 권 대표에서 여권반납 명령을 내리고 새 여권 발급을 제한했다. 국제형사경찰기구(인터폴)는 권 대표를 체포하기 위해 최고 등급인 적색 수배를 내렸다.

이같은 조치에도 권 대표를 당장 국내로 소환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권 대표가 머물고 있는 세르비아는 가상화폐의 현금화가 가장 잘되어 있는 국가로 비트코인 등 여러 가상화폐를 즉각 현금화할 수 있는 곳이다. 이에 자신의 지갑 주소나 코인만 가지고 있으면 어디에나 있는 가상화폐 자동입출금기를 통해 현금으로 바꿀 수 있어 다른 사람의 도움없이도 도피 자금을 마련할 수 있다. 또, 세르비아와 우리나라 사이에는 범죄인 인도 협정이 체결돼 있지 않다는 점도 권 대표의 소환이 늦어지는 이유 중 하나다. 이에 검찰은 세르비아 정부가 여권이 만료된 권 대표를 강제 추방하는 방식으로 송환 계획을 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검찰은 도피 중인 권 대표를 추적하는 동시에 공동창업자인 신 전 대표에 대한 수사를 벌이고 있다. 신 전 대표를 포함해 초기 투자자와 테라 루나 기술 핵심 인력 등 7명은 루나를 고점에서 매도해 3200억원의 부당 이득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특히 신 전 대표는 테라·루나를 홍보하면서 차이코퍼레이션의 고객정보와 자금을 이용해 회사에 손해를 끼친 혐의도 받고 있다. 

조수진 기자 hbssj@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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