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T경제】 ‘빌라왕’ 등 임대인들 사망에...세입자 피마른다
【HOT경제】 ‘빌라왕’ 등 임대인들 사망에...세입자 피마른다
  • 조수진 기자
  • 승인 2022.12.29 16: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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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라 1139채 보유한 '빌라왕' 사망해
세입자들 전세보증금 돌려받기 막막

연이어 수백채 집 보유한 임대인들 갑자기 사망
전세보증금 안전장치인 '보증보험' 실효성 주목
지난 10월 수도권에 1139채의 빌라와 오피스텔을 사들인 임대업자, 일명 빌라왕 김씨가 갑자기 사망해 세입자들이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 10월 수도권에 1139채의 빌라와 오피스텔을 사들인 임대업자, 일명 빌라왕 김씨가 갑자기 사망해 세입자들이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국뉴스투데이] 지난 10월 수도권에 1139채의 빌라와 오피스텔을 사들인 임대업자, 일명 빌라왕 김씨가 갑자기 사망해 임차인들이 전세보증금 반환에 곤란을 겪고 있다. 여기에 인천 미추홀구 등에서 빌라를 사들인 후 돌연 사망한 임대업자와 240여채의 집을 보유한 임대업자가 사망한 사실이 연이어 알려져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막막한 임차인들이 늘어나고 있다.

빌라 등 1139채 보유한 40대 빌라왕 사망

지난 10월 수도권 빌라와 오피스텔을 갭투자(자신의 자본없이 전세를 낀 매매)방식으로 사들인 임대사업자 김모씨(40대)가 갑자기 사망한 사실이 두어달 지나 뒤늦게 알려졌다. 김씨가 소유한 주택은 6월 기준 1139채에 달한다.

김씨는 상가를 불법 증축한 근린생활시설을 주택으로 속여 임차인을 구하기도 했다. 건축주가 불법 증축한 건물에 대해 공인중개사는 문제없는 주택이라 소개했고 부동산이 소개한 대출 브로커는 근린생활시설을 주택으로 위장한 허위 서류를 작성해 대출 심사를 통과시켰다.

김씨 사망이 언론을 통해 뒤늦게 알려지기 전 김씨에게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세입자들은 이미 온라인에 피해자 모임을 만든 상황이었다. 피해자 모임에는 400명이 넘는 세입자들이 모여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을 방법을 공유하는 등 해결책을 찾고 있다.

김씨는 사망하기 전부터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한데다 아직 김씨가 자신의 집주인인지 모르고 있는 임차인이나 이제부터 전세보증금 반환이 도래하는 임차인 등이 있을 것으로 보여 피해자는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악성 임대인들 줄줄이 사망 임차인 '막막'

빌라왕 김씨의 사망 이후 비슷한 사례가 연달아 발생했다. 지난 12월 12일에는 인천 미추홀구에서 빌라와 오피스텔 60여채를 사들인 송모(27)씨가 갑자기 사망했다. 송씨 역시 갭투자 방식으로 집을 사들였다.

임차인들은 임대차 계약 후 송씨로 집주인이 바뀐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 즉 계약 당시에 집주인은 따로 있었으나 중간에 송씨로 바뀐 경우다. 현재 송씨의 부모와 동생 등 가족 모두가 연락이 두절된 상태로 보증금을 받을 방법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임대인들이 갑자기 사망하는 일이 발생하자 지난 7월 30일 사망한 임대인 정모(42)씨도 뒤늦게 재조명됐다. 정씨는 사망하기 전인 지난 4월부터 7월까지 집중적으로 집을 사들였고 주택 240여채를 임대했다. 사망 하루 전에도 계약을 맺는 등 짧은 시간에 수백채의 집을 임대하고 갑자기 사망해 피해자들이 늘고 있는 추세다.

특히, 정씨의 경우 사망한 이후인 지난 8월에 임대보증금 보증보험에 전자서명을 한 사례가 발견돼 피해자들은 정씨를 바지사장으로도 의심하고 있다. 여기에 정씨는 빌라왕 김씨가 보유한 서울 강서구 화곡동과 목동의 같은 건물 2채에 다른 호수의 주택을 소유하고 있어 김씨와의 연관성까지 제기됐다.

이른바 '빌라왕' 김모씨 등으로부터 전세사기를 입은 피해자들이 지난 27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국토교통부 앞에서 법 사각지대에 놓인 다양한 피해자들에 대해서도 정부의 적극적인 소통과 피해구제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사진/뉴시스)
이른바 '빌라왕' 김모씨 등으로부터 전세사기를 입은 피해자들이 지난 27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국토교통부 앞에서 법 사각지대에 놓인 다양한 피해자들에 대해서도 정부의 적극적인 소통과 피해구제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사진/뉴시스)

정부도 나서, 보증금 안전장치는 보증보험 뿐

빌라왕 김씨와 송씨, 정씨 등 임대업자들이 갑자기 사망해 전세보증금을 받지 못하는 세입자가 늘어나자 정부도 나서 해결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서울경찰청 금융수사대는 지난 15일 김씨는 사망했지만 공범 여부에 대해 수사하고 있다면서 사실관계 확인을 위해 수사를 확대할 계획이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도 빌라왕 사태를 엄중하게 보고 있다. 원 장관은 지난 22일 전세피해 임차인 설명회에서 “이미 피해를 입으신 분들은 보증금을 돌려받는 시점을 최대한 앞당기고 관련 절차가 최소화 되도록 주택도시보증공사(HUG)와 법무부 등 관계기관과 협의하고 피해자들 가까이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피해 임차인들이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는 전세사기를 예방하기 위한 임대보증금 보증보험 가입 여부다. 임대보증금 보증보험은 임대인이 계약 종료 후 임차인에게 보증금을 반환해 주지 못할 경우를 대비해 주택도시보증공사(HUG)나 서울보증기관(SGI)에 가입하는 안정장치다.

하지만 빌라왕 김씨의 경우 1139채 중 임대보증금 보증보험에 가입한 곳은 54%에 불과하고 송씨의 경우 40여채만 임대보증금 보증보험에 가입돼 있다. 정씨의 경우 아직 임대보증금 보증보험에 가입된 건수가 파악되지 않았다.

보증금 돌려받을까, 피해자들 구제 대책 촉구

다만 임대보증금 보증보험에 가입됐다해도 보증금을 변제받으려면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 하는 문제가 남았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전세보증금 반환보증보험에 가입한 이들은 보증금을 변제받으려면 집주인에게 전세계약 해지확인서를 받아야한다. 하지만 이미 사망한 집주인들이 이를 확인해주기 어려워 절차를 통과하는 시간은 길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임대보증금 보증보험에 가입조차 못한 임차인들은 보증금을 변제받으려면 직접 경매를 통해 구제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이마저도 임대인의 사망으로 경매가 지연되는데다 선순위인 미납 세금 등으로 인해 보증금 전부를 돌려받기는 힘들 가능성이 높다.

한편, 지난 27일 빌라왕 김씨에게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피해자들은 국토교통부 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피해자 절반은 전세보증금 보증보험에도 가입하지 못했다"면서 "일부 피해자는 전세자금 대출과 관련해 은행마다 상황이 달라 대출 연장을 받지 못하는 피해가 발생해 신용불량자가 될 처지에 놓이기도 했다“고 호소했다.

이들은 피해자들의 전세자금 대출을 연장해 줄 것을 요구하고 악성임대인의 보유 주택을 공지하는 것을 의무화하는 법안을 마련해달라고 촉구하는 등 정부의 적극적인 피해 구체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조수진 기자 hbssj@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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