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태어나는 삶
다시 태어나는 삶
  • 김민희 배우
  • 승인 2023.01.02 1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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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문이 닫히면 또 하나의 문이 열린다. 그러니 더 이상 고민하지 말고 그냥 재미있게 살아라."
 -김혜남의 <만일 내가 인생을 다시 산다면> 중-

재미있게 사는 방법이 정답처럼 정해져 있는 건 아니지만, 한번뿐인 인생을 재미없게 마감한다면 그건 너무나 슬픈 일이다. 해야 할 일, 하기 싫은 일을 하며 사는 동안 우리는 하고 싶은 일은 얼마나 하며 살고 있는 걸까?

들이닥치는 불행을 피할 길은 없고 삶은 꽤나 치열한데, 하고 싶은 일을 모두 하며 살 수는 없는 노릇이긴 하다. 그렇지만 아무도 내 삶을 대신 살아주진  않는다. 행복의 기회 또한 다른 사람이 잡아서 내게 붙들어 놓아 주지 않는다. 
만일 삶의 끝에서 후회 가득한 채 '왜 그랬을까', '왜 못 그랬을까'가 마음에 남는다면 정말 다시 태어나고 싶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만일 내가 인생을 다시 산다면 이번에는 용감히 더 많은 실수를 저지르리라.
느긋하고 유연하게 살리라.
그리고 더 바보처럼 살리라.
매사를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을 것이며 더 많은 기회를 붙잡으리라.
더 많은 산을 오르고, 더 많은 강을 헤엄치리라.
아이스크림은 더 많이 그리고 콩은 더 조금 먹으리라.
어쩌면 실제로 더 많은 문제가 있을 수도 있겠지만, 일어나지도 않을 걱정거리를 상상하지는 않으리라."
           -나단 스터어의 시-

어떻게 사는 게 옳은가의 문제를 떠나서, 무엇이 하고 싶었고 무엇을 후회 하는지 되돌아보는, 스스로에게 정직한 회한을 드러내는 시가 아닌가 싶다.

사람은 겪어봐야 알고 인생은 살아봐야 안다. 일어나지 않을 걱정거리는 그냥 스트레스다. 모든 일은 언젠가는 다 지나간다. 지나고 보면 결국 다 지난 일일 뿐이다.
누구도 대신 살아주지 않는 내 삶에 스스로를 다독이며 챙겨주는 셀프케어가 필요하다. 내가 좀 더 기쁠 수 있는 계기는 나에게서 나온다.

"삶에서 기쁨을 찾았는가?"
"당신의 삶이 다른 사람들을 기쁘게 해 주었는가?"
-영화 <버킷리스트: 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것들> 중에서-

▲영화, 버킷리스트

이 영화는 잭 니콜슨(에드워드 역)과 모건 프리먼(카터 역) 주연으로, 서로 너무나 다른 두 노인이 얼마 남지 않은 생에서 '나는 누구인가'를 돌아보고 정리하고자 남은 시간 동안 하고 싶었던 일을 해보려 여행을 떠나며 펼쳐지는 이야기다.

그들의 버킷리스트는 누가 봐도 소소한 것들부터 아무나 해보기 어려운 일들도 있었다. 그 여정에서 그들은 행위 자체의 의미 보다는 인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자신을 찾고자 했던 것 같다.

삶에서 기쁨을 찾았는지. 남에게도 기쁨을 주었는지. 이것은 삶의 마지막에 되돌아 볼 것이 아니라, 매일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진다면 어떨까 싶다.

고대 이집트인들이 죽어서 천국의 문 앞에서 받게 된다는 질문. 그에 대한 답이 천국에 갈 수 있는지가 결정 난다고 했다. 영화에서 에드워드는 삶의 기쁨은 찾았지만, 다른이에게 기쁨을 주었는지는 모르겠다고 답했다. 남들 생각까지는 알 수가 없다는 그의 말이다.

맞는 말이다. 내 삶에서 기쁨을 찾았다고 해도 내 삶이 다른 사람들을 기쁘게 했는지는 고민해 봐야 할 문제긴 하다. 그래서 더욱 끊임없이 그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고 답을 구해야 한다.

인생의 기쁨은 그 기쁨을 함께 나누기를 할 때, 그 이상의 것이 되기 때문이다. 언젠가는 다 지나갈 일에 얽매여 벗어나지 못할 필요는 없다. 셀프케어를 하며 자신을 돌볼 줄 알아야 한다. 그리고 할 수 있는데 하고 싶은 것들을 놓치며 살아선 안된다. 그렇게 해서 삶의 기쁨을 찾게 되는 행운을 갖게 된다면 기쁨 나누기를 해보자.

영화 속에서 카터는 에드워드에게 이렇게 얘기한다. 
"우리의 삶은 흐르는 물 같아. 하나의 강에서 만나 폭포 너머 안개 속 천국으로 흐른다네. 삶의 기쁨을 찾아, 에드워드."

흐르는 강물에 몸을 맡기라는 그의 말은 우리가 어떤 자세로 삶을 대하는 것이 평안하고 온전해 질 수 있는지 느낄 수 있게 하는 것 같다. 물리적으로는 다시 인생을 사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다시 살아야만 지나온 후회를 되돌리는 건 아니다. 

지나간 것을 뒤로 하고, 새롭게 내 삶을 사는 것. 하루라도 더 기쁘게 사는 것. 그날부터 우리는 다시 태어나는 것이다.
새해를 맞아 다시 태어날 모든 사람에게 삶의 기쁨이 충만하길 소망한다.

김민희 배우 calnews@naver

배우 김민희

만 6세인 1982년 KBS 성탄특집극 《집으로 가는 길》에 출연하면서 배우의 길에 들어선 아역스타 출신이다. MBC베스트극장에서 다수의 주인공 역을 시작으로 SBS 대하드라마 《여인천하》, MBC 주말연속극 《여우와 솜사탕》, 등을 통해 안방극장에서 꾸준히 활동해 왔다. 특히 1997년 MBC 일일연속극 《방울이》에서 주인공인 방울이 역을 맡아 많은 사랑을 받은 연기파 배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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