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의 발전과 동물 실험의 경계선
과학의 발전과 동물 실험의 경계선
  • 김 위 겸임교수
  • 승인 2023.01.01 13: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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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자 피터 싱어와 톰 리건에 의해 동물 윤리성에 대한 논의 시작
1970년대 이전처럼 인간을 대상으로 실험한다는 자체는 거의 불가능
동물에 대한 실험은 희생과 고통 줄이려 과학계와 동물단체가 함께 노력
▲의생물학자들 사이에서 결과를 내기 위해서는 사람을 상대로 실험해야 정확한 데이터를 얻을 수 있다는 의견도 많았다. (사진/픽사베이)
▲의생물학자들 사이에서 결과를 내기 위해서는 사람을 상대로 실험해야 정확한 데이터를 얻을 수 있다는 의견도 많았다. (사진/픽사베이)

인간이 여러 가지 물질에 대한 독성 실험을 시작한 건 아마도 태초부터 인간이라는 생명체가 존재하는 시점에서 부터일 것이다. 여러 사람들이 독을 먹어보고 이게 자기 몸에 맞는지 안 맞는지를 수차례 따져 보고 죽음이 동반된 희생을 치르고서 안전한 음식임을 인지한 뒤 하나하나씩 인간에 맞는 의식주에 필요한 요건을 갖추게 되었다. 

문자로 인해 대규모 문화가 발전하기 시작한 기원전부터 어느 정도 유해한 물질에 대한 위험성의 지식이 전반적인 확산으로 일어났으나 인권에 대한 정립이 낮아 계급 체계에 따라 인간 자체가 소모되었다. 중국이나 일본 혹은 다른 유럽문명만 하더라도 고귀한 신분의 암살을 막기 위한 방편으로 조리된 식사를 먼저 맛보고 안전한지 판단하는 노예도 있었다. 

물론 인본주의가 발달한 그리스 도시문명의 경우 기원전 4세기부터 이러한 역할을 하는 동물을 대상으로 임상실험을 했다는 기록이 있다는 것을 볼 때 인간을 대신하는 동물실험에 대한 역사가 그리 짧지 않음을 알 수 있다. 

동물실험과 동물에 대한 윤리적인 토대 마련

17세기 유럽에서 시작된 현대적 임상실험은 1975년에 ‘동물의 자유’를 발표한 호주 출신의 철학자 피터 싱어와 1983년 미국의 톰 리건에 의해 동물의 윤리성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었다. 하지만 1980년대만 하더라도 동물 윤리 및 동물 보호에 대한 개념이 잡혀가는 시기는 아니었고 몇몇 전문분야에 속해 있는 사람들이 아니라면 이 부분에 대해서 관심이 거의 없었다. 

또한 의생물학자들 사이에서 결과를 내기 위해서는 사람을 상대로 해야 정확한 데이터를 얻을 수 있다는 의견도 많았기에 인간을 상대로 한 비윤리적인 실험을 1970년대까지 선진국인 미국에서도 유색인종을 대상으로 진행하기도 했다. 따라서 병원균이나 약에 대한 대규모의 기초 동물 실험을 행한 건 1970년대로 봐야 하며 동물실험과 동물에 대한 윤리적인 토대 그 외 인체 실험에 대한 안전성도 동시기가 논의되기 시작했다고 보아야 한다. 

이런 복합적인 상황에서 급진적인 동물보호 단체의 행동이 나타난 건 1990년 후반으로 봐야 한다. 실험동물에 대한 보호를 주장했던 동물단체에서 가장 많이 했던 것은 각 대학과 연구기관에 설치된 동물 실험실에 대한 대규모 데모 및 시설 침입에 의한 동물의 해방이었다. 미국의 과격 동물보호 단체의 행동은 각 국가의 동물 연구 시설에 대한 강력한 봉쇄, 교육 그리고 직원들의 철저한 검증 작업이 이루어졌고 현재에도 유명 기업체가 대학의 실험 동물실을 방문해 보면 각 구역 당 교도소의 수감시설에 가깝게 설계돼 있다.

동물단체의 동물 해방의 대한 의지는 높이 평가하지만 실험동물을 사용하는 학계의 상황에서는 상당한 노력을 다해 연구결과를 위한 개체수를 최소화 하거나 호르몬의 영향이 없는 실험이라면 마취를 통해 죽음의 대한 고통을 줄였다. 거기에 각 대학 및 유관기관마다 임상윤리위원회를 조직하여 동물 실험을 행할 때 각 연구자들이 실현할 수 있는 불필요한 학대 및 폭력을 최소화 하도록 노력하고 있다.
 
물론 이런 제도적인 과학계의 방침이 동물 보호 단체의 영향이 어느 정도 있을 수 있다고는 보지만 다른 국가들 보다 동물 인권 방향에 대해 앞서 있기도 하다. 북미나 유럽에서도 2010년까지도 전혀 하지 않았던 동물에 대한 위령제 및 위령탑 건립을 1990년대부터 시행한 건 상당히 동물 보호에 대한 혁신적인 방향이었고 이 부분에 대해서는 한국 과학계가 동물 실험에 대해서 섣불리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럼에도 불구하고 동물실험 자체가 동물에 대한 고통을 주는 행위라는 것은 어느 정도 사실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1970년대 이전처럼 인간 자체를 대상으로 실험한다는 자체는 거의 불가능 하다고 봐야 한다. 

▲과학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동물실험 자체가 동물에 대한 고통을 주는 행위라는 것은 사실이기도 하다. (사진/픽사베이)
▲과학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동물실험 자체가 동물에 대한 고통을 주는 행위라는 것은 사실이기도 하다. (사진/픽사베이)

동물의 희생과 고통 최소화 함께 노력

단순한 면역적 과민반응 (알레르기)만 하더라도 사람마다 각기 다른 면역 조직 복합체를 가지고 있어 특정 물질에 따라 반응이 일어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면역적 과민 반응의 큰 예가 한국에는 별로 없지만 북미 쪽에서 많이 나타나는 땅콩 알레르기가 그 대표적인 사례이며 면역 억제제를 통한 적절한 치료를 행하지 않으면 사망까지 이를 수 있다. 이런 위험한 실험을 감수하면서 까지 인간을 실험한다는 것 역시 윤리적인 문제가 쉽게 발생할 수 있다. 

또 하나의 동물 보호 단체의 의견은 세포군이나 조직을 직접 떼어내서 배양한 다음 알레르기 반응을 테스트해 최소화 하는 것이 보호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논지를 낸 적도 있다. 하지만 세포군은 세포를 암세포와 비슷하게 무한 증식할 수 있도록 설계한 세포로 일정한 수명이 다하면 증식을 포기하고 사멸하는 정상적인 세포와도 거리가 멀다. 

조직배양은 단순히 세포 조직을 가지고 그 세포를 대상으로 실험을 하는 것이지만 이것 역시 각기 다른 조직 내 세포간의 조직적인 연결 구조를 가지고 있어 아주 기초적인 실험은 할 수 있지만 이 결과만 가지고 곧바로 인간을 대상으로 하는 실험을 행하기는 위험한 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 즉, 기존의 체계에서 인간을 연구하기 전 단계에서 동물 실험을 진행하지 않고 인간에 대한 기초적인 연구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고거 리즈 워더스푼 주연의 ‘금발은 너무해 2’라는 영화에서 화장품 회사에서 화장품의 독성 실험을 위해 주인공의 키우고 있는 개의 어미견이 실험대상이라 이를 구조하기 위해 노력하는 장면이 있다. 이 영화는 어느 정도 동물 보호 단체의 의견이 들어간 영화이며 화장품 자체에 대해서는 과도한 동물 실험을 하지 않더라도 상품에 대한 조합을 어느 정도 바꾸어 신상품을 개발하거나 기존의 있는 물질을 가지고 만든다면 큰 무리가 없음도 간과하기 힘들다. 영화에 대한 내용 자체는 납득할 수 있는 내용이긴 하지만 이 내용을 가지고 인류를 치료하기 위한 동물 실험과 동일하게 판단하기는 무리이긴 하다. 

물론 생명에는 경중이 없다는 건 대부분의 인류가 인정하는 부분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자신이 위중한 병에 걸렸는데 이를 위해 쥐 1000마리를 희생해 고칠 수 있다면 아무리 급진적인 동물 보호론자라도 희생에 대해 상당부분 갈등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동물에 대한 실험은 최대한 고통을 줄이면서 희생되는 수를 줄이고 제도적으로 과학계와 동물단체들이 노력해야겠지만 그렇다고 무리한 방향으로 막는 것은 상당히 어렵다고 봐야 할 것이다.

김 위 겸임교수 yesteria@ajou.ac.kr

김 위 겸임교수

현 아주대학교 의용공학과 겸임교수
전 대우전자 미주법인 자문위원
University of Calgary 의과대학 석사
York University 생물학과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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