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신년기획】 토끼처럼 깡총 “RABBIT JUMP”⓷2023 디깅 모멘텀…“나에게 집중하기”
【2023 신년기획】 토끼처럼 깡총 “RABBIT JUMP”⓷2023 디깅 모멘텀…“나에게 집중하기”
  • 박상미 기자
  • 승인 2023.01.28 1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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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몰입하는 ‘디깅 모멘텀’을 즐기는 디깅러의 시대
컨셉형 디깅의 포인트는 탄탄한 서사를 바탕으로 한 세계관 구축이 관건
수집형 디깅러는 어릴 적 좋아하던 장난감을 모으는 키덜트의 최신 버전

[한국뉴스투데이] 2023년 검은 토끼의 해가 밝았다. 팬데믹(Pandemic)으로 힘든 3년을 지낸 후 맞이한 엔데믹(Endemic)은 기대와 불안을 동시에 선사했다. 사상 최악의 인플레이션에 곡소리가 요란하지만, 마냥 회색빛 새해는 아니다. 거리두기 완화와 함께 해빙기를 맞이한 거리에는 그간의 고립에 대한 보상을 갈망하는 사람들이 넘쳐난다. 낮에 활동하고 밤엔 오롯이 휴식하는 토끼처럼 '할 수 있을 때' 하고, 쉴 때는 제대로 쉬는 균형있는 삶의 가치에 대해 이야기 한다. 토끼처럼 도약할 우리의  래빗점프(RABBIT JUMP)가 기대되는 2023년, 지금 우리가 열광하는 새 삶의 트렌트를 살펴봤다. <편집자주>

▲모 회사가 운영하는 금성오락실은 방문한 고객들에게 게임뿐만 아니라 과거의 추억과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동시에 경험할 수 있도록 조성한 복합 문화 체험공간이다.(사진/LG전자)
▲모 회사가 운영하는 금성오락실은 방문한 고객들에게 게임뿐만 아니라 과거의 추억과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동시에 경험할 수 있도록 조성한 복합 문화 체험공간이다.(사진/LG전자)

디깅 모멘텀(Digging Momentum). 2023년, 취향에 진심인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디깅(Digging)은 두더지처럼 바닥을 ‘판다’는 의미로,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더 깊게 파고드는 것을 말한다. 이처럼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몰입하는 ‘디깅 모멘텀’을 즐기는 디깅러(Digginger)의 시대가 왔다. 

디깅러는 형태에 따라 셋으로 나뉜다. 하나의 컨셉을 정하고 그에 몰두하면서 정보를 공유하는 컨셉형 디깅, 연예인 등 특정 대상에 대해 타인과 소통하면서 함께 몰입하는 것을 즐기는 관계형 디깅, 특정 아이템을 수집하는 디깅 등이 그것이다.

세계관, 어디까지 가봤니
컨셉형은 해리포터, 하이틴 퀸카 컨셉 등 하나의 컨셉을 정하고 그 상황에 몰두하는 디깅러다. 컨셉형 디깅의 대표적인 예는 과몰입 공부법이다. ASMR채널에서 인기를 끌었던 ‘중세시대 저택에서 공부하기’, ‘호그와트 OWL 시험 준비중’ 등의 콘텐츠가 그것이다.

컨셉형 디깅의 포인트는 탄탄한 서사를 바탕으로 한 세계관의 구축이 관건이다. 단순히 핫한 세계관에 대한 호기심으로 접근하는 것을 넘어 해당 분야에 대해서 전문가 수준의 정보 수집과 몰입이 필요하다.

호그와트 기숙사별로 나누어 컨셉을 정하고나 매체에서 본 분위기를 활용해 자신만의 컨셉을 설정하기도 한다. 기성세대의 시선에는 공상, 설정에 불과하지만 세계관에 익숙한 요즘 세대에게는 꽤 효과가 있는 요소이다. 특히 학습을 할 때에 자신의 취향에 맞는 세계관 안에서 보다 몰입하고 지루함을 잊을 수 있다는 데서 호응을 얻고 있다.

관계형, “너도? 나도!”
관계형 디깅은 팬덤과 유사하다. 유사한 관심사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과 몰입하여 소통하면서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핵심이다. 덕후와 덕후가 만나 서로의 정보를 적극적으로 공유하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자신의 취향에 맞는 분야에 더 깊이 파고드는 재미를 즐긴다.

관계형 디깅러의 덕질은 아이돌 등 특정 인물뿐만 아니라 TV프로그램을 대상으로 하기도 한다. 특히 드라마는 디깅에 적합한 콘텐츠다. 각 캐릭터가 가진 서사, 대사, 연기에 집중할 수도 있고 극본을 쓴 작가, 촬영을 연출한 감독 등에게 깊게 몰입할 수도 있다.

과거의 드라마 ‘폐인’들과 달리 디깅러들은 드라마 밖 놀이터의 활용에 적극적이다. 최근 관계형 디깅러들의 놀이터 중 눈에 띄는 것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더 글로리’ 출연진의 SNS 계정이다. 팬들은 배우들의 SNS에서 드라마 대사를 활용한 댓글을 달고, 배우들이 이에 호응하면서 현실과 드라마의 경계를 잊은 놀이에 한창이다.

취향 콜렉터, 수집형
수집형 디깅러는 어릴 적 좋아하던 장난감을 모으는 키덜트의 최신 버전이다. 최근 몇 년간 인기를 끌고 있는 포켓몬 빵의 띠부씰 모으기가 대표적이다. 포켓몬 빵에 들어있는 띠부씰을 모으기 위해서 편의점 오픈런을 하고, 티부씰을 모으는 다이어리를 직접 만들어 SNS에 올리며 재미를 느낀다.

수집형 디깅의 대표주자인 띠부씰은 마케팅 요소로도 적극 활용되고 있다. 세븐일레븐인 8090 여학생들의 향수를 자극하는 애니메이션 ‘빨강머리앤’ 캐릭터 띠부씰이 들어있는 신제품을 출시했다. 젊은 여성들의 취향을 고려한 베이커리 제품에 ‘빨강머리앤’ 띠부씰이 동봉되어 수집형 디깅러 공략에 나서기도 했다. 

수집형 디깅러의 디깅은 이외에도 분야가 다양하다. 아이돌 굿즈, 캐릭터 아이템뿐만 아니라 미술작품까지 폭넓게 발전하고 있다. 지난해 9월 열린 ‘프리즈 서울’, ‘키아프 서울 2022’ 등에서는 나흥간 작품 판매금이 6500억 원에 달했다. 구매자의 60%가 MZ세대로 집계됐다.

나, 내가 좋아하는 것
하나에 깊이 몰두하는 디깅러의 모습은 덕후, 오타쿠와 얼핏보면 꽤 닮아있다. 그럼에도 디깅러와 오타쿠를 향한 사회의 시선은 전혀 결이 다르다. 오타쿠와 디깅러는 과몰입을 통한 즐거움을 추구한다는 점에서는 같지만, 추구하는 태도에서 차이가 있다. 이들의 땅굴파기 끝에는 ‘진짜 나’를 발견하는 것에서 만날 나만의 행복이 있다. 

현실도피적인 오타쿠와 달리 디깅러는 세상의 중심에서 본인의 취향을 외친다. 디깅러들은 단순히 자기만족에 머무르지 않고, 남들보다 전념하여 즐겼음에 재미를 느끼고 이를 소통하면서 자랑한다. ‘요즘 아이들’에게는 즐거운 과몰입, 디깅 모멘텀이 성장의 원동력이다. 디깅은 결국 ‘지피지기’로 승리를 거두려한 기성세대와 매우 닮았다.  


박상미 기자 mii_medi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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