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기획] ③ 2023년 세계 경제 시장 판도읽는 키워드 5
[신년기획] ③ 2023년 세계 경제 시장 판도읽는 키워드 5
  • 이지혜 기자
  • 승인 2023.01.28 19: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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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의 ‘반짝 회복’, 경기의 이중 침체 ‘더블딥’
중국경계위한 유럽 연합의 ‘글로벌 게이트웨어’
4차 산업혁명으로 탄생한 ‘초개인화와 인터렉’
저개발국가에서 국내로 자금 돌리는 ‘국부펀드’
기후위기가 불러온 산업의 위험론 ‘그린 스완’

갑작스레 찾아온 코로나19가 만든 팬데믹은 준비되지 않은 디지털 격변의 시대를 열었다. 이런 시대가 누군가에겐 큰 혼란을, 누군가에겐 다신 없을 기회를 만들고 있지만, 넘쳐나는 정보와 용어의 홍수로 정확한 판단과 지식을 쌓는 것이 힘든 사람도 많다. 활발한 경제 활동까지 일어나 뒤처질 수 없는 새로운 디지털 세상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중요한 키워드를 짚어보고 그와 관련된 경제 판도를 크게 읽는다. <편집자 주>

변수 많은 세계 경제, 2023 판도는?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인플레이션, 글로벌 공급망 불안, 22년 만의 금리 인상, 달러 강세의 물결은 쉽사리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세계적인 인플레이션과 경기 침체 공포가 지속되는 2023년의 경제 시장은 어느 때보다 예측 불가능하다. 세계 경제를 읽는 키워드를 소개한다.

(사진/픽사베이)
경기의 이중 침체를 뜻하는 더블딥. (사진/픽사베이)

더블딥

더블딥은 불황에 빠졌던 경기가 반짝 회복하는 것처럼 보이다가 다시 불황에 빠지는 현상이다. 이 영어 표현은 몇 가지 뜻이 있긴 하지만, 경제용어로 쓰일 때, '경기의 이중 침체’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더블딥은 또 경제 성장률을 그래프로 나타낼 때 알파벳 ‘W’를 닮은 모양이 된다고 해서 'W자형 회복'이라고도 부른다.

더블딥 현상의 대표적인 사례는 1980년대 초 오일쇼크다. 당시 한국을 포함한 세계 주요국들이 불황에 빠졌다가 잠시 회복한 듯 보였지만, 미 연준의 가파른 금리 인상으로 다시 잠식했다. 1981년 하반기에 시작된 더블딥은 1982년 말까지 이어졌다.

2023년이 되어서야 30여 년이 넘은 이 용어가 다시 주목받는 이유가 있다. 뉴노멀 시대가 시작됐지만, 3년간 사상 초유의 코로나 팬데믹 시대를 겪어왔기 때문이다. 위기를 느낀 각국 정부가 아낌없는 유동성 확장 정책을 시행했을 뿐만 아니라 코로나 백신에 의해 잠시 경기가 살아나는 듯했지만 지난해 초부터 더블딥의 가능성이 세계를 강타했다. 코로나 확산에 따른 공급망 붕괴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했다. 이에 따라 거대한 인플레이션이 전 세계를 뒤덮었고 그 결과는 고스란히 금리 인상, 역환율 전쟁으로 이어졌다.

(사진/픽사베이)
유럽연합이 중국에 대응해 발표한 경제 방안, 글로벌 게이트웨어. (사진/픽사베이)

글로벌 게이트웨어

글로벌 게이트웨어는 유럽연합(EU)이 중국의 일대일로에 대응해 2021년 12월 발표한 방안으로, 2022년부터 2027년까지 전 세계 인프라스트럭처, 디지털, 환경보호 등의 사업에 3,000억 유로(약 400조 원)를 투자하여 글로벌 네트워크를 강화하겠다는 전략이다. EU는 이를 통해 세계 각국과의 산업 공급망을 확대와 세계 무역 증가를 꾀하고 있다.

EU는 이를 위해 올 해에는 조기착공 또는 양해각서 체결이 가능하거나, 투자 및 금융조달이 용이하여 조기성과가 예상되는 프로젝트를 선정하고, 내년 이후 진행할 프로젝트에 대한 사전 준비작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올 해 우선 추진할 프로젝트로 흑해 해저 디지털케이블, 지중해 및 북아프리카 연결 해저 광케이블 부설, 카메룬 댐 및 수력발전소 건설 등 70개 프로젝트 초안을 선정했다. 현재 추진 프로젝트 리스트 초안이 논의됐으며, 오는 2월 6일 최종 확정을 앞두고 있다.

글로벌 게이트웨이는 무엇보다 경제성장이 아니라 민주주의의 보편적 가치 실현을 위한 투자를 표방한다. 반면 EU가 중국을 적극적으로 견제 하기 위해 글로벌 게이트웨어를 진행한다는 점에서 중국과 불 튀는 접전도 예상된다.

(사진/픽사베이)
4차 산업혁명 기술과 유기적 관계, 인터렉과 초개인화. (사진/픽사베이)

인터렉과 초개인화

인터랙은 4차 산업혁명에서 탄생한 핵심 기술을 활용해 개인과 서로 밀집하게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관계이다. 과거 기업과 개인의 관계가 상당수 일방적인 거래로 이뤄졌다면 지금은 단순히 재화뿐 아니라 우리가 소비하는 뉴스를 비롯해 다양한 콘텐츠까지 소비자와 소통하며 서비스되고 있다는 개념이다. 이처럼 인터렉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초개인화 시대를 이해해야 한다.

기업은 시장을 세분화해 특정 세그먼트를 타깃팅하는 마케팅을 넘어, 초개인화에 초점을 맞추고있다. MZ 세대는 기업이 그들을 알고 그들에 맞는 개인화된 경험을 제공하기를 기대한다. 디지털 기술이 발달하면서 소비자 취향은 온라인 상에서의 탐색, 구매 행동 등 데이터를 기반으로 분석되어 아마존, 넷플릭스와 같은 리테일러, 스트리밍 산업을 중심으로 개인화된 경험으로 제공되고 있다.

이처럼 이제는 남이 아닌 나를 위한 소비를 중시하는 새로운 세대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할 때는, 기존의 매스 마케팅 방식으로는 의식주 브랜드의 가치를 인정받기 어렵다. 소비자 개인이 특정상품이 필요하다고 인지하기 전에, 해당 소비자에게 곧 필요해질 상품이 무엇인지 선제적으로 파악하는 기업이 최근과 같은 변화하는 환경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여기서 바로 인터렉의 개념이 파생된다. 전문가들은 기업들은 데이터 가시화, 데이터 공유와 활용을 위한 분석구조화, 최적화, 지능화가 딥리테일과 초개인화 실현을 위한 필수 요건이라고 단언한다.

(사진/픽사베이)
최근 판도를 바꾸고 있는 국부펀드. (사진/픽사베이)

국부펀드

국부펀드는 말 그대로 국부, 즉 국가의 재산을 운용해 증식시키기 위해 국가가 운용하는 기금으로, 대표적 국부펀드는 중국의 CIC,싱가포르의 테마섹과 싱가포르 투자청(GIC), 아랍에미리트 연합(UAE)의 아부다비 투자청, 한국투자공사(KIC) 등이 있다. 국부펀드는 주로 무역 흑자나 외환 보유로 인한 외화(대부분 미국 달러) 자산을 운용해 수익을 창출하는데, 간혹 다른 기관에 자금을 맡기거나 직접 다양한 대상에 투자해 수익을 내기도 한다.

지난 1940년대까지만 해도 국부펀드는 14개로 한정적이었다. 그런데 1980년대 부터 국부펀드의 신설이 급격히 늘어나 현재 160여 개에 달한다. 규모도 엄청나다. 싱가포르 정부가 모든 지분을 갖고 있는 테마섹만해도 한국의 한 해 예산과 맞먹는 4844억 달러를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운용한다. 2021년 8월 현재 전 세계 국부펀드의 운용 규모는 10년 전의 2배로 늘어나 9조 1,000억 달러, 즉, 1경580조 원 이 달한다. 이는 3조 달러 수준으로 알려진 헤지펀드의 3배 크기다.

이런 국부펀드가 최근 크게 달라지고 있다. 세계적인 국부펀드의 트렌드가 지금까지 높은 수익을 창출한다는 명목으로 추구해왔던 해외의 새로운 산업과 개발도상국에의 투자를 대폭 줄이고, 자국내 투자를 급격히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테마섹은 당초 스탠더드 차터드(영국), 에어비앤비(미국), 알리바바(중국) 등의 주주였지만, 최근 국영 항공사 싱가포르항공에 99억 달러를 투자했다. 터키 국부펀드 TWP 역시 자국의 시중 은행, 보험사, 이동통신 사업자 등에 59억 달러를 투자했으며 아일랜드 IST는 코로나 직후인 2020년 5월 이후 모든 투자의 90%를 자국에 투자했다.

국부펀드 국제포럼(FSWF)에 따르면 2020년 글로벌 국부펀드들이 자국 기업과 프로젝트에 신규 투자한 자금은 127억 달러로, 2019년의 3배에 달한다. 코로나19가 가져온 국부펀드의 트렌드가 바뀌고 있다는 설명이다.

(사진/픽사베이)
기후변화에 따른 경제적 파괴, 그린 스완. (사진/픽사베이)

그린 스완

코로나19가 가져온 글로벌 경제의 또 다른 테마는 바로 그린 스완이다. 그린 스완이란 녹색 백조라는 뜻으로, 기후변화로 인한 경제의 파괴적 위기를 가리킨다. 이는 미국 월스트리트의 투자전문가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가 2007년 제시한 이후 '불확실한 위험’을 가리키는 용어로 자리 잡은 ‘블랙스완(The black swan)’을 변형한 것이다.

끝나지 않아 보이는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전 세계에서 경고음이 들려온다. 무엇보다 유럽을 강타하고 있는 여러 악재 가운데 기후변화로 인해 발생하는 경제나 금융의 위기 가능성이 높다는 점은 그린 스완을 주목하게 한다. 최근 전 국토의 90% 이상이 가뭄에 시달렸던 포르투갈을 비롯해 이탈리아, 스페인 등 남유럽이 극심한 가뭄을 겪고 있으며, 서유럽뿐만 아니라 헝가리, 크로아티아 등 동유럽까지 폭염과 산불이 이어지고 있다.

그린 스완은 2020년, 국제결제은행(BIS)의 보고서를 통해 처음 사용됐다. 이 보고서는 오래 축적된 기후변화가 경제 전반의 수요-공급에 충격을 줄 것이라고 진단했다. 예컨대 기온이 높아지는 기온으로 하락하는 노동생산성, 폭풍이나 특이 기후가 공급망을 끊어버리고 세계 경제성장을 저해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기후변화에서 비롯된 실물경제의 위기들을 경고한 이 보고서는 주요국 중앙은행에 그린 스완을 철저히 관리하라고 충고했다.

이에 이후 주요 선진국들은 금융회사가 대출 평가 시 기후변화 리스크를 반영할 수 있도록 기업의 기후변화 정보공시 의무 제도화를 추진 중이다. 국내 역시 지난해 113개 금융기관이 '2050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기후금융 지지 선언'을 했고, 금융감독원은 국내 금융권의 기후위기 관련 대응 능력을 높이기 위한 '기후리스크 포럼'을 설립했다.

전기차를 생산하는 '테슬라', 대체육을 만드는 '비욘드미트', 미생물로 비료를 개발한 '인디고 애그리컬처'는 기후테크(climate-tech)를 대표하는 기업으로 지속가능성과 수익을 동시에 만족시키며 성장 중이다.

이지혜 기자 2jh062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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