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신년기획] 토끼처럼 깡총 “RABBIT JUMP”④“무지출 DAY 대세”, 과시적 비소비 시대
[2023 신년기획] 토끼처럼 깡총 “RABBIT JUMP”④“무지출 DAY 대세”, 과시적 비소비 시대
  • 박상미 기자
  • 승인 2023.01.29 13: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체리슈머의 구독서비스를 향한 애정은 고물가 시대의 생존책
‘옷 안 사고 살아보기’, ‘무지출 캘린더’ 등 무지출 챌린지가 유행
‘블랙 프라이데이’와 같은 날인 ‘아무것도 사지 않는 날’에 시선 쏠려

[한국뉴스투데이] 2023년 검은 토끼의 해가 밝았다. 팬데믹(Pandemic)으로 힘든 3년을 지낸 후 맞이한 엔데믹(Endemic)은 기대와 불안을 동시에 선사했다. 사상 최악의 인플레이션에 곡소리가 요란하지만, 마냥 회색빛 새해는 아니다. 거리두기 완화와 함께 해빙기를 맞이한 거리에는 그간의 고립에 대한 보상을 갈망하는 사람들이 넘쳐난다. 낮에 활동하고 밤엔 오롯이 휴식하는 토끼처럼 '할 수 있을 때' 하고, 쉴 때는 제대로 쉬는 균형있는 삶의 가치에 대해 이야기 한다. 토끼처럼 도약할 우리의 래빗점프(RABBIT JUMP)가 기대되는 2023년, 지금 우리가 열광하는 새 삶의 트렌트를 살펴봤다. <편집자주>

젊은 세대의 철없는 과시욕의 대명사 ‘플렉스’가 이제 추억 속 옛말이 됐다. 바야흐로 비(非)소비의 시대다. 미국의 ‘블랙 프라이데이’, 그에 발맞춘 ‘코리아 세일 페스타’에 열광하는 소비자들의 영향으로 쇼핑의 달로 인식됐던 11월이 달라졌다. ‘블랙 프라이데이’와 같은 날인 ‘아무것도 사지 않는 날(Buy Nothing Day)’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팬데믹 이후 물가 폭등으로 인한 역대 최악의 경기 불황으로 투자시장에 먹구름이 내려앉으면서 투자소득으로 재미를 보던 젊은 세대들이 지갑을 굳게 여몄다. (사진/픽사베이)
▲팬데믹 이후 물가 폭등으로 인한 역대 최악의 경기 불황으로 투자시장에 먹구름이 내려앉으면서 투자소득으로 재미를 보던 젊은 세대들이 지갑을 굳게 여몄다. (사진/픽사베이)

플렉스 NO! 무지출 챌린지
요즘 ‘힙’한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아무 것도 사지 않기’가 멋이다. 젊은 세대의 수식어로 대표됐던 욜로(YOLO, You Only Live Once의 약자)’와 ‘플렉스(과시)’는 이제 시대에 뒤처지는 철부지를 지적할 때나 쓰인다. 2023년은 짠테크족이 선두에서 이끌고 있다.

팬데믹 이후 물가 폭등으로 인한 역대 최악의 경기 불황으로 투자시장에 먹구름이 내려앉으면서 투자소득으로 재미를 보던 젊은 세대들이 지갑을 굳게 여몄다. 온갖 명품 소비를 자랑하던 SNS는 이제 무지출을 자랑하는 사람들이 이끌고 있다.

‘옷 안 사고 살아보기’, ‘무지출 캘린더’ 등 무지출 챌린지가 유행이다. 소비를 과시하던 우리는 이제 비소비를 과시하고 있다. 소비하지 않는 삶이 ‘멋’이고, 비소비하는 모습이 ‘힙’한 욕망이 되면서 과시적 비소비가 대세로 떠올랐다. 이제는 적게 쓰고, 적게 먹고, 저축하는 모습이 대세다.

비소비를 지향하는 지금의 모습은 좀 더 가볍게, 단계적으로 우리의 생활 속에 녹아들었다. 몇 해 전부터 이미 최소한의 필요한 물건만을 가지고 생활하는 미니멀 라이프, 무소유 생활 등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는 추세였다.

팬데믹 기간 동안 우리는 ‘생각’을 할 시간을 벌었다. 쳇바퀴처럼 바빴던 생활에서 때로는 감염으로 인한 격리로 강제 휴식을 하기도 했고, 거리 유지로 집에서 시간을 보내는 때도 늘었다. 복닥거리며 흘러가던 시간이 오롯이 내 것이 되면서 ‘나’에 대한 탐구, ‘욕망’에 대한 탐구가 늘었다.

그 결과, 소비에 대한 시선이 전혀 달라졌다. 이전에는 갖고 싶었던 것을 사고, 필요한 것을 사고, 유행하는 것을 사는 것이 흔한 패턴이었다면 지금은 ‘왜 꼭 뭔가를 사야하나’에 대해 생각하는 것이다. ‘딱 1년만 옷 안 사고 살아보기’, ‘굿바이 쇼핑’ 등 비소비에 관한 책들이 서점가에 속속 등장하며 비소비를 응원하고 있다. 이 책들은 하나같이 ‘둘 중 무엇을 살까’라는 고민보다 아무것도 사지 않는 것이 쉽다고 말한다.

실속은 차리고 지출은 줄이고
무지출을 지향하는 짠테크족이 있다면, 실속파 소비자 체리슈머도 있다. 마케팅 업계에서 주목하고 있는 2023년의 타깃은 이 체리슈머들이다. '체리슈머(Cherry-sumers)'는 체리피커(Cherry Picker)와 소비자(Consumer)의 합성어로 한정된 자원으로 전략적인 소비를 추구하는 실속형 소비자를 말한다.

‘트렌드 코리아 2023’에서는 2023년 국내 소비 트렌드 중 하나로 체리슈머의 등장을 꼽았다. 김수진 서울대 트렌드분석센터 연구원은 “찰스 디킨스의 소설 ‘크리스마스 캐럴’에 등장하는 주인공 스크루지 영감은 돈이 있어도 아예 소비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구두쇠 소리를 들었지만, 체리슈머들은 자신이 가진 돈으로 이익을 극대화한다는 점에서 다르다”며 “향후 몇 년간 경기가 하락하고 물가가 오를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체리슈머가 소비자 트렌드를 이끄는 대세로 떠오를 것”이라고 예측했다.

체리슈머는 짠테크족과는 달리 원하는 제품이 있다면 자신의 상황에 따라 계획적으로 소비를 한다. 자신의 취향과 관심사를 포기하지 않으면서 유연한 소비를 추구한다. 체리슈머의 입맛에 딱 맞는 소비 방식은 구독 서비스다. 상품을 소유하지 않으면서, 필요한 만큼 결제하고 필요한 만큼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어 체리슈머들에게 환영받고 있다.

특히 건별 결제가 아니라 일정 금액을 결제하고 제한없이 서비스를 즐기는 무제한 구독서비스가 인기다. 구독서비스의 대표주자인 온라인 클래스 구독 플랫폼 '클래스101'은 월 1만9000원에 취미, 수익창출, 커리어, 키즈 등 라이프스타일과 연계된 약 140여개 카테고리 강의를 무제한으로 선보이고 있다. 콘텐츠를 스트리밍하며 언제 어디서든 다양한 분야를 배울 수 있다는 것이 강점이다.

클래스101은 지난해 11월 한국·미국·일본의 서비스를 통합했다. 각국의 해외 크리에이터의 클래스는 물론 관심사와 취향이 비슷한 해외 클래스메이트를 한 곳에서 만날 수도 있다. 이외에도 멘탈케어서비스, 전자책 구독 서비스 등 다양한 분야에서 월정액형 서비스가 출시되고 있다.

구독서비스의 강세는 비대면 활동에 익숙한 지금 세대이기 때문에 가능하다. 거리두기 기간을 통해 학습, 쇼핑, 운동 등 일상 대부분이 비대면으로도 가능함을 확인했다. 나아가 이동시간 등 대면활동을 위해 감수해야했던 불편이 해소될 수 있는 비대면 활동의 긍정적인 면이 강조되어 구독서비스가 자리 잡을 수 있는 기반이 다져졌다고 할 수 있다.

체리슈머의 구독서비스를 향한 애정은 고물가 시대의 생존책이다. 생존을 위해서 지출을 최소화하고 경제적 안정을 위해 허리띠를 졸라맸지만, 관심 분야와 취미활동을 포기하기란 쉽지 않다. 나를 위한 작은 사치를 포기할 수 없는 청년세대가 체리슈머의 길을 걷는 것은 생존을 위한 선택이다. 비단 구독서비스 활용뿐만 아니라, 물건 구매시 최저가 검색 및 쿠폰 활용 등 체리슈머의 소비에서 정가 구입이란 없다.

▲체리슈머는 짠테크족과는 달리 원하는 제품이 있다면 자신의 상황에 따라 계획적으로 소비를 한다.(사진/픽사베이)
▲체리슈머는 짠테크족과는 달리 원하는 제품이 있다면 자신의 상황에 따라 계획적으로 소비를 한다.(사진/픽사베이)

기업들, 체리슈머에 울상
체리슈머가 어디서나 환영 받는 것은 아니다.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합리적인 소비이지만,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의 입장에서는 이윤 창출에 어려움이 많기 때문이다. 가격과 정보에 민감한 소비자들이 늘수록 극단적인 가격 경쟁과 이윤 하락에 내몰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체리슈머들이 애용하는 구독서비스의 경우, 월정액을 결제한 아이디를 공유하는 고객이 상당해 골치를 썩고 있다. 대표적인 OTT 플랫폼 넷플릭스는 계정 공유자들 때문에 연간 60억 달러(약 7조8000억원)가 넘는 손해를 보는 것으로 추산했다. 결국 넷플릭스는 최근 전체 직원의 4%인 450명을 해고하고, 영상 중간에 광고를 삽입한 저가 요금제를 도입하는 등 자구책 마련에 나섰다.

OTT 업체들은 계정 공유를 막는 방안도 검토 중이지만, 이 경우 구독자가 대거 이탈할 수 있어 쉽사리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 조사에 따르면, OTT 구독료가 10% 오를 경우 계속 이용하겠다고 답한 구독자 비율은 51%에 불과했다. 38%는 다른 OTT로 옮기겠다고 답했고, 11%는 구독을 중단하겠다고 했다.

국내 한 OTT 업체 콘텐츠 담당 팀장은 “계정 공유를 어느 수준까지 허용할지, 광고를 어느 선까지 방영할지 시뮬레이션을 돌리며 고민하고 있지만 쉽지 않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체리슈머의 등장에 대해 기업과 소비자의 기싸움의 일종으로 해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혜택을 노리는 체리슈머를 원망하기 보다는 이들을 충성고객으로 유도할 전략을 마련할 때”라고 조언했다.

박상미 기자 mii_media@naver.com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