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체크】 논란의 안전운임제 퇴출...표준운임제 실효성 관건
【이슈체크】 논란의 안전운임제 퇴출...표준운임제 실효성 관건
  • 조수진 기자
  • 승인 2023.02.07 15:5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부, 표준운임제 등 화물운송사업 정상화 방안 마련 발표
화물연대, 안전운임제 폐지하려는 실효성 없는 미봉책 뿐
지난해 화물연대가 안전운임제 확대를 이유로 총파업을 벌인 가운데 정부가 지난 6일 화물운송사업 정상화 방안을 마련하고 당정협의를 통해 최종 발표했다. 사진은 지난해 12월 9일 경기도 의왕시 내륙컨테이너기지(ICD)앞 도로에 주차된 화물차에서 한 조합원이 현수막을 철거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지난해 화물연대가 안전운임제 확대를 이유로 총파업을 벌인 가운데 정부가 지난 6일 화물운송사업 정상화 방안을 마련하고 당정협의를 통해 최종 발표했다. 사진은 지난해 12월 9일 경기도 의왕시 내륙컨테이너기지(ICD)앞 도로에 주차된 화물차에서 한 조합원이 현수막을 철거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한국뉴스투데이] 정부가 지난 화물연대 파업을 계기로 화물운송산업이 지닌 구조적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표준운임제를 골자로 하는 화물운송산업 정상화 방안을 마련했다. 화물운송산업 정상화 방안에는 논란의 안전운임제 개편과 지입전문회사 퇴출 등 화물운송시장의 전반적인 체질 개선 내용이 담겼다. 하지만 화물업계는 이번 정상화 방안을 두고 결국 안전운임제를 폐지하자는 것이 핵심이라며 미봉책에 불과하다고 우려하고 있어 앞으로 정부가 이번 정상화 방안에 대한 실효성을 확보하는 것이 관건이 될 전망이다.

지입전문회사 퇴출 등 화물 운송산업 체질 개선

지난 6일 국토교통부는 기존 안전운임제 문제점과 지입제 폐단, 열악한 화물차주 여건 등 화물운송산업이 지닌 구조적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화물운송산업 정상화 방안’을 마련하고 당정협의를 통해 발표했다. 이번 정상화 방안은 지난해 6월 화물연대 파업을 계기로 마련돼 그간 국토부는 화주, 운수사, 차주(화물연대 포함) 등 여러 이해관계자 및 민간전문가와 함께 물류산업 발전협의체 운영하고 공청회, 이해관계자 의견 수렴을 거쳐 이번 화물운송산업 정상화 방안을 최종 확정했다.

화물운송산업 정상화 방안의 핵심은 ▲화물 운송산업 체질 개선 ▲화물차 안전운임제 근본적 개선 ▲화물차주 처우 개선 ▲화물차 교통안전 실질적 강화 등이다. 정부는 가장 먼저 지입전문회사 퇴출을 선언했다. 이에 운송회사로부터 일정 수준의 일감을 받지 못한 차주에게 개인운송사업자 허가를 내주고, 물량을 제공하지 않은 운송사에는 감차 처분이 내려진다. 모든 운송사는 운송실적을 신고해야 하고 화물차주의 실적신고와 교차 검증이 진행된다. 실적이 없는 운송사에 대해서는 기본 사업정지에서 감차로 처분이 강화된다.

화물자주가 지입계약이 종료된 후에 명의를 다시 이전받는 과정에서 관례적으로 청구되는 번호판 사용료 2~3000만원, 차량 교체 동의 비용 7~800만원, 지입계약 해지 시 명의 이전 동의 비용 3~400만원 등 운송사의 부당비용 청구에 대해 차주의 소유권을 보장하는 방식으로 근절에 나선다. 또, 번호판 사용료 자체를 전면 금지하고 적발 시 계약무효는 물론 감차 등의 행정처분을 내릴 예정이다. 또한, 불법 위수탁 계약, 부당 운임 지급 등 불공정 행위에 대한 신고·조사를 전담하는 공정계약 신고센터도 새롭게 설치해 운영한다. 

시장 수요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운송사의 직영 확대를 유도하고, 탄력적인 공급을 제한하는 수급조절제 등 각종 규제를 완화한다. 운송사가 차량 및 운전자를 직접 관리하는 직영차량에 대해서는 차종에 관계 없이 신규 증차를 허용하고, 직영 비율이 높은 운송사에는 물류단지 우선 입주 등 인센티브를 제공할 예정이다. 대차나 폐차 시 차종·톤급별 교체범위 제한을 현재 5톤에서 10~16톤으로 확대해 시장 수요변화에 맞는 탄력적인 차량공급을 유도할 예정이다.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이 지난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화물운송산업 정상화 방안 당정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정부는 이날 화물운송산업 정상화 방안을 최종 확정했다.  (사진/뉴시스)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이 지난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화물운송산업 정상화 방안 당정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정부는 이날 화물운송산업 정상화 방안을 최종 확정했다. (사진/뉴시스)

논란의 안전운임제도도 개선, 표준운임제로

지난해 화물연대 파업의 결정적 이유였던 안전운임제도 손본다. 새로운 운임제는 표준운임제로 이름이 붙었다. 정부는 기존 안전운임제가 화주까지 운임계약을 규율함에 따라 이해관계자 간 갈등을 유발했던 점을 고려해 화주-운수사의 계약은 강제성 없는 가이드라인(화주의 운임 지급 의무 및 처벌 삭제)을 통해 관리할 예정이다. 운수사-차주 간 운임계약은 강제해 차주를 보호한다. 

정부는 화주가 운수사에게 지급하는 의무가 폐지돼도 운수사는 차주에게 표준운임 이상을 지급해야 하므로 차주를 보호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 표준운임대상 품목의 차주 소득수준이 일정 기준 이상에 다다르면 지원 필요성이 낮다고 보고 표준운임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다, 표준운임제 적용 대상은 표준화, 규격화 등 기술적 가능성을 감안해 기존 안전운임제와 동일하게 시멘트·컨테이너 품목에 한정된다. 오는 2025년 12월 31일까지 3년 동안 운영되는 일몰제로 이후 운영 결과에 따라 지속(일몰) 여부가 논의될 예정이다.

운임제 운영체계도 마련됐다. 그간 설문조사에 의존한 비과학적 방식에서 벗어나 납세액과 유가보조금 등 공적자료를 활용해 객관적으로 원가를 산정하게 된다. 일방적으로 운수사 및 차주에게 유리하게 작용했던 의사결정구조도 화주에게 불리하다는 지적이 있어 변경된다. 화물연대 조합비와 휴대전화 요금, 세차비 등 원가 구성 항목에 대한 논란에 대해서도 원가 구성 항목을 사전에 규정하고 운임위원회에서는 각 항목별 원가산정 논의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또한, 표준운임 지급 위반 시 제재 규정은 그간 위반·경중횟수와 무관하게 일률적으로 처분하는 과태료 부과방식에서 우선 시정명령 후에 과태료를 점증적으로 부과하는 방식으로 개선된다. 그 외에도 유가-운임 연동을 위한 표준계약서 도입과 운송거래 과정 투명화, 화물차 휴게시설·차고지 및 복지사업 지원, 화물차 교통안전 강화 등 화물차주 처우를 개선하기 위한 방안들도 담겼다. 국토부는 이날 마련된 화물운송산업 정상화 방안을 반영해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을 개정하고 추진 과제들의 안정적인 집행과 관리를 위해 전담 TF도 구성할 예정이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 관계자가 지난 1월 18일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에서 국토교통부 주최로 진행된 '화물운송시장 정상화 방안 공청회'에서 안전운임제 지속을 촉구했다. (사진/뉴시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 관계자가 지난 1월 18일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에서 국토교통부 주최로 진행된 '화물운송시장 정상화 방안 공청회'에서 안전운임제 지속을 촉구했다. (사진/뉴시스)

화물업계, 실효성없는 미봉책 맹비난

정부의 정상화 방안에 화물업계 반응은 차갑기만 하다. 화물연대는 이번 방안이 사실상 기존 안전운임제를 폐지한다는 내용일 뿐 화물운송산업의 근본적 문제해결을 회피하는 시혜적이고 실효성없는 미봉책이라 비난했다. 그간 화물연대는 협의체에 참여해 안전운임제의 필요성과 제도 지속, 일몰기한 전 연장법안 처리 후 제도개선 등의 의견을 제시해 왔다. 지난 1월 18일 공청회에서 화물운송시장 업계 관계자 전원은 현행 안전운임 구조를 전제로 한 제도 지속 필요성을 주장했다. 

하지만 이번 정부의 정상화 방안에는 협의체를 통한 이해주체 의견수렴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화물연대는 정부의 정상화 방안이 안전운임제 명칭을 표준운임제로 바꾸고 안전운송운임 화주 책임을 삭제해 제도를 무력화하는 내용만 담겼다는 입장이다. 위반 시 즉각 처분하는 것이 아니라 과태료 부과나 안전운임위원회 구성 변경 등 그동안 화주 측에서 주장해온 제반 청원사항만이 반영됐다는 것이다.

화물연대는 정부가 안전운임제를 시장 내 이해관계자 간 갈등만 부추기는 문제적 제도로 규정한 것 자체가 문제라는 입장이다. 이에 강제력과 실효성이 없는 표준운임제로 이름만 바꾸고 화물노동자의 삶과 안전을 위협하는 저운임으로 인한 장시간, 고강도 노동에 대한 분석도, 대안도 찾아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화물연대는 화물노동자의 처우 개선을 위해서는 과로와 과적, 과속이 없어져야 하고 저운임 구조에 대한 분석과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냈다.

지난해 12월 8일 광주 광산구 평동역 교차로에서 열린 화물연대 광주지역본부의 총파업 15일차 총력투쟁 결의대회 모습. (사진/뉴시스)
화물연대는 정부의 이번 정상화 방안에 대해 단호한 반대 입장을 보이고 안전운임제 사수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사진은 지난해 12월 8일 광주 광산구 평동역 교차로에서 열린 화물연대 광주지역본부의 총파업 15일차 총력투쟁 결의대회 모습. (사진/뉴시스)

정부와 업계 입장차이 여전...실효성 관건

이번 정상화 방안에서 정부는 화물운송시장의 근본적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밝혔지만 화물연대는 화물운송의 외주화 고정에서 발생한 화주자본의 책임을 규제하는 방안은 없고 지입제와 다단계 등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는 미봉책 뿐이라 반박했다. 화물노동자에 대한 처우개선 역시 현재 법상 특수고용노동자로 분류되는 화물노동자의 노동권을 보장하고 적정운임 수준을 보장하는 것도 없이 노동권을 보장할 수는 없다고 맞섰다.

특히 업계에서 관례적으로 내려온 지입제 문제를 두고 화물연대는 대부분 방안이 현재까지 시행 중인 제도를 일부 개선할 것 뿐이라고 봤다. 정확히 어떻게 지입제를 해결해 나가겠다는 것이 불명확해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정책이 아니라는 것. 지입제 퇴출을 집행하기 위한 실효성 있는 방안 역시 부족하다고 주장했다.

수급조절제 등 공급규제 혁파에 대해서도 사실상 증차의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 우려했다. 수급조절제는 지난 2004년 시행된 허가제 아래 정부가 나서서 영업용 화물차 공급을 제한하는 제도다. 수급조절제로 인해 차량 수요가 제한되자 영업용 화물차의 노란색 번호판에는 웃돈이 붙어 거래된다. 화물연대는 정부의 방안에 화물운송시장 내 경쟁이 강화되고 운임을 하락시키는 요인이 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특히 직영 차량의 경우 차종과 관계없이 신규 증차를 허용하는 안은 편법적인 운영을 통해 불법도급 형태로 변경되는 등 사실상 직영이 아닌 증차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이에 화물연대는 안전운임을 폐기하고 화물운송시장의 근본적 개혁에는 눈감은 정부를 맹비난하며 화물노동자의 생존권을 방치한 정부의 이번 방안에 대해 반대와 함께 안전운임제 사수 및 제도개악 반대를 위해 투쟁을 이어나갈 것이라 밝혀혔다. 안전운임제 문제로 시작된 화물연대의 파업과 이로 인한 정부의 정상화 방안에도 불구하고 양측의 입장차이는 여전한 것으로 나타나 앞으로 정부가 이번 방안을 얼마나 실효성있게 운영하느냐가 화물업계의 정상화를 좌우할 것이란 전망이다. 

조수진 기자 hbssj@naver.com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