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기획] ⑤ 미래기술 이끌 새로운 키워드 4
[신년기획] ⑤ 미래기술 이끌 새로운 키워드 4
  • 이지혜 기자
  • 승인 2023.02.12 10: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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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과 가상의 미러링 ‘디지털 트윈’
미국, 유럽 국가 적극 투자 ‘딥테크’
피할 수 없는 ‘전기차 폐배터리 재활용’
MIT 혁신 기술 ‘개방형 표준 반도체 칩’

갑작스레 찾아온 코로나19가 만든 팬데믹은 준비되지 않은 디지털 격변의 시대를 열었다. 이런 시대가 누군가에겐 큰 혼란을, 누군가에겐 다신 없을 기회를 만들고 있지만, 넘쳐나는 정보와 용어의 홍수로 정확한 판단과 지식을 쌓는 것이 힘든 사람도 많다. 활발한 경제 활동까지 일어나 뒤처질 수 없는 새로운 디지털 세상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중요한 키워드를 짚어보고 그와 관련된 경제 판도를 크게 읽는다. <편집자 주>

신규 비즈니스 시장 개척

기후변화 위기, 식량 문제 등 현재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기술 혁신을 통한 신규 비즈니스 시장 개척을 위해 다양한 변화가 시도되고 있다. 미국과 유럽권 그리고 아시아 국가들의 미래 산업을 이끌 수 있는 새로운 기술을 발표하고 있는 가운데, 2023년 주목해야 할 테크놀로지들을 모았다.

(사진/픽사베이)
디지털 트윈은 다양한 산업·사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술로 헬스케어 분야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디지털 트윈

디지털 트윈(Digital Twin)은 현실에 존재하는 객체(사물, 공간, 환경, 공정, 절차 등)를 컴퓨터상에 디지털 데이터 모델로 표현하여 똑같이 복제하고 실시간으로 서로 반응할 수 있도록 한 것으로 말 그대로 디지털 세상의 쌍둥이로 이해할 수 있다. 디지털 트윈의 개념은 2003년 마이클 그리브스 박사가 제품의 생애주기 관점에서 최초로 제안한 이후 2010년에 나사(NASA)에서 우주선의 물리 모델 시뮬레이션을 위해 최초로 정의됐다. 마이클 그리븐스 박사의 제안은 당시 디지털 트윈과 물리적 트윈 사이의 상호작용을 구축해 이를 통한 지능화를 이끌어 낼 수 있다는 획기적 주장이었다. 박사는 디지털 트윈이 ‘현실과 가상의 미러링(Mirroring) 또는 트윈닝(Twinning)의 사이클(Cycle)’이라는 중요한 개념을 제시했다. 이후 제너럴 일렉트릭(GE: General Electric)에서 제조업에 디지털 트윈을 적용하며 폭넓게 확산되었다.

디지털 트윈의 주요 특징은 3가지로 요약할 수 있는데 먼저 다양한 데이터를 이용하여 시뮬레이션하고, 객체와 현상을 연결하고, 모든 생애주기에 실제로 운영되는 시스템을 포함하며 현실에서 발생되는 문제의 데이터 분석을 통해 해결 방안을 제시한다는 것이다. 물리적이고 시각적인 실험도 가능하고 더 나아가 데이터 분석을 통해 현상을 해석하고 대안을 도출하는 것도 포함되는 것이다. 디지털 트윈을 통해 가상공간에서 예측된 문제점을 보완해 다시 현실 공정에 적용하게 되면 체계적인 계획 수립과 효율성이 극대화된다.

최초의 디지털 트윈은 제조 분야를 중심으로 적용되었으나, 최근 사물인터넷(IoT), 확장현실기술(XR), 인공지능(AI) 기술과 접목하여 다양한 산업·사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술로 헬스케어 분야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미국 헬스케어 디지털 트윈 시장은 2025년에는 전체 글로벌 시장의 절반 이상(56.3%)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미국의 전체 디지털 트윈 시장에서 약 11.7%의 비중을 차지하는 수치다. 디지털 트윈은 광범위한 분야와 관련된 향상된 데이터를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하고 가상 환경에 수반되는 추가 컴퓨팅 성능을 접목하여 표준 시뮬레이션보다 훨씬 더 다양한 문제를 연구할 수 있으며, 제품과 프로세스를 개선할 수 있는 궁극적인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최근 5년간 합성생물학, 신소재, 인공지능(AI) 기술을 중심으로 딥테크에 대한 관심과 투자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딥테크

딥테크(Deep Technology)는 한마디로 정의 내리기 어렵지만 대게 첨단 과학 혹은 공학에 기반을 둔 기술을 의미한다. 대부분의 딥테크는 오랜 연구 기간, 대규모 투자를 필요로 하며 상업화하기까지 비교적 오랜 시간이 걸린다. AI, 머신 러닝, 빅데이터, 언어 처리, 비전 및 음성 알고리즘, 로봇공학, 블록 체인, 첨단소재 과학, 광전자공학, 생명공학, 양자 컴퓨터 등 매우 다양한 첨단 기술 분야를 포괄하는 개념이다.

미국 및 유럽권 국가 위주로 딥테크 스타트업 육성을 위한 투자가 적극적으로 진행 되고 있으며 우리 정부에서도 딥테크 창업 활성화를 위해 투자를 적극적으로 확대하는 추세다. 이미 유럽에 설립된 딥테크 기업의 가치를 합치면 2020년 기준 약 7,000억 유로로 매우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KDB미래전략연구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딥테크 분야 투자는 ‘16년 150억 달러(약 19조원)에서 ’20년 618억 달러(약 80 조원)로 급성장하였으며, ‘25년 1,400억 달러 규모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연구소는 최근 5년간 합성생물학, 신소재, 인공지능(AI) 기술을 중심으로 딥테크에 대한 관심과 투자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며 ‘20년 기준 3개 기술 분야에 딥테크 총 투자금의 80%가 투자되고 있으며, 그 외 드론·로봇 기술, 광자·전자공학, 양자컴퓨팅, 블록체인 등의 분야에 자본 투자 중이라고 밝혔다.

대표적인 딥테크 기업은 일론 머스크가 창립한 스페이스 엑스다. 2021년 첫 우주 관광에서 성공한 우주 개발 기업 스페이스 엑스는 재활용을 통해 로켓 발사비용을 혁신적으로 절감했다. 발사 비용이 낮아지자 더 많은 인공위성을 저렴한 가격으로 궤도에 띄울 수 있게 됐고, 이를 통해 위성통신 사업인 스타링크(Starlink)를 2020년부터 시작했다. 일론 머스크는 스타링크를 통해 서비스 전세계에 초고속 인터넷을 공급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처럼 사회에 큰 파장을 끼칠 수 있지만 아직 발견되지 않은, 수면 밑에 있어 보이지 않는 기술을 딥테크, 그런 기술을 가진 회사를 딥테크 기업이라 부른다. 딥테크는 지난 2014년 인도의 벤처 투자자 스와티 차투르베디가 처음 발표한 단어로 비즈니스 모델의 혁신보다 근본적인 혁신, 세계에 실제로 영향을 끼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기업이다. 주로 바이오, 에너지, 청정 기술, 컴퓨터 과학, 재료 및 화학 분야의 신생 기업 등이 해당한다.

(사진/픽사베이)
현재까지 폐배터리 재활용에 가장 강력한 정책을 펼치고 있는 나라는 중국이다. (사진/픽사베이)

 

폐배터리 재활용

세계 각국이 기후변화에 따른 온실가스 규제를 위해 전기차 보급에 힘쓰고 있는 가운데 전기차의 비중이 늘어날 것은 자명해 보인다. 이와 동시에 사용 연한이 다한 전기차 배터리 즉 폐배터리 처리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배터리 매립이나 소각은 심각한 환경오염을 일으킬 뿐만 아니라 리튬, 코발트 등 배터리 소재 수요는 폭증하는 반면 채굴량은 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배경으로 전기차 배터리 재활용 기술이 점차 주목받고 있다. 배터리 단가 중 원자재가 차지하는 비중이 커 이를 재활용할 때 얻게 되는 경제적 이득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폐배터리 재활용에 가장 강력한 정책을 펼치고 있는 나라는 중국이다. 전기차 판매와 배터리 생산능력 세계 1위 중국은 정부주도로 재활용 우위 선점을 위해 가장 다양하고 구체적인 정책을 펼치고 있다. 베이징·상하이 등 17개 지역에서 폐배터리 재활용 시범사업도 진행 중인 중국은 폐배터리에서 핵심소재 회수를 높이기 위해 니켈, 코발트, 망간은 98%, 리튬 85%, 기타 희소금속은 97%를 회수 목표치로 설정했다. 중국은 이미 4만 개가 넘는 배터리 재활용 등록기업을 보유했다. 여기에 재활용 촉진을 위해 전기 배터리의 규격, 등록, 회수, 포장, 운송, 해체 등 각 단계별 국가표준을 제정하여 이를 적극 활용 중이다.

한편, 미국은 배터리 재활용 기업 육성을 위해 보조금 지원 등을 아끼지 않고 있다. EU는 환경정책의 일환으로 전기차 배터리 재활용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각종 제도를 정비 중이다. 전기차 보급이 비교적 낮은 일본은 민관 협동으로 전략을 논의하고 있고, 실생활에서 전기차 배터리 재사용 사례를 만들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배터리 제조 3사를 비롯해 완성차 대기업이 유럽 및 중국의 재활용 기업과 협력해 재활용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나서고 있다. 특히 국내 배터리 업계의 북미 진출 속도가 빨라지는 추세다. 현지에서 배터리 가격의 절반 가까이 차지하는 핵심 소재인 양극재 등 배터리 소재 업체의 위상도 높아지고 있다. 국내 주요 배터리 소재업체는 LG화학, 에코프로비엠, 포스코케미칼, 앨엔에프 등이다.

(사진/픽사베이)
'리스크 파이브’라는 개방형 표준이 컴퓨터 칩의 트렌드를 바꿀 것으로 전망된다.(사진/픽사베이)

개방형 표준 반도체 칩

미국 MIT공과대학이 발간하는 ‘MIT 테크놀로지 리뷰’지가 선정한 2030년 ‘10대 혁신 기술’ 중 눈길을 모으는 것은 다름아닌 개방형 표준 반도체 칩 기술이다. 우리가 사용하는 스마트폰과 블루투스 스피커는 제조사는 다르지만 연결고리가 있다. 블루투스는 개방형 표준으로 요청 주파수나 데이터 인코딩 프로토콜과 같은 설계 사양을 모두가 사용할 수 있다. 개방형 표준을 기반으로 하는 이더넷(Ethernet), Wi-Fi, PDF와 같은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는 이미 모두에게 친숙하다.

하지만 미래에는 '리스크 파이브’라는 개방형 표준이 컴퓨터 칩의 트렌드를 바꿀 것으로 전망된다. 결국 굳이 인텔이나 암의 반도체 칩을 구입할 필요를 낮추는 것이다. 대신에 ‘리스크-V’는 시스템 반도체 설계에 필수적인 CPU구조 등을 오픈소스로 공개함으로써 누구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게 한다. MIT는 “이런 표준으로 만들어진 ‘리스크-V’칩은 이어폰이나 하드디스크 드라이브, AI프로세서 등에 활용되고 있다”며 “향후 몇 년 안에 리스크-V 기반의 반도체 칩을 어디서든 쉽게 찾아볼 수 있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약 3,100명의 회원이 비영리 리스크 파이브 인터내셔널을 통해 협력하여 이러한 표준을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22년 인텔이 발표한 10억 달러 상당의 기금은 리스크 파이브 칩을 구축하는 회사를 지원하는 부분도 포함하고 있다.

리스크 파이브 칩은 이미 100억 개의 코어가 출하되었으며 무선 이어폰, 하드 디스크 드라이브 및 AI 프로세서에 사용되기 시작했다. 또한 반도체 기업들은 데이터 센터와 우주선에 사용되는 리스크 파이브 설계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리스크 파이브를 지지하는 사람들에 의하면 몇 년 안에 리스크 파이브 기반의 반도체 칩을 어디서든 쉽게 찾아볼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

이지혜 기자 2jh062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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