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이 빛나는 밤에
별이 빛나는 밤에
  • 김민희 배우
  • 승인 2023.02.13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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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화에서는 여백의 미가 중요하다. 그것은 단순한 빈 공간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붓칠하지 않은 부분의 공간적 해석이 붓이 지나간 자리와 결합해 화폭에 함께 채워지며 여백의 미가 완성된다.

그림에서의 여백의 미는 삶과 닮아 있다.
틈없는 사람이 없는 것처럼, 삶은 치열함 속에서도 여백이 존재한다. 그런 틈과 여백은 사람을 사람답게 만들어 주는 중요한 장치가 되기도 한다.
한 호흡 쉬어가며 나를 되돌아보는 시간일 수도, 무엇인가를 할 만한 기회이기도, 조금은 모자란 듯하지만 사람 냄새나게 할 수도 있는 그런 틈은 인생에서의 여백의 미다.

우리는 마음이 답답할 때 하늘을 올려다보곤 한다. 거기에 뭐가 있길래 모두가 약속이라도 한 듯 그런 행동을 할까?
아마도 우리가 아는 것 중 가장 커다란 여백은 하늘이지 않나 싶다. 

맑은 날 낮에 올려다보는 하늘에서는 거대한 구름이 여러 모양을 띄는 모습이 웅장하고 아름답다. 넓디넓은 하늘에 펼쳐지는 장관에 감탄하며 작디 작은 나를 느낀다. 
깜깜한 밤하늘에서는 무수히 많은 별들이 반짝이는 것을 보며 하늘이 더욱 깊고 넓음을 통감한다. 어둡고 광활한 하늘에서 빛나는 수많은 별들을 보며, 작은 것보다 못한 나를 느낀다.

나의 보잘것없음을 알고자 하늘을 바라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우리가 아는 세상이 다가 아님을, 우주에서 바라보는 나의 고민은 무척이나 미미할 수밖에 없음을 느끼며 위로 받고 싶어 하늘을 바라보는 건지도 모르겠다.

▲보이저2호가 찍은 지구
▲보이저2호가 찍은 지구

{'창백한 푸른 점'은 보이저 2호가 태양계 외곽인 해왕성 궤도 밖에서 찍어 보낸 사진 속의 지구 모습이다. 이 작은 점을 대하면 누구라도 인간이 이 우주에서 특권적인 지위를 누리는 유일한 존재라는 환상이 헛됨을 깨닫게 된다.}  
 -칼 세이건 <창백한 푸른 점>중-

누구나 나만의 우주를 간직하고 있다. 그 세계가 가장 소중하고 위대하다.
그러나 우리가 속해있는 이 지구라는 곳은 지구 밖에서 바라보면 그저 '창백한 푸른 점'에 지나지 않는다. 그 점 속, 수많은 생명들 중 작은 점에 불과한 나의 우주가 문득 초라해 보인다.

사실 지구에서 인간은 티끌 같은 존재였다. 인간은 지구에 가장 늦게 나타나서, 겨우 백년 만에 땅과 바다와 대기까지 오염시키는 대단한 업적을 이뤘다. 심지어는 하늘마저 우주 쓰레기로 가득 채우는 이런 일들을 해내는 대단한 티끌이다.

미국 데이비스 캘리포니아대학의 토니 타이슨 물리 천문학과 교수는 "2030년 어두운 곳에서 하늘을 올려다보면 매우 섬뜩한 광경이 펼쳐질 것"이라며, "움직이는 인공위성으로 하늘이 가득할 것이며, 캄캄한 하늘에서도 육안으로 볼  수 있는 별은 아주 적을 것"이라고 심각한 우려를 표했다.

실제로 지금도 인공위성으로 인한 천체 관측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게 사실이다. 몇 년 후 쏘아 올려질 인공위성의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밤하늘의 별을 육안으로 보기는 어려워 질 것이라고 한다.

▲빈세트 반 고흐, ‘별이 빛나는 밤에’
▲빈센트 반 고흐, ‘별이 빛나는 밤에’

온 세상의 여백의 미는 사라져가고 있다. 
밤하늘에 빛나는 수많은 별들을 바라보며 위로 받을 수 있는 날은 얼마 남지 않은 것이다.
어쩌면 우리의 후손들은 그들의 선조가 남긴 별을 노래하는 시를 이해하지 못할 지도 모른다. 물론 직접 달이나 화성을 여행하게 될 수는 있을 것이다. 

갑자기 의문이 든다. 그렇다면 미래의 그들과 우리는 같은 종족이 맞는 걸까?
같은 유전자를 가진 다른 종족은 아닐까? 
언젠간 모든 것이 꽉 채워져 있는 풍경만이 당연해지는 날이 온다 하더라도, 우리 후손들이 별을 노래하는 시를 아름답게 느껴주기를 고대해 본다.

"신호가 도달하는 데만 수백 년이 걸릴 곳에 하염없이 전파를 흘려보내며 온 우주에 과연 '우리뿐인가'를 깊이 생각하는 무해한 사람들. 나는 그런 사람들을 동경한다. 그리고 그들이 동경하는 하늘을, 자연을, 우주를 함께 동경한다."
  -심채경의 <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 중에서-

김민희 배우 calnews@naver

배우 김민희

만 6세인 1982년 KBS 성탄특집극 《집으로 가는 길》에 출연하면서 배우의 길에 들어선 아역스타 출신이다. MBC베스트극장에서 다수의 주인공 역을 시작으로 SBS 대하드라마 《여인천하》, MBC 주말연속극 《여우와 솜사탕》, 등을 통해 안방극장에서 꾸준히 활동해 왔다. 특히 1997년 MBC 일일연속극 《방울이》에서 주인공인 방울이 역을 맡아 많은 사랑을 받은 연기파 배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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