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학교 생존기】 ②위기의 대학, “아름답지 않은 벚꽃엔딩”
【우리 학교 생존기】 ②위기의 대학, “아름답지 않은 벚꽃엔딩”
  • 박상미 기자
  • 승인 2023.02.19 1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올해 대입 정시에서도 추가 합격자 뽑는 곳 대부분 지방대
대학교육연구소…학령인구 감소로 지방대 위기 심각한 수준
물가인상률과 별개로 정부정책에 대학 등록금 15년 째 동결 
▲지방 소재 대학의 상황은 더 좋지 않아 서울이나 수도권 대학보단 지방에서 더욱 많은 입학정원을 줄여야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 시내의 한 대학교정에서 학생들이 산책을 즐기는 모습. 사진/뉴시스)
▲지방 소재 대학의 상황은 더 좋지 않아 서울이나 수도권 대학보단 지방에서 더욱 많은 입학정원을 줄여야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 시내의 한 대학교정에서 학생들이 산책을 즐기는 모습. 사진/뉴시스)

[한국뉴스투데이] OECD 출생율 최하위, 대한민국은 초저출생국이다. 대한민국의 인구문제는 10여년 전에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15세부터 64세에 속하는 생산가능인구 비율이 급속도로 줄어드는 인구절벽현상은 이미 2016년부터 대한민국을 뒤흔들었다. 출생율의 감소와 함께 매년 큰 폭으로 감소하는 학령인구수에 교육계가 뒤흔들리고 있다. 초등교육부터 고등교육까지, 우리의 교실을 지켜낼 수 있을까. <편집자주>

학령인구 감소로 고등교육의 위기가 해마다 심각해지고 있다. 밴드 버스커버스커의 ‘벚꽃엔딩’과 대학의 씁쓸한 상관관계는 이미 교육계에선 유명한 이야기다. 대학의 벚꽃엔딩은 대학가를 수놓는 아름다운 벚꽃 이야기가 아니다. 벚꽃이 먼저 피는(또는 지는) 지역에 위치한 대학부터 문을 닫는다는 의미이다. 

학령인구 20년 안에 반토막
대학교육연구소가 지난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학령인구 감소로 인한 지방대 위기는 심각한 수준이다. 2021년을 기점으로 대학 입학연령 인구(만18세)가 입학정원에 미달하기 시작하면서, 전체 대학의 신입생 미충원 인원이 4만 명을 넘었다. 특히, 미충원 인원의 75%가 지방대로, 저렴한 등록금과 지역 대표대학으로서 지역인재 유치에 어려움이 덜했던 지방거점국립대조차 입학정원을 채우지 못했다. 

학령인구는 2024년도까지 급격히 감소해 미충원 인원이 약 10만 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2021년 지방대 입학정원이 약 29만 명임을 고려하면, 1/3이 넘는 수치다.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고등교육 재정지원 개편 방안' 연구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만 18세 학령인구는 48만 명으로, 대학 입학정원 49만여명보다 적다. 연구 보고서는 학령인구가 2024년 43만명, 2040년 28만명으로 지속해서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 계산대로라면 20년 뒤 전국 대학은 입학정원을 지금보다 절반 가까이 줄여야 하는 셈이다. 

지방 소재 대학의 상황은 더 좋지 않다. 서울이나 수도권 대학보단 지방에서 더욱 많은 입학정원을 줄여야할 것으로 보인다. 이 보고서는 20년 뒤 서울과 수도권의 학생 수는 현재보다 20만 명가량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지만, 지방은 45만명이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벚꽃엔딩이 아니라 지역대학이 한꺼번에 무너질 것이라는 분석도 이제는 상당히 현실감이 있는 우려라는 평가다. 

한국교육개발원(KEDI)에서 발표한 전국의 한계대학은 84개교에 이르며, 대부분이 비수도권에 소재하거나(73.8%) 사립대학(94%)이다. 이들 한계대학은 특히, 중소도시 소재 대학에 집중되어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지방대학들은 각종 혜택을 내놓으며 ‘신입생 모시기’를 위해 애쓰고 있다. 최초 합격자가 등록시 등록금 면제, 아이패드 등 스마트 기기 구입비용 지원 등 대학별로 신입생 유치 경쟁이 치열하다.

▲지난 2022년 2월 대학교수와 강사, 직원노동조합 등 교육시민단체들이 16일 오전 부산 연제구 부산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0대 대선 후보들에게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지방대 위기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사진/뉴시스)
▲지난 2022년 2월 대학교수와 강사, 직원노동조합 등 교육시민단체들이 16일 오전 부산 연제구 부산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0대 대선 후보들에게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지방대 위기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사진/뉴시스)

텅텅 빈 곳간에 휘청
학생 수 감소는 대학의 재정 악화로 직결된다. 대학 대부분이 학생들의 등록금으로 재정을 충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도권은 상황이 비교적 괜찮지만, 지방 그리고 전문대는 심각하다. 교육부가 지난해 '2022년 재정지원제한대학'으로 지정한 일반대학 9교 또한 대부분 지방에 있다. 2021년 기준 일반대학 중 학자금 대출이 제한되는 재정지원제한대학 Ⅱ유형 7교의 정원 내 신입생 충원율은 20~30% 수준에 불과했다.

올해 대입 정시에서도 추가 합격자를 뽑는 곳은 대부분 지방대였다. 입학식 직전인 지난 2월 27일 기준 전국 4년제 대학 중 37개교가 미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방 대학들은 부족한 학생을 채우기 위해 수차례에 걸쳐 추가 모집을 했지만 최종 지원자 수는 모집 인원의 절반도 채우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등록금 인상으로 문제를 해결해볼 수 있지만 쉽지 않다. 물가인상률과 별개로 정부정책에 따라 대학 등록금은 15년째 동결 상태다. 교육부는 2009년부터 등록금을 조금이라도 올리는 대학에는 국가장학금 2유형(올해 기준 3800억 원) 지원을 차단하는 방식으로 등록금 인상을 억제해왔다. 그 결과 2009년부터 2022년까지, 13년간 사립대 평균 등록금은 741만8000원에서 752만2300원 1.4%(10만5000원) 오르는 데 그쳤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에 따르면 지난 14년간 물가상승률을 반영한 실질 등록금 인상율은 마이너스 23.2%다. 교육부는 최근 규제를 풀어 등록금을 인상할 수 있다는 여지를 뒀다가 다시 당장 등록금을 인상할 계획은 없다고 입장을 바꿨다. 최근 각종 물가가 오르고 있어 등록금까지 인상되면 학생과 학부모들의 반발이 커질 것을 우려한 조치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지난 14일 “내년까지 대학 등록금 규제 완화에 대한 논의를 할 생각이 없다”고 재차 밝혔다.
 
구조 개혁으로 해결 모색
정부는 대학의 재정난을 등록금 인상이 아닌 구조 개혁으로 해결하겠다는 입장이다. 학부모와 학생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 대학의 붕괴를 막는 것이 가능할까.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고 나선 정부의 카드는 구조 개혁이다. 

이주호 부총리는 대학 등록금 인상 규제와 관련하여  "등록금 인상은 대학, 언론에 이야기하지만 우리 교육부는 그것을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재차 강조했다. 또 "RISE(지역혁신중심대학지원체계·라이즈), 글로컬대학(세계적 수준의 지방대)이 대학가에서 상당히 큰 충격으로 다가온 것 같다"며 "이것을 거치며 다시 한 번 평가를 더 해보고 논의해도 늦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적어도 올해, 내년은 등록금 논의를 다시 할 생각은 없다"고 규제 완화 주장에 선을 그었다.

대학의 재정난은 구조·규제·재정 개혁으로 해결할 계획이다. 오는 신학기 개강을 앞두고 부산 동아대 등 일부 사립대에서 등록금 인상을 결정하자 교육부는 이례적으로 브리핑을 열고 유감을 표명한 바 있다. 이 부총리는 "구조개혁이 되면 자연히 재원이 집중될 수 있고, 규제개혁을 통해 다양한 재원 확보가 가능해질 수 있다"며 "재정개혁을 통해 국가 재원이 많이 투입되기 때문에 이 세 가지를 통해 대학들의 재정난이 해결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내다봤다.

교육부는 2025년부터 국고 출연금 총 2조원 규모를 받아갈 대학을 정하는 권한을 광역 지자체장에 넘기는 '지역혁신플랫폼'(RISE) 사업, 통폐합 수준의 구조개혁 이행을 전제로 지방대 1곳당 5년간 국고 1000억 원을 주는 글로컬대학 사업을 추진 중이다.

▲지난 2021년 8월 인천 미추홀구 인하대학교 본관 대강당에서 '2021 대학 기본 역량진단 공정 심사 촉구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날 대강당 좌석에는 코로나19로 인해 기자회견에 참석하지 못한 인하대학교 학생들이 재정지원대학 가결과 탈락에 반발하며 학과 점퍼를 걸어놨다. (사진/뉴시스)
▲지난 2021년 8월 인천 미추홀구 인하대학교 본관 대강당에서 '2021 대학 기본 역량진단 공정 심사 촉구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날 대강당 좌석에는 코로나19로 인해 기자회견에 참석하지 못한 인하대학교 학생들이 재정지원대학 가결과 탈락에 반발하며 학과 점퍼를 걸어놨다. (사진/뉴시스)

정부 책임형 사립대 도입 요구
정부의 해결 방안에 대한 반응은 긍정정이지 않다. 연구소는 “학령인구 감소는 이미 오래전 예견된 일이지만, 정부 정책은 ‘대책’과 거리가 멀었다“고 지적했다. 대통령 자문기구였던 교육개혁위원회가 1996년 발표한 ‘신교육체제 수립을 위한 교육개혁보고서’에 따르면, 2003년부터 대학 신입생이 미달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1996년과 1997년 대학설립 준칙주의와 정원자율화 정책을 도입하면서 지금의 미충원 문제의 불씨가 됐다는 입장이다.

대학교육연구소는 지방대학의 위기 해결책으로 정부 책임형 사립대학 체제의 도입을 제안했다. 대학교육연구소는 ‘위기의 지방 대학, 원인과 해결방안’ 연구 보고서에서 ”우리나라는 전체 대학생의 약 82%가 사립대에 다닐 만큼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사립대 비율이 높다“며 ”해방 이후 정부가 부족한 재정을 이유로 고등교육을 민간에 위임했기 때문이다. 사립대의 자율성 확대를 명분으로 정원 및 등록금 자율화 정책을 지속, 사립대는 등록금 중심의 재정운영을 지속했다“고 분석했다.

연구소가 제안한 정부책임형 사립대학은 사립대학 재정의 정부 지원 비율을 단계적으로 50% 수준으로 확대하고, 대학 투명성과 책임성을 확보하는 체제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정부책임형 사립대학’ 도입으로 전체 사립대는 등록금을 국민이 부담 가능한 수준으로 낮출 수 있다. 특히 지방 사립대는 정부 재정지원을 확대해 교육·연구 역량 강화와 학령인구 감소에 대비 지속 가능한 재정 구조로 전환할 수 있다. 연구소는 ”부정·비리 등으로 국민적 불신이 높은 상황을 고려, 정부의 지도·감독 강화로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대학운영의 민주성·투명성 확대방안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상미 기자 mii_media@naver.com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