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학교 생존기】 ③교사, 기피직업 전락…교대 자퇴생 “사상 최대”
【우리 학교 생존기】 ③교사, 기피직업 전락…교대 자퇴생 “사상 최대”
  • 박상미 기자
  • 승인 2023.02.24 15: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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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규교사 선발 인원이 교대 입학생 수에 한참 못 미치는 요즘은 ‘임용 절벽’ 시대
교육부…지난해 전국 11개 교육대학 재학생 수 1만5091명, 10년 전보다 19.7% 줄어
과대 학교, 과밀학급 해소와 교육 강화위해 교사 정원 현 수준 유지하거나 더 늘려야 

[한국뉴스투데이] OECD 출생율 최하위, 대한민국은 초저출생국이다. 대한민국의 인구문제는 10여 년 전에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15세부터 64세에 속하는 생산가능인구 비율이 급속도로 줄어드는 인구절벽현상은 이미 2016년부터 대한민국을 뒤흔들었다. 출생률의 감소와 함께 매년 큰 폭으로 감소하는 학령인구수에 교육계가 뒤흔들리고 있다. 초등교육부터 고등교육까지, 우리의 교실을 지켜낼 수 있을까. <편집자 주>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지난 1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교육연수원에서 열린 2023 중등 신규 임용 예정 교사 직무연수에 참석해 신규 교사들을 격려하고 있다. (사진=서울시교육청 제공)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지난 1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교육연수원에서 열린 2023 중등 신규 임용 예정 교사 직무연수에 참석해 신규 교사들을 격려하고 있다. (사진/ 서울시교육청 제공)

학령인구 감소와 함께 직업으로서 교사에 대한 인식도 달라지고 있다. 출생아 감소가 장기간 이어지면서 초등학교 입학 인구가 반토막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교사 중에서도 특히 선망의 대상이었던 초등교사는 이제 더 이상 안정적인 직업이 아니다. 전국 교육대학교(이하 교대) 대부분이 입학 정원을 채우지 못했고, 지난해 교대 자퇴자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교대, 경쟁률 급락
“수능 9등급 받고 교대 1차 합격했습니다.”

2023학년도 수학능력시험에서 9등급을 받은 지원자가 교대 정시 모집 1차에 합격을 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올 초 한 유투버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교대 1차 합격했다"며 ‘인증’했다. 이 유투버는 현재 교대가 하락세라는 점, 나군에 쏠려있다는 점을 근거로 정원 미달을 예상하고 교대 정시 모집에 지원했다고 전했다. 

이 유투버가 지원한 A교대의 2023학년도 1차 경쟁률은 1.37 대 1이었다. 전형상 1차에서 모집 정원의 1.5배수를 선발하기 때문에 A교대에 지원한 지원자 전원이 1차에 합격할 수 있었던 것이다. A교대의 정시 모집 전형은 수능 최저 학력기준이 없고, 수능 최저 성적이 140점이라고만 명시되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교대의 경쟁률이 하락한 것은 비단 A교대만의 일이 아니다. 대학별로 보면 진주교대 경쟁률은 1.83대 1(전년 2.44대 1), 공주교대 1.88대 1(전년 2.47대 1), 경인 교대 1.37대 1(전년 1.81대 1), 서울교대 1.77대 1(전년 2.1대 1) 등으로 하락했다. 앞서 교대 경쟁률은 2020년 1.9대 1, 2021년 2.1대 1, 2022년 2.2대 1이었다. 일반대 초등교육 일반전형 경쟁률은 2020년 4.21대 1, 2021년 5.14대 1, 2022년 5.55대 1이다.

자퇴자도 급증하고 있다.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11개 교육대학 재학생 수는 1만5091명으로 10년 전(1만8789명)보다 19.7% 줄었다. 같은 기간 교대 입학정원이 3800명대로 거의 같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스스로 학교를 그만둔 자퇴자가 증가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실제 2016년 102명이었던 교대 중도탈락자(자퇴 미등록 유급 등) 숫자는 2021년 426명으로 5년 만에 4배 넘게 증가했다. 전국 교대 중 가장 입학성적이 높은 서울교대도 사정이 다르지 않았다. 같은 기간 서울교대의 중도탈락자는 11명에 53명으로 약 5배 늘었다.

▲경북대 사범대 학생회와 전국교육대학생연합 등이 지난 15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앞에서 정원 외 기간제 교원 제도화 방안 규탄 예비교사-현장교사 기자회견을 열고 정원 외 기간제 제도화 반대를 외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경북대 사범대 학생회와 전국교육대학생연합 등이 지난 15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앞에서 정원 외 기간제 교원 제도화 방안 규탄 예비교사-현장교사 기자회견을 열고 정원 외 기간제 제도화 반대를 외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셋 중 한 명은 임용 재수
교대 경쟁률 하락은 초등교원 수 감축으로 인한 선호도 하락이 주효하다. 초등교원임용시험을 두고 수험생 사이에서는 ‘임용 빙하기’라는 씁쓸한 관용구가 등장한 지 오래다. 신규교사 선발 인원이 교대 입학생 수에 한참 못 미치는 요즘은 ‘임용 절벽’ 시대라는 말이 과하지 않다. 지난해 발표한 2023년 공립 초등학교 신규 교사 선발 인원은 2년 새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은 2023년 공립 초등학교 신규 교사로 3518명을 선발하겠다고 지난해 7월 사전 예고했다. 2022학년도 최종 선발 인원 3758명보다 6.4%(240명) 줄었다. 교육부는 내년도 공립 초등 교사 최종 선발 인원이 3500명 내외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2022학년도에 비해 200명 정도 감소하는 것이지만 2013학년도(7387명)와 비교하면 절반 이상 줄어든 규모다.

인구가 집중되어 있는 서울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서울시교육청의 지난해 사전예고에 따르면, 2023년 선발하는 공립 초등학교의 신규교사는 100명이다. 지난해 선발 인원 216명에 비해 절반 이상 줄어든 규모다. 10년 전인 2013학년도의 990명에 비해서는 무려 10분의 1 수준이다. 사전예고가 있었던 2022년 서울교육대학교의 입학정원은 355명이다. 산술적으로 4학년 학생 3명 중 2명 이상이 임용 시험에서 떨어져 재수를 해야 하는 상황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성적우수자들이 교대 지원을 기피할 수밖에 없다. 과거에는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이 지원해 경쟁했던 교대가 정원 미달 처지에 놓이는 동안 의약학계열 대학에는 학생 쏠림 현상이 심각해졌다. 입시업계에서는 의약학계열 선호현상과 교대의 상관관계에 대해 초등교사의 직업적 만족도에 대한 기대가 사라지면서 성적우수자들이 본인의 성적에 맞추어 의약학계열에 몰리고 있는 것으로 해석했다. 
 
선망의 직업→극한 직업
교대 경쟁률하락은 교권 추락으로 인한 직업기피현상도 한몫했다. 교권 추락은 하루이틀새 일이 아니다. 교실에서 일어나는 교사와 학생 간 사건사고 보도를 보면 실상 교권이 보장되고 있는가에 의문이 생기는 수준이다. 그 중에서도 초등교사는 학생과 학부모의 과도한 요구로 인해 ‘극한 직업’이라고 불리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극한 직업, 초등학교 교사’, ‘초등학교 교사가 학부모에게 받는 문자 수준’, ‘요즘 초등학교 가정통신문에 넣는 문구’ 등 초등교사의 어려움을 짐작할 수 있는 게시물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게시물에는 ‘초등학교 담임교사가 도울 줄 수 있는 일’과 ‘도움 줄 수 없는 일’이 적혀 있다. 도움을 줄 수 없는 일에는 종교 입교, 수업 중 사진 촬영, 수업 중 전화 연락 등이 포함되어 있다.

학생인권조례 등 학생인권이 강조되면서 교권이 상대적으로 하락했다는 지적도 있다. 문제 학생을 제지할 방법이 사실상 사라졌고 반대로 학생이 교사를 폭행, 성희롱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최근 전북 군산에선 중학생이 교사의 얼굴을 수차례 폭행하는 사건이 발생했고 지난해 충남에선 한 중학생이 수업 중 교단에 드러누워 여교사를 촬영하는 일까지 있었다. 교육부에 따르면 학생에 의한 교권침해 심의 건수는 2020년 1197건에서 2021년 2269건으로 2배 가까이 증가했다. 2022년은 연간 3000건이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어려운 임용고시 공부를 끝내고도 발령이 쉽지 않다. 임용적체가 심각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가장 적체가 심한 서울에서는 임용시험에 합격하고도 발령까지 평균 15개월을 기다려야 한다. 이 때문에 교육계에서는 교대·사대 구조조정이 시급하다는 얘기가 꾸준히 나왔지만 2008년 제주도-제주교대 통합 이후에는 진척이 없는 상황이다. 부산교대는 부산대와 통합을 위해 2021년 양해각서(MOU)까지 맺었지만 부산교대 동문과 학생들의 반발로 여태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 충북대와 청주교대, 충남대와 공주교대, 경북대와 대구교대, 전북대와 전주교대 등도 통합 논의가 무산됐다. 

▲학생의 인권이 강화되는 반면 교권의 추락으로 인해 교사들이 학생들에게 성추행, 폭행까지 당하는 등 문제가 심각해져 사회 문제화된 지 오래다.
▲학생의 인권이 강화되는 반면 교권의 추락으로 인해 교사들이 학생들에게 성추행, 폭행까지 당하는 등 문제가 심각해져 사회 문제화된 지 오래다.

교전원 시대 열리나
정부는 교육 개혁의 일환으로 교육전문대학원 추진을 예고했지만 반발이 상당하다. 최근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강득구 의원실과 교육정책디자인연구소가 교사와 학부모를 비롯한 시민 3만 천여 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81.5%가 교육전문대학원 도입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답변했다. 이유로는 교사 전문성 확보에 도움이 되지 않을 거라는 의견이 40%로 가장 많았다. 교전원 졸업자들에게 임용시험을 면제하는 데 대해서도 응답자의 82%가 동의하지 않는다고 답변한 것으로 전해졌다.

교육계는 과대 학교, 과밀학급 해소와 맞춤형 교육 강화를 위해 교사 정원을 최소한 현 수준으로 유지하거나 더 늘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초등학교 수는 2013년 5934개에서 지난해 6157개로 3.8% 늘었고, 학급 수도 같은 기간 11만 9894학급에서 12만 4047학급으로 3.5% 증가했다. 학생 수는 줄어도 학교·학급 수가 소폭 늘어나는 데 그쳐 학급당 학생 수가 여전히 많다는 논리다.

하지만 학령인구 감소세가 워낙 가팔라 학급당 학생 수는 2010년 26.6명에서 지난해 21.5명으로 크게 줄어들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21.1명에 거의 근접한 상태다. 교원 증원 주장의 설득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중장기 교원 수급 계획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교대 통합과 입학 정원 감축을 위한 사회적 논의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현재 전국 10개 교대와 제주대·교원대·이화여대 초등교육과 등 13개 초등 교원 양성 기관의 총 입학 정원은 3847명으로 10년째 요지부동이다. 교대 통합도 2008년 제주대 사범대와 제주교대가 합친 것이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다만 거점 국립대와 교육대를 통합하는 것이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립대 사범대로 흡수 통합하는 방안에 대한 교대의 반발이 극심하기 때문에 성사되기 힘들다는 이유에서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수는 “제주대와 제주교대 통합은 실패한 모델”이라면서 “차라리 2~3개 권역을 묶어 교대끼리 통합하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박상미 기자 mii_medi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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