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1년] ① 사상자만 30만 명, 승자 없는 긴 전쟁
[우크라이나 1년] ① 사상자만 30만 명, 승자 없는 긴 전쟁
  • 이지혜 기자
  • 승인 2023.02.23 22: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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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 가입 반대로 시작된 푸틴의 침공
1년간 민간인 부상자 수 1만 3287명, 사상자 90% 무차별 공습당해
유니세프 “우크라이나 어린이 사망자는 431명, 부상자는 810명 집계”
2월 24일, 1년 기점으로 러시아군의 대규모 공습 예상 “우려 커져”

2022년 2월24일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특별 군사작전’ 명령에 따라 발발한 러-우 전쟁. 아슬아슬했던 유럽 대륙의 평화를 깨는 우크라이나 침공이 2023년 2월로 1년을 맞았다. 예상외의 장기전이 이어지며 우크라이나의 사상자와 피해액이 불어나는 것은 물론 전 세계 곳곳에서 전쟁의 여파가 계속된다. 지난 1년간 전쟁이 남긴 것들은 무엇인지 살펴본다[편집자주]

(사진/픽사베이)
2월 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1주기를 맞는다. (사진/픽사베이)

냉전의 동서 정치로 회귀

지난 2021년 11월. 푸틴은 약 9만 명의 병력을 우크라이나 국경에 집결시켰다. 당시엔 이런 움직임을 서방이나 우크라이나 모두 일반적인 러시아 군사 훈련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모두의 예상과 달리 러시아 병력은 19만 명까지 늘어났다. 2021년 12월 3일, 워싱턴포스트는 미국 정보당국 기밀문서를 인용해 “러시아가 이르면 내년 초 병력 약 17만 5000명을 동원해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계획”이라며 일찌감치 푸틴의 속내를 예상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은 정상회담까지 거쳤지만, 내내 일촉즉발이었던 이 회담을 두고 뉴욕타임스는 “냉전의 동서 정치로 되돌아간 느낌”이라고 할 정도였다.

푸틴의 침략 명분은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NATO)다. 지난 1990년 9월 동‧서독은 통일 협정, 이른바 ‘2+4’ 협정을 맺었다. 푸틴의 주장은 당시 동독 내 소련군이 철수하는 대신 동유럽으로의 나토 확장 금지를 약속받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1991년 소련이 붕괴된 후 러시아가 심각한 경제난을 겪는 동안 동유럽은 빠르게 서구화됐다. 그 사이 1999년 폴란드‧체코‧헝가리가 나토에 가입했고, 이어 2004년에는 러시아와 인접한 에스토니아·라트비아·리투아니아(발트 3국)을 비롯해 루마니아‧불가리아‧슬로바키아까지 나토에 가입했다. 러시아는 마지막 완충 지대로 여겨진 우크라이나까지 나토에 가입한다면 레드라인(한계선)을 넘은 것으로 간주한다는 입장이다. 이번 사태 역시 2021년 9월, 우크라이나가 자국에서 나토와 연합 군사훈련을 벌인 이후 본격화됐다.

그러나 전 세계는 나토 동진이 러시아의 안보를 위협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이 우크라이나를 침략할 명분이 되지는 않는다고 본다. 나토 가입은 철저히 우크라이나인들의 주권과 자결권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전쟁은 명백히 푸틴의 우크라이나 침공이다. 안보 이익이 전쟁 정당화의 근거가 될 수 없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무엇보다 이 전쟁에서 미국을 제외하고는 이야기가 되지 않는다. 미국과 러시아는 역사적으로 대립각을 세웠다. 실제로 나토 국가들은 이미 돈바스내전 당시 무기와 군수물자를 지원하고, 우크라이나 군대와 함께 군사훈련을 수행해왔다. 미국은 2021년 11월부터 전쟁 위기 상황에서 러시아의 협상 요구를 무시했다.

(사진/픽사베이)
전쟁이 남긴 심각한 아동 피해 (사진/픽사베이)

막대한 민간인, 아동 피해

결과적으로 전쟁은 막대한 피해와 삶의 터전을 빼앗긴 사람들을 거리로 내몰았다. 가장 위험한 것은 민간인과 아동의 피해다. 2월 21일(현지 시간) 유엔이 발표한 우크라이나 민간인 사망자수는 8000명을 넘어섰다. 유엔은 실제 사망자수는 훨씬 많으리라 전망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유엔 감시단은 개전 일인 지난해 24일부터 이달 15일까지 우크라이나에서 민간인 사망자 8006명를 확인했다. 격전지 접근 및 정보 제한 등 이유로 실제 사망자수는 수천명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전체 부상자수는 1만3287명으로 파악됐다. 사상자의 90%가 러시아의 무차별 공습, 미사일 공격 그리고 포격을 입은 것으로 드러났다.

아동의 피해는 그보다 더 심각하다 . 유니세프가 2023년 1월 17일 기준으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우크라이나의 어린이 사망자는 431명, 어린이 부상자는 810명이다. 이를 포함한 총 사망자는 6,952명, 부상자는 11,144명이다. 유니세프는 “도시 인구 밀집 지역에서 폭발이 지속적해 일어나고 있다”며 “우크라이나 의료 시설 387곳, 학교 230곳 이상이 피해를 입었다”고 밝혔다. 또 현재 우크라이나의 난민은 796만 명 이상(누적 1,740만 명 이상)이며, 어린이와 여성이 전체의 90% 이상으로 집계했다. 우크라이나 국내실향민은 591만 명 이상이며, 우크라이나의 어린이 절반 이상이 피란민이 되었다.

유니세프는 “어떤 상황에도 어린이는 전쟁의 희생자가 되어서는 안된다. 지난 8년 동안 우크라이나는 장기화된 전쟁으로 어린이 51만 명을 포함하여 주민 340만 명이 이미 큰 피해를 입었다. (2022년) 2월 24일 이후 우크라이나의 상황은 더욱 악화되어 750만 어린이들의 고통은 더욱 커지고 생명과 안전까지 위협받고 있다”고 지탄했다.

(사진/픽사베이)
우크라이나 지역의 아동 3명 중 1명 이상이 폭력을 주요 걱정거리 중 하나로 꼽고 있다.(사진/픽사베이)

10대 소년의 80%가 흡연과 마약

물리적인 피해는 물론 전쟁으로 인한 정신적 피해는 셀 수도 없다. 최근 월드비전은 우크라이나에 지원사업을 협력하는 기관과 함께 지난해 12월, 전쟁 해당 지역인 헤르손, 하르키우, 드니프로 지역에 거주하는 9세에서 17세 사이 총 457명의 아동을 대상으로 전쟁이 미치는 치명적인 영향을 조사했다. 조사에 따르면 83%의 아동들이 자신의 안전에 대해 극도로 우려하는 불안을 보이고 있으며, 3명 중 1명 이상이 폭력을 주요 걱정거리 중 하나로 꼽고 있다.

월드비전 우크라이나 위기 대응 책임자인 크리스 팔루스키는 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우크라이나의 아동들은 평화가 절실히 필요하다”며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의 많은 아동들에게, 이 분쟁은 1년이 아닌 9년이 넘게 지속되었다. 지난 2월, 분쟁이 시작되기 전부터 동부 우크라이나 아동의 5명 중 1명은 폭력, 이주, 가족과의 이별 등 지속적인 스트레스를 받고 있으며 이에 대처하면서 흡연을 하거나 합성 약물을 접하고 있었다. 십대 소년들의 약 80%가 흡연과 마약의 경험이 있다는 사실은 매우 충격적인 일”이라고 염려했다.

월드비전에 따르면 우크라이나에서는 1700만 명 이상의 사람들이 긴급한 인도적 지원이 필요하다. 수많은 아동들이 집을 잃었거나 더 안전한 곳으로 이주해야 했다. 조사에 응한 아동들의 거의 절반인 47%가 그들의 가정이 크고 작게 어떤 식으로든 피해를 입었다고 답했다.

팔루스키는 이어 “아동들은 트라우마 위에 쌓여있는 트라우마에 대처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우크라이나의 150만 명 이상의 아이들이 전쟁의 경험으로 인해 우울증, 불안,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조울증 또는 정신 질환을 앓을 수 있다고 예상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약물 남용의 증가 외에도, 아동들은 두려움과 같은 그들의 감정을 억제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설문 응답 아동의 21%는 또래 친구들이 현 상황에 대처하기 위한 방안으로 ‘물리적 폭력’을 행한다고 답했다. 이는 아동들 서로 간의 폭력도 포함된다. 그들은 자신의 친척과 가족들이 포격을 당해 상처를 입고, 부모들이 전선에 나가 있는 것을 보면서 다른 사람들에게 복수하고 싶은 감정을 느끼고, 이 모든 것이 극도로 불공평하다고 느낀다”고 덧붙였다.

가장 우려되는 것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1년이 되는 24일을 기점으로 러시아군이 대규모 공세에 나설 것이라는 예상이다. 우크라이나 국방부 장관 올렉시 레즈니코프는 침공 1년이 되는 오는 24일께 러시아가 새로운 공격을 해올 것이라 주장한 바 있다.

(사진/픽사베이)
예상외의 장기전이 이어지며 우크라이나의 사상자와 피해액이 불어나는 것은 물론 전 세계 곳곳에서 전쟁의 여파가 계속된다. (사진/픽사베이)

이지혜 기자 2jh062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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