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학교 생존기】 ④선진국 따라잡기, “IB가 뭔데”
【우리 학교 생존기】 ④선진국 따라잡기, “IB가 뭔데”
  • 박상미 기자
  • 승인 2023.02.25 13: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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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IB 인증학교는 최초 도입한 경기외국어고등학교 포함해 총 24교로 이중 12교가 국제학교
IB는 토론 수업과 글쓰기 과제 등을 통해 논리적 사고력과 문제해결력 키우고 다양한 경험 강조
IB 주목받는 이유는 우리 교육이 지향하는 학생 중심, 창의적 사고 등의 방향과 맞닿아있기 때문

[한국뉴스투데이] OECD 출생율 최하위, 대한민국은 초저출생국이다. 대한민국의 인구문제는 10여 년 전에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15세부터 64세에 속하는 생산가능인구 비율이 급속도로 줄어드는 인구절벽현상은 이미 2016년부터 대한민국을 뒤흔들었다. 출생률의 감소와 함께 매년 큰 폭으로 감소하는 학령인구수에 교육계가 뒤흔들리고 있다. 초등교육부터 고등교육까지, 우리의 교실을 지켜낼 수 있을까. <편집자 주>

▲IB는 토론 수업과 글쓰기 과제 등을 통해 논리적 사고력과 문제해결력을 키우고 비교과 활동을 통해 다양한 경험을 강조하는 교육과정으로 엄정한 질 관리 등이 특징으로 알려져 있다. (이천시 한국도예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이 수업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IB는 토론 수업과 글쓰기 과제 등을 통해 논리적 사고력과 문제해결력을 키우고 비교과 활동을 통해 다양한 경험을 강조하는 교육과정으로 엄정한 질 관리 등이 특징으로 알려져 있다. (이천시 한국도예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이 수업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위기의 공교육’. 공교육 위기론은 이제 새롭지 않다. 학령인구 감소로 인한 지역교육 불균형, 팬데믹으로 인한 학력격차 심화, 입시경쟁 과열로 인한 사교육 열풍, 교육정책 불만 등 공교육의 위기 요인으로 지적되는 요소는 끝이 없다. 위기 진단을 넘어 해결 방안은 없는 것일까. 공교육 위기 대안으로 주목받는 IB 교육에 대해 살펴봤다. 

新 교육트렌트, IB교육
경기도 교육청이 공교육 혁신을 위해 ‘IB 교육 프로그램 도입’을 카드로 내밀었다. IB(International Bacalaureat)는 1968년 창설된 스위스 비영리 공적 교육재단인 국제바칼로레아기구(IBO)에서 개발하여 운영하고 있는 국제표준 교육과정이자 대입시험이다. 2022년 기준 161개국, 5,595개 학교에서 IB 교육을 시행하고 있다. 국내 IB 인증학교는 국내 최초로 IB를 공교육에 도입한 경기외국어고등학교를 포함하여 총 24교로 이중 12교가 국제학교다. 


IB는 토론 수업과 글쓰기 과제 등을 통해 논리적 사고력과 문제해결력을 키우고 비교과 활동을 통해 다양한 경험을 강조하는 교육과정으로 엄정한 질 관리 등이 특징으로 알려져 있다. 만 3세부터 만 19세까지의 학생들을 위한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초등학생을 위한 프로그램(PYP:Primary Years Programme), 중학교 프로그램(MYP:Middle Years Programme), 고등학교에 해당하는 프로그램(DP:Diploma Programme), 직업 연계 프로그램(CP:Career-related Programme)으로 구성된다. 우리 교육에는 CP를 제외한 3개 과정이 도입된다.

IB의 도입은 경기도 교육청 외에도 전국 곳곳에서 도입을 검토하고 있는 새 물결이다. 지난해 지방선거로 선출된 교육감 중 대구광역시, 충청남도, 경기도, 경상남도 4개 지역의 교육감이 IB 학교 도입을 공약으로 채택했다. 이미 IB 도입에 적극적이었던 강은희 대구광역시 교육감은 ‘지역 간 교육격차 해소를 위해 미래학교 및 IB 학교의 우수 교육프로그램을 지역내 초·중·고에 공유·확산하여 질 높은 공교육을 보장하겠다’는 공약을 내새워 재선에 성공했다. 대구광역시는 교육열이 뜨거운 지역으로 이미 잘 알려져 있다.

사고력 갖춘 글로벌 인재 육성
IB가 지금 주목받는 이유는 우리 교육이 지향하는 학생 중심, 창의적 사고 등의 방향과 맞닿아있기 때문이다. IB는 일방향 강의식 교육에서 벗어나 탐구와 표현을 통한 학습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설계됐다. 학생 스스로 주제를 정하고 지식을 습득하고, 개념 중심의 탐구 활동을 통해 지식을 완성해나가는 교육과정이다. 학생의 평가 역시 단답식 지필평가로는 이루어질 수 없고, 서술형 논술형 평가가 진행된다. 개인별 프로젝트 중심의 학습이 이루어지므로 발표와 토론 결과물에 대한 평가가 진행된다. 

IB는 현재 교육과정처럼 정해진 교과서가 존재하지 않는다. 때문에 우리 교육의 고질적 문제인 선행학습이 불가능하다. 학생이 스스로 정한 주제로 지식을 쌓아나가는 방식이므로 선행이 불가능하고 각자 궁금한 내용을 탐구해 나간다. 이 과정에서 학생이 능동적으로 학습에 참여하면서 학습격차를 줄여나가고 사교육에 의존하는 분위기의 전환을 꾀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앞서 강은희 대구광역시교육감 역시 언론 인터뷰에서 IB 도입 취지에 대해 같은 맥락으로 설명한 바 있다. 인터뷰에서 강 교육감은 “IB 교육과정 도입의 궁극적 목적은 지식을 집어넣는 수업이 아닌 생각을 꺼내는 수업 구현”이라고 IB 도입 취지를 밝혔다.

▲제86회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총회에 참석 중인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지난 2022년 9월 23일 오전 국제 바칼로레아(IB) 월드스쿨 인증학교인 대구 경북대학교 사범대학 부설초등학교를 방문해 IB프로그램 수업을 참관하고 있다. (사진=서울시교육청 제공)
▲제86회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총회에 참석 중인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지난 2022년 9월 23일 오전 국제 바칼로레아(IB) 월드스쿨 인증학교인 대구 경북대학교 사범대학 부설초등학교를 방문해 IB프로그램 수업을 참관하고 있다. (사진=서울시교육청 제공)

IB와 수능의 연결고리
우리 교육은 이전에도 다양한 외국 교수학습법을 들여와 시행했지만 결국 입시의 장벽을 넘지 못했다. 교육전문가들은 IB는 우리나라 평가 시스템의 극복이 가능하다고 해석한다. IB의 평가는 논술, 서술 및 프로젝트 기반의 정성평가로서 공정성을 인정받고 있으며 평가와 일치하는 교육과정을 엄격히 운영하고 있다. 국내 대학들이 IB 시험결과를 대입 자격 고사로 인정한다면 입시 문제의 해결이 가능하다는 해석이다. 

IB 도입을 지지하는 전문가들은 IB와 대학입시의 연계를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 위성곤 더불어민주당 의원, 경기도교육청, 대구시교육청, 부산시교육청은 지난 2월 국회 의원회관에서 IB와 대학입시를 연계하기 위한 ‘IB, 공교육 도입 의의와 과제’ 공청회를 공동 주최했다. 

이날 공청회에서는 IB 시험 결과의 정시 반영이 핵심 주제 중 하나로 다뤄졌다. 공청회에는 IB 교육과정을 운영 중인 임영구 제주 표선고 교장이 참석해 표선고의 IB 프로그램 도입 현황을 소개했다. 또 이혜정 교육과혁신연구소장과 권오현 서울대 교수가 IB 고교과정(IBDP) 국내 도입이 공교육 개혁에 이바지한 내용과 IBDP 이수자들이 겪는 대입 관련 쟁점에 대해 각각 발제했다. 

이 소장은 “한국형 바칼로레아(KB)로 가기 위해선 IB를 더욱 확산시키고 수시 문호 확대와 정시 반영으로 대입 연계의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대 입학본부장을 지낸 권 교수는 “공교육에서 합법적으로 인정하고 있는 IB 과정을 이수한 학생들이 정시에 지원할 수 없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면서 “IB 시험 결과를 대학입학 자격고사 중 하나로 인정하고, 향후 수능 성적과 동일한 위상을 부여하는 방안을 모색하자”고 제안했다.

IB 안착? 고등학교 도입이 관건 
IB가 우리 교육에 안착하기 위해서는 고등학교 과정 도입이 핵심이다. IB를 지지하며 도입과 확산을 제안하는 측에서는 입시제도로의 안착을 추진해야한다고 주장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조정해야할 부분이 많이 남아있다. 무엇보다 우리 고등학교는 3년 편제인 것과 달리 IB DP는 2년이다. 매년 11월에 최종 시험을 보고 1월 초에 성적이 확정된다.

현재 우리 대학입시 전형에는 수학능력시험 성적의 최저 기준이 존재하는 학교가 여럿 있다. IB DP 점수를 인정하는 대학이 있지만, 재외 국민 전형뿐이기 떄문에 국내 고교 출신들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이야기다. 결국 수능최저기준이 없는 수시의 학생부종합전형과 논술전형에만 지원할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물론 IB 교육과정을 거친 학생이 수능에 응시할 순 있지만, IBDP 최종 시험 일정과 수능시험이 같은 시기에 있어 응시하는 학생에게 상당한 부담이다. 

이런 이유로 IB 도입을 결정한 지역에서도 국내 고등학교에의 IB 도입은 소극적이다. 경기도교육청은 이달 말 25개 IB 관심 학교를 선정할 예정인데 고교는 아예 제외했다. IBDP가 대입 전형과 제대로 연계가 안 된 상황에서 일선 고교에 도입할 경우 학생들에게 혼란과 부담을 준다는 도의회의 의견을 교육청이 받아들인 결과다. 부산시교육청도 IB 시범학교를 10개(초등학교 7개, 중학교 3개) 선정했으나 같은 이유로 고교를 제외했다. 

최초로 IB를 국내 도입한 경기외고는 국어 외에는 모든 과목을 영어로 수업하고 있다는 데서 여타 고교와 차이가 있는 학교다.  IBDP는 IBO로부터 인증받은 ‘인증학교(World School)’만이 운영할 수 있는데 현재 국내에는 경기외고 이외에 대구 3개 고교(경북사대부고, 대구외고, 포산고)와 제주 표선고 등 4개교가 전부다. 


박상미 기자 mii_medi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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