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학교 생존기】 ⑤위기의 폭발, 유보통합 이견 ‘팽팽’
【우리 학교 생존기】 ⑤위기의 폭발, 유보통합 이견 ‘팽팽’
  • 박상미 기자
  • 승인 2023.02.2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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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보통합…유치원과 어린이집 간 격차를 줄여 평등한 교육권을 보장하겠다는 취지
의무교육으로 통합할 경우, 국가가 배정한 기관에 반드시 취학하여야 한다는 문제
유보통합이 묻히지 않고 난제로 자리잡은 데는 학부모들의 끊임없는 요구가 원동력

[한국뉴스투데이] OECD 출생율 최하위, 대한민국은 초저출생국이다. 대한민국의 인구문제는 10여 년 전에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15세부터 64세에 속하는 생산가능인구 비율이 급속도로 줄어드는 인구절벽현상은 이미 2016년부터 대한민국을 뒤흔들었다. 출생률의 감소와 함께 매년 큰 폭으로 감소하는 학령인구수에 교육계가 뒤흔들리고 있다. 초등교육부터 고등교육까지, 우리의 교실을 지켜낼 수 있을까. <편집자 주>

▲정부가 유치원과 어린이집으로 나뉜 만 0~5세 영·유아의 교육과 보육을 통합하는 '유보통합'을 본격적으로 추진한다. 2025년부터 취학 전 아동들은 새롭게 출범하는 유치원·어린이집 통합기관에 다닌다. 정부는 이러한 내용이 담긴 유보통합 추진 방안을 발표했다. (사진/뉴시스)
▲정부가 유치원과 어린이집으로 나뉜 만 0~5세 영·유아의 교육과 보육을 통합하는 '유보통합'을 본격적으로 추진한다. 2025년부터 취학 전 아동들은 새롭게 출범하는 유치원·어린이집 통합기관에 다닌다. 정부는 이러한 내용이 담긴 유보통합 추진 방안을 발표했다. (사진/뉴시스)

2023년 유보통합으로 교육계가 소란하다. 윤석열 정부는 28년간 교육계의 해묵은 난제였던 유보통합(영유아 교육·보육 통합)을 핵심 국정과제로 들고 나왔다. 교육부는 지난달 30일 유치원과 어린이집을 제3의 통합기관으로 전환하겠다는 ‘유보통합 추진 방안’을 발표했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어느 기관이든 학부모가 안심하고 아이를 맡길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30년 해묵은 과제 해결할까
유보통합은 우리 교육계의 해묵은 과제다. 유보통합의 취지는 유치원과 어린이집 간 격차를 줄여 평등한 교육권을 보장하겠다는 취지로 지난 30년간 추진과 중단을 반복해왔다. 현 체제상 유치원은 교육기관으로 교육부, 어린이집은 보육기관으로 보건복지부가 관리한다. 두 집단의 이해관계가 부딪치면서 합의가 어렵다는 이유로 논의가 무산되어 왔다. 그렇게 30년이다.


이전 정부에서 처음 유보통합을 언급한 것은 1995년 김영삼 정부였다. 김영삼 정부가 5.31 교육개혁안을 내놓으며 유치원과 어린이집을 통합하는 ‘유아학교’가 처음 등장하면서 유보통합 논의가 시작됐지만 당시 보육계의 반발로 추진이 무산된 바 있다.

현재의 누리과정 도입도 광의에서 유보통합의 시도라 할 수 있다. 이명박 정부에서 만 3~5세 공통 교육과정인 ‘누리과정’을 도입했고, 박근혜 정부에서는 정보공시시스템 등을 통합하는 등 행정, 교육과정 통일까지는 진행됐으나 교사 자격과 관리부처 통합은 끝내 추진되지 못했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보다 적극적으로 통합에 애썼지만 성과는 거두지 못했다. 2017년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유보통합을 주제로 끝장토론을 진행했지만 결국 절충안을 찾는 데는 실패했다. 결국 정부는 두 기관의 통합이 아닌 유치원과 어린이집의 교육 격차를 줄이는 방향으로 한 발 물러났다. 
 
의무교육론 VS 연령분리론
유보통합은 보육진영과 교육진영의 통합 시도다. 과거 유보통합 시도에서 주축은 의무교육과 연령분리 문제다. 만 5세 미안의 영유아에게 의무교육을 실시하기에는 장애물이 많고, 이를 위해 3~5세와 만 5세를 분리하여 각각 어린이집과 유치원이 담당하는 연령분리 제안이 있었으나 이 역시 교육진영의 반발로 합의할 수 없었다. 

의무교육이란 국가가 의무교육이 가능하도록 시설과 설비 그리고 겨원 등 고평하고 질 높은 교육조건을 구비하여야 한다. 헌법 제31조3항에서 규정하듯이 ‘의무교육은 무상’으로 진행하는 국민으로서 균등하게 교육받을 권리의 범주 안에 있다. 

여기서 영유아를 대상으로 적용에 어려움이 있는 부분은 ‘의무’가 갖는 강제성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영유아 취학은 부모의 선택에 의해 자율적으로 이루어진다. 가정보육을 할 것인지 어린이집, 유치원에 보낼 것인지는 물론 기관의 선택도 완전히 부모의 권한이다. 의무교육으로 통합할 경우, 유아가 국가가 배정한 기관에 반드시 취학하여야 한다는 문제가 있다. 

때문에 유보통합은 현재와 같이 0~5세 연령 구분이 없는 방안이 가장 현실적이다. 유치원은 그래도 만 3세 이상을 담당할 수 있게 유지하는 것이다. 유보통합이 이루어지면 어린이집이 농어촌과 같이 독자적으로 운영되기 어려운 지역에서 유치원 시설에 영아반을 부설할 수 있게 된다. 면 단위 초등병설유치원에 영아반을 설치하고 보육교사를 배치하는 방식이 가능하다. 
 
자격 통합? 절대 안 돼!
현장에서 유보통합의 걸림돌은 교사 자격이다. 어린이집 교사의 경우 고졸 이상의 학력을 보유하면 학점은행제 등으로도 보육교사 3급 자격을 취득할 수 있다. 보육교사 자격 취득이 직장인들 사이에서 ‘제 2의 직업’ 준비 루트로 추천을 하는 경우가 많은 것도 근무시간의 상대적 자율성에 더해 이처럼 낮은 진입 장벽이 이유다. 

반면 유치원 교사는 2년제 이상의 대학에서 유아교육, 아동복지학 등 관련 학과를 전공 및 교직 이수를 해야만 ‘유치원 정교사’ 자격증을 받을 수 있다. 유치원 중에서도 국공립유치원 교사가 되려면 지난해 기준 68대1의 경쟁률을 뚫고 임용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자격요건이 다르니 이들이 받는 보수도 월 평균 적게는 10만원에서 많게는 100만원까지 벌어진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자격 통합에 대해서는 유치원 교사들의 반발이 크다. 실제로 유치원 교원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해서는 전공 학생 중 성적 최상위의 소수 인원에게만 기회가 주어진다는 것이 유치원 교사들의 입장이다. 학습 범위와 깊이에서도 차이가 있다고 주장한다. 보육교사 자격 취득을 위한 과정에 대해 “보수교육을 몇 시간 듣는다고 해서 같은 수준으로 인정해준다는 건 말도 안 된다”는 반발이 상당하다. 

자격 통합에 대한 보육교사 측의 입장은 이와 다르다. 한국어린이집총연합회(회장 이중규)은 “학력만으로 아이들을 돌보고, 가르치는 건 아니”라는 입장이다. 현장 경험을 충분히 쌓은 보육교사의 능력을 깎아 내리는 해석이라는 지적이다. 더욱이 만 3~5세의 경우 교육과정이 통일되어 있다는 점을 들어 교수의 수준이 현저히 다르다고 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자격 통합에 대해서는 교육부 역시 일률적으로 통합하는 것이 아니라고 밝힌 바 있다. 각 시설에서 서로 다른 자격증을 가지고 근무하는 교사들이 한 데 통합되어 교류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않다. 교육계에서는 교사 자격에 대해서는 중등교육에서 그 대안을 살필 수 있을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제안하기도 했다. 사립학교 교원 임용 시 교육청에 위탁 임용고시를 치르는 것과 같은 절차를 준용할 수 있다. 원장 역시 공립학교 교장 공모제와 같이 자격을 가진 교사를 공모절차를 통해 임용할 수 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과 유치원 교사들이 지난 12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인근에서 전국교사결의대회를 열고 정부의 유보통합 전면 철회 및 유치원 공공성 강화, 유아 만 5세 의무교육 실시, 방과후 과정과 돌봄 인력 및 예산 확대, 사립 유치원 회계 투명성 강화, 연령별 기관 일원화 등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전국교직원노동조합과 유치원 교사들이 지난 12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인근에서 전국교사결의대회를 열고 정부의 유보통합 전면 철회 및 유치원 공공성 강화, 유아 만 5세 의무교육 실시, 방과후 과정과 돌봄 인력 및 예산 확대, 사립 유치원 회계 투명성 강화, 연령별 기관 일원화 등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학부모는 환영, 이제는 통일할 때
학부모는 자격 통합과는 별개로 유보통합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이다. 유보통합이 교육계에서 묻히지 않고 난제로 자리잡은 데는 학부모의 끊임없는 요구가 원동력이었다. 학부모들은 만 5세 너머에 있는 영유아교육과 보육에 대한 구체적 대책마련을 위해 교육부와 보건복지부의 힘겨루기를 끝내고 ‘교육부가 책임지고 교육부로 통합’하라고 꾸준히 요구했다.  

학부모들이 유보통합을 요구하는 것은 관리주체의 일원화를 위해서다. 현재는 미취학 아동이 소속된 기관에 따라 천자만별의 교육비, 지원금이 적용된다. 학부모들은  “양육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지원금액과 범위를 통일하는 것이 바르다고 본다”는 입장이다.

교육의 질 관리에 대한 우려는 있다. 학부모에게는 어린이집은 보육, 유치원은 교육을 중심으로 한다는 인식이 자리잡고 있다. 그도 그럴것이 사립유치원의 방과후활동 프로그램 등은 유치원 밖 사교육이 더 이상 필요하지 않은 수준인 경우가 많다. 

학부모들이 교육비와 짧은 돌봄 시간의 부담에도 사립유치원을 선호하는 이유다. 어린이집이나 국공립유치원보다 큰 비용을 지불하지만, 기관 밖 사교육비를 내지 않으니 실제로는 큰 부담이 아니라는 계산이다. 유보통합에 대해 온라인 커뮤니티의 학부모들은 “매일 수업하는 영어, 코딩, 축구, 골프 등 유치원 안에서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이 많았다. 프로그램의 선택지가 줄어든다면 유보통합 이전보다 나쁜 상황”이라며 “실질적 교육환경 개선을 위한 구체적 운영 방안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박상미 기자 mii_medi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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