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1년] ② 전쟁이 불러온 세계 경제 쓰나미
[우크라이나 1년] ② 전쟁이 불러온 세계 경제 쓰나미
  • 이지혜 기자
  • 승인 2023.02.27 19: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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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글로벌 실질 GDP 전쟁 이전 4.4% 증가 예상
2023년 2월 현재 추정치 3.4%, 전망 대비 1.0%p 하락
미국, 41년만 최악의 인플레이션 연속 8~9% 웃돌아
곡물, 에너지, 원자재 수급 불안정, 원유, 천연가스 급등

2022년  2월24일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특별 군사작전’ 명령에 따라 발발한 러-우 전쟁. 아슬아슬했던 유럽 대륙의 평화를 깨는 우크라이나 침공이 2023년 2월로 1년을 맞았다. 예상외의 장기전이 이어지며 우크라이나의 사상자와 피해액이 불어나는 것은 물론 전 세계 곳곳에서 전쟁의 여파가 계속된다. 지난 1년간 전쟁이 남긴 것들은 무엇인지 살펴본다[편집자주]

(사진/픽사베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지난해 세계 실질GDP는 당초 예상을 1.0%p 하회했다. (사진/픽사베이)

한국, 독일 대러 제조상품 수출 대체 
러-우 전쟁이 빚어낸 불안한 유가 상승과 이로 인한 인플레이션, 환율 불안과 물동량 축소가 나비효과처럼 전세계에 퍼졌다 전쟁은 세계경제 및 세계교역의 둔화를 비롯해 원유, 가스 등 에너지와 니켈, 밀 등 원자재・식료품 가격 급등으로 이어졌다. 


최근 한국무역협회가 발표한 보고서 ‘러-우 전쟁 1주년, 주요국 여향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러시아 주요 36개 교역국을 분석한 결과 중국, 인도, 튀르키예, 브라질 등이 교역확대를 통해 반사이익을 얻었다. 특히 중국은 한국, 독일의 대러 제조상품 수출을 대체하면서 자동차・부품, 타이어, 굴착기, 트랙터, 플라스틱, 합성수지 수출을 크게 늘린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은 전체 대러 수출 감소에서 자동차‧부품 감소 기여율이 70.4%로 36개국 중 가장 높아 중국의 자동차・부품 수출증대와 크게 대비됐다. 

보고서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지난해 세계 실질GDP는 당초 예상을 1.0%p 하회했다고 분석했다. 2022년 글로벌 실질 GDP는 러-우 전쟁 이전 4.4% 증가가 예상되었으나, 2023년 2월 현재 추정치는 3.4%로 당초 전망 대비 1.0%p 하락했다. 결과적으로 전쟁으로 누적 세계 실질GDP('22~'25년) 성장 감소분은 2.3%p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대외경제연구원이 최근 발간한 보고서 ‘우크라이나 사태와 대러 제재의 경제적 영향’에 따르면 미국은 러시아산 원유 대체를 위해 전략비축유 방출, 이란 및 베네수엘라 제재 완화에 대한 협상을 진행시키고 있다. 그렇지만 기후변화 대응 관련 글로벌 그린 전환 정책기조와 마찰로 인해 전쟁이 지속될 경우 곡창 지대인 우크라이나의 밀 생산이 타격을 받아 곡물 가격 상승 압력이 우려된다. 또 보고서는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네온, 크세논, 크립톤 등 희귀가스 생산 차질이 발생해 글로벌 공급망이 교란될 것으로도 전망했다. 이 경우 확전은 세계경제 관점에서 하방 공급충격과 상방 수요충격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사진/픽사베이)
경제 침체가 심화될 경우 경제 회복을 위해 자국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국가가 늘어나고 결과적으로 대서양 동맹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사진/픽사베이)

미국 인플레이션이 가져온 경제 침체 
국회입법조사처는 지난해 8월 발표한 ‘우크라이나 전쟁과 대서양 동맹의 미래’에서 장기적인 관점에서 인플레이션 급등과 경제 침체 우려 등 경제 상황도 대서양 동맹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전쟁이 발발하면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공급하던 곡물과 에너지, 원자재 수급이 불안정해져 원유, 천연가스 등 에너지, 니켈 등의 원자재, 밀가격이 급등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석탄은 69%, 밀은 60%, 미국 천연가스는 55%, 니켈은 47%, 원유는 29%, 유럽 천연가스는 27%, 옥수수 24%, 백금은 21%, 팔라듐은 15%, 아연은 11%, 금은 9% 상승했다. 이 중 우크라이나는 세계 밀, 옥수수, 철광석 생산량의 각각 3%를 생산하고 있으며, 러시아는 세계 팔라듐의 43%, 천연가스의 18%, 백금의 12%, 원유의 12%, 밀의 11%, 니켈의 9%, 금의 9%, 알루미늄의 6%, 석탄의 5% 등 주요 원자재들을 생산하고 있다. 이에 따라 최근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연속해서 8~9%를 넘고 있으며, 유로존 국가들 역시 7~8%의 인플레이션을 기록하고 있다. 

특히 미국의 인플레이션은 41년만에 최악의 기록이다. 이에 따라 미국 연방준비은행과 유럽중앙은행 등은 금리를 신속하게 올리고 있다. 이와 관련해 OECD는 지난해 6월 9일 세계 각국의 경제성장률을 하향 조정했다. 미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3.7%에서 2.5%로, 영국은 4.7%에서 3.6%로, 프랑스는 4.2%에서 2.4%로, 독일은 4.1%에서 1.9%로 하락했다.58) 이와 같이 경제 침체가 심화될 경우 각 국가들의 지원 여력이 감소하게 되며, 경제 회복을 위해 자국의 이익을 우선시할 경우 대서양 동맹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사진/픽사베이)
물가 상승을 막기 위한 각국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이 이어지면서 경기 침체 우려는 날로 높아지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리스크 민감도 낮아지지만… 
IMF(국제통화기금)에 따르면 2022년 선진국의 경우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당초 예측치인 3.9%를 훨씬 넘어서는 7.3%에 이르렀다. 개도국 및 빈곤국은 9.9%나 상승했다. 물가 상승을 막기 위한 각국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이 이어지면서 경기 침체 우려는 날로 높아지고 있다. 러-우 전쟁의 향방과 관련하여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리지만, 올 해 안으로 평화협상 체결, 휴전 및 종전 등 사태의 마무리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데 보다 무게가 실리고 있다. 

서방이 강력한 무기 지원에 나서면서 우크라군의 전력이 강화되고 러시아군도 개전 1년을 맞아 전열을 재정비하면서 일진일퇴 소모전이 지속될 가능성. 향후 사태 전개를 좌우할 주요 변수로 서방의 지원 지속 여부, 러시아의 춘계 대공세 등 주목(BNPP, HSBC 등)받는 중이다. 

결과적으로 올해 러-우 전쟁의 세계경제 여파는 지난해의 충격만큼은 아니지만 공급망에 차질을 빚으며 관련 부작용이 누적되면서 글로벌 경제를 압박하는 요인으로 지속될 전망이다. 무엇보다 전쟁으로 촉발된 세계화의 후퇴, 경제자급 가속화 등 과정에서 중장기적으로 글로벌 GDP가 최대 7%까지 감소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식량 안보에도 적색불이 켜졌다. 러-우 전쟁은 비료 공급 차질로 인한 농작물 생산 감소, 운송로 폐쇄에 따른 공급 제약 및 식량 가격 상승 등의 경로를 통해 아프리카·중동 식량 위기를 초래할 우려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특히 파키스탄, 케냐, 나이지리아 등 일부 취약국의 경우 식량 불안이 심각한 동시에 대외부채 상환부담도 커 복합 위기 가능성도 우려되는 사정이다. 

러-우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관련 리스크에 대한 시장의 민감도가 낮아지고 있다. 경제적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의 가장 큰 변화는 언제라도 안정적인 공급이 불가능할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일상화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태 악화로 국제원자재시장이 불안정해질 경우 글로벌 인플레이션 압력이 재차 높아질 수 있는 만큼 섣부른 낙관론을 경계하면서 향후 전개상황을 면밀히 주시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이지혜 기자 2jh062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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