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1년] ③ 중국 VS 미국 총성 없는 전쟁
[우크라이나 1년] ③ 중국 VS 미국 총성 없는 전쟁
  • 이지혜 기자
  • 승인 2023.03.01 2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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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중국, 러시아에 군수품 제공, 우크라 침공 지원”
중국 “사실 아니야, 평화적 협상 원할 뿐” 입장문 발표
러시아 "미국, 입장 경청 않으면 무기 감축 협상 불가"
뉴욕타임즈, “미vs중 전쟁, 미국이 패배할 가능성 있다”

2022년 2월24일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특별 군사작전’ 명령에 따라 발발한 러-우 전쟁. 아슬아슬했던 유럽 대륙의 평화를 깨는 우크라이나 침공이 2023년 2월로 1년을 맞았다. 예상외의 장기전이 이어지며 우크라이나의 사상자와 피해액이 불어나는 것은 물론 전 세계 곳곳에서 전쟁의 여파가 계속된다. 지난 1년간 전쟁이 남긴 것들은 무엇인지 살펴본다[편집자주]

(사진/픽사베이)
중국이 최근 평화적 전쟁 해결을 위한 12개 제안을 담은 입장문을 발표했다. (사진/픽사베이)

중국의 입장 변화 추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가능성이 커지기 시작했던 2021년부터 전쟁 1주년을 맞은 지금까지 중국은 표면적으로 중립과 원칙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물밑에선 상황이 조금 다르다. 실제로는 러시아 편향적으로 볼 수 있는 발언들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전쟁 직후 중국의 주장은 미국이 냉전적으로 행동하고 있고 러시아의 안보 우려는 합리적이라는 기조였다.

전쟁 직후 중국이 발표한 입장문에는 △UN 헌장의 취지와 원칙에 따른 영토 주권의 보전 주장 △각국의 합리적 안보 우려에 대한 존중 · 나토 동진과 관련한 러시아의 정당한 안보 요구에 대한 타당한 해결 제창 △시민의 생명·재산·안전 보장 필요 · 인도주의적 위기 발생 방지 필요 주시 △우크라이나-러시아의 직접 대화 협상 · EU-러시아 간 대등한 대화를 통한 균형 있고 효과적이며 지속 가능한 유럽 안보 체제의 건설 지지·고취 △무력 사용과 제재를 위임한 제7장을 인용한 UN 안보리의 결의 반대 등 다섯 가지가 핵심이었다. 그러나 러시아의 무력 공격 이후 중국은 “역사적으로 특수 경위가 있는 만큼, 러시아의 합리적 안보 우려를 이해한다”는 입장과 함께 미국에 대해서는 “전쟁 우려를 고조시키며 관망했다”는 강도 높은 비난을 이어갔다.

게다가 전쟁 1주년을 맞은 지난 2월 24일 중국은 전쟁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12개 제안을 담은 입장문을 또 한 번 발표했다. ‘우크라이나 위기의 정치적 해결에 관한 중국의 입장’이라는 제목의 이 입장문은 전투 중단과 평화회담 시작, 핵 사용 반대, 일방적 제재 중단, 전후 재건 촉진 등을 핵심 내용으로 담고 있다. 입장문은 “모든 국가의 주권을 존중한다”면서 “모든 당사자는 국제 관계를 지배하는 기본규범을 공동 지지하고 국제적 공정성과 정의를 수호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어 “한 나라의 안보가 다른 나라의 희생으로 추구돼서는 안 되며, 분쟁과 전쟁은 아무에게도 이익이 되지 않는다”며 “모든 당사자는 합리성과 자제력을 갖고 불길에 기름을 붓거나 갈등을 심화시켜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중국은 입장문을 통해 위기에 대한 유일한 실행 가능한 해결책이 평화회담이라고 주장하며 핵 사용 반대와 인도주의적 위기 해결을 강조했다. 민간인과 전쟁포로 보호, 역내 원자력발전소의 안전, 곡물 수출 촉진 등도 포함됐다. 이처럼 중국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외적으로 '중립'을 취하고 있지만 미국은 중국이 실제로 정치, 경제, 안보 측면에서 러시아와 그 어느 때보다 밀착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사진/픽사베이)
중국은 지난해 전쟁 직후부터 러시아산 석유와 천연가스를 사들였다. (사진/픽사베이)

중국은 정말 평화적 해결 원하나?

지난해 중국의 대러시아 수입은 전년 대비 50% 증가했고, 수출은 13% 증가했다. 중국을 바라보는 미국의 시선이 전쟁 내내 곱지 않을 수밖에 없는 수치다. 미국 측 전문가들은 중국이 이미 겉으로는 비군사적으로 보일 수 있으나 제트기 수리 등 군사적으로도 이중 사용 가능한 기술과 장비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한다. 또한 중국은 전쟁 후 제재로 인해 여러 시장을 잃은 러시아를 구제하기 위해 러시아산 석유와 천연가스를 사들이고 있다는 사실을 숨기려 하지도 않았다고 주장한다.

지난 2월 18일에는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중국이 러시아에 무기와 탄약 지원을 검토 중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날 독일 뮌헨 안보 회의에서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을 만난 블링컨 장관은 이후 CBS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중국 기업이 이미 러시아에 “비살상적 지원”을 하고 있다면서, 새로운 정보에 따르면 중국 당국이 “살상적(군사적) 지원”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블렁컨 장관은 이러한 지원 확대가 중국에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블링컨 장관은 정보의 자세한 내용이나 취득 경위는 밝히지 않았다.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 역시 같은 회의에서 비슷한 경고를 했다. <월스트리트 저널>에 따르면 이 문제는 연말과 연초 사이에 불거지기 시작했으며, 미국은 대면이나 화상 접촉을 통해 중국에 여러 번 경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바로 다음 날인 2월 19일에는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유엔 주재 미국대사가 CNN 인터뷰에서 “중국이나 다른 나라들이 우크라이나를 잔혹하게 공격하는 러시아에 살상 무기를 지원하려 한다면 용납할 수 없다”고 전했다. 이어 린다 대사는 “중국의 러시아에 대한 살상 무기 지원은 레드 라인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국의 군수품과 기술 제공은 구체적인 정황이 많다. 지난 2월 4일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의 비영리 안보 싱크탱크인 선진국방연구센터(C4ADS)로부터 입수한 러시아의 지난해 4~10월 세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중국 국영 방산업체들이 항법 장비, 전파 방해 기술, 전투기 부품 등을 대러 제재 대상인 러시아 국영 방산업체들에 공급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들 제품이 민간·군수 용도로 모두 사용 가능한 '이중용도' 제품 중 일부라며, 중국이 이중용도 제품을 수출하는 형태로 러시아에 군사 지원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러시아가 지난해 수입한 수만 개 이중용도 제품 가운데 대부분은 중국에서 조달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픽사베이)
러시아가 중국과 손잡고 미국을 압박하며 유리한 고지를 점령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사진/픽사베이)

결국 유리한 쪽은 중국?

그러나 중국은 러시아가 군사 장비를 요청했다는 미국의 주장을 줄곧 부인했다. 중국 외교부는 “러시아와의 관계에 대한 미국의 손가락질과 강압을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밝혔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2월 21일 폴란드 수도 바르샤바에서 연설을 통해 우크라이나 지지를 재차 강조하며 러시아의 안보 위협을 받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맹국들에 대한 미국의 안보 공약을 다시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바르샤바 시내 로열캐슬에 모인 시민들과 안제이 두다 대통령 등 폴란드 주요 당국자들 앞에서 발표한 연설에서 “이번 (우크라이나) 전쟁은 세계 모든 국가와 민주주의에 대한 도전”이라며 “1년 전 우크라이나가 침공당했을 때, 우크라이나만 시험받은 것이 아니라, 온 세계가 시험에 직면했다”며 대러시아 공조를 강조했다.

조 바이든은 이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가 쉽게 굴복할 것이라 생각했지만, 우크라이나는 1년이 지난 지금도 굳건히 자유와 독립을 누리고 있다”며 “우리가 침략으로부터 자유롭게 살 권리를 위해, 민주주의를 위해 함께 일어섰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조 바이든은 또 나토를 비롯한 동맹들은 러시아를 상대로 단단한 대오를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러시아는 미국과의 관계에 조금 더 회의적이다. 2월 28일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러시아가 미국과의 신전략무기감축협정(New START∙뉴스타트)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러시아 일간 '이즈베스티아'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이 자신들의 입장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 한 뉴스타트 협상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미국이 주도하는 ‘서방의 집단적 태도’가 러시아를 대하는 시각에 변화가 필요하다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는 우크라이나를 무장시킴으로써 더 이상 단일 연합체로서 우리의 조건부 상대방이 아닌 적으로서 행동한다”고 밝혔다.

이처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이면에는 중국과 미국의 힘겨루기가 존재한다. 중국이 러시아보다 미국 패권에 도전할 더 강력한 도전자라는 사실은 이제 자명해 보인다. 일각에서는 미국과 중국이 대만을 둘러싼 본격적인 전쟁을 실시할 시, 미국보다 중국이 더 유리할 것이란 전망이 짙다.

전 호주 정보부 국방연구원이자 미 전략예산센터 객원 선임 연구원·호주 전략포럼 대표인 로스 배비지는 2월 27일 뉴욕타임스 오피니언 란에 ‘중국과의 전쟁은 미국이 과거에 직면했던 그 어떤 것과도 다를 것’이라는 제하의 글을 기고했다. 이 글을 통해 배비지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미국이 대만을 수호할 것이라고 반복해서 말하고 있지만, 미국은 중국과의 전쟁에 휘말리는 것을 피하는 게 좋다”고 주장했다. 미국 경제가 중국의 공급망과 운송에 상당 부분 의존하고 있다는 점도 미국의 불리함을 가중하는 요소로 꼽혔다.

(사진/픽사베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불러올 중국-대만 전쟁의 우려가 커진다. (사진/픽사베이)

이지혜 기자 2jh062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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