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1년] ④동북아까지 드리운 전쟁의 그림자
[우크라이나 1년] ④동북아까지 드리운 전쟁의 그림자
  • 이지혜 기자
  • 승인 2023.03.03 14:1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러시아가 전쟁에서 이기면 중국이 미국과 전쟁?
‘우크라이나=대만’ 대만 노리는 중국 전쟁 예의주시
“중국군, 매일 전쟁 정보 분석, 위성 사진 공부”
북한, 핵무기 필요성 다시금 느껴 “남북관계 위험”

2022년  2월24일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특별 군사작전’ 명령에 따라 발발한 러-우 전쟁. 아슬아슬했던 유럽 대륙의 평화를 깨는 우크라이나 침공이 2023년 2월로 1년을 맞았다. 예상외의 장기전이 이어지며 우크라이나의 사상자와 피해액이 불어나는 것은 물론 전 세계 곳곳에서 전쟁의 여파가 계속된다. 지난 1년간 전쟁이 남긴 것들은 무엇인지 살펴본다[편집자주]

(사진/ 픽사베이)
푸틴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이긴다면, 중국이 대만을 점령할 가능성이 시사되고 있다. (사진/ 픽사베이)

러시아 보고 배운 중국, 미국과 전쟁? 

“미국이 우크라이나를 충분히 지원하지 못해 러시아가 승리하면 중국이 대만을 침공해 미국과 전쟁을 치를 것이다.” 

지난 2월 15일 러시아 석유 재벌 출신으로 반푸틴 인사로 꼽히는 미하일 호도로코프스키는 한 언론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섬뜩한 말을 남겼다. 그는 이 자리에서 “우크라이나의 전쟁 패배는 아시아태평양에서 전쟁의 초석이 된다”면서 “미국이 아시아에서 전쟁을 하고 싶다면 가장 확실한 방법은 우크라이나에서 허약함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미국과 서방이 아프가니스탄과 시리아에서 그랬던 것처럼 우크라이나에서 떠난다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핵심 지지 세력인 애국주의 세력이 푸틴이 멈추도록 내버려 두지 않을 것이고, 또 다른 전쟁이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최근 중국 국방 싱크탱크 위안왕의 저우천밍 연구원은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 인터뷰에서 “중국군 지휘관들은 매일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수집한 정보를 분석하고 위성 사진을 공부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무인기나 극초음속 무기 같은 첨단 장비가 실제 전장에 배치되는 것은 전례가 없다”면서 중국군과 러시아군, 우크라이나군 모두 구소련 설계에 기반한 무기 체계를 갖추고 있다는 공통점도 중요한 시사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여러 차례 “인민 해방군이 어떠한 전쟁에도 대비하고 있고, 승리하리라 기대한다”고 분명히 밝힌 상황에서 중국군은 어떻게 하면 전쟁에서 신속하고 확실하게 승리할 수 있는지에 대해 고민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많은 전문가들이 우크라이나를 대만에 비유한다. 러시아는 당연히 중국이다. 지난해 9월 우크라이나 키이우를 방문했던 캐나다 ‘칸와 아시안 디펜스'의 안드레이 창 편집장은 “우크라이나 전쟁의 전개 양상은 전쟁이 예측 불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며 그것은 인민해방군이 대만 해협에서 벌일 가능성이 있는 싸움에도 해당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대만의 군사 전문가 루리시는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중국은 일반적으로 2주 안에 전쟁을 끝내기를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면서 “만약 이에 실패하면 양측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과 유사한 재앙적 결과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사진/ 픽사베이)
미국의 국방 싱크탱크에 따르면 대만 침공은 실패할 가능성이 높지만 막대한 피해를 남길 것으로 전망했다. (사진/ 픽사베이)

대만 침공 시나리오 “실패하지만 막대한 피해”

중국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공격에 그 어느 때보다 촉각을 세우고 있다. 특히 이번 전쟁에서 양측 모두의 핵심 전략은 무인기의 전술적 사용으로 본다. 저우천밍 연구원은 “우크라이나 전쟁은 유인, 무인 군사 기술이 현대의 지능 전쟁에서 어떻게 통합돼야 하는지를 엿볼 기회를 제공하며 인민 해방군이 향후 훈련과 작전 체계에 이를 반영할 것”이라고 전했다. 

지난 1월 발간된 제주평화연구원의 논평에 따르면 최근 미국의 국방 싱크탱크인 국제전략문제연구소 (Center for Strategic and International Studies, 이하 CSIS)는 중국의 대만 침공 시나리오에 대한 워 게임 분석 결과를 공개하여 동북아 평화를 위한 한·미·일 안보협력의 중요성을 환기했다. 

워 게임은 예상되는 가정을 기초로 시뮬레이션 모델에 교전 당사국의 전력을 정량적으로 입력하여 확률에 기초한 연산을 통해 그 결과를 예측하는 과학적 분석 방법이다. 

CSIS의 이번 분석은 전구작전(theater operation)으로 범위를 확대하여 기본 가정, 낙관적인 가정, 비관적인 가정 등 세 가지 시나리오를 적용하여 24번의 시뮬레이션을 통해 얻은 정량적인 분석결과라는 점에서 기존연구보다 큰 의미를 지녔다. 

논평은 “워 게임 분석 결과를 살펴보면, 대만을 침공한 중국은 전략적 목표를 달성하는 데 실패하고 전쟁은 최대 3주안에 종결되는 것으로 전망되었지만, 미국, 대만, 일본도 막대한 피해를 보는 것으로 분석되었기 때문에, 앞으로 한·미·일 3국은 중국의 대만 침공에 대한 개입이 피로스의 승리(Pyrrhic Victory)가 되지 않도록 어떻게 안보협력을 강화해야 하는지 고민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중국은 우크라이나 사태를 대만과 연관 지어 사고하는 것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통일연구원에서 2월 24일 발표한 ‘중국의 ‘글로벌 안보 이니셔티브’를 통해 본 세계전략과 한반도’를 보면 특히 미국이 중국의 임박한 대만 무력 침공 가능성과 러시아에 대한 무기 지원 의혹을 구실로 중국위협론을 다시 강화하는 것에 반대하는 분위기다. 

중국은 현재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에 관해 대외적으로 ‘각국의 합리적인 안보 우려 존중’, 그리고 ‘대화 협상과 평화적인 방식을 통한 분쟁 해결’을 제시하고 있다. 통일연구원은 이 두 가지 원칙은 중국이 북한을 두둔할 때 주로 사용하는 논리라는 것에 집중했다. 

(사진/ 픽사베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중국-대만 전쟁 가능성을 시사하는 데 이어 한반도에도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다. (사진/ 픽사베이)

공격용 무기 공급 금지 조항 필요

전쟁이 해를 넘기는 사이, 동아시아에서는 대만과 중국의 갈등이 더 깊어지는 한편, 한반도는 북한의 거듭된 도발로 긴장도가 높아진 상태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세계: 국가, 지역, 국제질서’ 학술대회에서 이반 티모페예프 러시아 국제문제위원회(RIAC) 프로그램 국장은 “러시아는 서방 국가들의 경제제재 ‘융단폭격’을 당한 뒤에도 정책 기조를 굽히지 않고 있다”며 “제재 당사국이 결연한 강대국이라면 정치적 행보를 바꾸려는 목적의 제재는 실효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안드레이 구빈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극동연방대학 교수는 북한이 돈바스 지역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 등에 노동자를 파견하려 하는 등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같은 자리에서 마상윤 가톨릭대학교 국제학부 교수는 윤석열 정부가 다른 나라를 통해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우회적으로 공급하고 있다는 논란에 대해 “우리나라도 ‘교전 중인 국가에는 공격용 무기에 국한해 무기 공급을 금지한다’ 등의 원칙을 세울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한편 중국과 러시아 측 참석자들은 미국이 주도하는 대(對)러시아 경제 제재를 비판했다. 쉬인홍 중국 런민대 국제관계학과 교수는 미국의 인도·태평양 동맹 강화를 문제 삼으며 “윤석열 정부가 중국 비난 행동에 빠르게 동참하는 것이 놀라울 정도”라고 지적했다. 이어 최근 폴란드 국방부가 한국산 K9자주포 648대 등 무기를 구매한 것을 들어 “한국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군사적인 역할을 급격하게 키워나가면 한중관계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러시아 출신 한반도 전문가인 안드레이 란코프 한국 국민대학교 교수는 자유아시아방송에서 “북한 정권은 이번 전쟁을 보면서 비핵화가 자살행위라는 생각을 더 굳게 믿게 됐을 것이다. 이 때문에 세계적으로 핵을 개발하려는 노력을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북·중·러 대 한·미·일의 신냉전 구도가 굳어지고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한반도에 군사적 긴장을 불러올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도 있다고 우려한다. 


이지혜 기자 2jh0626@naver.com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