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진단】 국민연금, 기금 손실 역대 최대...개혁 어디까지 왔나
【투데이진단】 국민연금, 기금 손실 역대 최대...개혁 어디까지 왔나
  • 조수진 기자
  • 승인 2023.03.03 17: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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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한해 국민연금 기금 손실 규모 79조6000억원
기금 운용 수익률 '-8.22%', 도입 이후 가장 낮은 수준

지난 1월 제5차 재정추계 결과, 2055년 기금 소진 예정
10월까지 연금개혁 확정 약속했으나 초안 마련도 못해
지난해 말 기준 국민연금기금 적립금은 890조5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79조6000억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사진/뉴시스)
지난해 말 기준 국민연금기금 적립금은 890조5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79조6000억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사진/뉴시스)

[한국뉴스투데이] 국민연금의 지난해 기금 손실 규모가 역대 최대로 기록됐다. 기금 운용 수익률은 국민연금이 도입된 1988년 이후 가장 낮았다. 국민연금 고갈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수익률까지 바닥을 찍자 국민연금 개혁 필요성에 더욱 힘이 실리고 있다. 하지만 최근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가 보험료율 인상과 소득대체율 조정 합의에 실패해 올해 10월까지 연금개혁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정부의 계획에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지난해 기금 손실 규모 79조6000억원

지난 2일 보건복지부와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국민연금기금 운용 수익률은 –8.22%를 기록했다. 이에 지난해 말 기준 국민연금기금 적립금은 890조5000억원으로 지난해 초 950조원을 바라보던 적립금에서 79조6000억원의 손실을 보였다. 자산 손실 규모는 국내 주식 -22.76%, 해외 주식 –12.34%로 국내외 증시 불안의 영향으로 주식 투자 손실이 컸다. 

여기에 국내 채권 -5.56%, 해외 채권 –4.91% 등 비교적 안전한 자산인 채권도 하락해 손실 규모를 키웠다. 다만 국민연금이 투자한 부동산이 상승했고 인프라 자산 가치가 오르면서 대체투자에서는 8.94%의 수익을 올렸다. 해외 주요 연기금 추세 역시 일본 -4.8%, 캐나다 –5%, 노르웨이 -14.1%, 네덜란드가 –17.6% 등 수익률 손실을 보였다.

이번 발표와 관련해 박민정 보건복지부 국민연금재정과장은 “지난해에는 경제상황과 투자여건이 어려워 다른 연도와 비교해 기금운용 수익률이 좋지 않은 상황”이라면서 “다만 국민연금은 장기투자자로서 장기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국민의 소중한 노후자금을 안정적으로 운용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보건복지부는 장기투자를 통한 안정적인 운용을 위해 기금운용에 특화된 우수인력을 유치하고, 유치한 우수인력이 기금 운용에 집중하며 투자에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운용 인력 처우 개선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또, 상대적으로 수익률이 양호한 해외 및 대체투자를 확대하고 투자 다변화와 신규자산 발굴 등을 통해 우수한 투자기회를 조기 확보할 수 있도록 자산배분체계를 유연화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주식 및 채권 시장 악화로 지난해 국민연금의 적립금 운용 수익률은 마이너스(-) 8.22%을 기록했다. (그래픽/뉴시스)
주식 및 채권 시장 악화로 지난해 국민연금의 적립금 운용 수익률은 마이너스(-) 8.22%을 기록했다. (그래픽/뉴시스)

국민연금 현행 유지 시 2055년 고갈 예정

정부의 대책 마련에도 국민연금에 대한 걱정은 여전하다. 국민연금 기금 고갈의 우려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은 2003년부터 매 5년마다 재정계산을 통해 장기적 관점에서 재정추계를 하고 이를 토대로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지난 2018년 국민연금 재정추계전문위원회는 제4차 재정계산에서 기금 고갈 시기를 2057년으로 예상한 바 있다. 

하지만 지난 1월 제5차 재정계산에서 기금 고갈 시기는 2055년으로 2년 앞당겨졌다. 재정추계전문위원회는 총 16차례 회의를 통해 현재의 저출산 문제와 고령화로 인한 인구구조 악화에 경제성장 둔화 등 거시경제 여건변화가 국민연금 재정에 악영향을 미쳤다고 결론냈다. 합계출산율은 하락하고 기대수명은 증가해 국민연금 가입자는 줄어들고 수급자는 증가하는 추세는 빨라지고 있다.

위원회는 올해 44.0%인 65세 이상 인구대비 노령연금 수급자 비율이 2070년에는 84.2%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즉, 연금을 내는 사람은 줄어드는 반면 받는 사람은 폭발적으로 늘어 보험료 수입은 감소하고 급여지출은 증가되는 셈이다. 이에 현행 제도를 유지할 경우, 향후 20여 년간은 지출보다 수입이 많은 구조를 유지하다가 2041년부터 수지적자가 발생하고 2055년에는 기금이 소진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특히 위원회는 재정안정화를 위한 다양한 재정목표를 제시하고 보험료율 조정만으로 재정목표를 달성할 경우 필요한 보험료율 수준을 제시했는데 연금개혁이 늦어짐에 따라 4차 재정계산에 비해 필요보험료율이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이는 적립기금 규모에 대한 목표 시나리오별 필요보험료율이 4차 재정계산에 비해 약 1.66%p~1.84%p 늘어 연금개혁이 늦어질수록 미래 청년세대의 부담이 커지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 2월 김용하·김연명 민간자문위원회 공동위원장이 서울 여의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회의실에서 강기윤 국민의힘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연금특위) 여당 간사와 김성주 더불어민주당 야당 간사와 만나 연금개혁 초안 문제를 논의했다. (사진/뉴시스)
지난 2월 김용하·김연명 민간자문위원회 공동위원장이 서울 여의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회의실에서 강기윤 국민의힘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연금특위) 여당 간사와 김성주 더불어민주당 야당 간사와 만나 연금개혁 초안 문제를 논의했다. (사진/뉴시스)

연금개혁 시급한데...논의 제자리걸음

이에 국민연금 개혁에 대한 필요성은 꾸준히 제기돼왔다. 전문가들은 국민연금에 대해 적게 내고 많이 받는 잘못된 구조가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한다. 현재 국민연금은 가입자의 월소득 대비 9%의 보험료를 10년 납부하면 만 62세부터 연금을 받을 수 있는 구조다. 이는 덴마크 12%, 미국 13%, 네덜란드 16%, 일본 18.3%, 독일 18.7%, 영국 25.8% 등 다른 나라의 보험료율에 비해 다소 낮게 책정돼 있다.

역대 정부들은 국민연금을 개혁하기 위해 공을 들여왔다. 도입 당시 3%였던 보험료율은 김영삼 정부에서 6%로 한차례 인상됐고 김대중 정부에서 현재의 9%로 인상됐다. 하지만 이후 그 어떤 정부도 보험료 인상을 단행하지 못했다. 연금 수령 나이는 도입 당시 60세를 계속 유지하다 문재인 정부에서 62세로 단 한차례 늦춰졌다. 이에 전문가들은 보험료를 올리거나 수령 시기를 늦추는 것을 골자로 한 연금개혁이 시급하다고 밝혀왔다. 

윤석열 정부는 연금개혁 방안으로 모수개혁을 내세웠다. 모수개혁은 현재 연금제도의 기본 구조를 유지한 채 급여산식이나 보험료율 등 주요 모수를 조정하는 방식이다. 즉, 9%인 보험료율과 가입 기간 평균소득 대비 연금 수령액인 소득대체율, 연금수급 개시 연령 등을 조정하는 것을 골자로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연금개혁특위)를 꾸렸다. 연금개혁특위에는 민주당 6명, 국민의힘 6명, 비교섭단체 1명 등 총 13명의 위원이 민간자문위원회(자문위)를 산하에 두고 연금개혁 논의를 벌이고 있다.

하지만 연금특위 산하 자문위가 연금개혁의 첫 단추를 꿰지 못해 제자리에서 맴도는 모양새다. 자문위는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 등 모수개혁의 구체적인 수치에 대해 위원들간 이견을 좁히지 못했고 올 1월까지 제출 예정이었던 보고서 초안은 지금까지도 마련되지 못했다. 이에 정부의 연금계획 일정도 늦어질 예정이다. 연금특위는 자문위가 보고서를 제출하면 500여명 규모의 공론화위원회를 설치하고 국민 의견을 수렴해 올해 4월까지 연금개혁안을 마련할 예정이었다. 이후 올해 10월까지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을 확정하겠다는 정부의 계획도 다소 늦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3일 보건복지부는 '2023년 제2차 국민연금심의위원회'에서 국민연금 보험료의 산정기준인 기준소득월액의 상한액을 553만원에서 590만원으로, 하한액은 35만원에서 37만원으로 상향조정했다. 기준소득월액은 1년 단위로 적용하는 것으로 오는 7월부터 내년 6월까지 1년간 적용된다. 올해 변동 폭은 2010년 이후 가장 커 약 265만 명의 가입자가 이번 기준소득월액 조정으로 보험료가 인상될 예정이다.

조수진 기자 hbssj@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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