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1년] ⑤ 전쟁 장기화 조짐에 ‘뜨거운 감자’된 무기 공급
[우크라이나 1년] ⑤ 전쟁 장기화 조짐에 ‘뜨거운 감자’된 무기 공급
  • 이지혜 기자
  • 승인 2023.03.05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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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날 풀리자 진흙탕으로 교착상태 ‘장기화?’
꾸준히 서방에 무기 공급 요청하는 젤렌스키
독일, 영국 필두로 우크라이나에 최신 무기 공급
미국, “한국 살상용 무기 공급 압박” 정부는?

2022년  2월24일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특별 군사작전’ 명령에 따라 발발한 러-우 전쟁. 아슬아슬했던 유럽 대륙의 평화를 깨는 우크라이나 침공이 2023년 2월로 1년을 맞았다. 예상외의 장기전이 이어지며 우크라이나의 사상자와 피해액이 불어나는 것은 물론 전 세계 곳곳에서 전쟁의 여파가 계속된다. 지난 1년간 전쟁이 남긴 것들은 무엇인지 살펴본다[편집자주]

노동자연대가 3월 25일 서울 종로구 청진동에서 집회를 열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철군 촉구 및 나토 확전, 윤석열 정부의 무기 지원을 반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노동자연대가 3월 25일 서울 종로구 청진동에서 집회를 열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철군 촉구 및 나토 확전, 윤석열 정부의 무기 지원을 반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독일, 앞장서 우크라이나 지원

러시아의 압승으로 끝날 줄 알았던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이 서방세계 지원을 힘입은 우크라이나의 거센 저항으로 교착상태에 빠진 지 1년이 훌쩍 넘었다. 최근 총사령관을 교체하면서 전열을 재정비한 러시아는 봄철 '라스푸티차'(진흙탕이 되는 시기)가 오기 전에 우크라이나를 향한 대공세를 시작했다. 하지만 바흐무트 일대를 비롯한 곳곳의 지면은 이미 라스푸티차로 인해 궤도차량, 야포 등 장비와 병력이 이미 어려워지고 있다.

현지 매체들은 도로가 강으로 변하고 들판이 습지로 바뀌었다고 전하고 있다. 과거 1812년 나폴레옹의 러시아 원정과 1941년 아돌프 히틀러의 소련 침공을 좌절시킨 이유도 이와 같은 라스푸티차였다. 러시아의 진군은 물론 우크라이나군의 전술 수행이 어려워지며 전쟁은 점점 길어지고 있다.

러시아는 지난해 징집한 30만 명의 예비군 중 훈련을 마친 일부 병력을 동부전선에 집중 배치하고, 우크라이나 국경 지대에 전투기와 헬리콥터 등 공중 병력을 배치했다. 흑해 함대는 우크라이나 서부 도시를 향한 순항미사일 공격을 재개했다. 이런 러시아의 움직임을 두고 일각에서는 미국과 독일의 최신식 탱크가 전력화되기 전에 우위를 점하려는 시도라는 분석도 나온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전쟁이 새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평가한다.

길어지는 전쟁에 서방을 비롯한 다방면의 국제질서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동안 러시아는 제2차 세계대전의 전승국인 소련을 계승해왔지만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전범국가로 위상이 몰락했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유럽은 러시아와 조금 더 멀어졌다.

우크라이나 젤렌스키 대통령은 전쟁 초기부터 서방에 고성능 무기체계를 대대적으로 요구해왔다. CNN에 따르면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중심의 서방은 핵보유국 러시아와의 확전을 우려해 강력한 공격력의 전차 지원을 꺼려 왔으며, 대신 대전차무기인 FGM-147 재블린이나 NLAW 등 방어무기를 주로 제공했다.

하지만 지난해 말부터 러시아가 동부 전선에서 보급로 확보 등을 위해 용병인 바그너그룹(러시아어로 그루파 바그네르)을 동원해 대대적인 공세에 나서면서 서방이 더 강력한 무기를 지원하는 상황이다. BBC는 지나 1월, 독일산 레오파르트2 A4(독일 14대, 폴란드 14대, 캐나다 4대), 미국산 에이브럼스(미국 31대), 영국산 챌린지2(영국 14대) 등 고성능 서방 전차 제공이 결정됐다고 보도했다.

독일 국제방송 DW(도이체벨레)는 “한참의 망설임 끝에 독일은 과거 자국산 레오파르트2 전차를 구입했던 국가들이 이를 우크라이나에 제공하는 것을 허용한 뒤, 추가로 자국 전차 지원도 결정했다”고 밝혔다. 독일은 타국에 대한 공격용 무기 지원의 금기를 깨고 현 GDP 1.5% 수준의 국방비를 2024년까지 2%로 증액하는 파격적인 결정을 내리기도 했다. 또 폴란드는 러시아제 T-72M1을 기반으로 개발한 주력전차인 PT-91 30대도 지원하기로 하는 등 나토 회원국을 중심으로 모두 300대 이상을 제공하기로했다.

(사진/픽사베이)
중국이 러시아에 살상용 무기 지원 제공을 고려하고 있다는 주장이 일고있다. (사진/픽사베이)

EU, “중국의 러시아 지원은 레드라인 넘는 것”

동시에 서방은 중국이 러시아에 무기 공급을 하는 것을 지속해 경고하고 있다. 호세프 보렐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 대표는 지난 2월 20일 러시아에 무기를 제공하지 말 것을 중국에 경고했다고 밝혔다.

보렐 대표는 이날 기자들에게 지난 주말 독일에서 열린 뮌헨안보회의 중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과 만나 이같이 경고했다며, 중국의 무기 지원은 “우리와의 관계에서 레드라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왕 위원이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며, 그럴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며, “하지만 우리는 계속해서 경계할 것”이라고 엄중했다.

보렐 대표의 발언은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지난 2월 18일 왕 위원과의 회담 뒤 미 'CBS’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이 러시아에 살상용 무기 지원 제공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힌 가운데 나온 것이다. 그러나 중국은 블링컨 장관의 주장은 거짓이라며 우크라이나 전쟁을 부추기고 있는 것은 미국이라고 비난했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월 20일 정례브리핑을 통해 “우크라이나에 끊임없이 무기를 공급하는 것은 중국이 아닌 미국”이라며 “미국은 중국에 명령할 자격이 없다”고 경고했다.

이런 유럽과 미국의 경고에도 중국의 러시아 무기 제공은 단순히 우려로 볼 수 없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지는 지난 2월 2일 “중국이 러시아에 무기를 보낼 경우 전쟁 경로가 바뀔 수 있다”고 보도했다. 이어 “중국이 세계 4위 무기 수출국이고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 기준으로 세계 20위권 방산업체 중 7개가 중국 회사”라고 강조했다.

또한 중국이 러시아에 포탄 공급을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와 관련해서 “중국의 포탄 비축량이나 품질은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러시아의 포탄 부족 위기를 해결하기엔 충분할 것”이라며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포탄은 결정적인 요인이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모두 재고를 확보하기 위해 세계를 샅샅이 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코노미스트지는 “싱가포르 라자라트남 국제관계대학원의 마이클 라스카 교수는 러시아에 무인기와 순항미사일 등에 필요한 첨단 부품을 보내서 서방 제재 회피를 돕는 대가로 러시아의 우주로켓 엔진인 RD-180이나 잠수함·전투기 등 관련 기술을 받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사진/픽사베이)
현재 우리나라는 우크라이나에 인도적 지원 이외에 법률상 제약으로 살상 무기의 직접 제공을 거부하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방산 시장 4위 한국, 우크라이나 지원?

우리 정부는 그간 우크라이나에 방독면과 방탄조끼, 의약품 등을 보냈으나 국내 법률상 제약으로 살상 무기의 직접 제공 거부해왔다. 윤석열 정부는 아직 살상 무기를 지원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지키고 있지만 나토는 ‘살상 무기를 지원하라’는 취지로 압박 중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 2월 2일 “이제 한국은 우크라이나에 직접 무기를 지원해야 한다는 압력에 직면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 1월 30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최종현학술원에서 열린 특별강연에서 옌스 스톨텐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이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군사적 지원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면서 “독일, 스웨덴, 노르웨이 등 나토 동맹국은 교전 국가에 무기를 수출 금지 정책을 바꿨다”고 말하며 본격적인 압박이 시작됐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세계 방산 시장 4위를 목표로 하는 한국은 세계 무기 시장에서 독특한 지위를 누리고 있다”면서 “이번 전쟁 국면에서 주목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에 따르면, 2017∼2021년 5년간 한국은 세계 전체 무기 수출 물량 중 2.8%로 8위를 기록했다. 2012∼2016년 1%로 13위였던 것을 고려하면 급성장한 수치다. 이 배경에는 지난해 폴란드와 계약한 K9 자주포와 K2전차가 있다.

냉전 이후 무기 생산을 축소한 서방국과 달리 한국은 북한과의 전쟁에 대비해 방산 규모를 지속해 증가했고 덕분에 다른 동맹국보다 무기를 더 빨리 인도해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한국 방산 역량이 양적인 측면뿐 아니라 질적으로도 성장했다”고 평가했다.

우리 정부는 아직 소극적이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3월 3일 공개된 미 CNN방송 '퀘스트 민즈 비즈니스'(Quest Means Business) 인터뷰에서 '한국 정부가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을 고려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현재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한 총리는 "올해 한국 정부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1억 3천만 달러 늘리겠다고 결정했다”며 “전기·발전 등 분야에서 지원할 계획이지만, 살상 무기를 지원할지 사안은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고 부연했다.

여론이 엇갈린다. 지난 2월 23일 참여연대와 전쟁없는세상 등 시민단체들은 서울 청계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공급을 중단해야 한다"며 "양측이 휴전과 평화협상을 시작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자리에서 황수영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 팀장은 "무기 지원을 통해 어느 일방의 승리로 끝낼 수 없는 전쟁이라고 본다"며 "러시아라는 국가의 존재를 부정하지 않는 이상 현실적으로 휴전협정과 평화협정을 진행해야 하는데 지난 1년간 진지한 논의나 제안이 없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주장에 대해 우크라이나인들이 즉각 반발했다. 재한 우크라이나인 260여 명은 매주 러시아 대사관 앞에서 집회를 열고 '우크라이나를 무장시키자'(#Arm Unkraine Now) 등의 구호를 외치며 서방국가들의 무기 지원을 촉구하고 있다.

이지혜 기자 2jh062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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