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경제】 이지스자산운용 시작으로 부동산 PF ‘칼끝’
【투데이경제】 이지스자산운용 시작으로 부동산 PF ‘칼끝’
  • 조수진 기자
  • 승인 2023.03.07 20: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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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금감원, 이지스자산운용 현장검사 착수
부동산 PF 위기에 금융당국 선제적 대응에 나서

2009년 글로벌 위기로 시작된 저축은행 사태 또?
부실 우려 사업장에 대한 부동산 PF 규모 커 주목
금융당국이 부동산 PF 와 관련해 전반적인 점검에 나섰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사진/뉴시스)
금융당국이 부동산 PF 와 관련해 전반적인 점검에 나섰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사진/뉴시스)

[한국뉴스투데이] 금융당국이 부동산 전문 자산운용사인 이지스자산운용에 대한 현장조사를 시작으로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에 대한 점검에 나섰다. 최근 부동산 경기 침체로 부동산 PF 부실 우려가 커지자 금융사로까지 부실이 확대될 가능성에 금융당국의 칼끝이 본격 가동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지스자산운용 시작으로 부동산 PF 점검

지난 6일 금융위원회는 기획재정부, 한국은행, 금융감독원, 정책금융기관, 금융회사 등과 회사채·단기금융시장 및 부동산 PF 리스크 점검 회의를 열고 부동산 PF 대응 방향과 부동산 PF 대주단 협약 개정 방향, 민간 사업재구조화 지원 방안 등에 대해 논의를 벌였다. 최근 부동산 시장의 침체로 부동산 PF 부실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다. 부동산 PF 부실은 전반적인 경제는 물론 금융까지도 영향을 미친다. 특히 부실 회복에도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이에 금융당국은 전체 부동산 PF 사업장 단위로 대출현황과 사업진행상황 등을 통합적으로 점검하는 등 선제적 대응에 나섰다. 점검의 첫 대상은 이지스자산운용이다. 금감원은 지난 1월 31일부터 지난달 21일까지 이지스자산운용에 대한 현장검사를 벌였다. 이지스자산운용은 2010년 설립된 부동산 전문 자산운용사로 대부분 부동산과 인프라에 집중 투자하는 대체투자 운용사다. 이번 검사는 회사 경영과 운영을 보는 종합 검사가 아닌 특정 부문만을 들여다보는 수시 검사의 성격이다.

이지스자산운용을 시작으로 부동산 PF 사업장에 대한 점검이 확대될 예정으로 금융당국은 사업장들이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사업을 끝까지 잘 진행할 수 있도록 주택금융공사와 주택도시공사(HUG)를 통해 20조원 규모의 사업자 보증을 실시할 계획이다. 이에 주금공은 이달 중으로 PF-ABCP 장기대출 전환 보증 상품을 1조5000억원 규모로 출시해 차환리스크를 해소하기 위한 지원에 나선다.

또, 사업성이 우려되는 사업장의 경우 다시 정상 궤도에 진입할 수 있도로 PF 대주단 협약이 가동된다. 금융당국은 다음달부터 부동산 PF에 관여한 은행이나 증권사, 보험사, 신탁사 등 여러 이해관계자의 복잡한 권리 관계를 조정할 수 있는 PF 대주단 협약을 통해 대출의 만기를 늘리거나 이자를 조정해주는 등 조치 방안을 마련한다. 캠코 등을 통한 민간 자율의 사업재구조화도 뒷받침된다.

일각에서는 지난 2009년 글로벌 위기로 시작된 부동산 PF 위기가 다시 닥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사진/뉴시스)
일각에서는 지난 2009년 글로벌 위기로 시작된 부동산 PF 위기가 다시 닥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사진/뉴시스)

2009년 부동산 PF 위기 반복될까 노심초사

부동산 PF는 사업주의 신용이나 물적담보를 기준으로 하는 대출 상품과 달리 프로젝트 자체의 사업성과 사업 완료 이후 얻게 되는 미래의 수익성을 보고 금융사들이 돈을 빌려주는 방식이다. 은행권에서는 저축은행들이 부동산 PF를 주로 취급하고 증권사들도 부동산 PF를 취급한다. 금융사들은 무담보로 사업 계획만 보고 시행사에 대출을 해주는 셈이다.

근본적으로 위험성이 큰 구조지만 금융사들이 부동산 PF를 취급하는 이유는 연 10%를 넘는 높은 이자와 사업 완료 후 부동산이 잘 팔리면 그에 따른 높은 이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사업성이 불확실한 개발 초창기일수록 높은 이자를 받을 수 있고 부동산이 호황기일수록 사업 완료 시기가 앞당겨지고 집이 잘 팔려 소위 대박이 날 확률이 높아진다.

문제는 부동산이 불황기 일때다. 지난 2008년 리먼브라더스 사태로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2009년에는 우리 경제까지 경제 위기가 닥쳤다. 전국의 집값이 급락했고 2009년 한해에만 미분양이 16만6000호를 넘어섰다. 국내 부동산 시장이 침체되자 은행들은 대출 기간을 추가로 연장해 주지 않는 등 시행사를 압박했다.

부동산 시장 침체로 먼저 건설사들이 무너졌다. 중소 건설사는 물론 LG계열 건설사인 LIG건설 등 대기업 건설사가 문을 닫았고 이로 인해 아파트를 분양받은 일반 피해자들이 속출했다. 이는 결국 금융사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부산저축은행은 전체 예금 보유 규모의 절반인 4조5942억원을 불법적으로 각종 부동산 PF에 대출해 막대한 손실을 입고 영업정지를 당했다.

당시 부산저축은행과 계열사 외에도 삼화상호저축은행과 보해상호저축은행, 도민저축은행, 경은저축은행, 제일2저축은행, 프라임상호저축은행, 대영상호저축은행, 에이스저축은행, 파랑새저축은행, 토마토저축은행 등 16곳의 저축은행들이 무분별하게 부동산 PF에 대출을 해줘 부실채권을 떠안고 영업이 정지된 바 있다.

한국은행은 최근 금융안정보고서에서 부실우려 사업장에 대한 부동산 PF 규모가 증가하고 있는 점을 우려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사진/뉴시스)
한국은행은 최근 금융안정보고서에서 부실우려 사업장에 대한 부동산 PF 규모가 증가하고 있는 점을 우려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사진/뉴시스)

부실 우려 사업장에 대한 대출 높아 위험 신호

최근 금리와 물가가 오르고 부동산 PF 대출 규모와 미분양까지 늘면서 제2의 저축은행 사태가 벌어질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부동산 PF 관련 대출 규모는 2019년 말 94조원에서 지난해 상반기 기준 112조원까지 늘어났다. 기관별로는 보험사 43조3000억원, 은행 28조3000억원, 증권 28조2000억원, 캐피탈 26조7000억원, 저축은행 10조7000억원 등이다. 

여기에 한국은행 통계에 포함되지 않는 농협과 수협, 새마을금고 등을 포함하면 총 규모는 200조원에 가까울 것으로 추정된다. 올해 1월 기준 미분양 주택은 7만5395호다.  미분양이 늘고 있지만 정부가 올해부터 5년간 전국에 270만호의 주택을 추가 공급한다고 밝힌 바 있어 미분양은 계속적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이같은 상황에 금융위원회는 현재 부동산 PF 시장이 2009년 같은 과거 위기 때와 비교하면 양호한 상황이라 평가했다. 하지만 최근 한국은행이 금융안정보고서에서 밝힌 것을 보면 부실우려 사업장에 대한 부동산 PF 대출 규모가 심상치 않다.

2019년 기준 부실우려 사업장에 대한 부동산 PF 대출 규모는 44조9000억원이었던 반면 지난해 상반기에는 72조7000억원까지 확대됐다. 특히 증권사와 저축은행 등 비은행 금융기관의 부실 우려 사업장에 대한 PF 대출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점은 과거 위기가 또 한번 반복될 수 있다는 반증으로 부동산 PF 시장을 지속적으로 지켜봐야 하는 이유다. 

조수진 기자 hbssj@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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