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 위험진단] ②문동은이 복수를 계획한 이유, 학폭 통계에 답 있네
[학교폭력 위험진단] ②문동은이 복수를 계획한 이유, 학폭 통계에 답 있네
  • 박상미 기자
  • 승인 2023.03.09 09: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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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폭력 피해 알려도 3분의 1은 해결 안 돼
학폭위 처분부터 1심까지 평균 1년 이상 소요
협박, 성추행, 언어폭력 등 교묘해지는 괴롭힘

[한국뉴스투데이] 연이은 학교폭력 이슈로 우리 사회가 충격에 휩싸였다. 학교폭력의 법률적 정의는 학교내외에서 학생을 대상으로 발생한 상해, 폭행, 감금, 협박, 약취·유인, 명예훼손·모욕, 공갈, 강요·강제적인 심부름 및 성폭력, 따돌림, 사이버 따돌림,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음란·폭력 정보 등에 의하여 신체·정신 또는 재산상의 피해를 수반하는 행위다. 더 이상은 누구도 학교폭력에 대해 '애들은 싸우면서 크는 거지'라는 구세대적 발언을 할 수 없는 시대다. 가해자의 계도도, 피해자의 회복도 모두 우리 사회의 과제다. 학교폭력 실태와 우리 사회의 개선 노력을 짚어봤다.<편집자주>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6일 오후 서울 서초구 푸른나무재단에서 열린 학교폭력 예방을 위한 현장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6일 오후 서울 서초구 푸른나무재단에서 열린 학교폭력 예방을 위한 현장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부가 학교폭력 근절에 칼을 뽑아 들었다. 교육부가 3월 학교폭력 근절 방안 발표를 예고한 가운데 학교폭력 가해자의 기록 보존, 정시 반영 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학교폭력은 그간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학폭위)의 심의를 통해 가해 학생에 대한 조치를 결정해왔다. 학폭위 심의에도 불구하고 피해자의 구제가 실제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계속 있었다. 

학폭 신고해도 내 편 없어
학교폭력은 피해자와 가해자 그리고 방관자가 같은 학년, 상당수는 같은 반 교실에 함께 있어야 한다는 점에서 매우 가혹하다. 게다가 피해자가 주변에 도움을 구해도 상황이 달라지지 않는 경우가 상당하다는 게 큰 문제다. 교육부의 지난해 1차 학교폭력 실태조사에 따르면, 피해 미신고 이유에 ‘스스로 해결하려고’와 ‘이야기해도 소용이 없을 것 같아서’라고 답한 비율은 각각 21.1%와 17.3%로 나타났다.


지난해 교육 당국의 학교폭력 실태조사에서, 3만 9천 명 넘는 학생들이 언어폭력을 당해 주변에 알리거나 신고했다고 응답했다. 그중 35.3%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고 답했다. 세 명 중 한 명은 신고를 했지만 구제받지 못했다는 이야기다. 미해결 비율을 보면, 언어폭력이 35.3%로 가장 높았고, 금품갈취 33%, 성폭력 32.8%, 스토킹 32.6%, 사이버폭력 31.6%, 집단따돌림 29.4%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고학년으로 올라갈수록 신고 건수가 늘어나는 데 비해 해결 비율은 낮아지는 경우가 적다는 것이 문제다. 신고 후에도 문제가 해결되는 비율은 초등학생에서 고등학생으로 연령이 올라갈수록 더 낮아졌다. 학교폭력의 양상은 일반적으로 학년이 올라갈수록 교묘해진다. 학교폭력의 피해자로 낙인이 찍힌 피해자의 경우, 고학년 진학 후에도 같은 괴롭힘을 받는 경우가 상당하다. 

초등학생의 학교폭력 신고건에 대하여 한유경 이화여자대학교 학교폭력예방연구소 소장은, “초등학생은 중·고등학생에 비해 학교폭력 감지 민감도가 높아, 학교수업 정상화에 따라 신체적·언어적 상호작용이 증가하면서 습관성 욕설, 비속어 사용 등에 대해 보다 민감하게 ‘학교폭력’으로 인식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중·고등학생과 구분되는 초등학생의 피해유형별 실태 등에 대한 면밀한 분석을 통해 향후 대응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처분 받기까지, 지옥 같은 1년
학교폭력은 처분까지 긴 시간이 걸린다. 학폭위의 처분부터 1심 판결까지 평균 1년 2개월가량이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학교폭력에 대한 처분은 학폭위의 1호 ‘서면사과’부터 9호 ‘퇴학처분’까지 아홉 단계다. 사회봉사와 전학은 생활기록부 기록이 졸업 후 2년이 지나야 삭제되지만, 교내봉사 이하의 처분은 졸업과 함께 생활기록부에서 삭제된다.

학교폭력 처분의 시일은 가해자가 집행정지를 신청할 경우 더 길어질 수 있다. 집행정지를 신청한 상태에서 소송을 이어가면서 시간을 벌면 가해자가 졸업하는 시기에 도래할 수 있다. 이런 경우 가벼운 징계 기록은 생활기록부에 남지 않고 자동 소멸하게 된다.

가해자가 소송을 제기하는 경우도 상당하다. 최근 불거진 정순신 변호사 아들의 학교폭력 건도 그렇다. 정변호사 부부는 당시 미성년자였던 아들의 법정대리인으로서 전학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행정소송을 냈다가 대법원까지 간 끝에 2019년 4월 최종 패소했다. 정 변호사 부부가 3심까지 끌고 간 것에 대해 법조계는 ‘최대한 확정시기를 늦추려고 하는 의도가 명확’해 보인다고 해석했다.

지난해 내려진 학교폭력 관련 행정소송 판결은 1심 117건, 2심 16건으로 확인됐다. 이중 86%인 117건은 가해자가 제기한 소송이었다. 가해자가 소송을 제기하는 이유는 학교폭력 처분에 대한 불만이다. 처분이 과하다거나 학교폭력 행위를 인정할 수 없다는 내용이다. 가해자가 제기한 소송 중 법원이 가해자의 손을 들어준 경우는 24%로 알려졌다. 

날로 교묘해지는 학폭 
학교폭력의 양상은 날로 교묘해지고 악랄해지고 있다. 학폭위 고발 문제를 가해자 역시 인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입증에 어려움이 많은 언어폭력을 포함하여 기록이 되지 않을 수준의 교묘한 괴롭힘이 늘어나고 있다. 학교현장에서는 직접 가해자가 아닌 방관자가 같은 학급에 존재하므로 학폭위 처분 과정에서도 제2, 제3의 가해가 계속될 수 있다고 우려를 내놓고 있다.

정순신 변호사의 아들처럼 언어폭력만 행사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학교폭력은 다양한 유형의 폭력이 복합적으로 발생한다. 학교폭력에 대한 교육당국의 구분은 언어폭력, 신체폭력, 집단따돌림 등이다. 최근 학교폭력 보도를 살펴보면, 언어폭력이 물리적 폭력보다 많았다. 언어폭력의 구체적 내용으로는 욕설과 협박, 외모비하, 성적 모욕뿐만 아니라 피해학생의 형제자매나 부모를 모욕한 경우도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사이버상의 괴롭힘은 점점 더 다양해지고, 가해 연령이 낮아지고 있어 우려가 커지고 있다. SNS나 게임의 부계정을 만들어 피해자의 사진을 허락 없이 게시하고, 태그 기능으로 피해자의 계정을 지목해 괴롭힌다. 피해자나 피해자의 가족을 모욕하는 내용의 글을 작성해 인터넷상에 퍼트리기도 한다. 

피해학생을 괴롭게 하는 문제의 영상·사진 등은 복제되고, 확산돼 피해가 끊이질 않는다. 사이버 폭력은 신체폭력 못지않은 상처를 남기는 데다 시간과 공간의 제한 없이 지속된다. 사이버 공간에서 머무르는 시간이 긴 요즘 세대에겐 더 큰 고통으로 다가올 수 있다. 최근에는 사이버상의 재산을 갈취하는 괴롭힘도 등장했다. 피해자의 카카오톡 계정과 전화번호 등 개인정보를 타인에게 팔아 이득을 취하거나, ‘와이파이 셔틀’이라 부르며 무선 와이파이 연결을 강요해 인터넷 데이터를 빼앗는다.

▲학교폭력은 피해자가 성인이 된 이후에도 끔찍한 기억으로 여전히 고통을 호소하거나 극단적인 경우, 자살을 선택하기도 하는 끔찍한 범죄다. (사진/픽사베이)
▲학교폭력은 피해자가 성인이 된 이후에도 끔찍한 기억으로 여전히 고통을 호소하거나 극단적인 경우, 자살을 선택하기도 하는 끔찍한 범죄다. (사진/픽사베이)

씻을 수 없는 상처
학교폭력은 피해자가 성인이 된 이후에도 끔찍한 기억으로 여전히 고통을 호소하거나 극단적인 경우, 자살을 선택하기도 하는 끔찍한 범죄다. 학교폭력예방단체인 푸른나무재단에 따르면 상담 사례의 학폭 피해 시점이 현재부터 수십 년 전까지 폭넓다. 김석민 푸른나무재단 상담팀장은 13일 "학폭 피해자들은 당시엔 세상의 전부라고 느꼈을 '또래 관계'에 성공하지 못한 경험이, 사회에 나가서도 이어질 것 같다는 생각에 사회생활에 대한 두려움과 무기력함을 갖게 된다"고 설명했다.

푸른나무재단에 따르면, 실제 상담 사례 중에선 학폭 피해자들이 대학을 졸업한 이후에도 취업은커녕, 정도에 따라선 트라우마로 아예 사람을 만나지 못하게 된 사례도 적지 않다. '사람을 대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지 않겠다'는 기준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하면 결혼 이후, 자녀가 초등학교에 입학할 시점에서야 "불쑥불쑥 '그때' 기억이 떠오른다"며 상담에 나선 경우도 있다.
김 팀장은 "학폭이 나쁜 가장 큰 이유는 청소년이 성장기에 사람에 대한 신뢰를 잃어버리게 만든다는 점"이라며 "평생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맺고 살아가야 하는 인생 전반에 악영향을 끼치게 된다"고 강조했다.


박상미 기자 mii_medi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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