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 위험진단] ③‘학폭’ 가해자 심리 돋보기…“연진아, 사과 할래?”
[학교폭력 위험진단] ③‘학폭’ 가해자 심리 돋보기…“연진아, 사과 할래?”
  • 박상미 기자
  • 승인 2023.03.11 09: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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쾌감·스트레스발산·정당화까지 유형 多
우울한 청소년, 학교폭력 가해할 위험 커
과보호 받은 ‘자기애성 행동장애’ 가능성도

[한국뉴스투데이] 연이은 학교폭력 이슈로 우리 사회가 충격에 휩싸였다. 학교폭력의 법률적 정의는 학교내외에서 학생을 대상으로 발생한 상해, 폭행, 감금, 협박, 약취·유인, 명예훼손·모욕, 공갈, 강요·강제적인 심부름 및 성폭력, 따돌림, 사이버 따돌림,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음란·폭력 정보 등에 의하여 신체·정신 또는 재산상의 피해를 수반하는 행위다. 더 이상은 누구도 학교폭력에 대해 '애들은 싸우면서 크는 거지'라는 구세대적 발언을 할 수 없는 시대다. 가해자의 계도도, 피해자의 회복도 모두 우리 사회의 과제다. 학교폭력 실태와 우리 사회의 개선 노력을 짚어봤다.<편집자주>

▲자라는 환경에서 폭력을 빈번하게 경험한 경우에는 폭력적 행위를 긍정적인 수단으로 인식하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개학날 등교하는 학생들의 모습. /뉴시스)
▲자라는 환경에서 폭력을 빈번하게 경험한 경우에는 폭력적 행위를 긍정적인 수단으로 인식하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개학날 등교하는 학생들의 모습. /뉴시스)

“왜 없는 것들은 인생에 권선징악, 인과응보만 있는 줄 알까?” 넷플리스 드라마 ‘더 글로리-파트 2’예고편에 등장한 학교폭력 가해자 박연진(임지연 분)의 대사다. 학교폭력을 소재로 한 ‘더 글로리’의 새 시즌이 10일 오후 5시 공개된다. ‘더 글로리’의 연진은 다른 학폭 가해자와는 차원이 다른 ‘빌런’이다. 반성은커녕 사과를 요구하는 피해자 동은(송혜교 분)을 향해 조소를 흘리는 상식 밖의 태도를 보여준다. 학교폭력 가해자를 향한 사회적 분노는 드라마 속 연진의 태도로 자극을 받기 충분했다. 

쾌감 느끼고 정당화 하고
학교폭력이 발생할 경우, 가해자가 반성문 제출 여부와 피해자와의 화해 수준이 처벌에 영향을 미친다.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19조에는 가해학생이 행사한 학교폭력의 심각성·지속성·고의성, 가해학생의 반성 정도, 가·피해학생 간 화해 정도, 가해학생의 선도 가능성, 피해학생이 장애학생인지 여부 등이 가해학생에 대한 조치를 내리는 기준들로 명시돼 있다. 


드라마 속 연진을 포함한 가해자 무리는 피해자에게 물리적, 정신적 폭력을 다양하고 끔찍하게 퍼부었다. 또래 학생을 향한 겨우 10대에 불과한 청소년들의 행동이라기엔 믿을 수 없이 가혹했다. 화면으로 보기에도 끔찍한 이런 행동을 하는 이유는 대체 무엇일까. 

현실 속 학교폭력 가해자의 유형을 분석한 연구에 따르면, 쾌감을 느끼는 가해자부터 스트레스를 발산하고,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하는 등 주도적으로 가해를 시작한 경우와 본인이 피해자가 되는 것을 회피하기 위해 관중에서 가해자집단으로 이동한 유형 등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학습자중심교과교육연구 학회지에 제출된 ‘학교폭력 가해자 심리와 가해자 유형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학교폭력 가해자 유형은 학교폭력 쾌감형, 스트레스 발산형, 학교폭력 정당화형, 학교폭력 후회형, 냉담 놀이형, 전능감(全能感) 추구형, 학교폭력 노출공포형 등 7가지이다. 

학교폭력 쾌감형의 가해자는 학교폭력이 즐겁다고 느끼는 가해자이다. 연구에 따르면, 상대 피해자가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고 재미있다는 묘한 느낌을 받는다고 가해 학생들은 이야기한다. 고통 받는 상대의 기분을 알면서도 자신의 감정이 해방되는 것을 경험하면서 존재감을 느끼기 위해 행하는 행동이라는 해석이다. 가해 학생을 대상으로한 학교폭력의 이유에 대한 설문 대다수에서 ‘장난’이었다는 답변이 나오는 이유는 이와 같은 맥락이다. 

스트레스 발산형의 가해자는 자신 안에 쌓인 과도한 스트레스를 발산하기 위해 무의식적으로 공격 행동을 취한다. 전문가들은 이와 같은 이유를 청소년기 급격한 호르몬 변화로 인한 초조함과 불안, 우울, 일탈, 공격성 등의 특징이 나타난다고 분석했다. 학교폭력을 주도하는 리더 학생의 경우에는 특히 공격적인 경향이 강해 초조함이나 불만을 공격적으로 표출한다. 자라는 환경에서 폭력을 빈번하게 경험한 경우에는 폭력적 행위를 긍정적인 수단으로 인식하기도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학교폭력 정당화형의 가해자는 나름대로 어떤 이유를 가지고 있는 가해자이다. 가해자는 어떤 이유를 찾아 그것을 학교폭력의 근거로 삼으려 한다. 만약 적절한 이유가 없을 때는 폭력의 이유를 꾸며 내기도 한다. 예를 들어, 명확하지 않은 소문(rumor)에 그 탓을 돌리거나, 짜증난다, 징그럽다, 비만이다, 인사를 하지 않는다, 기분 나쁘게 쳐다본다는 등의 이유를 대기도 한다. 이러한 성향의 학생들은 승부에 집착하고 질투심이 강하며 피해의식이 큰 경우였다.

이외에도 학교폭력의 대상이 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 가해자 무리에 합류했다가 후회하는 후회형, 방관자에서 가해자의 행위를 모방하면서 가해자로 바뀐 냉담 놀이형, 피해자를 자신이 의도한 대로 움직이게 함으로써 지배 욕망을 채우려하는 전능감 추구형 등이 있다. 학교폭력 초기 단계에 교정 가능성이 높은 것은 학교폭력 노출 공포형인데, 이 경우에는 학교폭력이 발각되는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에 이런 경우 심각한 학교폭력으로 악화되기 전에 교정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질투심·좌절감에 가해까지
가해학생에 대한 이해를 통한 학교폭력 예방을 꾀하자면, 가해학생의 심리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대부분의 학교폭력 사건이 발생했을 경우에는 피해학생의 피해 정도와 회복에 무게를 두고 가해자가 어떤 기분으로 한 행동인지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덜 살피게 마련이다. 10대 청소년의 불안정성, 평소 비행행동 등 일반론적인 시선으로 이유를 짐작하는 경우도 많다.

가해자의 정신과적 치료 관련 자료를 살펴보면, 피해자와 동일하게 가해자에게서도 우울 증상이 나타났다. 정신병리관련 전문가들은 청소년의 공격 행위 바탕에 가면성 우울증이 내제되어 있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로 관련 연구에서 가해자의 경우, 적대적 반항장애와 행동장애, 우울증, 주의력 결핍장애 등이 공통적인 이유로 지적되었다.

학교폭력 가해자의 심리는 질투심과 좌절감이 큰 축인 것으로 확인됐다. 질투심과 좌절감은 모두 자아존중감에 문제가 생길 때 균형이 무너지는 요소이다. 학교폭력이 이에 대한 방어기제로 발생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질투와 좌절은 얼핏 보면 가해자와 연결이 어색하게 느껴지지만, 실제로 가해자가 피해학생을 괴롭히는 행동에서 우월감과 성취감을 느끼는 것이 표출되기 때문에 그 반대에 숨어있는 질투심과 좌절감을 엿보기가 쉽지 않은 것으로 분석됐다.

부모 과보호 경계해야 
과거 미디어에서는 비행 청소년을 훈계하는 어른의 대사로 ‘집에서 뭘 보고 배웠느냐’는 말이 흔히 쓰였다. 가정에서의 교육이 개인의 성장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하기 때문이다. 학교폭력 가해자가 되는 학생들 역시 가정 안에서의 양육 태도, 양육 환경 영향을 무시할 수 없다. 전문가들은 학교폭력 가해자들의 공통 성향에 ‘자기애성 행동장애’가 확인되었음을 지적한다. ‘자기애성 행동장애’는 자신을 중시하고 타인의 비판이나 무관심에 대한 강한 분노를 표출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착취적 대인관계를 맺는 특징도 있다.

‘자기애성 행동장애’ 경향을 가진 학생은 가정에서 과보호로 성장한 경우, 즉 부모의 애정이 과도하여 자기중심적으로 성장한 경우이다. 과보호로 양육하게 되면 아이는 항상 자신이 특별한 존재라고 느끼게 되고 타인에 대한 배려가 결여되어 다양한 대인 관계에서 장애가 발생할 수 있다. 자녀교육 컨설팅기관 듀오차일드가 공개한 자녀 감정 코칭법에 따르면, 학교폭력 예방을 하기 위해 영우아기부터 꾸준한 타인공감 조기교육이 중요하다. 

‘경계성 행동장애’ 경향을 가진 가해자도 다수 확인되는데 이는 앞선 예와는 반대 상황이다. 학생이 가정에서 사랑을 충분히 받지 못한 경우, 무관심이나 버림받는 것에 대한 불안 때문에 기대에 부응하려 노력하려는 성향을 보인다. 이런 경우, 우울증과 분노가 혼합되어 있는 상태이며, 깊은 친구 관계를 형성하기 어렵고 주의력이 부족한 것으로 확인됐다. 마음속의 불안이 때로는 폭력적이 되거나 자해 행위를 하는 것까지 나아갈 수 있다.

▲드라마 속 연진을 포함한 가해자 무리는 피해자에게 물리적, 정신적 폭력을 다양하고 끔찍하게 퍼부었다. (사진/넷플릭스 제공)
▲드라마 속 연진을 포함한 가해자 무리는 피해자에게 물리적, 정신적 폭력을 다양하고 끔찍하게 퍼부었다. (사진/넷플릭스 제공)

씻을 수 없는 과오
전문가들은 학교폭력 가해자에게 자신이 왜 학교폭력을 행사하는지 이해시킬 수 있다면, 학생이 자신의 감정을 제어하고 긍정적으로 자신의 행동을 통제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가해 학생이 자신의 행위에 대해 근본적으로 이해하고 스스로 자신의 행동에 책임감을 가질 수 있게 되면 학교폭력의 재발을 방지하는 교육이 보다 효과적일 수 있다는 해석이다. 

그렇다면 반성이 없는 연진이는 동은이에게 사과를 할 수 있을까? 이미 성인이 된 연진이가 재교육이 가능할지는 의문이다. 연진이는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과보호 분위기에 부모의 공감능력 교육도 부재한 최악의 환경에서 성장했다. 학교폭력으로 문제가 된 연진이에게 훈육보다는 ‘여자 애 하나 제대로 처리 못 한 성가신 일’, ‘돈으로 해결이 될 일’이라고 말하는 연진이의 부모는 바른 도덕관을 가진 좋은 어른의 예가 되지 못했다. 

학교폭력 피해자와 가해자의 과거 회상에서 피해자 동은의 본격 복수극이 펼쳐질 ‘더 글로리’의 새로운 파트에서 연진이가 인과응보를 맞이할지 분노에 찬 시청자들의 시선이 쏠려있다. 동은이의 복수를 통해 연진과 그 일당이 좋은 어른으로 다시 태어날지 귀추가 주목된다.


박상미 기자 mii_medi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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