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독에 빠진 사회] ①유명인 마약 혐의, 가요계도 충무로도 청정구역 없어
[중독에 빠진 사회] ①유명인 마약 혐의, 가요계도 충무로도 청정구역 없어
  • 박상미 기자
  • 승인 2023.03.11 13: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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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 숙인 연예계, 반세기 이어온 마약 고리
프로포폴부터 코카인까지, 4종 마약 양성 ‘경악’
유아인, 마약 투약 혐의…충무로 스타서 나락으로

[한국뉴스투데이] 우리 사회의 마약 문제가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 마약청정국이라 불리던 대한민국은 이제 옛말이다. 유명인의 마약 투약, 청소년의 마약 거래 등이 연일 신문지상에 오르며 우려를 낳고 있다. 특히 10대 청소년의 마약 문제는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지적될 만큼 외면할 수 없는 문제가 되었다. 최근에는 SNS 등을 이용한 마약 거래 수법이 등장하여 적극적인 수사와 예방책 마련이 필요한 때다<편집자주>

▲김보성 대검찰청 마약·조직범죄과장이 지난달 21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마약범죄 특별수사팀 출범 브리핑을 하고 있다. 대검찰청은 서울중앙·인천·부산·광주지검에 마약범죄 특별수사팀을 설치, 운영한다. 검찰 69명, 관세청 6명, 식약처 3명, 서울시·인천시·부산시·광주시 각 1명, KISA 2명 등 총 84명 4개팀이다. (사진/뉴시스)
▲김보성 대검찰청 마약·조직범죄과장이 지난달 21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마약범죄 특별수사팀 출범 브리핑을 하고 있다. 대검찰청은 서울중앙·인천·부산·광주지검에 마약범죄 특별수사팀을 설치, 운영한다. 검찰 69명, 관세청 6명, 식약처 3명, 서울시·인천시·부산시·광주시 각 1명, KISA 2명 등 총 84명 4개팀이다. (사진/뉴시스)

연예계 또 한 번 마약 광풍을 맞았다. 배우 유아인이 프로포폴 과다 투약 혐의로 조사를 받기 시작한 후 제2, 제3의 마약 투약 정황이 연이어 확인되어 충격을 주고 있다. 개념배우이자 충무로의 보증수표였던 그이니만큼 타격도 컸다. 유아인이 모델로 나섰던 광고를 시작으로 그의 주연이 확정되었던 차기작까지 그의 흔적을 지우며 피해를 줄이기 위해 노력 중이다.

 

프로포폴 2년간 100회 이상
유아인의 프로포폴 상습 투약 혐의가 드러난 것은 지난해 말 식품의약품안전처가 프로포폴 오남용 사례를 집계하면서였다.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가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회신 받은 내용을 통해 유아인이 2021년에만 73회, 지난해를 포함하면 100회 이상 프로포폴을 투약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알려졌다. 그간 유아인은 활동명이 아닌 본명 ‘엄홍식’으로 진료를 받은 탓에 투약 혐의가 드러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유아인은 2021년 1월 4일부터 12월23일까지 총 73회에 걸쳐 4400㎖ 이상의 프로포폴을 투약한 것으로 파악됐다. 식약처가 지난 2020년 9월 발표한 '의료용 마약류 프로포폴의 적정 사용·처방을 위한 안전사용기준'에 따르면 간단한 시술 목적이라면 프로포폴 투약 회수는 월 1회를 초과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유아인은 미국 여행을 마치고 지난 5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경찰은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아 유아인을 공항에서 검거했고, 소변과 모발 등을 채취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하 국과수)에 마약 감정을 의뢰했다. 유아인의 휴대전화 2대를 압수해 디지털 포렌식 작업을 진행하고, 유아인에게 반복적으로 프로포폴을 처방해준 것으로 의심되는 병의원들을 압수 수색을 하는 등 수사를 진행했다. 

‘끝판왕’ 코카인까지 손 대
유아인의 마약투약혐의는 수사를 진행할수록 충격을 안기고 있다. 지난 2월 10일 진행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마약류 정밀 감정 결과와 23일 발표된 체모 감정 결과에서 새로운 마약의 양성 반응이 연달아 확인되었기 때문이다. 유아인은  당초 프로포폴 과다 투약 혐의에서 대마, 케타민, 코카인까지 네가지 마약 성분이 검출돼 4가지 마약의 투약 혐의를 받게 됐다.

프로포폴은 성형외과, 피부과 등 다양한 시술과 수술에서 사용되는 수면마취유도제다. 반복 투약할 경우, 중독 위험이 있어 식약처가 투약횟수 집계 등을 통해 오남용 방지에 집중하고 있는 약물이다. 최근 ‘버닝썬’ 사태로 많이 알려진 케타민은 강력한 진통효과가 강력한 마취제로 정신착란과 환각을 일으키는 부작용이 있다. 코카인은 중독성과 부작용이 타 약물 대비 커 마약 사범 사이 ‘끝판왕’이라고 불리는 위험한 약물이다.

경찰은 유아인의 주거지를 압수수색해 마약 투약 혐의 관련 증거물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는 7일 오전 10시경부터 오후 4시 20분경까지 유아인의 주거지 2곳에 대해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경찰은 오전 실거주지인 용산구 한남동 자택을, 오후에는 주민등록상 주소지인 이태원동 모처를 압수수색해 마약 투약 혐의를 뒷받침할 추가 증거물을 확보했다. 다만 압수 물품에 대한 정보는 알려지지 않았다. 

유아인 지우기 본격 시작
유아인의 마약투약혐의는 영화·드라마계에 적색경보다. 유아인이 주연으로 참여한 작품이 올해만 3편이다. 2분기 넷플릭스 공개를 앞둔 영화 ‘승부’부터 1년 넘게 개봉을 기다린 영화 ‘하이파이브’, 넷플릭스 드라마 ‘종말의 바보’는 공개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앞서 주연으로 나섰던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지옥’의 후속편 출연 역시 사실상 확정 단계였다. 

유명인의 부정적 이슈가 등장하면 광고계는 발 빠르게 움직인다. 광고계는 유아인의 조사 개시 소식이 들리자마자 유아인 관련 이미지를 삭제하면서 유아인 지우기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유아인 사진을 광고에서 삭제하거나 동영상을 비공개로 돌리기 시작했다. 한 아웃도어 브랜드의 옥외 광고판에서는 대충 종이로 유아인의 사진을 가리는 임기응변까지 보였다. 

유아인이 출연한 광고는 10여개에 달하는데 이에 대한 위약금도 상당할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관계자는 “광고 계약에는 일반적으로 모델의 품위유지 위반 시 모델료의 2~3배를 배상한다는 조건이 필수로 포함된다”며 “그의 연간 광고모델료 8~9억 원이라는 업계 추산에 비추어 볼 때, 유아인과 소속사가 부담할 배상액은 무려 100억원 대에 이를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광고계에 비해 신중한 입장을 보이던 영화, 드라마 제작사들도 더는 버티기 힘든 상황이다. 넷플릭스는 2일 오리지널 시리즈 ‘지옥2’에 유아인 대신 김성철을 투입한다고 알렸다. 김성철은 극 중 새진리회 교리를 지키기 위해 자신의 지옥행을 숨긴 1대 의장 정진수를 연기한다. 넷플릭스 영화 ‘승부’, 오리지널 시리즈 ‘종말의 바보’와 영화 ‘하이파이브’는 촬영을 마치고 후반 작업 및 공개시기를 조율하는 단계였으나 작품 폐기 우려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유아인은 2021년 1월 4일부터 12월23일까지 총 73회에 걸쳐 4400㎖ 이상의 프로포폴을 투약한 것으로 파악됐다. (사진/뉴시스)
▲유아인은 2021년 1월 4일부터 12월23일까지 총 73회에 걸쳐 4400㎖ 이상의 프로포폴을 투약한 것으로 파악됐다. (사진/뉴시스)

연예계 마약, 줄줄이 50년 째
연예인의 마약 문제는 1970년대부터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70년대에는 주로 가수들이 대마초 흡입 혐의로 구속되거나 활동금지 처분을 받았다. 1975년에는 인기가수 18명이 연루돼 대마초 사건으로 세간에 충격을 안겼다. 가수 전인권은 대마초 흡연 혐의로 2차례, 필로폰 투약 혐의로 3차례 입건되었다. 기타리스트 김태원, 가수 이승철, 배우 박중훈 등도 대마초 흡연 혐의로 구속된 바 있다.

연예인의 대마초 등 마약 사건은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다. 특히 배우 김부선은 2004년 “대마초 흡연을 막는 건 헌법의 행복추구권을 위배한 위헌”이라며 위헌심판 제청신청을 하기도 했다. 법원은 어느 정도 규제는 필요하다며 이를 기각했다. 김부선은 앞서 1983년부터 여러 차례 대마관리법 위반 등으로 적발돼 실형을 살고 벌금을 냈다.

프로포폴로 인한 몸살도 앓았다. 2012년에는 수면마취제인 프로포폴을 상습 투약한 연예인들이 대거 적발돼 연예계가 술렁였다. 방송인 에이미(본명 이윤지), 배우 이승연, 박시연 등이 미용 시술과 통증 치료를 빙자해 프로포폴을 상습적, 불법적으로 투약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승연과 박시연은 2013년 재판에서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미국 국적인 에이미는 2012년 프로포폴 투약과 2014년 졸피뎀 투약으로 두 차례 처벌을 받고 강제 출국을 당했다. 지난해 1월 국내에 입국한 그는 또다시 마약에 손을 댔다가 최근 2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아이돌 가수들의 마약 문제도 연이어 적발돼 팬들에게 실망을 안겼다. 빅뱅 멤버 탑(본명 최승현)은 2016년 자택에서 대마초를 흡연한 혐의가 군 복무 중 드러나 징역 10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빅뱅 지드래곤도 2011년 대마초를 흡입해 물의를 일으켰지만 검찰이 기소유예 처분했다. 2019년에는 동방신기 출신인 가수 겸 배우 박유천이 필로폰 투약 혐의로 구속기소 돼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았다. 가수 겸 작곡가 돈스파이크는 지난해 수차례에 걸쳐 필로폰을 투약하고 소지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았다.


박상미 기자 mii_medi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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