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독에 빠진 사회] ②10대 마약사범 3년새 껑충, 마약 배달받는 시대
[중독에 빠진 사회] ②10대 마약사범 3년새 껑충, 마약 배달받는 시대
  • 박상미 기자
  • 승인 2023.03.11 21: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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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응책 입장 팽팽, “처벌 먼저” VS “치료 먼저”
청소년 마약 사범, 2019년 239명→2022년 395명
나비약·펜타닐 유행 심각, SNS로 주문하고 배달까지

[한국뉴스투데이] 우리 사회의 마약 문제가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 마약청정국이라 불리던 대한민국은 이제 옛말이다. 유명인의 마약 투약, 청소년의 마약 거래 등이 연일 신문지상에 오르며 우려를 낳고 있다. 특히 10대 청소년의 마약 문제는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지적될 만큼 외면할 수 없는 문제가 되었다. 최근에는 SNS 등을 이용한 마약 거래 수법이 등장하여 적극적인 수사와 예방책 마련이 필요한 때다.<편집자주>

▲지난 2월 2일 서울세관에서 열린 관세청 2022년 마약밀수 단속 결과 및 2023년 마약밀수 단속 대책 언론브리핑에서 관세청 관계자들이 마약(대마, 대마카트리지)과 은닉도구를 선보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 2월 2일 서울세관에서 열린 관세청 2022년 마약밀수 단속 결과 및 2023년 마약밀수 단속 대책 언론브리핑에서 관세청 관계자들이 마약(대마, 대마카트리지)과 은닉도구를 선보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마약 김밥’이 개명 위기에 처했다. 청소년 마약 사범 문제 때문이다. 경기도의회는 지난 2월21일 ‘경기도 마약류 용어 사용 문화 개선에 관한 조례안’을 입법예고 했다. 해당 조례안은 마약류 용어 사용 문화 개선에 대한 도지사의 책무를 명시하고, 개선 계획 수립·시행에 대해 규정하고 있다. 또 정책 집행 과정에서 마약류 용어가 무분별하게 오남용되지 않도록 조치 및 권고할 수 있도록 했다.

최근 마약사범이 빠르게 증가하는 상황에서 청소년들이 선호하는 식품에 마약이라는 용어가 붙어 사용되는  것을 규제하기 위해 추진됐다. 앞서 국회와 서울시의회에서도 식품 등에  마약 용어를  규제하기 위한 조례안이 발의된 상태다. 해당 조례안은 3월 심의를 거쳐 오는 14~23일 열리는 제367회 임시회에서 처리될 예정이다.

10대 마약 근절, 교육부 나섰다
경기도의회의 용어 규제 움직임에 지역 자영업자들은 불만을 토로했지만, 청소년 마약 문제를 생각하면 도의회의 조례안 제정에 고개를 끄덕일만 하다. 청소년 마약사범은 해마다 늘고 있다. 교육부가 지난달 22일 사회관계장관회의에서 발표한 새 학기 안전한 학교 추진 방안에 따르면, 청소년 마약사범은 2019년 239명에서 2021년 450명으로 대폭 늘었다. 2022년은 7월까지 395명으로 집계, 더 늘었을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청과 경찰청에 따르면 2018년 1만 2613명이었던 마약사범은 2021년 1만6153명으로 늘었다. 지난해 8월까지 집계한 결과 1만 2233명이 검거됐다.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이 2022년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5년간 마약류 사범 검거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7년 검거된 마약사범 중 20대와 10대가 차지하는 비율은 각각 1478명(16.6%), 69명(0.8%)이었으나 2021년에는 20대 3507명(33%), 10대 309명(2.9%)으로 5년 새 2~3배씩 늘었다.

이에 따라 교육부는 예방교육 강화 등 마약 퇴치를 위한 적극적 조치를 시행할 계획이다. 당장 3월에는 학교별 연간교육계획 반영을 지도하고 학생대상 학교 마약예방 교육실태 진단에 나선다. 또 12월에는 마약예방교육 이행 점검 및 효과성 분석을 실시하기로 했다. 교육자료는 식약처·경찰청 등과 공동으로 지원에 나선다. 구체적으로 6월까지 학교급별 교사용지도서와 카드뉴스, 동영상 등 교육자료 21종을 개발해 보급할 예정이다.

중앙교육연수원에 교원 대상 상설 원격 연구과정을 15차시로 신설해 5월부터 운영, 최신 마약 종류 및 특성, 부작용 등에 대한 교원 연수를 실시한다.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소속 전문강사 및 법무부와 공동으로 학교급별 마약예방 법교육 출장 강연 등 외부강사도 지원한다. 올 2월 현재 약사 등으로 구성된 전문강사 327명이 활동 중이다. 

마약관련 전문가와 교원 및 교육청 담당자로 구성된 학교 마약예방교육 지원 전문위원회도 구성해 학교 현장에서 마약예방교육 필요 사항을 파악하고 마약 교육 효과성 제고 방안 마련 등의 활동에 나서기로 했다. 학부모에게는 학교 가정통신문 등을 활용해 마약 및 약물남용 관련 가정 내 자녀지도 및 위험성을 알릴 방침이다. 올 9월에는 초중고 대상 마약예방 교육 우수사례 공모전을 개최해 사례를 전파할 계획이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최근 인터넷을 통한 마약 거래 유행으로 10대 마약사범이 증가하고 있다”며 “학교 내 마약예방교육 비중을 높이고 마약예방교육 지원 전문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마약으로부터 학생들을 지키기 위해 다양한 기관과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청소년 마약 문제는 시작이 ‘호기심’이었다는 점과 어린 나이이니만큼 처벌을 받은 이후에 사회에 복귀할 때도 여전히 청년 정도의 연령이라는 점에서 치료가 중요하다. (사진/픽사베이)
▲청소년 마약 문제는 시작이 ‘호기심’이었다는 점과 어린 나이이니만큼 처벌을 받은 이후에 사회에 복귀할 때도 여전히 청년 정도의 연령이라는 점에서 치료가 중요하다. (사진/픽사베이)

펜타닐 등 불법 처방 심각
최근 10대 청소년 사이 문제가 되고 있는 약물은 펜타닐이다. 10대 청소년에게 유행처럼 번진 펜타닐은 말기암, 만성 통증 등으로 고통이 큰 환자에게 처방되는 합성 아편 계열의 마약성 진통제다. 아편계 진통제 모르핀을 100배 농축한 것이 헤로인이고, 헤로인을 100배 농축한 것이 펜타닐이기에 중독성이 매우 높다. 중독되면 내성, 의존성 등의 금단증상이 심하며 구토, 피로감, 두통, 불면, 호흡 억제 등 심각한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다.

최근 향정신정의약품인 ‘펜타닐 패치’가 불법 유통 및 투약하는 사례가 잇따라 주의가 요구된다. 실제 마약류 의약품으로 중독성이 높은 '펜타닐'의 처방건수가 지난 5년 간 10대 이하는 연간 3000건 안팎, 20대는 연간 1만5000건 안팎을 기록 중이어서 '무분별한 처방' 논란이 국감에서 일었다. 펜타닐 같은 일부 향정신성의약품은 병원 처방으로 구할 수 있어 다른 마약류에 비해 접근성이 높은 편이다. 한동안 다이어트약으로 처방돼 부작용 문제가 불거졌던 디에타민, 일명 ‘나비약’과 같이 병원을 통해 처방을 받는 식이다. 

마약사범 및 유통책들은 이 점을 악용해 불법 처방을 받고 펜타닐을 재판매, 투약하는 경우가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로 인해 비대면 거래가 활성화된 틈을 타 SNS 오픈채팅방, 텔레그램, 각종 홈페이지 등에서 마약 거래가 늘어났다. 온라인 채팅방에서 마약을 의미하는 은어를 검색하면 마약 구매를 부추기는 홍보게시물에 손쉽게 노출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마약 거래까지 채 10분이 걸리지 않는 마약 배달 주문도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텔레그램 계정 등을 활용하여 거래하는 마약유통책들은 필로폰, 엑스터시, 대마, LSD, 케타민, 코카인, 졸피뎀 등의 시세표를 즉각 공개하고, 구입을 원하는 지역이 서울일 경우에는 당일 배달이 가능하다고 안내해 온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직거래가 아닌 무통장 입금 등 비대면 거래 위주 마약을 판매했다. 

주로 사용하는 수법은 ‘던지기’라고 불리는 배달 방식이다. 특정 장소에 마약을 미리 숨겨놓고 구입한 사람이 가져가게 하는 비대면 거래 방식이다. 서울 주택가 등 우리 일상 깊숙한 곳곳에서 이와 같은 방식으로 마약이 거래되고 있는 실정이다. 판매자가 구입을 원하는 사람의 연령을 확인할 이유가 없기 때문에 10대 마약사범들은 이와 같은 방식으로 마약을 처음 접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치료 먼저 VS 검거 먼저
10대 청소년의 범죄는 처벌과 계도 중 어디에 무게를 두어야 하는지가 뜨거운 감자다. 청소년 마약 문제 역시 처벌과 치료 중 무엇을 우선해야 할지 각계의 입장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청소년 마약 문제는 시작이 ‘호기심’이었다는 점과 어린 나이이니만큼 처벌을 받은 이후에 사회에 복귀할 때도 여전히 청년 정도의 연령이라는 점에서 치료가 중요하다. 

최근 서울 동대문경찰서는 이날 마약을 구매해 자택에서 투약한 중학생 A양(14)을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해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A양은 지난 6일 오후 6시40분쯤 텔레그램을 통해 필로폰 0.05g을 구매하고 동대문구 자택에서 투약한 혐의다. 마약 투약 후 자택 계단에 쓰러져 있는 A양을 어머니가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 관계자는 "A양이 호기심에 마약을 구입해 투약했다고 진술했다"고 말했다.

10대 청소년이 마약에 대한 호기심을 갖는 경로는 미디어의 비중도 상당하다. 관계자에 따르면, 마약 구매 이유에 대해 호기심과 언론에 나오는 연예인을 보고 궁금해서 사는 경우가 많다. 최근 학교폭력을 소재로 다뤄 큰 관심을 끌었던 드라마 ‘더 글로리’, 마약왕 이야기를 다룬 ‘수리남’ 등 마약이 등장하는 미디어가 늘어나면서 부작용이 상당하다는 지적이다. 중독성에 대한 경각심의 반작용으로 중독될 만한 쾌락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할 우려가 있다.

미디어에 등장하는 소재에 자극을 받을 만큼 미성숙한 10대 청소년인데다 마약은 중독성으로 인해 치료가 필수적인만큼 의료계는 치료에 우선을 둘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다만 시스템이 충분히 갖춰지지 않는 부분은 해결해야할 숙제이다. 마약 관련 논란이 있었던 지난해 국감에서 참고인으로 나선 천영훈 인천참사랑병원 원장은 "경쟁사회에서 불행지수와 자살률이 높아 마약이 퍼질 토양이 갖춰져 있다"면서 "한 차례 손대면 지옥행인데 예방 교육과 홍보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10대 청소년의 범죄는 처벌과 계도 중 어디에 무게를 두어야 하는지가 뜨거운 감자다. (사진은 기사와 관계없음.)
▲10대 청소년의 범죄는 처벌과 계도 중 어디에 무게를 두어야 하는지가 뜨거운 감자다. (사진은 기사와 관계없음.)

범죄심리학계에서는 마약은 강력범죄이니만큼 처벌을 우선에 두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학계는 청소년의 마약이 음란물으로 시작한 청소년의 온라인 불법 행위가 확대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또한 청소년이 마약 유통책으로 경제적 이득을 취하는 등 심각성이 커지고 있는 만큼 처벌에 보다 집중해야한다는 입장이다.

학계 역시 치료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동의하는 입장이다. 다만 처벌과 치료의 선후 관계에서 처벌을 우선해야한다는 주장이다. 청소년 마약 범죄가 범죄임을 명확히 인지하게 한 후, 치료를 해야 한다는 것. 학계 관계자는 "치료를 방어막으로 청소년 마약 중독을 비(非)범죄화 하는 순간 은밀한 마약 중독은 만연하게 될 것"이라면서 "찾아낸 다음에 처벌의 내용으로 치료를 부과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박상미 기자 mii_medi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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