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금융】 실리콘밸리뱅크, SVB 파산이 불러올 파장
【투데이금융】 실리콘밸리뱅크, SVB 파산이 불러올 파장
  • 조수진 기자
  • 승인 2023.03.13 17:5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미국 16번째 규모 실리콘밸리뱅크 파산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기업들이 주 고객

미국 재무부 연준 등 파산 초기 개입
우리 정부도 향후 불확실성 예의주시
미국 내 16번째 규모의 실리콘밸리뱅크(SVB)가 파산했다. (사진/픽사베이)
미국 내 16번째 규모의 실리콘밸리뱅크(SVB)가 파산했다. (사진/픽사베이)

[한국뉴스투데이] 미국 실리콘밸리 상업은행 중 가장 큰 규모의 실리콘밸리은행(SVB)이 파산했다. 미국 내에서 16번째 규모의 SVB의 파산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 파산한 워싱턴 뮤추얼에 이어 2번째로 큰 규모의 파산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제2의 리먼브라더스 사태가 벌어질까 우려하는 가운데 우리 정부는 이번 파산 여파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 시장 상황을 예의주시하겠다는 입장이다. 

SVB 초고속 파산 이유

지난 10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금융보호·혁신국은 SVB를 폐쇄하고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는 SVB의 예금을 산타클라라의 예금보험국립은행이라는 새롭게 설립된 법인으로 모두 옮겼다. 이는 파산 직전 대량예금인출 사태(뱅크런)를 막기 위한 당국의 보호조치로 이 과정을 거쳐 본격 파산 절차를 밟게 된다. 

SVB는 미국 내 16번째로 규모가 큰 은행으로 1983년 실리콘밸리 내 혁신 벤처기업을 발굴하고 육성하고자 설립된 벤처투자 전문 은행이다. 이에 개인 고객보다는 기업 고객이 많은 것이 특징이다. 현재 실리콘밸리에서는 가장 큰 상업은행으로 성장한 SVB의 고객은 미국 테크 기업과 헬스케어 벤처 기업 등 해당 분야 기업의 약 50%가 SVB와 거래 중이다.

앞서 SVB는 지난 8일 보유하고 있던 국채를 팔아 손실을 냈다고 발표한 바 있다. 그간 SVB는 초과 현금 대다수를 미국 국채에 투자해왔는데 최근 계속적으로 예금 보유액이 줄어들자 채권을 팔아 20억달러의 손실을 낸 것. 은행이 위기를 겪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SVB의 주 예금 고객인 실리콘밸리 사업가들은 스마트폰으로 예금 인출을 시도했다.

이에 9일 단 하루만에 예금 고객들이 인출한 금액은 420억달러(약 55조원)에 달했다. 이는 SVB 총 자산 규모인 2100억달러의 20%로 그동안의 은행 뱅크런 규모 중 역대 최고 규모다. 가뜩이나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SVB 입장에서 이같은 규모의 뱅크런은 치명적이다. SVB가 아니라 어떤 은행도 이정도 규모의 뱅크런을 막아낼 수는 없어 이번 파산 사태가 일파만파 커졌다. 

SVB는 현재 실리콘밸리에서 가장 큰 상업은행으로 미국 테크 기업과 헬스케어 벤처 기업 등 해당 분야 기업의 약 50%와 거래하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SVB는 현재 실리콘밸리에서 가장 큰 상업은행으로 미국 테크 기업과 헬스케어 벤처 기업 등 해당 분야 기업의 약 50%와 거래하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미국 정부, 연준 등 개입

SVB의 파산에 미국 정부와 연준 등이 개입에 나섰다. 13일 재닛 옐런 재무장관과 제롬 파월 연방준비위원장, 마틴 그뢴버그 FDIC 이사장은 공동 성명을 내고 FDIC 이사회와 연준 이사회의 건의를 받고 대통령과 상의해 FDIC가 SVB 청산을 위해 모든 예금자들을 보호하도록 승인했다고 밝혔다.

현재 미국의 예금자 보호 한도는 25만달러(3억3000만원)다. 하지만 SVB의 경우 대부분의 고객이 기업 고객으로 계좌의 95%가 예금액 25만달러를 초과한다. 이에 기업들의 연쇄 도산을 막기위해 정부가 나서 파산한 은행 예금액을 예금주가 전액 찾아갈 수 있게 보장을 한 것으로 예금자들은 SVB 파산 여부와 관계없이 예금 전부를 찾을 수 있을 전망이다.

또, SVB 손실로 인한 세금에 대해 납세자의 부담을 없앴고 연준은 미 재무부 채권과 주택담보대출증권 및 기타 담보물을 담보로 잡고 은행들에게 1년 기한의 대출을 지원하는 은행 투자금 프로그램을 통해 예금자들의 모든 요구에 응할 수 있도록 최대 250억달러 지원을 약속했다. 

그럼에도 불안 요소는 남아있다. 이날 SVB 파산 직후 자산규모 110억달러의 시그니처은행 역시 뉴욕주의 규제당국 금융서비스부에 의해 FDIC를 파산관재인으로 임명하는 등 파산 절차를 밟고 있다. 그 외에도 SVB와 비슷한 위험을 안고 있는 미국 내 은행이 20곳에 달해 파산 여파가 확대될 조짐이 있다.

이번 SVB 사태를 두고 일각에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시작된 리먼브라더스 사태를 떠올리는 사람이 많다. (사진/픽사베이)
이번 SVB 사태를 두고 일각에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시작된 리먼브라더스 사태를 떠올리는 사람이 많다. (사진/픽사베이)

제2의 리먼브라더스 사태?

일각에서는 이번 SVB 사태가 제2의 리먼브라더스 사태가 될 것이란 우려를 내놨다. 리먼브라더스 사태는 2008년 미국 투자은행인 리먼브라더스가 파산보호 신청을 하면서 시작된 글로벌 금융위기의 시발점이다.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메리린치와 함께 세계 4대 투자은행인 리먼브라더스 파산은 역사상 최대 규모로 6130억달러에 달했다.

리먼브라더스의 파산으로 미국, 유럽, 아시아 등 전 세계 증시가 일제히 폭락했고 금융시장 뿐만 아니라 부동산 시장까지 악영향을 미쳤다. 이같은 글로벌 금융위기는 2008년 이후 약 10년간 이어졌다. 최근 세계 경제가 인플레이션 위기를 겪고 있는 가운데 미국 내 대형 은행의 파산이 닥치자 제2의 리먼브라더스 사태가 떠오르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하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번 SVB의 파산과 리먼브라더스의 파산은 원인부터가 다르다고 보고 있다. 리먼브라더스가 파산한 원인은 서브프라임모지기(비우량 주택담보대출)의 부실과 파생상품 손실에서 비롯됐다. 반면 SVB의 파산은 금리와 연관성이 있다. 계속된 금리 인상에 채권 가격이 떨어지면서 손실을 본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리먼브라더스 사태 때 소극적이던 미국 정부가 이번 SVB 사태에서는 처음부터 개입해 지원을 약속하고 있다는 점도 차이가 난다. 미국이란 나라의 실리콘밸리에 대한 애정과 자부심은 설명이 필요없을 정도다. SVB의 주 고객인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기업을 보호하기 위한 미국 정부의 개입은 이번 사태가 확산되는 것을 막는데 충분한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추경호 부총리는 이번 SVB 사태가 미칠 영향이 크지 않다면서도 향후 불확실성이 커 예의주시하겠다고 밝혔다. (사진/뉴시스)
추경호 부총리는 이번 SVB 사태가 미칠 영향이 크지 않다면서도 향후 불확실성이 커 예의주시하겠다고 밝혔다. (사진/뉴시스)

우리 정부도 예의주시

이번 SVB의 파산 사태를 두고 우리 정부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 공시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지난해 12월 말 기준 SVB 금융그룹 지분 10만795주 보유 중이다. 이는 지난해 말 기준 2319만6000달러(306억원)의 가치로 책정된다. 그 외에도 위탁운용된 투자액이 더 있어 전체 투자 규모는 306억원을 넘어선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미국 SVB 파산으로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확산되는 것을 우려하고 경제부총리를 중심으로 SVB 파산요인과 사태 진행 추이, 미 당국의 대처, 국내 금융시장 및 실물경제에 대한 영향을 점검할 것을 당부했다. 특히, SVB 파산으로 국내 벤처투자 시장이 위축될 가능성을 언급했다.

이에 추경부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아직은 이번 사태가 글로벌 금융‧경제 전반의 리스크로 확산되지 않고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견해가 많다며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다만 향후 여파에 대한 불확실성이 여전히 큰 것을 짚으며 우리 금융시장과 실물경제에 대한 부정적 영향이 최소화되도록 관계기관 합동으로 모니터링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SVB 사태가 계속된 고금리에서 비롯됐다는 사실에 곧 통화정책금리 결정을 앞둔 연준의 고민이 깊어질 전망이다. 추가 금리 인상이 확실시 되는 가운데 금리 인상 폭을 두고 연준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도 지켜봐야 할 대목이다. 

조수진 기자 hbssj@naver.com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