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이슈】 오너리스크에 화재까지 한국타이어 ‘빨간불’
【투데이이슈】 오너리스크에 화재까지 한국타이어 ‘빨간불’
  • 조수진 기자
  • 승인 2023.03.14 16: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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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한국타이어 대전공장 화재 발생해
타이어 21만개, 2공장 전소 등 피해 규모 커

지난 9일 조현범 회장 계열사 부당 지원 등으로 구속
경영 공백에 생산 차질까지 겹악재로 신사업 빨간
지난 12일 오후 10시 9분경 대전 대덕구 목상동에 있는 한국타이어 제3공장에서 불이 나 소방 당국이 진화 작업을 벌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 12일 오후 10시 9분경 대전 대덕구 목상동에 있는 한국타이어 제3공장에서 불이 나 소방 당국이 진화 작업을 벌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국뉴스투데이] 최근 조현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한국타이어) 회장이 구속된 가운데 대전공장에 화재까지 발생해 한국타이어에 악재가 겹쳤다. 조 회장 구속으로 경영에 공백이 생긴데다 화재로 인해 생산까지 전면 중단되면서 정상화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전망이다.

아시아 최대 규모 대전공장 화재로 생산차질

지난 12일 오후 10시 9분경 대전 대덕구 목상동에 위치한 한국타이어 대전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북쪽 2공장 12동 가류공정 성형 압출기계에서 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화재는 내부 초기 진화에 실패해 번져나갔다. 당시 공장에는 550여명이 근무하고 있었으나 모두 대비해 인명피해는 없었다. 

소방당국은 공장 내부에 타이어 원료와 완제품 타이어 등 인화성 물질이 많아 화재 진압에 애를 먹었고 결국 최초 화재가 발생한 2공장 8만6769㎡가 완전히 전소됐다. 다만 1공장으로 불길이 번지는 것은 막을 수 있었다. 하지만 2공장 옆에 있던 타이어 보관 창고 2곳 중 1곳에도 불길이 번졌다.

이번 화재로 한국타이어 완제품 21만개가 불에 탔고 전소된 2공장을 포함한 대전공장 자체 생산이 전면 중단됐다. 또, 공장 인근 주민들은 화재 현장에서 불어온 연기로 아파트 건물 외벽과 집안 벽, 가구 등에 그을음이 생기고 유독가스가 발생한 것에 대한 피해보상을 요구하고 있어 전체 피해 규모는 100억원 규모에 가까울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타이어 대전공장은 1979년 준공돼 연간 2300만개의 타이어를 생산하는 아시아 최대 규모 공장으로 하루 생산 규모만 4만5000여개에 달한다. 이 중 35%는 국내 완성차 업계로 공급되고 65%는 해외로 수출된다. 하지만 전소된 2공장을 다시 세우고 1공장의 피해를 복구하는 등 생산 라인이 다시 정상화되기까지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한국타이어는 사고 원인과 피해 상황을 파악하고 국내외 다른 생산 거점으로 물량을 분산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한국타이어는 대전공장 외에 금산에 공장을 운영하는 등 국내에는 2곳에 공장을 가지고 있다. 해외에는 중국 3곳과 미국, 헝가리, 인도네시아 각 1곳 등 6곳에서 생산공장을 운영 중이다. 

계열사 부당 지원 및 회사자금 횡령 의혹을 받는 조현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한국타이어) 회장이 지난 8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출석해 결국 구속됐다. (사진/뉴시스)
계열사 부당 지원 및 회사자금 횡령 의혹을 받는 조현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한국타이어) 회장이 지난 8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출석해 결국 구속됐다. (사진/뉴시스)

이번 화재 직전 조현범 회장 구속 경영 공백

문제는 이번 화재 직전 조현범 한국타이어 회장이 구속돼 경영 공백이 생겼다는 점이다. 계열사 부당 지원 및 회사자금 횡령 의혹을 받고 있는 조 회장은 지난 8일 서울중앙지법에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출석해 약 9시간이 넘는 심사를 받고 결국 구속됐다. 

조 회장은 2009년 타이어몰드(타이어의 패턴, 디자인 틀)를 장기간 납품해온 한국프리시전웍스의 인수를 추진하면서 MKT홀딩스를 설립해 한국프리시전웍스를 그룹 계열사로 편입시켰고 2014년부터 4년동안 한국프리시전웍스가 납품하는 장비를 고가에 사들이는 방식으로 계열사에 이익을 몰아줬다.

해당 계열사는 이를 통해 경쟁사 대비 매출 이익률을 12.6%나 높였고 조 회장 일가는 해당 계열사 지분(한국타이어 50.1%, 조현범 회장 29.9%, 조현식 고문 20.0%)을 통해 2016년에서 2017년 2년 동안 108억원의 배당금을 받아 챙겼다. 이에 공정위는 한국타이어에 48억1300만원, 한국프리시전웍스에 31억90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조 회장을 고발한 바 있다.

공정위 고발에 따라 조사를 벌이던 검찰은 조 회장이 회삿돈으로 외제차를 구입하고 집을 수리하는 등 개인용도로 사용했다는 정황을 확보했고 회삿돈을 지인에게 빌려준 혐의를 추가로 포착했다. 법원은 이날 조 회장의 구속영장 발부 사유로 증거 인멸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 

조 회장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사위로 지난 2019년에는 협력업체로부터 뒷돈을 받고 회삿돈을 빼돌린 혐의로 구속됐다가 집행유예로 풀러난 바 있다. 지난 2021년 12월 그룹 회장으로 승진한 조 회장은 윤석열 대통령 정부 출범 이후 구속된 첫 번째 대기업 총수라는 불명예까지 안았다. 

이번 화재로 한국타이어 대전공장에서는 21만개의 타이어 완제품이 불탔고 2공장이 완전 전소됐다. 이로 인해 대전공장 전체 생산이 전면중단됐다. 사진은 14일 대전 대덕구 한국타이어 공장 외벽이 불에 그을려 찌그러져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이번 화재로 한국타이어 대전공장에서는 21만개의 타이어 완제품이 불탔고 2공장이 완전 전소됐다. 이로 인해 대전공장 전체 생산이 전면중단됐다. 사진은 14일 대전 대덕구 한국타이어 공장 외벽이 불에 그을려 찌그러져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겹악재에 노조리스크도 부담, 미래 깜깜

이같은 겹악재에 한국타이어는 지난해 노조와 임단협을 마무리하지 못해 노조리스크까지 안고 있다. 한국타이어는 민주노총 한국타이어지회(1노조)와 한국노총 소속 노조(2노조)의 복수노조 체제다. 이 중 2노조와는 지난 10월 기본급 5% 인상과 생산격려금 100만원 지급 등을 담은 임금협상안에 합의했다. 

하지만 1노조와는 지난해 4월부터 임단협 교섭을 이어옴에도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1노조는 기본급 5.6% 인상과 생산격려금 100만원 외에 별도의 타결금 200만원 지급을 요구하고 있는데 사측은 노조의 파업일수를 제외한 성과급 지급을 제시하면서 이견을 보였다. 이에 노조는 지난해 7월부터 하루 1~8시간의 게릴라성 파업을 이어왔고 올해 총파업으로 투쟁 수위를 높인다고 예고한 바 있다.

하지만 조 회장의 구속에 국내 생산 핫라인이 전면 중단되면서 앞으로 계획에도 수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국타이어는 지난해 전기차 전용 타이어 브랜드 아이온을 출시해 전기차용 타이어 점유율을 확보하는 동시에 오는 2026년 상반기까지 2조1000억원을 투자해 미국 테네시 공장을 증설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조 회장이 재판에서 유죄 판결을 받으면 경영 공백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고 혐의 중 일부가 인정되더라도 5년간 관련 기업 취업이 제한되는 등 신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은 더뎌질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노조와 합의는 물론 화재로 멈춰선 대전공장의 생산이 다시 재개되는데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여 당분간 현재 사태를 수습하기에 급급할 것으로 예상된다. 

조수진 기자 hbssj@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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