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환경] ②대기질 최악, 안전지대는 없나
[기후환경] ②대기질 최악, 안전지대는 없나
  • 박상미 기자
  • 승인 2023.03.14 16: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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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염에 감기·독감까지, ‘멀티데믹’에 환자 급증
실내 공기질 관리 집중, 신종 전염병 예방 나서
건강한 실내 환경 위해 시간당 환기는 최소 6회

[한국뉴스투데이] 만물이 소생하는 봄이 왔다. 푸른 싹과 꽃봉오리, 기온 상승으로 반가운 봄이지만 화사한 풍경으로 봄을 맞이하면 좋겠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공기질 악화로 인한 기관지 통증과 각종 질환으로 봄 인사를 받은지 오래다. 대기질 악화로 인해 점점 더 괴로운 계절이 되고 있는 봄, 기후 문제는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탄소 절감, 실내 대기질 관리 등 각국이 깨끗한 공기를 지키기 위해 애쓰고 있지만, 상황이 좋지 않다. 2023년 대기질 전망과 대처 방안을 짚어봤다.<편집자주>

▲최근 감기로 이비인후과를 찾았다가 결국 진료를 받지 못하거나 긴 대기시간으로 피로를 호소하는 환자들이 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근 감기로 이비인후과를 찾았다가 결국 진료를 받지 못하거나 긴 대기시간으로 피로를 호소하는 환자들이 늘고 있다. (사진/뉴시스)

봄철은 이비인후과가 호황이다. 대기질 악화로 인해 증상이 악화된 비염환자들로 지역과 상관없이 이비인후과는 발 디딜 틈이 없다. 올해는 감기와 독감까지 유행세가 겹쳐 병의원과 약국에 환자가 넘쳐난다. 

멀티데믹에 병원 환자 급증
최근 감기로 이비인후과를 찾았다가 결국 진료를 받지 못하거나 긴 대기시간으로 피로를 호소하는 환자들이 늘고 있다. 이비인후과 병원은 진료를 시작하기 전부터 찾아가 진료를 대기해야 오전 진료가 가능할 정도다. 이비인후과에 근무하는 병원 관계자는 “오전 9시부터 대기환자가 가득하다”며 “오전 내내 새로 방문하는 환자가 늘어나 오후에는 추가 접수를 받기 어려울 지경”이라고 말했다. 


질병관리청에서 지난 4일부터 10일까지 집계된 인플루엔자(독감) 환자는 외래환자 1000명당 30.3명으로 전주(17.3명) 대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독감 환자는 지난 가을부터 늘기 시작했다. 지난해 9월4일~9월10일 집계된 독감 환자는 1000명당 5.1명이다. 가을에 유행 기준인 4.9명을 이미 넘어선 뒤 이번 달까지 지속적으로 늘어온 것이다.

독감 환자는 연령과 상관없이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이번 달 4일~10일에는 모든 연령대에서 인플루엔자 환자가 증가했다. 초·중·고 개학 이후 대면 수업이 진행되고 있는 현재, 청소년 독감 환자도 계속 늘고 있다. 13~18세, 7~12세 학생 연령층에서 10월부터 지속적으로 발생해 50주에 각각 119.7명, 58.9명으로 가장 높은 발생 수준을 보였다.

환자 급증으로 인해 조제약 품귀현상도 나아지지 않고 있다. 지난해부터 있었던 아세트아미노펜 계열 해열제 품귀현상이 여전하다. 지방 약국의 경우, 호흡기 질환 관련 처방용 조제약 중 품귀 품목이 꽤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품귀현상 대처를 위하여 식약처에서 이달 초 감기약 긴급 생산 명령을 발동했으나, 체감 정도는 미미한 것으로 확인됐다.

실내 공기질 관리 집중
봄철 실외 공기질 악화로 환기가 어려워지면서 실내 공기 역시 관리가 쉽지 않아졌다. 실내 공기질 악화는 질병을 유발하는 원인이 될 수 있다. 올해 들어 대면 개학 등 일상이 완전 회복기에 돌입하면서 사무실, 실내 행사장, 면역력이 약한 유소년이 집단으로 모여 있는 학교 등에서 많은 인원의 장기 체류가 시작돼 코로나에 이어 새로운 전염병의 발병에 대한 두려움​도 커지고 있다.

실내 공기질 관리에는 국외에서도 국가 차원에서 적극 대응하고 있다. 세계 주요국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코로나19)을 유발하는 사스코로나바이러스-2(SARS-CoV-2)를 비롯한 계절성 인플루엔자 등 바이러스가 주로 실내 공간에서 전파된다는 점에 착안해 실내 공간 대기질을 적극적으로 관리하는 방안을 만들어 실행에 옮기고 있다.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따르면, 벨기에, 미국, 영국 등이 실내 공기질 관리 조치에 나섰다. 실내 공기질 관리를 통하여 바이러스나 감염병으로부터 안전한 실내 공간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주요국 중 가장 과감한 조치를 시행하는 국가는 벨기에다. 벨기에는 오는 7월부터 실내 공간 관리 조치를 시행한다. 이에 따라 일부 실내 공간이 정부가 마련한 실내 공기질 등급 목표를 달성하고 이산화탄소 농도의 실시간 측정값을 표시하고, 2025년에는 인증 시스템을 통해 공기질 등급 표시가 의무화된다. 이같은 방안을 실행해 팬데믹이 발생하면 공기질 등급 시스템에 따라 장소 폐쇄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사용자의 적극 참여를 통하여 실내 공기질을 관리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지난해 3월부터 ‘건물 내 깨끗한 공기 챌린지’를 진행하여 건물 소유주와 운영자가 실내 공기질을 개선하도록 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캘리포니아주는 지난해 10월 모든 학교 건물이 환기를 통해 깨끗한 실내 공기를 유지하도록 의무화하는 법안을 통과시킨 것으로 전해졌다.

영국 역시 공기질 개선을 위한 지침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영국 국가공학정책센터는 지난해 6월 정부 의뢰를 받아 건물 내 청정 공기 규정을 마련할 것을 촉구하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전해진 바에 따르면, 리디아 모라우스카 호주 브리즈번 퀸즐랜드 공대 교수는 "역사상 실내 공기질에 대해 이렇게 많은 조치가 취해진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봄철 실외 공기질 악화로 환기가 어려워지면서 실내 공기 관리르릉 위해 공기청정기 제품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 나고 있는 추세이기도 하다. (사진/뉴시스)
▲봄철 실외 공기질 악화로 환기가 어려워지면서 실내 공기 관리르릉 위해 공기청정기 제품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 나고 있는 추세이기도 하다. (사진/뉴시스)

시간당 6번 창문 열기
안전한 실내 공간을 만들기 위해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환기이다. 실내 공간에 충분한 수준의 깨끗한 공기를 유입시켜 공기를 교환해야 바이러스 등의 전파를 막을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팬데믹 기간 환기의 중요성에서 대해 국가 차원에서 거듭 강조했던 것 역시 이와 같은 맥락으로 해석할 수 있다. 

공기 교환을 통한 감염병 예방 효과는 이미 다수 연구를 통해 확인된 바 있다. 지난해 11월 전세계 전문가들로 구성된 랜싯 코로나19 위원회(Lancet Covid-19 Commission)태스크포스는 안전한 직장, 안전한 학교, 안전한 여행을 위해 공기 중 감염을 줄이기 위한 구체적인 지침을 발표했다. 이 보고서는 '최상'의 공기질을 확보하기 위해 시간당 6회 이상, 1인당 초당 14리터 이상의 공기 교환을 권장했다.

문제는 현재 우리나라의 실외 공기가 미세먼지 농도와 황사로 인하여 환기를 통한 건강한 공기 교환이 쉽지 않다는 데 있다. 황사로부터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황사와 미세먼지가 유입되는 것을 막기 위해 창문 등을 점검하고 실외활동을 최소화해야한다. 환기를 통한 시간당 6회 이상의 공기 교환이라는 실내 공기 유지 방침과는 상충되는 부분이다. 

전문가들은 황사가 있더라도 실내 환기는 필요하다고 권했다. 황사 농도가 낮은 시간대에 창문을 잠깐 열고, 환기 후에는 바닥에 쌓인 먼지를 물걸레로 닦아 제거해야 한다. 개인적으로는 황사철에 하루 8~10잔 정도의 충분한 물을 섭취하는 것이 중요하다. 물마시기를 소홀히 하면 황사에 취약한 호흡기 점막이 말라 중금속 등 황사에 든 유해물질이 체내 침투 및 축적될 위험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박상미 기자 mii_medi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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