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경제】 美 인플레 둔화·SVB 파산...연준의 깊어지는 고민
【투데이경제】 美 인플레 둔화·SVB 파산...연준의 깊어지는 고민
  • 조수진 기자
  • 승인 2023.03.15 15: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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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미 노동부 지난달 'CPI' 발표
CPI 상승폭 둔화, 근원 CPI 여전히 상승
오는 21~22일 연준 FOMC서 금리 결정
0.25%p 인상 유력, 일각에서 동결 기대
미국 2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시장 예상치에 부합하면서 연준의 금리 인상폭이 주목된다. 사진은 15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한 직원이 소비자물가지수(CPI)와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 관련 뉴스를 확인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미국 2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시장 예상치에 부합하면서 연준의 금리 인상폭이 주목된다. 사진은 15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한 직원이 소비자물가지수(CPI)와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 관련 뉴스를 확인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한국뉴스투데이] 지난 2월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가 2021년 9월 이후 가장 적은 상승폭으로 인플레이션이 둔화세로 접어들자 다음주 FOMC를 앞둔 연준의 고민이 깊다. 최근 실리콘밸리뱅크(SVB)의 파산으로 확대될 조짐을 보이는 금융시스템 안정을 위해서라도 공격적인 금리인상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다만 근원 물가 상승폭이 여전해 소폭 금리인상에 멈출 것으로 전망이 지배적이다.

당초 빅스텝 예상됐으나 변수 발생

지난 7일 제롬 파월 의장이 연방 상원 은행위원회 청문회에 참석해 반기 통화정책 보고를 할 때만 해도 연준이 다음주 FOMC에서 빅스텝(한번에 기준금리 0.5%p 인상)을 단행할 것으로 예상됐었다. 최근 경제 지표가 예상보다 강세를 보여 금리 인상 폭을 높일 준비가 돼 있다는 파월 의장의 발언은 공격적인 금리인상으로 풀이됐다.

하지만 3일 만에 미국 내에서 16번째로 규모가 큰 SVB가 파산하면서 분위기는 사뭇 달라졌다. SVB가 파산한 이유는 국채를 팔아 20억달러의 손실을 봤다는 공시를 본 주 고객들이 하루 만에 SVB 자산 규모의 20%인 420억달러(약 55조원)를 인출했기 때문이다. 그 전에 금리 인상으로 인한 기술산업의 둔화로 은행 손실이 커졌다는 점도 이유로 꼽힌다.

특히, SVB 뿐만 아니라 시그니처은행도 바로 파산 절차를 밟고 있고 SVB와 비슷한 위험을 안고 있는 미국 내 은행이 20곳에 달해 파산 여파가 확대될 조짐이 있다. 이런 분위기에 연준이 공격적인 인상을 단행할 경우 시장에 미치는 여파가 높을 것이란 점에서 연준은 고민은 깊어진다.

여기에 14일 발표된 2월 CPI를 보면 전년 동월 대비 6.0%가 올랐다. 이는 2021년 9월 이후 가장 적은 상승폭인 동시에 지난 1월 6.4%보다도 오름폭이 줄어든 수치다. 부문별로는 식료품 물가가 전월보다 0.4%, 전년 동월보다 9.5% 올랐지만 에너지 물가가 전월보다 0.6% 떨어졌다.

천연가스 가격도 전월보다 8.0% 급락해 2006년 10월 이후 최대폭으로 하락했다. 연료유 가격도 전월 보다 7.9% 내려갔다. 다만 에너지 물가가 전년 대비로는 5.2% 상승하고 휘발유가 전월 보다 1.0% 올랐고 전기도 0.5% 소폭 상승했다. CPI만 보면 인플레이션이 둔화세를 보이고 있는 셈이다. 

미국의 지난 2월 CPI는 인플레이션 둔화세를 보이는 가운데 주거비 등의 근원 CPI는 여전히 상승폭이 나타났다. (사진/픽사베이)
미국의 지난 2월 CPI는 인플레이션 둔화세를 보이는 가운데 주거비 등의 근원 CPI는 여전히 상승폭이 나타났다. (사진/픽사베이)

근원 CPI 상승폭 여전해 동결은 힘들어

하지만 근원 CPI 상승폭이 여전하다는 점은 연준이 이번에 금리를 동결할 수 없는 이유 중 하나다. 지난 2월 근원 CPI는 전년 동월보다 5.5%, 전월보다 0.5% 각각 올랐다. 이는 전년 대비 동월 대비(5.6%)보다 비슷한 수치이나 전월 대비(0.4%)해 오름폭이 확대된 기록이다.

지난달 근원 CPI가 확대된 이유는 여전히 주거비가 이끌고 있다. 주거비는 전월 보다 0.8%가 올랐고 전년 동월보다 무려 8.1%가 급등했다. 이는 이번 근원 CPI 상승분의 60% 이상을 차지한다. 주거비는 주택 임대료 등이 포함돼 한 번 인상된 주거비가 다시 내려가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즉, 주거비가 기대치에 맞도록 안정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이처럼 지난달 CPI를 보면 인플레이션 둔화세는 분명하지만 근원 CPI가 여전히 상승폭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연준은 섣불리 금리 동결 카드를 꺼낼 수 없는 입장이다. 근원 CPI는 다른 말로 핵심 소비자물가지수로 불린다. 

CPI가 경제 동향을 살필 수 있고 서비스 가격변동을 알 수 있는 지표라면, 근원 CPI는 일시적 충격으로 가격 변동이 심한 품목을 빼고 집계한 지수로 통화정책을 수립하는데 활용되는 핵심지표다. 이에 파월 의장이 반복적으로 이야기하는 물가 안정이라는 말에는 근원 CPI가 하락세로 돌아서는 것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

연준이 오는 21~22일 FOMC를 여는 가운데 0.25%p 인상이 유력하다. 일각에서는 이번 금리인상은 동결될 것이라고도 기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연준이 오는 21~22일 FOMC를 여는 가운데 0.25%p 인상이 유력하다. 일각에서는 이번 금리인상은 동결될 것이라고도 기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다음주 FOMC서 0.25%p 인상 유력

이에 오는 21~22일에 열리는 FOMC에서 연준이 0.25%p 금리 인상을 단행할 것이 유력해지고 있다. 미 노동부가 CPI를 발표한 직후 미 연방기금(FF)금리 선물시장은 다음주 FOMC에서 연준이 통상적인 금리 인상폭인 0.25%p를 택할 가능성을 85%로 봤다. 금리 동결 가능성은 15%로 나타났다. 

국내 증권사들 역시 이번 FOMC에서 금리 인상 폭이 0.25%p에 그칠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SVB 파산이라는 변수에도 연준이 물가 안정을 우선으로 하고 있고 동결을 결정할 경우 시장 분위기의 기대 심리가 높아져 반대로 인플레이션이 다시 악화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반면 세계 최대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는 SVB파산 사태로 연준이 오는 3월 FOMC 회의에서 금리인상을 하지 않을 것이란 보고서를 냈다. 골드만삭스는 연준이 3월 동결 이후 5월, 6월, 7월에는 0.25%p로 금리를 올려 최종 금리가 5.25%-5.5% 범위가 될 것이라 예상했다.

조수진 기자 hbssj@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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