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산업] ④유기낙농으로 가는 길, 친환경 축산은 어디까지 왔나?
[친환경 산업] ④유기낙농으로 가는 길, 친환경 축산은 어디까지 왔나?
  • 이지혜 기자
  • 승인 2023.03.16 17: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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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어드는 축산농가 대안으로 ‘친환경 축산’ 부상
국내 유기축산물 인증 농가, 10여 년간 28% 증가
유기낙농 발전 막는 무항생제 축산물 인증제도 이관
고가의 유기배합사료 가격 낮출 인프라 구축 절실
직불금 지급단가 상향 조정을 통한 농가 수익성 개선

친환경 산업이란 녹색 산업 즉,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화석에너지의 사용을 대체하고 에너지와 자원 사용의 효율을 높이며, 환경을 개선할 수 있는 재화의 생산과 서비스의 제공 등으로 탄소중립을 이루고 녹색성장을 촉진하는 산업을 말한다. 환경부에 따르면 전 세계 친환경 시장은 1조 2천억 달러에 이른다. 친환경 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이 전 세계에서 이뤄지고 있는 만큼, 주목해야 할 친환경 산업과 산업별 친환경 기술을 향한 투자와 발전은 어디에 있는지 다뤄본다. [편집자 주]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무항생제 그리고 유기낙농

환경 규제 등으로 인해 국내 축산농가 수가 줄어드는 추세 속에서 지속 가능한 축산업의 대안으로 친환경 축산이 부상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가2020년8월부터 11월까지 조사한 유기·무항생제 축산물 생산·유통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시장 규모로만 1조660억 원대의 시장 규모를 형성하고 있다. 이 중 학교급식이 4800억 원, 소매 유통업체가 4459억 원, 온라인 유통이 1400억 원이다.

친환경축산은 생산자 입장에서 자연환경 및 생태계의 보전에 기초하여 환경의 자연정화와 물질의 자연순환을 통해 지속가능한 축산업을 영위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소비자 입장에서의 식품 안전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최종 산물까지 포함하는 개념으로 확장됐다. 유기축산의 개념이 등장하게 된 배경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친환경축산에 대해 명확하게 정의된 개념이 없다. 현행 친환경농업육성법에는 무항생제축산, 유기축산의 개념으로 규정하고 있다. 결국 자연을 보전하고 순환 등을 활용해 가축의 건강한 상태를 유지하고 지속적인 재생산을 가능하게 하는 축산업으로 정의할 수 있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유기축산물 인증 시작 후 급증

현재 친환경 축산을 대표하는 개념이 바로 ‘유기낙농’이다. 유기낙농이란 인간에게 안전한 제품을 생산하기 위한 목적으로 생물학, 영양학, 사양학, 토양학 등 첨단과학을 활용해 적합한 사육조건을 개발하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은 지난 2002년 10월부터 미국농무성에서 국가 유기농 프로그램(NOP : National Organic Program)을 시작하며 지역별로 천차만별이던 유기농제품 인증 및 표시 기준을 일원화했다. 현재까지 미국내에서 판매되고 있는 모든 유기농제품은 국가 유기농 프로그램(NOP)에서 제시한 기준에 의해 생산, 관리, 가공처리 되고 있다.

100% 유기농사료로 사육된 가축을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않고 비천연 사료 첨가물은 유기축산물 기준에서 승인된 것만 사용하는 등의 기준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어떨까? 지난 2005년부터 유기축산물 인증이 시작돼 2007년부터 무항생제축산물 인증이 시작됐다.

덕분에 유기축산물 인증건수도 2005년도에 18건에서 2009년도 73건으로 4 배 증가했다. 무항생제 축산물의 인증건수는 인증이 시작된 2007년에 465건에서 2009년도에는 2,719건으로 5.8배 늘어났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무항생제, 친환경축산에서 제외

하지만 지난 2020년 5월부터 시행된 무항생제 축산물 인증제도의 축산법 이관으로 무항생제 축산물은 친환경축산물에서 완전히 제외됐다. 이로 인해 유기축산물로 친환경축산물이 한정됐고 인증농가 수도 크게 줄어들어 친환경축산 산업 자체를 위축시키고 있다.

축산법 이관 전을 살펴보면 무항생제 축산물 생산농가의 경우 2014년 8178호에서 2019년 6087호로 연평균 5.7%씩 감소한 수치를 나타낸 반면 출하량은 2014년 72만4000톤에서 꾸준히 증가하다가 2017년 ‘살충제 계란 파동’ 여파로 129만 톤에서 2018년 91만5000톤으로 감소했다. 그러나 2019년 95만7000톤으로 회복세를 보였다.

하지만 친환경축산협회에 따르면 축산법 이관 이후인2021년 기준 유기축산농가 수는 총 124농가(한육우 40, 낙농 61, 산란계 16, 육계 5, 양돈2)이고 사육두수는 18만 4000여 마리에 불과한 실정이다. 일반 축산농가를 포함한 전체 축산농가의 0.1%에도 미치지 못한 수준이다.

이렇게 친환경축산업의 범위가 축소되면서 우려의 목소리는 커지고 있다. 정부의 CPTPP(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추진으로 국내 축산물시장 개방이 본격화되는 가운데 국내 축산업의 차별화와 경쟁력 제고 근간이 흔들리기 때문이다. 정부가 공표한 지속가능한 축산업 육성의 핵심인 친환경축산은 더 이상 설 자리가 없어질 위기 상황까지 우려된다는 것이 친환경축산협회의 입장이다.

협회는 또 유기축산농가 수 확대를 위해 가장 중요한 정책과제는 고가의 유기배합사료 가격을 낮추고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동시에 소비자들이 일반 축산물 보다 2배 이상 높은 고가의 유기축산물 구매를 확대할 수 있도록 유기축산물의 안전성과 우수성에 대한 인식을 전환시키는 홍보확대사업 병행도 필수적이라고 주장했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유기축산물 증가 위한 노력 필요

최근 농림축산식품부 주최, 친환경축산협회 주관 하에 ‘친환경축산 교육·홍보사업’ 일환으로 진행된 ‘유기축산의 가치평가 및 인증 활성화 방안연구’ 결과 국내 유기축산물 인증 농가는 2012년 97호에서 2021년엔 124호로 28%가량 증가했다. 하지만 전체 축산 농가와 사육 마릿수를 고려하면 여전히 매우 적은 수치이고, 축종별 인증 농가 비율도 젖소 45.9%, 한육우 30.1%, 산란계 12.0%, 육계 3.8% 등으로 축종별 편차가 컸다.
전문가들은 친환경축산 기반을 단계적으로 확대할 수 있는 정책수립이 시급하며 일반 축산농가들의 유기축산 전환과 신규 축산농가들의 유입을 촉진할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정책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축산물의 안전성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 증가에 적극 대응하기 위한 친환경축산물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유기농업과 연계한 자연순환형 생산체계 구축, 유기축산에 대한 소비자 교육․홍보 및 신뢰도 구축이 우선이라는 설명이다. 직불금 지급단가 상향 조정을 통한 농가 수익성 개선 역시 필요하다.

또한 유기축산에 대한 소비자의 올바른 인식 전환, 유기원료 사료의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공급대책 수립, 유기축산물의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정부의 시책, 국내산 유기축산물의 위생․안전성 확립․유지로 차별화를 유도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국내 유기축산 시장을 활성화하고 친환경축산을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생산과 유통을 연계하는 프로그램이 중요하다. 또한 친환경 인증을 총괄하는 정부와 유관기관, 관련 업계 및 산업 종사자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국내 친환경축산의 파이를 키워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지혜 기자 2jh062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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