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경제】 유럽판 IRA, 'CRMA' 공개...원자재 공급 개선 숙제
【기후경제】 유럽판 IRA, 'CRMA' 공개...원자재 공급 개선 숙제
  • 조수진 기자
  • 승인 2023.03.17 16:1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EU, 핵심원자재법 등 유럽판 IRA 초안 공개
정부, "우리 기업에 미칠 영향 적을 것" 판단

배터리 원자재 제3국 의존도 낮추는 내용은 같아
K-배터리 3사 중국 의존도 높은 원자재 해결 해야
지난 16일 EU 집행위는 미국의 IRA와 비슷한 핵심원자재법과 탄소중립산업법의 초안을 공개했다. (사진/픽사베이)
지난 16일 EU 집행위가 미국의 IRA와 비슷한 핵심원자재법과 탄소중립산업법의 초안을 공개했다. (사진/픽사베이)

[한국뉴스투데이] EU 내 자체적 공급망을 강화하고 친환경 산업 생산능력을 확보하기 위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의 유럽 버전, 핵심원자재법과 탄소중립산업법의 초안이 나왔다. 전기차와 배터리 부문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한 국내 기업으로써는 EU나 미국의 IRA가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초안을 살펴본 정부는 우리 기업에 미칠 영향이 적을 것으로 판단했지만 입법 과정에서 추가되거나 바뀔 가능성이 있다. 특히 배터리 원자재의 제3국 의존도를 낮추겠다는 초안의 내용은 국내 기업들이 해결해야 할 숙제가 됐다.

유럽판 IRA인 핵심원자재법(CRMA)

지난 16일 EU 집행위가 EU 핵심원자재법(Critical Raw Materials Act. CRMA)과 탄소중립산업법(Net-Zero Industry Act)의 초안을 발표했다. 두 법안은 미국이 시행하고 있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의 유럽버전이다. 즉, 자국 내 급등하는 인플레이션을 줄이기 위해 역내 공급망을 강화하고 이를 친환경적으로 탈바꿈하기 위해 입법 과정을 밟고 있는 셈이다.

이날 EU가 밝힌 EU 핵심원자재법의 초안을 보면 특정 나라에 대한 공급망 의존도를 줄이고 역내 투자를 확대하는 등 EU 내 원자내 공급 안정성 확보를 목적으로 ▲원자재 가치사슬 강화를 위한 목표 설정 ▲원자재 확보 방안 ▲공급망 리스크 관리 ▲지속가능성 확보 전략 등의 내용이 담겼다. 

이에 오는 2030년까지 EU 연간 전략 원자재 소비량의 추출 10%와 40%에 달하는 가공, 15%의 재활용 역량을 확보하고 EU 연간 소비량의 65% 이상을 단일한 제3국에 의존하지 않도록 수입 다변화를 도모한다. 이를 이행하기 위해 EU는 유럽 핵심원자재 이사회를 구성해 인허가 우선순위 부여, 심사기간 단축 등을 지원할 예정이다.

공급망 리스크를 관리하기 위해 핵심 원자재 모니터링과 공급망별 스트레스 테스트 진행, 대기업 공급망 자체 감사, EU 역내 수요-공급 매칭하는 공동구매 시스템도 구축된다. 지속가능성 확보를 위해 EU 회원국이 오염물질 수집·재활용 등을 위한 조치를 마련할 것을 규정하고 공급망 가치사슬 협력 강화를 위한 제3국 대상 전략 파트너십 논의를 벌일 예정이다.

EU는 앞으로 1~2년의 입법 과정을 거쳐 핵심원자재법과 탄소중립산업법 입법에 나설 예정이다. (사진/픽사베이)
EU는 앞으로 1~2년의 입법 과정을 거쳐 핵심원자재법과 탄소중립산업법 입법에 나설 예정이다. (사진/픽사베이)

친환경 산업 확대 위한 탄소중립산업법도

이어 EU는 2050년 탄소중립을 목표로 하는 유럽 그린딜 산업계획(Green Deal Industrial Plan)의 일환으로 친환경 산업에 대한 규제 간소화 및 기술개발 지원을 통해 EU 역내 생산능력 확대를 목표로 탄소중립산업법도 함께 마련했다. 

탄소중립산업법 초안에는 태양광과 풍력, 배터리, 히트펌프·지열에너지, 수전해장치(electrolysers), 바이오메탄, 탄소포집·저장(CCS), 그리드(Grid)기술 등 총 8개 분야에 대한 탄소중립 기술의 EU 역내 생산 목표를 설정하고 관련 프로젝트 지원을 위한 투자 촉진, 규제 간소화, 인프라 구축 방안 등이 포함됐다.

EU는 탄소중립산업법을 통해 오는 2030년까지 EU 내 탄소중립 기술 연간 수요의 최소 40%를 EU 자체적으로 조달하기 위해 규제 샌드박스를 통한 혁신지원, 연간 5000만톤의 이산화탄소 저장공간 확보 등의 기술혁신을 지원한다. 

이를 위해 EU는 제조역량 강화를 위한 탄소중립 전략 프로젝트 지정하고 관련 허가 처리 기한 단축, 원스톱 창구 지정 등 행정절차 간소화 및 인프라 지원 등을 마련할 예정이다. 또, 해당 법안에서 규정된 탄소중립 기술 관련 EU 내 공공조달 입찰 심사 과정에서 지속가능성 및 공급망 회복력 기여도 등을 고려해 가중치를 부과하게 된다.

유럽의 전기차 시장은 미국보다 2배 가량 큰 것으로 나타나 국내 배터리 기업과 완성차 기업들에게는 놓칠 수 없는 시장이다.  (사진/픽사베이)
유럽의 전기차 시장은 미국보다 2배 가량 큰 것으로 나타나 국내 배터리 기업과 완성차 기업들에게는 놓칠 수 없는 시장이다. (사진/픽사베이)

정부, 우리 기업에 미치는 영향 적을 것

이같은 핵심원자재법 초안에 대해 우리 정부는 미국의 IRA와 달리 역외 기업에 대한 차별적인 조항이나 현지조달 요구 조건 등은 포함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미국의 IRA의 경우 전기차 보조금을 받기 위해서는 배터리에 들어가는 중국(해외의 우려 국가)에서 추출, 제조, 재활용된 광물이 일정 비율 이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전기차 1대당 보조금의 절반을 받기 위해서는 배터리의 핵심 자재인 리튬, 코발트, 니켈 등을 미국 또는 미국과 FTA를 맺은 국가를 통해 공급받아야 한다는 조건을 달아 이 비율을 2024년 40%로 확대하고 2026년에는 80%까지 확대한다고 정했다. 특히, 올해부터는 북미에서 최종 조립된 전기차에만 보조금이 지급된다는 강력한 조건도 달려있다. 

반면, EU의 핵심원자재법과 탄소중립산업법은 EU 역내 기업과 수출기업에 동일하게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안심하기는 이르다. 현재 발표된 내용은 EU 집행위 초안으로 향후 유럽의회 및 각료이사회 협의 등 입법 과정에서 약 1∼2년의 시간을 거치는 동안 추가가 되거나 세부사항이 변동될 가능성이 있다. 

우리 정부는 다음 주 중 두 법안을 상세히 분석해 업계에 미칠 위기 및 기회 요인을 파악하고 대응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기업 간담회를 열고 논의를 벌일 예정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업종별 영향과 WTO 규범 위반 여부 등을 상세히 분석하고 구체적인 대응계획을 수립해 우리 기업의 부담을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우리 정부는 EU의 초안을 보고 우리 기업에 미칠 영향이 적다고 봤지만 배터리 원자재의 제3국 의존도를 낮추겠다는 내용이 포함돼 중국 의존도가 높은 배터리 원자재 공급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사진/픽사베이)
우리 정부는 EU의 초안을 보고 우리 기업에 미칠 영향이 적다고 봤지만 배터리 원자재의 제3국 의존도를 낮추겠다는 내용이 포함돼 중국 의존도가 높은 배터리 원자재 공급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사진/픽사베이)

기업들 원자재 중국 의존도 낮추는 숙제

정부의 관망 속에도 배터리, 완성차 기업들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난해 유럽에서 판매된 전기차는 약 162만대에 달한다. 이는 작년 한해 약 80만대가 팔린 미국에 비해 2배가 넘는 시장으로 기업들이 유럽을 포기할 수 없는 이유다.

이제 초안이 나온만큼 기업들은 아직 구체적인 대응안을 마련하지는 못했지만 향후 입법 과정을 예의주시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제3국의 원자재 의존도를 낮추겠다는 내용은 미국의 IRA와 같이 중국의 의존도를 줄이겠다는 의도로 중국산 광물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 기업들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현재 4대 배터리 광물인 리튬과 코발트, 니켈, 망간에 대한 제련 공정 과정의 50% 이상이 중국에서 진행된다. 오스트레일리아와 콩고, 호주, 칠레 등 세계 각국에서 채굴된 광물의 절반 이상이 중국에서 제련되는 셈이다. 국내 배터리 3사인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 삼성SDI는 니켈(64%), 전구체(96%), 수산화리튬(84%) 등을 중국에서 수입하고 있다.

이는 중국의 제련기업이 광물 공정을 멈추거나 수출을 막는 등 공급을 끊어버릴 경우 국내 배터리 기업과 완성차 업체는 물론 미국과 유럽 등의 완성차 업체들이 순차적으로 멈추게 된다는 것을 말한다. 이에 국내 기업들은 배터리 원자재의 중국 의존도를 낮춰야 하는 숙제를 공통적으로 떠안았다. 

조수진 기자 hbssj@naver.com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