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4회 전주국제영화제’... 한국경쟁 부문 11편 선정
‘제24회 전주국제영화제’... 한국경쟁 부문 11편 선정
  • 곽은주 기자
  • 승인 2023.03.23 1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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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7일부터 5월 6일, 영화제 기간에 상영

24회 전주국제영화제(공동집행위원장 민성욱·정준호)의 상영작 윤곽이 서서히 드러난다. 전주국제영화제는 한국경쟁 부문에 선정된 11편을 공개했다. 올해 한국경쟁 부문에 111편이 출품됐고, 심사를 거쳐 극영화 8, 다큐멘터리 2, 실험 다큐멘터리 1편 등 총 11편을 한국경쟁 부문에 공식 초청하여 오는 427()부터 56()까지 개최되는 영화제 기간에 상영한다.

제24회 전주국제영화제 한국경쟁 선정작, 윤수익 감독의 '폭설' 스틸컷, 전주국제영화제 제공
제24회 전주국제영화제 한국경쟁 부문 선정작, 윤수익 감독의 '폭설' 스틸컷, 전주국제영화제 제공

2000년 부분 경쟁을 도입한 비경쟁 영화제로 출범한 전주국제영화제는 꾸준히 동시대 영화 예술의 대안적 흐름과 독립실험영화의 최전선에 놓인 작품들을 소개하는 젊은 영화제.

전주국제영화제의 한국경쟁 부문은 연출자의 첫 번째 또는 두 번째 장편 연출작을 선보이는 섹션으로 국내 신인 창작자들의 등용문 같은 역할을 한다.

24회 전주국제영화제 한국경쟁 부문의 심사를 맡은 문석 프로그래머는 각기 다른 색채의 영화들이 많이 출품되어 특정 경향을 논하는 것이 의미가 없을 정도다. 그중에서도 퀴어가 자연스러운 대세로 떠올랐고, 영화 또는 예술 제작 과정을 다룬 장·단편이 많아졌다. 그리고 SF적 상상력을 나름의 방식으로 소화한 작품들도 눈에 띄었다고 설명했다.

또한 전주국제영화제를 거쳤던 감독들의 신작과 이번 전주국제영화제를 통해 첫 장편을 내놓는 감독들도 있어 반가운 마음이 크다고 전했다.

제24회 전주국제영화제 한국경쟁 선정작, 신동민 감독의 '당신으로부터' 스틸컷, 전주국제영화제 제공
제24회 전주국제영화제 한국경쟁 부문 선정작, 신동민 감독의 '당신으로부터' 스틸컷, 전주국제영화제 제공

20회 영화제에 <욕창>을 들고 왔던 심혜정 감독의 <너를 줍다>, 21회 영화제에서 <바람아 안개를 걷어가다오>를 선보였던 신동민 감독의 <당신으로부터>, 역시 21회에 <담쟁이>를 보여줬던 한제이 감독의 <우리는 천국에 갈 순 없지만 사랑은 할 수 있겠지(..)>, 그리고 10년 전인 14회 영화제에서 <그로기 썸머>를 소개한 윤수익 감독의 <폭설> 등이 올해 한국경쟁 부문에 선정됐다.

전작 <욕창>을 통해 가부장적 가족 관계, 돌봄 노동, 노인 문제 등을 깊이 있게 조명했던 심혜정 감독의 신작 <너를 줍다>는 쓰레기를 통해 다른 사람의 본질을 파악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주인공과 놀랍게 깔끔히 쓰레기를 처리하는 옆집 남자의 만남을 통해 현대 사회에서 사람들이 맺고 있는 관계의 이면을 바라본다.

징글징글한 가족의 속 모습을 드러냈던 데뷔작 <바람아 안개를 걷어가다오>의 신동민 감독은 신작 <당신으로부터>에서 역시 가족을 주제로 한 영화를 선보인다. 전작에서처럼 감독의 모친 김혜정 씨가 출연할 뿐 아니라 감독 자신이 그 아들을 연기해 다큐멘터리와 드라마의 경계를 넘나드는 영화.

정통 퀴어 멜로드라마 <담쟁이>로 전주에서 화제를 모았던 한제이 감독의 두 번째 장편 <우리는 천국에 갈 순 없지만 사랑은 할 수 있겠지>는 청춘 퀴어 드라마를 선보인다. 1999년 한 고등학교 태권도부를 배경으로 우정과 사랑, 그리고 만성화된 폭력과 성폭력을 겪으며 아파하고 성장하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청춘의 성장담을 역동적으로 담았던 <그로기 썸머> 이후 윤수익 감독이 내놓은 10년 만의 신작 <폭설>은 어른이 되어가는 두 소녀의 우정과 사랑을 그린 영화를 선보인다.

제24회 전주국제영화제 공식 포스터, 전주국제영화제 제공

이뿐만 아니라 해외 영화제를 통해 먼저 선보인 실험성 짙은 영화들도 눈길을 끈다.

올해 로테르담국제영화제 하버 부문, 지난해 싱가포르국제영화제 언더커런트 부문 등에서 상영된 전주영 감독의 <미확인>1993년 정체를 알 수 없는 UFO가 지구 위 각 도시 상공에 나타났다는 가상의 사실을 전제로 펼쳐지는 풍자와 유머 그리고 날카로운 시선을 가진 영화.

<미확인>과 함께 2023년 로테르담국제영화제 하버 부문에서 상영된 손구용 감독의 <밤 산책>은 독특한 형식의 다큐멘터리이자 실험영화다. 영화는 어떤 동네의 밤 풍경을 담아내는데, 그 어두운 화면은 손으로 그린 그림의 캔버스가 되기도 하고 조선시대 문인들의 시를 적는 배경이 되기도 한다.

유형준 감독의 <우리와 상관없이>는 올해 베를린국제영화제 포럼 부문에서 상영됐다. 주인공인 중년의 여배우가 갑작스러운 뇌졸중에 걸리면서 자신이 출연한 영화 시사회에 참석할 수 없게 되자 함께 작업했던 사람들이 잇달아 찾아와 시사회 결과를 들려주는데, 그들의 이야기는 어긋나고 엇갈린다. 실재와 허구 사이의 간극과 모순을 예리하게 들여다보는 영화.

다큐멘터리 작품 또한 주목할 만하다. 올해 한국경쟁 부문에는 손구용 감독의 <밤 산책> 외에 유수연 감독의 <수궁>, 박마리솔 감독의 <어쩌다 활동가> 등 두 편의 다큐멘터리가 선정됐다.

유수연 감독의 <수궁>은 어전 광대 정창업의 증손녀이자 첫 판소리 인간문화재 정광수의 딸인 여성 소리꾼 정의진의 이야기를 담았다. 사라져가는 동편제의 전통 속에서 수궁가를 지키기 위해 전수자를 찾고 있는 그의 힘겨운 노력이 긴장감 있게 묘사된다.

박마리솔 감독의 <어쩌다 활동가>는 이주 노동자들의 인권을 위해 헌신하고 있는 자신의 어머니를 담아낸 다큐멘터리다. 이 영화는 주부로 생활하다 어느 날부터 활동가로 살게 된 엄마의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가장 가깝지만, 속내를 정확히 알기 어려운 엄마의 삶을 카메라로 이해하게 되는 감독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전주에서 첫 장편을 내놓는 두 감독의 영화도 돋보인다.

곽은미 감독의 <믿을 수 있는 사람>은 한 탈북민 여성의 삶을 연대기 순으로 묘사한다. 여성은 관광통역안내사 자격증을 취득해 관광 가이드가 되며 일종의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연락이 닿지 않는 동생을 찾아 나선다. 이 영화는 외적 환경 변화와 타인에 대한 무관심 속에서 자신의 자리를 찾지 못하는 여성의 혼란스러운 내면에 주목한다.

박중하 감독의 <잔챙이>는 낚시터를 배경으로 하는 독특한 분위기의 영화. 상업영화 오디션에서 떨어진 배우가 유튜브 방송을 위해 낚시터를 찾았다가 자신을 떨어뜨린 영화의 감독과 다른 배우를 우연히 만나면서 벌어지는 해프닝을 소재로 한 영화.

한국경쟁 부문에 공식 초청된 11편의 작품은 오는 427()부터 56()까지 개최되는 영화제 기간에 상영된다.

곽은주 기자 cineeun60@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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