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체크】 윤경림 후보 사퇴...KT 경영 공백 불가피
【투데이체크】 윤경림 후보 사퇴...KT 경영 공백 불가피
  • 조수진 기자
  • 승인 2023.03.27 18: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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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경림 KT 차기 대표 후보 일신상 이유로 사퇴
오는 31일 주총 앞두고 사퇴해 경영 공백 우려
윤경림 KT 차기 대표 후보가 오는 31일 주총을 4일 앞두고 자진 사퇴했다. (사진/뉴시스)
윤경림 KT 차기 대표이사 후보가 오는 31일 주총을 4일 앞두고 자진 사퇴했다. (사진/뉴시스)

[한국뉴스투데이] KT 차기 대표이사로 내정됐던 윤경림 KT그룹 트랜스포메이션장(사장)이 대표 후보직에서 사퇴했다. 이에 오는 31일로 예정된 정기 주주총회에서 차기 대표이사 선정이 어려워지며 당분간 경영 공백이 불가피하다. 구현모 사장과 이사진에 대한 배임 혐의 검찰 수사에 이어 윤경림 사장의 대표직 사퇴로 KT 대표 선임은 오리무중에 빠지는 모양새다.

윤경림 사장, 주총 4일 전 사퇴 결정

27일 차기 대표이사 후보로 확정된 윤경림 사장은 이사회에 “주요 이해관계자들의 기대 수준을 넘어서는 지배구조 개선을 통해 새로운 최고경영자(CEO)가 선출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며 대표이사 후보직에서 사퇴했다. 앞서 지난 22일부터 불고 있던 대표 후보직 자진 사퇴설이 현실화가 된 것이다.

윤 사장은 지난 7일 KT 이사회를 통해 차기 대표이사 최종 후보로 단독 확정되고 오는 31일 정기 주총을 통해 대표직에 오를 예정이었다. 앞서 윤 사장은 최종 후보로 오르자마자 지배구조개선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대표이사 선임 절차와 이사회 구성, ESG 점검 등 지배구조 점검에 나서는 등 행동에 나선 바 있다. 

하지만 윤 사장이 돌연 사퇴를 하면서 차기 대표 선임에 급제동이 걸렸다. KT는 공시를 통해 주총 제1호와 제4-1호, 제4-2호, 제7호 의안을 폐기했다고 밝혔다. 제1호 의안은 윤 사장의 대표이사 선임 건이고 제4-1호와 제4-2호 의안은 서창석 KT 네트워크부문장(부사장)과 송경민 KT SAT 대표의 사내이사 선임 건, 제7호 의안은 경영계약서 승인의 건이다.

안건 폐기로 오는 31일 주총 찬반투표도 모두 무효처리가 된다. 이에 KT는 구현모 현 대표와 박종욱 경영기획부문장 사장이 당분간 CEO직무대행을 맡아 경영 공백을 최소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차기 대표 선정까지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KT이사회가 새 대표를 선정하는데 적어도 2~3개월의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여 올 하반기에나 차기 대표가 선정될 가능성이 높다.

사진은 서울 종로구 광화문KT 사옥에 직원들이 출근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사진은 서울 종로구 광화문KT 사옥에 직원들이 출근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민영화됐는데 정치외압 여전?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KT에 대한 정치외압이 여전한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온다. KT는 국내 빅3 통신사 중 하나지만 1981년 한국전기통신공사가 체신부에서 분리돼 공사로 설립된 정부투자기관이었다. 이후 정부가 공기업 민영화추진위원회를 통해 민영화를 하기로 결정하면서 자회사인 한국이동통신주식회사(현 SK텔레콤)을 당시 선경그룹(현 SK그룹)에 매각하는 등 민영화 절차를 밟았다.

2002년 5월 정부가 지분을 완전 매각하면서 그해 8월 공식적으로 민영화됐고 2009년 이동통신업체 KTF와 합병하면서 지금의 빅3 통신회사 중 하나로 성장하는 발판을 마련했다. 문제는 민영화 이후에도 대표 선임을 두고 여전히 입김에 작용한다는 점이다. KT의 최대주주는 국민연금(10%)으로 특정 주주가 경영진 선임 등을 주도하기 어려운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에 민영화 이후 이용경, 남중수, 이석채, 황창규, 구현모까지 5명의 대표는 새로운 정권이 들어설 때마다 연임에 실패하거나 고발과 수사, 구속, 사퇴로 이어지는 불명예 퇴진을 반복하고 있다.민영화 이후 처음으로 대표를 맡은 이용경 전 대표는 연임 의사를 밝혔지만 당시 노무현 정부의 압력에 후보 공모에 참여하지 않았다.

이후 2005년 노무현 정부에서 취임한 남중수 전 사장은 3년 임기를 채우로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2008년 연임에 성공했지만 그해 11월 납품 비리 혐의로 구속돼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물러났다. 2009년 1월 취임한 이석채 전 회장은 3년 뒤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2012년 재선임에 성공했으나 같은 해 11월 업무상 횡령 배임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고 사퇴했다.

황창규 전 회장은 유일하게 연임 임기 6년을 모두 채웠다. 유일하게 연임에 성공한 황 전 회장은 박근혜 정부에서 임기를 시작해 문재인 정부에서 임기를 마쳤으나 2020년 국회의원 쪼개기 후원 사건과 관련해 정치자금법 위반과 업무상 횡령 혐의로 7번의 압수수색과 소환 조사를 받는 등 두 번째 임기 내내 경찰 수사에 시달렸다.

KT 경영 공백이 우려되는 가운데 개인 주주들의 불안과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사진/뉴시스)
KT 경영 공백이 우려되는 가운데 개인 주주들의 불안과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사진/뉴시스)

KT 대표 잔혹사...무늬만 민영화 우려

여기에 구현모 대표 역시 KDFS에 대한 일감 몰아주기 의혹과 구 대표의 쌍둥이 형 회사를 불법 지원한 의혹, KT 소유 호텔과 관련한 정치권 결탁 정황, KT 사외이사에 대한 향응과 접대 등으로 재판을 받고 있다. 이에 연임을 포기하고 자신의 측근을 차기 대표로 내세웠다. 윤경림 사장은 구현모 대표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인물이다.

이후 윤경림 사장은 외압을 의식한 듯 윤석열 대통령 대선 후보 당시 캠프에서 경제특보를 맡은 임승태 전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을 사외이사 후보로 내정하고 윤 대통령의 충암고 동문인 윤정식 한국블록체인협회 부회장을 KT스카이라이프 대표 후보로 내세우는 등 정부 친화 행보에 들어갔으나 이들이 모두 사퇴하면서 결국 대표직에 오르기도 전에 사퇴했다.

이에 내부에서는 이사회의 정치적 줄대기를 중단할 것을 촉구하는 동시에 정치권의 개입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KT새노조는 “구현모 사장의 무리한 연임 추진 과정에서 KT 이사회의 독립성과 견제 역할은 실종됐고 급기야 이권카르텔이라는 비판에 직면했다”면서 “정치권의 개입 역시 정당성이 없기는 마찬가지로 국민의 눈높이로 보자면 KT사태가 정치 낙하산을 위한 자리 만들기로 볼수밖에 없도록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KT 소액 주주들이 모인 네이버 KT주주모임 카페에서는 외압 우려와 낙하산 인사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일반 기업의 대표 선임을 두고 정치권에서의 발언이 이어지자 무늬만 민영화 된 것이라는 지적과 함께 KT 경영 공백이 장기화 될 가능성까지 있어 불안해 하는 주주들이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조수진 기자 hbssj@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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