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이슈] 日, 초등 교과서 왜곡, 반성 없는 과거
[투데이이슈] 日, 초등 교과서 왜곡, 반성 없는 과거
  • 박상미 기자
  • 승인 2023.03.30 17: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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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초등학교 교과서 75%가 억지 주장, 내년부터 수업 진행
독도영유권, ‘日 고유영토’ 주장 넘어 ‘한국 불법 점거’ 기술
‘역사 왜곡 30년’ 시민단체·정치권·교육계, 입 모아 규탄 나서

[한국뉴스투데이]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역사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 할 때 자주 사용되는 문장이다. 일본이 한국과 일본 사이의 과거에 대한 억지 주장을 또다시 시작했다. 일본 문부과학성에 따르면, 2024년도부터 초등학교에서 쓰일 교과서 149종이 28일 심사를 통과했다. 내년부터 일본 초등학생들에게 전해질 왜곡된 과거 기술에 국민의 분노가 들끓고 있다.<편집자주>

▲30일, 서울 일본대사관 앞에서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 주최로 진행된 '일본 역사왜곡 교과서 검정 규탄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식민지 역사왜곡 중단, 독도 영유권 주장 규탄 등의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뉴시스)
▲30일, 서울 일본대사관 앞에서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 주최로 진행된 '일본 역사왜곡 교과서 검정 규탄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식민지 역사왜곡 중단, 독도 영유권 주장 규탄 등의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뉴시스)

일본 초등학생들이 2024년부터 배우게 될 검정교과서의 심사가 끝났다. 이 교과서에는 독도 영유권, 조선인 강제 징용 등 일본이 그간 왜곡해서 기술해 문제가 되었던 부분이 또다시 사실과 다르게 기술된 것으로 알려졌다.  

교실에서 배울 거짓된 역사
일본 문부과학성은 이날 교과서 검정심의회를 열어 초등학교에서 2024년도부터 쓰일 교과서 149종이 심사를 통과했다고 발표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초등학교 3∼6학년이 사용할 사회 교과서 12종과 3∼6학년이 함께 보는 지도 교과서 2종에 일본의 강제 징용 관련 내용이 조선 젊은이들이 ‘지원’한 것으로 잘못 기술됐다. 


초등학교 사회 교과서 점유율 1위인 도쿄서적은 6학년 사회 교과서에서 "조선인 남성은 일본군의 병사로서 징병됐다"는 기존의 표현을 "조선인 남성은 일본군에 병사로 참가하게 되고, 후에 징병제가 취해졌다"로 변경했다. 삽입된 사진 설명 역시 '지원해서 병사가 된 조선의 젊은이들'로 적혀있다. 

바뀐 표현은 기존 표현보다 ‘병사 참가’와 참가 제도를 분리하여 기술하여 강제성을 직관적으로 인지하기 어렵기 때문에 문제다. ‘징병제’(국가가 병역 의무자를 강제적으로 징집해 복무시키는 제도)라는 용어 안에 이미 강제성이 담겨 있긴 하지만 이 교과서가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보다 명확하게 강제성을 드러낼 필요가 있었다.  

삽입 사진의 사진 설명에는 ‘지원’이라는 자발성이 포함된 어휘가 사용되어 오해를 부를 수 있다. 본문에 기술된 문장에 조선인이 일본군 병사로 참여하게 된 과정에 대한 설명이 모호하고, ‘지원해서’라는 문구가 들어있어 일제강점기에 일본군 병사로 강제 징집된 조선 젊은이들이 자발적으로 전쟁터에 나섰다고 잘못 인식할 위험이 크다.

강제성에 대한 희석은 다른 교과서에서도 확인됐다. 일본 내 점유율 2위인 교육출판의 6학년 사회 교과서도 "일본군 병사로 징병해 전쟁터에 내보냈다"는 기술에서 '징병해'를 삭제해 "일본군 병사로서 전쟁터에 내보냈다"로 단순하게 기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도쿄서적은 “다수의 조선인과 중국인이 강제적으로 끌려왔다”는 기존 문장에서 ‘끌려왔다’를 ‘동원됐다’로 바꾸어 썼다.

독도에 대한 어이없는 욕심
일본의 억지 주장에서 빼놓을 수 없는 독도에 대한 기술 역시 심각한 수준이다. 그간 일본은 독도가 일본의 영토이며 한국이 불법 점거하고 있다고 억지 주장을 펼쳐왔다. 이번 교과서에서도 이와 같은 억지 주장이 담겨, 일본 정부의 검정을 통과했다. 심지어 ‘고유’라는 용어가 기록되지 않았던 단 1종의 교과서에 대해서 ‘일본 고유 영토인 북방영토와 다케시마(일본이 주장하는 독도의 명칭)’이라고 수정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이 이번에 검정을 통과시킨 사회교과서는 독도 관련 기술이 없는 3학년 교과서 3종, 4~6학년 교과서 9종을 포함하여 12종이다. 독도에 대한 기술은 양적으로 늘었고 왜곡의 정도는 더 심해졌다. 지도와 사진 등 시각자료도 이전보다 양적으로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의 독도 영유권에 대한 억지 주장은 전체 교과서의 75%, 4~6학년 사회과 교과서 9종에는 모두에 담겨있다. 일본 초등학생이 4학년이 되면 독도가 일본 영토라는 잘못된 사실을 학습하게 되는 것이다. 

독도의 실제 주인인 한국에 대해서는 불법 점거라는 거짓 기술했다. 도쿄서적은 지도 교과서에서 독도 관련 기술 중 "한국에 점거돼 일본은 항의를 하고 있다"를 "한국에 불법으로 점거돼 일본은 항의를 하고 있다"로 교체했다. 5학년 사회 교과서에서도 "한국이 불법으로 점령하고 있다"는 문구를 "70년 정도 전부터 한국이 불법으로 점령하고 있다"로 바꿨다.
 
30년 이어진 역사 왜곡 
일본의 역사 왜곡은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지난 1982년 교과서 검정에서부터 이번 교과서까지 공개되는 교과서마다 거짓된 역사가 기록되어 일본의 어린 학생들에게 잘못된 과거를 가르치고 있다. 일본의 억지 주장에 대해 우리 정부가 시정을 요구해왔지만, 응하지 않고 30년을 버텼다. 이런 이유로 일본의 새 교과서 소식이 전해질 때마다 우리 국민의 반일 정서가 들끓고 있는 상황이다.

일본은 일제침략기에 대한 기술에서부터 독도영유권까지 과거사에 대한 억지 주장을 펼치고 있다. 1982년 교과서 검정 과정에서 우리나라의 3·1운동을 '데모'와 '폭동'으로, 대한제국과 중국에 대한 침략을 '진출'로 수정토록 했던 것이 시작이었다. 이후 ‘종군 위안부’, ‘강제 노역의 연행’, ‘강제 동원’이 아닌 ‘지원’까지 30년에 걸쳐 역사를 왜곡하여 기술하고 있다. 

1982년 당시 교과서 왜곡 소식이 전해져 외교문제로 비화되자 일본 문부성은 교과서 검정 기준에 ‘근린 제국 조항’을 도입해 진화에 나섰다. 근린 제국 조항은 '인근 아시아 여러 나라와의 관계에 관한 근현대의 역사적 사실엔 국제 이해와 국제 협조의 견지에서 필요한 배려가 있어야 할 것'이란 내용의 규정이다. 일본의 역사를 기록한 내용에서 근현대사 부분은 주변국의 입장을 고려하겠다는 의미이다.

‘근린 제국 조항’은 일본 강경보수층의 불만요소였다. 아베 정권이 ‘역사적 자긍심을 가질 수 있도록 교육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실효에 대한 우려를 샀다. 결국 일본 정부는 2014년 각의(국무회의) 결정으로 '근현대사와 관련해 정부의 통일된 견해를 기술하도록'하는 내용으로 교과서 검정기준을 개정하며 '근린 제국 조항'을 실질적으로 무효화했다. 

2021년엔 교과서에서 '종군 위안부' 대신 '위안부' 표현이, 일제의 조선인 강제노역은 "'강제연행' '연행'이 아니라 '징용'이 적절하다"는 내용이 각의 결정이 이루어졌다. ‘종군 위안부’라는 단어가 일본군인 관여했다는 오해를 부를 수 있고, 강제노역에 ‘연행’이라는 표현이 부적절하다는 이유였다. 이어 2024년부터 가르치는 교과서에서 그 강제성 기술마저 희석됐다. 

▲더불어민주당 대일굴욕외교 대책위원회 위원장인 김상희 의원과 교육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역사교과서 왜곡 철회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더불어민주당 대일굴욕외교 대책위원회 위원장인 김상희 의원과 교육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역사교과서 왜곡 철회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더는 좌시할 수 없어
일본의 억지 주장에 국민의 분노가 들끓고 있다. 일본의 역사 왜곡 교과서 소식이 전해지자 일본의 반성 없는 태도를 좌시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의 삼일절 기념사에서 ‘일본과 협력 파트너’가 됐다던 발언, 일본이 한일정상회담에서 밝혔던 ‘김대중-오붙이 선언’ 정신 계승 등에 대한 불신의 목소리도 높다. 시민단체, 정치권, 교육계 등 일본의 태도를 규탄하는 목소리를 내놨다.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 및 민족연구소 등 역사 시민단체들은 일본 정부를 규탄했다. 이들은 3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이 있는 한 건물 앞에서 '일본 역사왜곡 교과서 검정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김종욱 민족문제연구소 기획위원은 이날 "(교과서 역사 왜곡은) 일본이 침략전쟁을 부인하는 것과 궤를 같이하고, 언제든 전쟁할 수 있는 나라로 변신하기 위한 준비를 아이들과 국민의 눈과 귀를 속여 시작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더불어 민주당은 ‘일본 독도 영유권 주장 및 강제동원 역사왜곡 교과서 승인 규탄 결의안’을 발의했다. 김상희 민주당 의원은 지난 29일 결의안을 대표 발의했다고 밝혔다. 결의안엔 이재명 대표, 박홍근 원내대표 등 58명이 참여했다. 결의안은 "국회는 일본 정부의 왜곡 교과서 검정, 승인을 역사 퇴행적 행위로 규정하고 해당 승인을 즉각 취소할 것을 촉구하며 결의한다"고 밝히고 있다.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해외언론에 일본의 반성 없는 태도에 대해 고발했다. 서 교수는 30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AP, AFP, 로이터, 뉴욕타임스, 르몽드, 더타임스 등 전 세계 주요 언론사 100곳에 메일을 보내 일본의 왜곡 상황을 고발했다"며 "이러한 일본의 몰염치한 행태를 세계인들에게 제대로 알려, 국제적인 여론을 환기시키는 것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직접 밝혔다. 

서 교수는 이번 고발 메일에서 "지난 2015년 군함도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될 당시 일본은 "1940년대 일부 시설에서 수많은 한국인과 여타 국민이 본인의 의사에 반해 가혹한 조건하에서 강제노역을 했다"라고 인정했음에도 불구하고 역사왜곡을 지속적으로 자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일본 역사왜곡 상황 이해를 위해 독도와 강제노역 관련 영상도 첨부했다. 


박상미 기자 mii_medi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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