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정도 국장이 말하는 제주도 환경과 관광
【인터뷰】 김정도 국장이 말하는 제주도 환경과 관광
  • 조수진 기자
  • 승인 2023.03.31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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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도 제주환경운동연합 정책국장

[한국뉴스투데이] 코로나로 해외여행이 줄어든 반면 제주도는 1년 365일 국내 여행객이 가장 많이 찾는 관광지로 자리매김했다. 지난 1년간 제주공항을 이용한 사람은 2970만명을 넘어섰고 지난해 하반기부터는 제주공항을 통해 입국하는 외국인에 대한 무비자 입국을 허용하면서 제주를 찾는 사람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제주는 국내 최대 관광지이기도 하지만 70만 제주도민들이 살아가고 있는 삶의 터전이기도 하다. 관광을 위한 개발과 환경 문제 사이에 제주도민들의 딜레마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한국뉴스투데이는 김정도 제주환경운동연합 정책국장과의 인터뷰를 통해 제주도가 안고 있는 환경 문제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편집자주>

지난 6일 환경부가 제주2공항과 관련해 조건부 동의를 결정하면서 공항 설립의 걸림돌이 사라졌다. 이에 제주환경운동연합 등 공항 설립을 반대하는 제주도민들은 환경부의 결정을 비난했다. (사진/제주환경운동연합)
지난 6일 환경부가 제주2공항과 관련해 조건부 동의를 결정하면서 공항 설립의 걸림돌이 사라졌다. 이에 제주환경운동연합 등 공항 설립을 반대하는 제주도민들은 환경부의 결정을 비난했다. (사진/제주환경운동연합)

지난 6일 환경부는 제주 제2공항 개발기본계획 수립을 위한 전략환경영향평가서에 대해 조건부 협의(조건부 동의)의견을 냈다. 전략환경영향평가는 행정기관이 환경에 영향을 미치는 행정계획을 확정하기 전 환경적인 측면에서 입지 타당성 등을 평가받도록 하는 제도로 이번 환경부의 결정은 사실상 제주2공항 설립의 물꼬를 티운 셈이다. 제주2공항 설립은 노태우 정부에서부터 언급됐지만 그간 경부고속철도나 인천국제공항 등으로 계속 미뤄지다 이번 윤석열 정부에서 환경부가 전략환경영향평가를 조건부 동의하며 법적 지위를 갖게 됐다. 

국토부 계획에 따르면 제주2공항은 서귀포시 성산읍 신산리, 온평리 일원의 약 495만여m² 부지에 3200m×60m 활주로 1본과 계류장, 터미널 등이 건설될 예정이다. 기존 제주국제공항과 함께 운영되는 제주도의 2번째 공항으로 정부는 제주국제공항의 활주로가 심각한 포화상태라는 이유로 제주2공항 필요성을 강조하는 실정이다. 하지만 김정도 국장는 정부가 말하는 필요성이 충분하지 않다고 반박했다. “원래 제2공항 문제는 1960년대에 설립된 제주국제공항이 낙후됐으니까 폐쇄하고 새로운 공항을 짓던가 아니면 기존 제주국제공항을 리모델링해서 이용을 하자는 계획이었는데 어느 순간 제2공항을 만들어 두 개의 공항을 운영하자는 계획으로 탈바꿈됐어요.”

“현재 국토부는 제주국제공항이 너무 협소하고 터미널도 좁고 항공기 이착륙도 포화상태라 안전까지 위협받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제주국제공항은 지속적으로 개선 작업을 하고 있는 상황이에요. 그에 따라 국토부도 계속적으로 예산 편성하면서 개선 사업을 지원해 왔고요. 다만 인프라 부분은 개선되고 확충됐지만 관제 시설 등 시스템적 부분에서는 예산 투입이 안돼 낙후된 부분이 있기는 해요. 이 부분은 예산을 투입해 현대화를 거치면 해결되죠.” 제주국제공항의 활주로 중 현재 활용을 하지 못하고 있는 남북 활주로 문제에 대해 김정도 국장은 “앞서 국토부는 남북 활주로 활용 여부에 대해 파리공항공단 엔지니어링에 조사를 맡겼고 수용력이 충분하다는 결론을 받았어요. 이 말은 결과적으로 제2공항을 만들지 않아도 남북 활주로를 활성화 시키면 제주국제공항만으로도 활주로 수용이 가능하다는 결론이 나와요.”

제2공항 설립이 문제인 이유는 또 있다. 김정도 국장은 “제2공항이 건설되는 150만평 안에는 굉장히 많은 농지가 포함돼 있어요. 제주도의 경우 1차 산업이 굉장히 중요한데 건설 예정 부지가 무나 당근 등 밭농사를 지을 수 있는 농지가 포함돼 농민들의 불만이 커요. 가뜩이나 외지인들이 농지를 구매해 상업시설로 개발하는 경우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농사를 지으려는 농민들은 땅값이 올라 농지 임대료도 오르고 제2공항이 설립되면 대규모 농지를 잃게 돼 우려하고 있는 상황이에요.”

제주2공항은 서귀포시 성산읍, 온평리 일대로 이번 환경부 조건부 동의로 본격적인 설립 추진이 예고됐다. (사진/제주환경운동연합)
제주2공항은 서귀포시 성산읍, 온평리 일대로 이번 환경부 조건부 동의로 본격적인 설립 추진이 예고됐다. (사진/제주환경운동연합)

“특히, 환경적인 측면에서 제2공항 예정지 주변의 철새 도래지 문제도 있어요. 예정지 주변은 겨울 철새 같은 대형종 5만6000마리가 매우 높은 고도로 날아다니는 곳이에요. 지난 2021년 전략환경영향평가가 반려된 이유 중 하나가 철새 문제였죠. 철새가 다니는 길에 항공기가 다니면 철새의 안전도 항공 안전에도 문제가 생겨요. 정부는 이 문제를 극복할 수 있다는 입장인데 이번에 환경부가 조건부 동의한 전략환경영향평가를 검토한 결과 보완된 것이 없었습니다. 심지어 검토기관들은 부정적 의견을 냈어요. 입지적으로 부적절하다는 내용을 에둘러 표현한거죠. 또, 예정지 안에 포함된 숨골만 120곳이 넘고 용암동굴이 존재한다는 가능성도 있어 환경적으로 제2공항 문제는 심각해요.” 

현재 국토부는 철새 대체 서식지를 만들어 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를 두고 김정도 국장은 국제적으로 웃음거리가 될 수 있는 상황이라 우려했다. “유엔 산하의 국제항공기구는 지침에서 항공과 관련한 법령을 만들거나 건설, 운항을 할 때 철새 도래지는 피하라고 명시해 뒀어요. 하지만 국토부는 권고에 불과하다며 우리 법률이 우선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죠. 여러 국가가 협의해 만든 국제협약 수준의 지침을 권고에 불과하다고 폄하하는 자체가 국제적으로 망신거리가 될 수도 있어요.”

지난 29일 제주도는 제2공항 기본계획에 대한 제주도민들의 의견을 듣기 위한 도민경청회를 열었다. 제주도민들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서다. “현재 제주도민 사이에서는 100을 기준으로 찬성이 46~48%, 반대가 52~54%로 팽팽해요. 처음 제2공항을 추진한다고 했을 때에는 국책사업이 추진되고 일자리가 늘어난다는 이유로 찬성이 80%가 넘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문제점도 속속 드러나고 있어 현재로써는 반대하는 도민이 약산 우세한 상황이에요.” 지역에서 국책사업을 시행함에 있어 주민 수용성은 중요한 문제다. 아무리 좋은 사업이라해도 주민 반대가 높으면 추진하는데 애로가 많은 만큼 정부 입장에서 주민들의 의견은 중요하다. 이날 도민경청회에는 도민과 시민단체 등 500여명이 참석해 치열한 찬반 공방을 벌였다. 

제주 천미천 상류. 최근 제주시는 천미천 개발 계획을 취소했다. (사진/제주환경운동연합)
제주 천미천 상류. 최근 제주시는 천미천 개발 계획을 취소했다. (사진/제주환경운동연합)

제주의 환경 문제는 해양보전이나 하천습지보존 등 물에 집중돼 있다. 제주가 바다에 둘러싸인 섬이기도 하고 육지와 달리 제한된 섬에서 사용할 수 있는 자원 또한 제한돼 있기 때문이다. “현재 제주에는 해양보호구역이 3곳 지정돼 있어요. 하지만 도민들이 인식이 낮고 관리가 전혀 되지 않고 있어요. 2016년 마지막으로 해양보호구역이 지정된 이후 오랫동안 추가 지정이 되지 않아 해양보호구역 지정의 확대로 필요하고요. 그래서 저희 환경단체는 성산읍 오조리 연안 습지를 해양보호구역으로 지정하기 위한 논의를 하고 있어요.” 해양보호구역은 해양생물다양성이 풍부해 생태적으로 중요하거나 해양경관 등 해양자산이 우수해 특별히 보전할 가치가 큰 구역에 대해 지정되고 있다.

“제주도는 육지와 달리 하천이 대부분 말라있는 건천이에요. 건천이라 해도 중간중간에 물울덩이가 존재해 이런 하천 습지를 보존하기 위한 활동도 해요. 하천이 말라있다보니 하천 근처 개발이 무분별하게 진행되는데 제주의 하천은 물 뿐만 아니라 화산 지질로 인한 기암괴석이 훌륭하기 때문에 경관을 해치는 개발이 대부분이죠. 대표적인 곳이 제주시와 서귀포를 연결하는 천미천이에요. 제주도에서 제일 길고 경관이 수려한 천미천은 식생 부분이나 멸종위기종 생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어요. 최근 제주시가 천미천 개발을 계획했으나 환경 단체들의 목소리에 결국 사업을 포기해 천미천을 지켜낸 것이 지난해 가장 큰 성과에요.”

제주환경운동연합은 제주시 등과 해양보호구역 확대를 위한 논의를 벌이고 있다. (사진/제주환경운동연합)
제주환경운동연합은 제주시 등과 해양보호구역 확대를 위한 논의를 벌이고 있다. (사진/제주환경운동연합)

여러 환경 문제에도 불구하고 제주는 국내 최대 관광지이자 최고의 관광지다. 환경과 관광은 부조화 속에서도 공생의 답을 찾아야 한다. “제주도의 인구가 70만명이 안되는데 전국에서 쓰레기 1인당 배출은 1위에요. 도민 자체 쓰레기 배출량도 높은데다 하루동안 체류하는 관광객을 평균 15만명으로 보고 있어 사실 85만명이 거주하고 있는 셈이죠. 이들이 사용하는 쓰레기와 환경 문제는 섬이라는 제한된 공간이 소화하기 버거운 것은 사실이에요. 하지만 관광은 제주의 경제와 지속가능성에 중요한 부분이라는 점도 분명해요. 제주도에 여행오시는 분들은 제주가 관광지이면서도 사람사는 공간이라는 점을 잊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누군가가 살고 있는 삶의 공간이 파괴될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해서 관광을 즐겨주셨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조수진 기자 hbssj@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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